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소설 링크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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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 “선생님.”

 

가원: “선생님.”

 

간지러운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머리가 무척이나 아프다.

 

가원: “선생님.”

 

꿈인가.

 

가원이가 나를 바라본 채 계속 부른다.

 

희미하게 보이는 가원의 얼굴.

 

예쁘다.

 

수수하지만...

 

그만큼 아름답다.

 

화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무언가 꾸미지 않았더라도.

 

잠에서 점점 깨어난 나는 가원의 얼굴을 쓰다듬고자 손을 뻗었다.

 

‘철컥.’

 

태환: “뭐야?”

 

팔목에서 서늘한 금속이 느껴진다.

 

태환: “수갑?”

 

가원: “일어나셨어요? 몇 번을 불러도 일어나시지를 않더만...”

 

가원이는 손을 뻗어 내 몸을 더듬는다.

 

가원: “한참을 참았어요, 선생님. 빨리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의자에 묶여 있는 내 위에 가원은 올라타더니 귀를 핥는다.

 

가원: “선생님께서 주무시는 사이에 선생님과 저의 처음을 허무하게 이룰 수는 없었어요.”

 

태환: “가원아.”

 

가원: “싫어요?”

 

태환: “싫은 건 아닌데...”

 

가원: “그럼 그냥 해요.”


태환: “이것만 풀어주면 안 되겠니?”


가원: “안 돼요.”

 

태환: “가원아. 왜 그러니?”


가원: “안 돼요. 저를 떠나실 거잖아요.”

 

태환: “연기였던 거 알고 있지 않니.”

 

하...

 

강원정이 말했던 게 이건가.

 

집착.

 

특히 더 심해졌을 거라고 했는데.

 

원래부터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넣으려던 욕심.

 

이제는 모든 것을 자기가 통제하고 싶어 하는 완벽주의.

 

그렇다고...

 

나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바로 지하실 감금이라니.

 

소설에서나 당할 줄 알았지.

 

태환: “가원아?”

 

가원: “선생님. 저는요. 걱정되어요. 선생님이 저를 떠나버리는 건 아닌지.”

 

태환: “가원아. 나를 못 믿는 거니.”

 

가원: “못 믿어요. 선생님도 제게 모든 걸 말 안 해주시고 계획을 세우셨잖아요?”

 

태환: “그건...”

 

사실 나도 할 말은 없다.

 

서로에 대해 이해를 했다고 해도 이해와 신뢰는 다른 것.

 

오히려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했기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욱 많을 수도 있다.

 

나는 강원정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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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봄.

 

진얀고.

 

수많은 평검사, 어느 정도 인지 있는 언론인들, 고위공무원과 같은 권력의 중간 계급의 자식들이 모이는 학교.

 

이곳에 화려한 스타가 나타났다.

 

무려 서얀 그룹의 막내.

 

그동안 언론에서의 등장을 숨겨왔던 아이였지만 다들 알 건 아는 자들.

 

회장은 직접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딸에 대해 외부 언급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으며,

 

수많은 사람을 끝낼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들이라 해도 반도의 왕에게 덤빌 수 있지는 않았다.

 

대부분 자녀들은 큰 관심을 보였으나, 부모들의 신신당부 아래에 과도한 관심을 보일 수는 없었고, 곧 그렇게 되었다.

 

성격이 좀 비뚤어져 있던 남학생 한 명이 가원에게 과도하게 치근덕거렸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서 회장에게 알려지는 데에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으며,

 

평검사였던 남학생 부모는 얌전히 아들을 전학시킬 수밖에 없었다.

 

개학한 지 일주일.

 

1명이 전학을 가고는 모두가 깨달았다.

 

동급생.

 

선배.

 

교생.

 

선생님.

 

교감, 교장.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원에게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원은 많은 여자애들과 친하게 지냈으며, 겉으로는 일반적인 학생들로 보였다.

 

‘재벌의 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가원은 얌전하게 행동했다.

 

오히려 학교 분위기 구축에 도움이 되었다.

 

압도적 강자로 인해 그동안 진얀고에서 내려오던 적폐가 끊기게 되었다.

 

부모끼리 선후배, 상사인 관계인 경우가 많아 그로 인한 갑질 문제 혹은 왕따 문제가 있었으나,

 

전례 없던 절대적 강자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없앴다.

 

개학을 하고 2주일.

 

2학년 학생 한 명이 1학년 학생 한 명은 부모가 상대의 상사라는 이유로 갈구고 있었다.

 

그걸 본 가원은 입을 열었다.

 

가원: “보기 안 좋은데 그만하시는 게 어떨까요, 선배님?”

 

그 이후로는 그 누구도 부조리를 일으킬 수 없었다.

 

가끔 재벌로서 발언하여 나머지 사람들이 예상 못 하는 발언이 튀어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가원은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원은 운명의 아이를 만난다.

 

진성민.

 

교수의 아들이었던 그.

 

그는 매우 똑똑했다.

 

하지만 공부에는 큰 뜻이 없었다.

