얀붕아 잘 지내고 있니?

벌써 너가 내 곁을 떠난지 1년째야.

매일 내가 묘비에 와서 청소를 하는데도 금방 더러워져서 마음이 참 아프다.

사실 항상 좀 더 이른시간에 오고 싶은데 너희 부모님이 격하게 반대하셔서 몰래 오느라 자꾸 늦었어. 미안해.

하지만 얀붕이는 이런 날 이해해줄거지?

하필 오늘이 너의 생일이라 더 슬픈거같아.

온김에 조금만 더 너를 느끼며 얘기해도 괜찮을까?

괜찮다고? 고마워. 그러면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부터 시작하자.


처음만난날은 4년 3개월 2일 전, 오후 6시 11분.

어떻게 기억하냐고? 후후.. 내가 얀붕이랑 관련된걸 잊을리 앖잖아?

내가 학교앞에서 평소와 같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때 동화속 왕자님처럼 짠!하고 나타나서 구해줬었지. 그때 참 멋졌는데.

야구부 주장과 왕따 소녀의 사랑 이야기 얼마나 듣기 좋니?


하지만, 그 뒤는 고난의 연속이였던거 같아.

너는 행복했었니? 그래도 난 너랑 함께라 행복했었는데.

그 날 이후로 날 괴롭히던 여자아이들은 너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 날 무시하기 시작했어. 괴롭힘은 사라졌지만, 투명인간 취급.

평소였으면 더 싫었을텐데, 너가 날 봐준다 생각하니 괜찮더라.

그 뒤로는 계속 널 쫓아다닌거 같아.


고교 야구 대전 때 몰래 따라가서 소꿉친구인 순애가 준 도시락이랑 내꺼랑 바꿔놨는데 넌 참 좋아해주더라?

특별한 조미료를 많이 넣었는데 비록 내가 아니라 순애를 보면서 얼굴을 붉히며 먹더라도, 맛있게 먹으니 좋았어.

당장 옆에 있는건 순애라도, 이어진건 나니깐. 

얀붕이 몸 속에 내가 들어간다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 자리에서 황급히 돌아갔어.


얀붕이 시험기간엔 평소에 운동만 하느라 소홀해진 네게 내가 내 노트를 책상위에 두고 갔었는데, 너가 엄청 좋아했었지.

사실 그 노트, 지워지는 펜으로 잔뜩 사랑의 말을 적은 뒤에 덧입힌거다? 알아봐줬으면 했는데 그건 너무한 바램이였나봐.


수학여행때는 버스 뒷자리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입가가 너무 축축하다며 물을 엄청 마셨지?

그거 사실 내가 키스한거야. 잘때 얀붕이의 입에 혀를 넣어서 나랑 닿았어. 꿈틀 꿈틀 피하는 그 느낌이 얼마나 좋던지.

얀붕이뿐만 아니라 내 입가도 축축해져서 언제일어나나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렸어.

난 첫키스였는데, 얀붕이도 첫 키스였겠지?


우리는 그 후부터 키스까지 한 사이니깐, 얀붕이 방에 많이 놀러갔어. 딱히 말하지 않더라도, 얀붕이라면 이해해줄거니깐 이것저것 가져갔는데, 경찰에 신고를 할줄은 몰랐어.

힘들게 따라다니고, 도청해서 알아낸 비밀번호였는데 바꿔버리다니. 좀 섭섭했어 그건.


아! 참고로 가져갔던 물건들은 아직까지 잘 쓰고 있어. 이렇게나마 얀붕이를 느껴야지, 아니면 나도 힘들어서....

우리 참 좋았는데... 훌쩍

계속 말할게? 응, 들어줘서 고마워. 나도 사랑해.

알아, 처음 우리가 만났을때부터 들으니 그리워지지?

그러게 왜 그런 선택을 했어. 후회할꺼였으면서.

이제 추억을 이어갈게? 


너에겐 나라는 애인이 있었으면서 고교 야구 우승한 후, 순애가 한 고백을 너는 받아주었어. 바람을 핀거지.

그래도, 난 얀붕이가 내게 돌아올 것을 아니깐 가만히 있었어

아, 오해하면 안돼? 질투를 안한게 아니라 순애를 파멸시킬 계획을 짠거니깐. 절대로 너에 대한 애정이 식었던게 아냐!


너가 순애랑 갔던 유원지나 동물원, 서점 전부다 내가 다시가서 추억을 덮어 씌웠어. 순애같은애랑 간거 보다 나랑 간게 좋잖아. 흔적은 다 지우고, 사진은 나로 바꾸고.

근데, 약속의 다리에서 순애랑 채운 자물쇠를 부시는데 그때부터 좀 화났던거 같아.


그리고, 너가 순애랑 이어진날. 그날은 아직도 생각만해도 너무너무 슬퍼. 결국 끝까지 바람을 핀거잖아?

그래서 사진을 뿌린거야. 인터넷은 물론 현실에.

최대한 너는 가려서 모를거야. 근데 순애는 다 드러났지.

그 여우같은 계집애는 그걸로 끝. 학교에서 완전 걸레라고 소문이 났잖아. 너가 지켜주며 변명해준건 의외지만, 그것도 다 준비해놨지.


바로, 나와 너가 이어진 사진을 뿌리는거야.

당연히 너랑 순애는 완전히 끝났고, 너가 나를 찾아와줬지.

돌아와준거야! 정실한테!!

근데 너가 나한테 한 첫마디가 사과가 아닌 '너 누구야?'여서 조금 화났어. 이어진 말도 '나한테 왜 그러는건데!'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래서 내가 사실을 다 말해줬어. 난 너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깐. 너에게 반해버렸으니깐.

근데 왜 나한테 화내고, 순애를 감싸준거야? 그것도 내 앞에서.

더는 듣기 싫어서, 처음으로 너한테서 도망쳤어.


그리고 들려온 순애의 자살소식.

너무 너무 너어무~ 기쁘더라. 그야, 드디어 우리 사이의 방해물이 사라진거잖아?

바로 너한테 달려갔었어. 근데 왜 그렇게 우울하게 있는거야?

사랑이 다가왔는데 왜 그렇게 어두운거냐고.

부모님께 뭐라고 말했길래 나보고 우리 집에서 나가라는거야?

그날 밤, 너도 목숨을 끊었어.

미안해라는 유서는 나한테 남긴거잖아. 그치?

바람핀게 미안해도 돌아오면 다 용서해줬을텐데... 보고싶어.


왜 떠난거야? 너가 너무 원망스러워.

내가 이렇게 사랑해주는데, 내가 널 원하는데. 왜 떠난거야?

보고싶어. 너의 야구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공을 치며 크게 웃는 소리가 듣고 싶어. 너가 뛸때 흘리는 땀을 맛보고 싶어.

너의 모든걸, 다시한번 느끼고 싶어.

매일 매일 나는 여기를 찾아오는데 너의 주변은 다 나를 싫어해.

내가 널 홀려서 그런거라 생각한걸까?

마치 셰익스피어의 로미와 줄리엣처럼 우리는 고난 속에서 꽃피는 사랑일거야.


슬슬 너의 물건에서도 너의 냄새가 사라져가.

이제는 나도 버티기 너무 힘들다.

얀붕아, 잘 지내?

오늘이 딱 1년째야. 


사실 이 말을 하려고 온거야.

이제부터 더 이상 더러워지더라도 묘비 청소는 못해줄거같아.

이건 사과할게. 그래도 걱정마. 내가 갈거니깐.

이 약을 먹으면, 너에게 달려갈 수 있데.

그러면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조금만 기다려줘.


나는 죽은 너가 너무나도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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