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고 차가운 막대형 녹음기, 얀진이 자주 사용하였는지 군데군데 허옇게 칠이 벗겨진 낡은 녹음기를 나는 한참이고 주물거렸다.

이 녹음기 안에 그녀의 이중성과, 그녀의 민낯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음성만 녹음된다면 정말 얀순이에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


적막한 거실에 밝은 알림음이 울렸다. 


[김얀순 : 지금 거의 다 왔엉ㅎㅎㅎ 불켜놓고 있어♡]

[김얀붕 : 그래]


이미 그녀에겐 같이 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미리 카톡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분명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집으로 들어올 그녀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불길한 생각들이 자꾸 머리를 헤집어놓았다. 



바로 이틀 전 지금 이 공간에서 그녀는 나의 목을 조르고 협박을 동반한 성교까지 저지른 여자였다. 고작 통장의 거래 내역에 여자의 이름이 찍혀 있단 이유만으로. 

만일 불순한 의도로 그녀의 음성을 녹음하려는 것이 들통난다면 그 후환은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신체적인 폭력을 넘어 나를 사회적으로 말살시키든가, 그 배후를 묻기 위해 감금까지 저지를지도 모르는 여자임은 분명했다. 


"...씨발..."


결국 모 아니면 도의 상황에 처해진 나는 한참이고 머리를 감싸쥐고 눈물을 흘렸다. 내가 얀순이와 사귀게 되면서 원했던 건 그녀의 따스하면서도 애정어린 사랑뿐이었는데, 지금 그녀는 점점 변덕스럽게 나의 목을 죄면서 나의 모든 걸 앗아가고 지배하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애초에 처음 만날 때부터 잘못된 인연이었다. 

차라리 1254만 명의 팔로워들처럼 그녀를 멀찍이서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더라면,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지않고 순순히 법의 댓가를 치뤘다면, 그날 그녀의 저녁 약속을 받아들였더라면, 그녀의 유일한 팔로잉이 되었을 때 인스타를 삭제하고 얌전히 잠적했더라면, 쓸데없이 자살 시도로 그녀의 관심을 끌지 않고 조용히 연락을 끊었더라면...   


"씨발..."


병신새끼. 

난 그렇게 광적인 팬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로 먹고, 그녀에게 휘둘리고 목을 졸리며, 살아있는 장난감이 된 지금 이때까지도 그녀를 조금이나마 사랑하고 있었다. 


만약에 오늘 녹음에 성공해서 그녀의 이중적인 면모가 밝혀진다면? 일반인을 협박해 강제로 연애 사실을 발표하고 장난감 취급한게 알려진다면?

그녀의 이미지가 정말 바닥을 내려치고도 지하까지 내다꽂힐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게다가 사랑하는 나에게 배신당했다는 그 배신감과 분노는 극에 달할 테고, 얀순이는 아마 그걸 혼자 스스로 견디기 힘들겠지. 



그녀에게 받은 상처만큼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얀진에게 녹음기를 받고 집으로 향하던 그때까지도 미친년을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떼어놓을 수 있을까 고심하며 들떠 있었지만, 막상 지금 당장 그녀를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동공이 흔들렸다. 


분명 그녀는 집착하고 변덕스럽지만 않다면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게다가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통크고 넉넉하게 베풀 줄 아는 사람. 시덥잖은 수수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아직 평화롭게 일을 해결할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말로 내 고충을 털어놓는다면 해결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도 않을까? 우유부단한 내 머릿속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었다. 


지금 마음 깊이 남아있는 상처때문에 그녀를 차갑게 내팽겨치느냐,

남아있는 사랑때문에 변덕스럽고 집착하는 그녀를 견뎌내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

.

.

.

.


"얀붕아~♡ 나왔어!"

"어...?! 어! 왔어...?"


그녀가 어젯밤처럼 노크도 하지 않고 집으로 들이닥치자 소파에 앉아있던 얀붕이 괜히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문을 열며 쌀쌀한 찬공기가 들어왔고, 그 여파인지 그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그녀를 껴안으며 맞이해주었다. 