 

자유분방한 아버지를 닮아 중학교 시절까지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으며,

 

수학이나 국어와 같은 공부를 하기보다는 자신이 관심이 있어 하는 분야만을 탐독했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여전했다.

 

영재교니 과고니는 그의 관심이 없었다.

 

공부를 시작하면 대학은 쉽게 가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삶을 즐겼다.

 

그런 그는 점심시간에는 도서관에 자주 있었으며, 학교가 끝나면 놀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참 그러한 생활을 즐기던 성민.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서 반의 여자애들과 함께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그 인원에 서가원이 끼어 있다는 것은 놀라웠다.

 

단지 서가원은 궁금해했을 뿐.

 

중학교 시절 친구들은 많았으나, 부모와 형제, 자매의 제지로 밖에서 잘 놀지 못한 가원.

 

하지만 확실히 힘의 체재를 완전히 성립하기도 했고,

 

가원에게도 자율권을 주면서 가원도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만난 둘.

 

둘은 당연히 서로를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성민은 노래를 부르라 바빴고, 가원은 처음 와 본 노래방에 정신이 없었다.

 

고고한 여왕님은 그저 따라왔었고, 노래를 불러볼 생각은 없었다.

 

여자애들은 그것을 알았고, 부르지 않는 애들이 그저 대화할 뿐이었다.

 

남자애들은 몰랐지만, 그저 말을 걸지 않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시끄러운 노랫소리 사이의 적막을 깬 사람이 있었다.

 

성민: “넌 안 불러?”

 

자유분방하게 살아와서 그런가.

 

성민은 그저 안 부르고 있는 아이 1명이 신경 쓰였고, 그대로 물어보았다.

 

성민: “노래를 잘 못 부르는데.”

 

성민: “연습해 보는 거지.”

 

모두들 성민만을 바라본 순간.

 

가원은 재밌어 보인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한 곡 불렀다.

 

그저 그런 노래.

 

그렇게 성민은 가원과 제대로 대화하기 시작한 교내의 첫 남자가 되었다.

 

그를 계기로 가원은 남학생들과도 대화하기 시작했다.

 

가원의 뛰어난 두뇌는 그러한 짧은 경험에도 쉽게 친분을 만들고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가원에게 수많은 친구가 생겼지만, 성민은 좀 특별한 편이었다.

 

성민은 가원과도 말이 잘 통하는 편이었으며, 특히 뛰어난 두뇌 속도를 잘 따라갔다.

 

이내 두 명은 둘이서도 노래방을 다니거나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교내를 오고 갔지만, 감히 뭐라 말할 사람은 없었다.

 

서가원 본인이 데리고 다니는 사람인데 어떻게 할 수 있겠나?

 

그렇다고 진성민에게 뭐라 하자니, 서가원의 눈이 학교 내에 안 닿는 곳은 없었다.

 

진성민은 아무 생각 없이 좋은 천재를 곁에 두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서가원은 좀 달랐다.

 

여중을 나오고 처음으로 남자를 제대로 대변한 서가원.

 

사랑이라는 감정을 책으로 배웠던 그녀에게는 많은 두려움과 공포가 찾아왔다.

 

쟤도 날 좋아할까?

 

아버지나 어머니는 뭐라 할까?

 

오빠나 누나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볼 수 있을까?

 

좋은 생각을 하면 손자 이름까지 지을 가원이었으나, 집안의 특성상 그녀는 시작하지도 않은 일의 미래에 머리를 싸맸다.

 

둘은 둘이서도 잘 다녔지만, 한편으로 둘이 같이 다니는 시간 또한 줄어들었다.

 

진성이 워낙 자유분방하여 가원이 같이 가자 할 때도 다른 친구들을 데려오거나 그룹을 만드는 탓이었다.

 

그러다 9월.

 

쌀쌀한 가을.

 

가원: “나랑만 다녀줘.”

 

성민: “어?”

 

가원: “나랑만 다니고, 나랑만 시간을 쓰고, 나랑만 이야기하고, 나만을 바라봐줘.”

 

성민: “무슨 소리야?”

 

가원: “좋아해, 사귀어줘.”

 

흔히들 고독의 계절이라 부르는 가을.

 

하지만 가원은 사랑을 이루었고, 행복한 시간이었....었다.

 

가원: “왜 정원정과 연락해?”

 

성민: “내 소꿉친구랑 내가 연락하는 거인데, 뭐가 문제야.”

 

가원: “안돼.”

 

성민: “뭐?”

 

가원: “다른 여자애랑 연락하지 마. 나만을 바라봐줘.”

 

욕심이 많고 그 욕심이 이루어진 적이 없던 서가원.

 

처음으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

 

둘의 싸움은 깊어져 갔고, 결국 가원은 참지 못하였다.

 

가원과 성민이 치른 치열한 두뇌 게임.

 

그때의 가원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같은 것은 없었다.

 

가원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사용했고 성민이 이길 일은 없었다.

 

성민은 가원에게 굴복했지만, 끝내 가원은 성민이의 마음을 그냥 얻기라는 것을 깨닫고는 포기했다.

