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소녀가 있다.

이 소녀는 어렸을 적부터 수발을 들어주는 시종들이 많았고, 고귀한 핏줄 덕분에 장차 커서 나라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갈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 또 다른 소녀가 있다.

이 소녀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를 여의고 빈민가에서 굶주리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다. 소녀는 살아남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았다. 소녀의 운명은 거지로 살아가다가 죽는 것이었다.

세상의 어느 누가 봐도 둘의 운명은 달랐다.

세상의 어느 누가 봐도 둘의 운명이 같아질 리는 없었다.

그러나, 얄궂게도, 서로가 만나게 되면서, 둘의 운명은 합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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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빈민가에 나랑 닮은 소녀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황태녀 전하."

"흥미로운걸, 소문의 출처는?"

"뻔하지 않습니까, 백성들의 말이 입소문을 타 퍼진 거겠죠."

"흠, 좋아. 빈민가에 가보지."

"예?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호위를 배로 늘려서 가면 될 것 아닌가? 흠, 아니면 빈민가의 인간들을 다 죽여버리고 그 소녀만 데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군. 굳이 내가 귀찮게 갈 필요는 없겠지?"

'젠장, 괜히 입을 놀렸군. 또 죄 없는 백성들만 죽어나가겠군.'

"아닙니다, 전하. 호위를 2배, 아니 3배로 늘릴 테니 빈민가로 가서 직접 그 소녀를 데려오시는게..."

"조용히. 난 지금 귀찮으니까, 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처리해, 알겠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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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이! 어디서 내 음식을 훔쳐!"

"꺄악!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배고파서 그랬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소녀를 우악스럽게 잡은 남자는 소녀의 몸을 힐긋 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꽤 반반한 몸이군. 사창가에 창녀로 팔면 돈이 꽤 나오겠어. 좋아! 널 사창가에 팔고 그 돈은 내가 가져가겠다."

"아... 안돼요! 한번만... 한번만 봐주세요!"

"시끄러워!"

빈민가에 있는 천한 직업들 중에서 가장 천하고 그 끝이 안 좋은 직업이 바로 창녀이다.

깨끗한 환경이라면 모를까, 더러운 빈민가 환경이기 때문에 창녀들은 성병에 걸려 죽는 것이 빈번했고, 설령 성병에 걸려 죽지 않더라도 그녀들의 몸을 산 남자들에게 맞으면서 몸이 쇠약해져 죽기도 했고, 또 더 이상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로 육체의 색기가 부족해지면 곧바로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소녀는 지금 그러한 운명을 맞이하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남자가 제압되고, 병사들이 나타나 소녀를 남자의 손에서 구해냈다.

"다... 당신들은 누구죠?"

"황태녀 전하께서 널 찾으신다."

"저... 전하께서요?"

소녀는 이 만남이 어쩌면 자신의 시궁창 같은 인생을 조금 좋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얌전히 따라오면, 해코지는 하지 않겠다."

"알겠어요. 따라가겠습니다."

"빈민가 출신답지 않게 현명하군."

그날, 소녀는 지옥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인생이 순탄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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