얀순은 그의 체온과 체취를 한껏 느끼기 위해서인지 온몸을 비틀어가며 그와의 접촉 부위를 늘려갔고, 마침내 발뒤꿈치를 들어 그와 점막 접촉을 하여 허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흐아아...헤헤, 많이 기다렸지...♡ 오늘따라 엄청 찐하네...?"

"..."


그녀는 늘상 그렇듯 그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유혹하듯 농담을 건냈고, 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현관에서 방구석데이트를 다 즐길 순 없었기에 그 직후에 그녀는 외투를 벗고 거실에 입성했고 얀붕은 부엌으로 향한 뒤 냉장고에 준비해놓은 재료들을 챙기며 앞치마를 둘렀다. 


"헤헤, 가정주부 얀붕이~♡ 바깥사람 밥해준다고 준비까지 해놓은 거야? 장해~♡"


그런 가정적인 모습을 그녀가 지나칠 리가 있나, 방앗간을 발견한 참새처럼 잽싸게 그의 뒤를 덮친 얀순은 싱글벙글 웃더니 "아~, 그냥 오늘부터 얀붕이랑 같이 살까~♡" 라며 반쯤 진심이 담긴 말을 내뱉으며 그의 요리 실력을 구경하고 나섰다. 


물론 요리 실력이 보통 남자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얀붕이었지만, 엄마에게 레시피와 함께 전수받은 비법 양념, 냉장고 안에 그녀가 챙겨놓았던 고급 식자재들을 두고 맛없는 요리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다 은근히 얀순이의 압박도 있었고.  



마침내 그의 손에서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향기가 퍼지는 갈비찜과 김장김치와 고기를 뭉탱이로 썰어놓은 밥도둑 김치찌개가 완성되자, 그녀는 환호성과 함께 폰을 들며 음식들을 반겼다. 


"와아아...♡ 지인짜 맛있겠다♡ 얀붕이 최고!"


요란한 셔터음과 함께 필요 이상으로 감격에 젖어있는 얀순을 얀붕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불과 저녁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겠노라고 결심했던 그였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미모의 그녀가 흔한 여자친구처럼 사소한 것에 들떠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멍청하게도 잠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와인도 있었네! 어때, 한잔 할래?"


그녀는 아주 태연하게 그냥 개수대 아래에 빈 공간인줄로만 알았던 곳을 활짝 열더니 거기 있던 와인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애초에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내준 집이었기에 지금 살고 있는 얀붕이보다 오히려 그녀가 이 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와인의 존재에 무언가 계획이 비틀린 얀붕은 잠시 멈칫하다가, 문득 술이 들어가면 그녀가 더 진심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먼지쌓인 와인잔을 닦았다. 


.

.

.

.

.


"그래서어~, 그 인간이 나더러 옷을 더 열라는 거 있지~?"

"...너무했네."

"아무리 같은 여자라지만은~,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거 아니야~?"


어느덧 밤이 깊어져 가고, 제법 넉넉하게 준비해놓았던 요리들과 와인병이 말라갈 즈음, 그녀는 주취를 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혀가 꼬이는 수준이었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그녀가 이 업계에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 차마 나같은 보통사람이 알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비밀스러웠던 사실들을 가볍게 털어놓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이쁘고~, 잘나고~, 인기가 많아도! 그래도 난 여자랑 연애하긴 싫거드은~. 그래서 확 그냥!"


그녀가 자기 입으로 자화자찬을 일삼는 지경까지 이르고 나자, 슬슬 나는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취중진담이란 말도 있던가, 그녀가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이때가 아니면 그녀에게 내 속내를 털어놓을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저기, 얀순아."

"으응~? 우리 쟈기~♡"

"ㄴ, 나. ㅇ...왜 좋아하는거야?"

"응? 그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거지이~!"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그, 그 날. 왜 나랑 사귄다고...'거짓말'한 거야?"


그녀의 이중성을 폭로하느냐, 마느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갈래길이었다. 그녀의 대답에 따라 나의 행동이 결정될 것이다. 

과연 그녀ㄴ


"야, 김얀붕."


그 순간, 화기애애하던 부엌의 분위기가 갑작스레 싸늘해졌다.     