 

하지만 이 일에는 이면이 있었다.

 

성민은 애초에 정원정을 좋아했었다.

 

그 감정을 잘 몰랐을 뿐.

 

소꿉친구를 좋아하기는 힘들다고는 했지만...

 

성민은 가원과 사귀면서 가원이 자신에게 품는 감정을 보며 깨달았다.

 

정원정은 자신을 좋아하던 성민의 마음을 알아챘다.

 

애초에 자신을 배제하고 성민을 데리고 다니던 가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원정.

 

그렇게 정원정은 성민을 유혹했고, 결국 성민은 정원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성민은 결국 두뇌 싸움에 패배하여 감금당하게 되고, 정원정은 복수를 꿈꾸었다.

 

비록 성민은 가원의 깨달음에 풀려났지만 피폐 헤진 체 유학을 떠났다.

 

가원은 듣지 못하였지만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실종되었다고 한다.

 

원정은 가원에게 악감정이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점점 네트워크를 늘려갔고, 가원에게 엿 먹일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이르게 된 태환과 원정의 싸움.

 

사랑은 간단한 감정이지만, 매우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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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 “난 다 알고 있어, 가원아. 너가 성민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가원: “몰라요.”

 

태환: “기억 못 하는 척하지마.”

 

가원: “몰라요.”

 

가원을 떨고 있다.


기억은 못 하는 것 같다.


단지 트라우마에 몸을 떠는 건가.

 

충격으로 기억을 지운 걸까.

 

가원은 성민이 자신을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꽤 충격을 받은 듯했다.

 

대부분을 기억했지만, 성민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는 내게 항상 말해주지 않았다.

 

결국 강원정이 말해주었지만...

 

그렇다면 그 기억을 바탕으로 이 방법은 효과 없다는 걸 말하는 건 무리인가.

 

남은 건 그거뿐이겠네.

 

태환: “가원아. 난 널 떠나지 않을 거야.”

 

가원: “정말요? 어떻게 믿지요.”

 

태환: “내 가방 있어?”

 

가원은 내 위에서 내려와 나의 가방을 들고 왔다.

 

태환: “오른팔만 풀어줘.”

 

가원: “....”

 

태환: “잠시면 돼.”

 

가원은 나의 오른팔을 풀어주었다.

 

태환: “메스도 한 자루만.”

 

가원: “메스요?”

 

태환: “빨리.”

 

가원은 미심쩍은 눈으로 계속 나를 바라보았지만 10분 정도 흐른 뒤 메스를 들고 와 내게 주었다.

 

‘푸욱.’

 

난 손등을 째었다.

 

가방 속에서 알코올과 칩을 하나 꺼냈다.

 

알코올을 칩과 내 왼손에 뿌리고는 칩을 왼손에 넣었다.

 

가원: “뭐..뭐하는 거에요?”

 

태환: “꿰매는 건 해줄 수 있지?”

 

가원은 의사를 한 명 부르고, 곧 의사는 내 손등을 꿰매주었다.

 

가원: “뭐에요?”

 

태환: “위치추적기.”

 

가원: “예?”

 

태환: “백서가 만들어줬어.”

 

태환: “이건 폰. 새것이야. 나중에 뭐 등록하고 뭐하고 해. 거기 앱에 내 위치 계속 뜰 거야.”

 

가원: “선..선생님.”

 

태환: “날 믿겠어?”

 

가원은 뒤돌아서 문을 잠그고는 내게 다시 걸어왔다.

 

가원: “처음이에요.”

 

태환: “나도야.”

 

양팔은 풀어주나 다리만은 묶어둔 가원.

 

내 옷을 잘라내고는 나의 위에 올라탄다.

 

그러고는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가원과 나는 서로 몸을 탐할 뿐이었다.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고.

 

서로의 혀를 느끼고.

 

서로가 연결된 기분을 느끼고.

 

누구보다 서투른 둘이었으나 우리는 분명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고 믿고 있었다.

 

한바탕 일이 끝나고...

 

태환: “고슴도치.”

 

난 의자에 기댄 채 입을 열었다.

 

가원: “헉...헉...무슨 소리예요, 선생님?”

 

연결된 채 내 위에서 쓰러진 가원이 입을 연다.

 

태환: “고슴도치의 딜레마 말이야.”

 

가원: “아, 그거요.”

 

태환: “가원아.”

 

가원: “왜요?”

 

태환: “너의 가시를 다 없앴어. 이제는 너의 속살을 맛볼 일만 남은 것 같아. 이리와.”


가원: "❤❤❤"


가원은 다시 나를 탐했다. 


긴 하루였지만, 남은 시간도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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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드디어 1부 끝.


마지막 묘사가 부족한 것 같지만....


얀챈 소설을 많이 읽어보았지만 잘 못하겠다.


2부는 스토리 방향을 좀 정리하고 쓸거고


그동안 외전이나 심심하면 적을게.


끝까지 읽어준 얀붕이들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