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정했어?”

 

내 가슴에 돌진해서 엄청 울더니만... 결국... 이게 뭐야 옷이 전부 젖어버렸잖아. 애초에 이거 없으면 내 상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 아직도 울고 있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히끅... 아직.. 진정... 안 했어요..!! 얀붕씨가.. 엄청.. 바보 같이.. 흐끄윽.. 소리 지르고! 다정하게 안 대해주고! 무섭게 하고! 마음에 아픈 말만 골라 하니까! 히끅... 흐끅.. 얀붕씨이... 얀붕씨이이...”

 

“...진짜 미안해. 네게 자꾸 심하게 말하고 소리 지르고 짜증내서.. 진짜 미안해! 그러니까 화 풀고.. 진정좀 해주면 안 될까?”

 

.. ... 그러면...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화를 풀기 위해서 머릴 쓰다듬어 달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쟤는 나보다 더 이상한 사람 같아.. 아아아...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쟤가 말한 내기도 조건도 못 들었는데.. 으아!! 알겠어 쓰다듬어 주면 되잖아!!

 

알겠어.. 쓰다듬어 줄 테니까 화 풀어줘.”

 

.

.

.

 

에헤헤헤... 얀붕아아... 얀붕아아.. 헤헤... 너무 기뻐...”

 

쓰다듬어 준 지 5분 정도 지났나..? 계속 쓰다듬다 보니까 생각 없이 엄청 머리 쓰다듬었네.. 그래도 뭐. 생각보다는 나도 나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키웠던 우리 집 댕댕이가 또 생각나기도 하고.. 거기다 생각보다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 웃으면서 저러고 있는데 화는 다 풀린... 걸까?

 

.. 화는 풀렸어?”

 

당연하지! ... 얀붕이가 나 쓰다듬어 줘서 정말 기뻐... 특히.. 테크닉이.. 정말로 굉장해서.. ..”

 

어딜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이 망할 자식이!

 

아야! 얀붕이가.. 너무.. 너무 세게 때려서.. 너무 아파...”

 

시끄러워, 이 망할 자식아. 그리고 머리에 약하게 딱밤만 했는데 그게 그렇게 아플 리가 없잖아... 그래서 아무튼... 이젠 얘기를 마저 해 봐야겠지. 그 내기하고 조건이 뭔지...

 

얀붕아... ... 어떻게 해..”

 

..? 도대체 뭔 일이길래 몸을 꼬아 대고 있어.. ? 잠깐만..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 혹시.. 그거야?”

 

“...맞아.”

 

큰일 났다아아!! 큰일 났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아아!! 어쩌지? 이 근처에는 화장실도 없고.. 있는 건 저 망할 자식이 가져온 그라탕 그릇하고 개 밥그릇밖에 없는데...

 

얀붕아아.. 도와줘어..”

 

... 아아아!! 시끄러워!! 지금 나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지금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니지 잠깐만.. 개 밥그릇하고 그라탕 그릇이랬지? ..조금 이상하지만, 얘기해 볼까.

 

. 미안한데 말이야. 저걸로 어떻게 해결은 보지 못할까?”

 

.. 저거 개 밥그릇 아니야? .. 얀붕아..”

 

어쩔 수 없잖아.. 지금 이곳에 화장실이 있어 뭐가 있어.. 지금 있는 것이라고는 저거하고 그릇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저 문이 내 힘으로 열리지도 않는단 말이야!”

 

.. 진짜.. 미칠 것 같다.. 심지어 생각해 보니 저걸로 해결을 본다 쳐도 한 손이 묶여있어서 내가 근처에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다... 자기 혼자서도 그.. 속옷도 못 내리잖아.. 아아.. 어떡하지이... 그래도 저게 최선의 방법이긴 한데...

 

... 으으으으... 어쩔 수 없어요... Alpha A3! 개방하세요!”