  


무언가 아차 싶었다.

잠시 지금의 분위기를 읽어 나가던 나는 멀뚱멀뚱 얀순이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아까 전같은 밝은 미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할 화를 꾹꾹 눌러담는 것처럼 긴박하기까지 했다. 


"내가, 그렇게 우스워?"

"...ㅁ, 뭐?"


그녀는 그 한 마디를 꺼내기 전까지 겉보기엔 평정을 유지하는 것처럼 밝아 보였었지만, 지난 몇 달 간 그녀를 가까이서 봐온 나는 알 수 있었다.

 

시발 좆됐다고.


얀순이는 미소를 풀고는 방금 전까지 술에 취해 흐느적대던게 연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소름끼치는 눈빛은 마치 동공을 통과해 내 뇌까지 침투하려는 것처럼 강렬하게 쏘아대고 있었다.   

뒤늦게 나는 손을 가로저으며 농담이라며, 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라며 가볍게 넘겨보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내 해명을 듣지도 않을 것처럼 손을 우악스럽게 펴서 내 턱을 붙잡았다.


"요새 씨발 아주 가지가지로 지랄하네? 김얀붕 너답지 않게?"

"으흐읍...!"


그녀는 내 턱을 붙잡고는 거실로 내팽겨쳤다. 워낙 거칠게 밀어붙였던 탓에 식탁 위에 있던 와인병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 

얀순이는 정색한 채로 한참을 붙잡고 가까이서 내 눈을 쳐다보다가 갑작스레 씨익 웃기 시작했다. 그 괴이한 행동에 나는 무언가 크게 잘못됐음을 직감하고 숨을 급하게 들어마셨다.  


"얀붕아, 진짜 그게 궁금해?"

"...으흐으....흐흐흡..."

"사람이 씨발 묻잖아, 궁금하냐고."

"..."


나는 날선 그녀의 욕설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반응을 본 그녀는 그 상태로 방긋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유? 그래, 알려줄게."


.

.

.

.

.


"병신같아서."    


얀붕이의 체감상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얀붕이는 차마 그 뜻들을 머릿속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그녀의 입모양만 바라볼 뿐이었다. 


"씨발 아직도 이해 못했어? 방금 말했잖아, 병신같아서."

"...에...ㅇ, 왜..."

  

칠칠맞지 않게 그는 얀순이의 손바닥에 침을 묻혀가며 간신히 대답했다. 

병신같아서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 처음부터 얘기해줄까? DM에 벌벌 떨면서어~ 네가 미안하다고 싹싹 빌고, 응? 기억나? 그때 네가 병신 머저리새끼마냥 꼬라지가 완전 개새끼같더라?"

"..."

"그래, 처음엔 김얀붕 너 남자로 안 봤어! 아니지, 사람으로 안 봤어. 사람 말할 줄 아는 개새끼로 봤지."


얀순이는 벌벌 떠는 그의 얼굴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에이, 처음에는 그랬다는거지이~. 나중에 얀붕이 너랑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공유하고~. 그러면서 친구처럼 느껴지는거 있지? 그때 한참 외국에서 촬영나가서 스트레스 받고, 좆같은 새끼들 꼬이고 완전 개지랄이었거든~." 


그녀는 그 말을 하고 나서 무언가 회상에 잠긴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그를 소파에 눕혀 놓고는 그 위에 올라타 마저 이야기하였다. 


"그래! 잠깐 나 말동무가 좀 필요했었어, 그땐 진짜 아무나 내 얘기를 좀 들어주면 좋겠다~싶더라고! 그때 딱 부르면 개처럼 달려오는 네가 있었고. 맞다, 팔로잉? 그거 처음엔 장난이었어. 그때 나 생깠었지? 장난으로 한 거야~. 그건 미안해.... 정말, 정말, 너한테 처음으로 미안해서 사과할 생각이었어."


점점 그녀의 말과 행동이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턱을 붙잡힌 탓에 얀붕이가 알 수 없는 신음을 흘려댔다.  



또다시 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 느닷없이 그녀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그의 턱을 붙잡고있던 손에 체중을 확 실었다.  


