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에 걸려 병원 입원을 반복해 학교를 잘 다니지 못하는 얀붕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얀순이는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그 소년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미묘한 호기심을 느꼈다.

얀붕이네 집은 흙수저라서 더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면 얀붕이의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수도 있었지만 그냥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다니고 있다. 

얀순이의 부모님도 아주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딸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모두 사주었다. 

얀순이는 같은반 아이들과 담임선생님과 함께 얀붕이의 병문안을 갔다.

얀붕이는 2살때부터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은 활자중독이라서 책을 가까이 했다. 

 그날 얀붕이의 책은 물리학이었다. 초등학생도 쉽게 고전역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얀붕이는 과학을 좋아하는구나'

선생님이 말했다. '네 저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오늘 MRI를 찍었는데 이게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발명품이래요'

당시 장착된 cpu의 클럭이 1Ghz인 고가의 워크스테이션으로 작동하는 MRI는 얀붕이가 병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의료기기다. 물론 건강보험 급여적용이 되지 않아 얀붕이의 이모가 촬영비를 대신 내준 것은 얀붕이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얀순이는 책과 기술, 공학을 좋아하는 얀붕이가 멋있어 보였다. 아직 어린 얀순이는 그게 전부였다.

얀붕이가 퇴원해서 학교에 돌아오고 선생님은 얀붕이를 얀순이 짝으로 앉혔다.

얀순이는 너무 좋았으나 티를 내진 않았다.

그대신 얀붕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쁜 옷을 입고 등교를 했다. 

얀붕이는 난치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대신 번식욕이 발달해서 얀순이의 다리를 보고 못된 짓을 하고 싶어졌다.

얀붕이는 얀순이의 다리를 슬쩍 만졌다가 뗐다.

얀순이는 '왜? 뭐 할말 있어?'라고 물었지만 처벌이 무서운 얀붕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얀순이는 숙제를 같이 하자며 집에 얀붕이를 초대했다. 

그러나 집에 간 얀붕이는 얀순이에게는 관심없고 컴퓨터에만 정신이 팔렸다.

얀순이는 이때부터 얀붕이가 하는 일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얀붕이가 pc방에 가면 일부러 cd-rom 꺼내서 윈도우98 블루스크린를 뜨게 했다.

얀붕이가 '버디 스파이크' 라는 메신저 시스템에 가입하자 매일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얀붕이가 얀순이의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자 '씨발놈아 왜 답을 안하는거야' 하고 화를 냈다

딱히 얀순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답을 안하면 화가 나는 것일 수도 있을까?


학년이 바뀌어 얀순이와 얀붕이는 반이 달라졌다.

얀붕이는 희귀병 때문에 신체의 운동기능이 무너져 체육과 미술, 음악은 잼병이지만 다른 과목을 열심히 했다.

그런 얀붕이가 도덕과목에 대해서 숙제 발표를 하면서 얀혜라는 여자애가 얀붕이에게 반했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있어 어떤 식으로 사랑이 싹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얀붕이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생긴 것이다.

얀혜는 얀순이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음료수와 초콜릿 등 간식을 주고 항상 얀붕이를 쳐다봐서 얀붕이는 뒷통수가 뜨거워 고개를 돌리면 얀혜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다른 반에 다니던 얀순이는 남자애들의 구애를 받았으나 얀붕이를 잃을 수 없어서 거부했다.

체구가 작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얀붕이는 소위 일진들에게 약점을 잡혔다. 

학교 일진들은 얀혜와 얀순이를 좋아하고 있는데 얀붕이때문에 계속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야 박얀붕  너때문에 얀혜가 나하고 안사귄대잖아' 

얀붕이도 얀혜가 싫지는 않지만 부모님이 여자친구 따위 사귀지 말라고 해서 사귀면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었다.

'그럼 너네가 얀혜하고 사귀면 되잖아'

얀붕이는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얀혜는 오직 얀붕이뿐이라 모두 거절하고 얀붕이에게 왜 고백을 안하냐며 신경질을 냈다

얀혜는 얀붕이의 다리 페티시즘을 이용하려고 두꺼운 검정 스타킹을 신고 학교에 왔다

그러자 여자애들이 이 더운날에 얀혜가 왜 스타킹을 신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얀붕이는 얀혜의 다리를 보고 살짝 심장박동수가 늘어났지만 부모님이 여자친구를 금한다는 무서운 법때문에 얀혜에게 고백을 못했다

이렇듯 스타킹을 유혹에 쓸 정도로 얀혜는 얀붕이를 생각하면서 혼자 즐기는 변태 여자아이였다.

얀혜는 얀붕이와 진도를 반드시 나간다는 일념으로 수학여행에 갔다.

수학여행에서 얀혜는 얀붕이와 같이 하고 싶었지만 불운인지 같이 앉는 일은 없었다.

얀순이도 다른반이어서 쌓인 얀붕이에 대한 그리움을 이번 수학여행에서 해소하려고 했다

얀순이는 얀붕이를 기절시켜서 침대에 단독으로 눕히기 위해 비누를 몰래 깔아두었다.

얀붕이가 지나가면서 비누를 밟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얀붕이는 비누를 피해서 무사히 지나갔다

얀순이는 자기가 공부를 못해서 얀붕이와 떨어지게 되었다는 망상이 생겼는데

이번에도 멍청하게 비누따위로 얀붕이를 다치게 하려는 실패를 해서 자괴감이 추가되었다


이후 얀순이는 굶어서 머리를 잘 굴리게 해야한다는 이상한 망상으로 거식증이 생겼다

얀붕이가 자신의 다리를 다시 만져줬으면 해서 다리를 사포로 긁는 기벽도 생겼다


얀혜는 얀붕이를 포기할 수 없어서 선생님을 이용하려고 했다.


얀붕이는 선생님을 잘 따르니까 선생님의 다리를 만지게 해서 선생님의 다리를 얀혜의 것으로 바꾼다는 망상이 생겼다.


이렇게 해서 얀순이와 얀혜는 모두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갖히게 되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얀붕이가 그녀들과 제대로 사귀어서 욕구불만을 해소했다면 비극이 아니라 희극으로 바뀌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