"근데! 이, 씨발, 좆같은, 개새끼가, 어떻게 자살하려고 뛰쳐내릴 수가 있어?!!?! 응!?"

"흐으으읍...!! 흐그그읍!!"


광대뼈에 금이 갈 것같은 극악의 고통에 그는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억누르고 있던 그녀의 분노가 마침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얀붕이는 팔다리를 휘저으며 저항하려고 했지만, 이미 오랜 시간동안 얼굴을 붙잡혀 지친 탓에 얼마 가지 못하고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 뒤로 엄청 후회했어. 내가, 내가 사람을 죽일 뻔했다고. 그 날 네 얘기를 듣고 한참을 울었어. 그러면서 느꼈지, 내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던 거야."


그녀는 변덕스러운 여자였다. 

화가 클라이막스에 치닫고 난 뒤에도 그녀는 노기를 품은 채로 말을 이어나갔지만, 조금씩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

"널 만나면 사과하려고 했어.... 내가 이렇게까지 다른 친ㄱ, 아니 남자한테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거든? 나 그때 뭔가 머릿속이 하얘지고, 응? 네 병실 앞에서 계속 돌면서...! 어떻게 하면 얀붕이 너한테 용서를 받을까, 딱 들어가고 나니까 아무 생각두 안 들고오...눈물만 나고...그래도, 그래도, 참아가면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야, 얀순...아..."

"근데 네가 씨발 나가라며. 그때, 좋았어? 응? 자기 머리 꼭대기에 있던 년을 그렇게 차버리는게 그렇게 좋았어?"

"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위에 있던 개새끼들도 다 그렇게 말하더라. 아가리로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어!?!?! 허벌창같은 뒷구멍으로는 걸레년이니 창녀니 하면서 씨발...."


그녀의 분노가 다시 극에 달하고 있었다. 또다시 숨이 막히면 의식을 잃은 것같은 직감에 그는 어떻게든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이며 용서를 빌었다. 


"미...미, 미안해...내가...흐윽..."

"으음~, 아니야, 아니야. 이제 괜찮아. 눈물 뚝! 다 끝난 얘기잖아~? 하여튼 그 뒤로 엄청 울고 술도 마시다 보니까 딱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흐읍..."


그녀가 마침내 그의 턱을 잡은 손을 떼었다. 하지만 얀붕이는 입이 자유로워진 뒤에도 아무런 변명이나 욕설조차 하지 못하고 눈물로 젖은 눈꺼풀을 깜빡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너도 그렇지 않아? 처음엔 내 한마디 한마디에 빌빌대던 개새끼가 그렇게 조금 컸다고 개기면서 사람을 물며느은, 두드려 패든 밥을 굶기든 조져놔야 다시 주인님한테 낑낑대면서 매달릴거 아냐?"

"..."

"일단 연애한다고 나불대면서 목줄부터 채워놓고~, 또 어디 개좆같은 짓거리하면서 지랄할거 뻔하니까 관리하기 편하게 개집에 가둬놓고~, 응? 그렇게 하다보니까 지금처럼 된 거지 뭐~."  


마침내 결론에 도달할 기미가 보였음에도 그는 아무런 대답이나 반박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멍한 눈이었다.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얀순이는 느닷없이 표정을 바꿔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띄며 입을 열었다.  

  

"얀붕이 너. 요새 좀 기어오르긴 해도 결국엔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개새끼잖아, 그냥 주인이 주는대로 쳐먹고, 시키는대로 배깔고 엎드리면서 낑낑대는 개새끼잖아, 맞지?"


대답하지 않는 그의 입이 꾀씸하다는듯 그녀가 슬쩍 그의 입술을 꼬집고는 곧바로 입을 맞추었다. 

  

"너같은 버릇없고 발정난 개새끼는, 내가 잘 돌봐줄게...평생...♡"  

     















-----------------------------------------------------------------

또다시 분량 폭8


뭔가 지금까지 얀순이가 갖고 있던 얀붕이에 대한 애증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냥 사디스트 여왕 눈나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 마조얀붕이가 아니면 이번 편은 좀 많이 불호일 듯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