 

[시스템 가동.. 제어 중.. 성공하였습니다. Alpha A3. 개방합니다.]

 

미친.. 저렇게 열리는 거였어? .. 하하.. 젠장. 자력으로는 탈출 못 하겠네. 저 커다란 문이 음성인식으로 열린다니.. 근처에 전깃줄이나 회로라도 보이면 바로 부숴서 망가트리고 싶은데 그런건 애초부터 보이지도 않았으니.. 진짜로 쟤가 말한 그 내기를 받아야하나..

 

뭐해 얀붕아! 빨리 날 안고 문 밖... 저기로 뛰어가!”

 

..갑자기 뭐? 문 열더니만 갑자기 널 안고 저기로 뛰라고? 내가 네 하인도 아니고 네가 힘들게 왜 그런 짓을..

 

어서 얀붕아! 나 하지 않으면... 여기서.. 싸버릴 것.. 같단 말이야..”

 

이런 빌어먹을! 나랑 이곳에 갇혀 있었어도 인간성은 아직 남아 있나 보네. 애초에 내가 여기서 인간성 가득 담고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애초에 전제부터가 틀렸나..? 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 일단 지금은 이곳에서 나가서 쟬 처리하는 게 먼저다..!

 

조금 빠르게 갈 거니까. 방향이 어디인지만 말해. 알겠어?”

 

.. 알겠어 얀붕아!”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젠장할 어쩔 수 없다고! ...생각보단 가볍네. .. 나한테 울겠다고 처음에 올라탔을 때도 그렇게 무겁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어디로 달리면 되는 거야?”

 

.. 저기 있는 노란 문으로 가면 되는데... 조금만.. 천천히.. 가줘.. .. 나올 것 같애애...”

 

그렇다고 느리게 가면 느리게 간다고 나올 것 같다고 할 거잖아.. 결국 빨라도 나올 것 같고 느리면 느린 대로 참지 못하고... 그렇게 나오면 그냥 빠르게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또 글썽거리네. 이러다가 얘 우는 거 오늘만 10번 정도 보겠어. 아주. 그래도 일단.. 조금 빠르게 달릴게!

 

.. 얀붕아! 빠르다니까아아!”

 

아프니까.. 때리지는 말고! 미안하지만 그냥 갈게!”

 

흐아아... 빠르게 가면 안 된다니까아...”

 

.

.

.

어떻게든 저 노란 문으로 오고 문도 어떻게든 열긴 했지만... 화장실이라 해도 내가... 내가 쟤 도와줘야 하는 건 다른 게 전혀 없잖아! 심지어 그.. 속옷도.. 내려야하고... 수갑도 짧아가지고 같이 있어야 하는데...

 

얀붕아아... 도와줘어어... 나 혼자 못 하게써어..”

 

...진짜 할 수 밖에 없나.. ...

 

알겠어. 일단 눈 감을 거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

 

.. 드디어다.. 어쩌지.. 일단 눈을 감긴 했는데... 엄청 부드러워..!! 손이.. 엉덩이로 갔는데 엄청 부드럽잖아... 으으... 안 된다.. 번뇌 태산... 반야심경이라도 외워야하나.. 으으... 으으으으....

 

.. 그거 잡고.. 내려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제보살.. 으으... 부드러워! 행신반야.. 으으... 됐다! 내렸다! 이제 눈 떠도 괜찮...

 

눈 뜨면.. 안돼.. 그대로.. 있어줘..”

 

...젠장할!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리까지 다 들리잖아... 젠장!! 제발.. 빨리 끝내줘...

 

.

.

.

.. 진짜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것 같은 시간이었어.. 차라리 수능을 한 번 더 보는 게 나을 정도야... 

 

.. 안해 얀붕아.. 괜히 얀붕이도 힘들게 이런거 해서..”

 

그건 아니지. 따지고 보면 같이 동귀어진하겠다고 수갑까지 채우고 한 내 잘못이긴 하지만... 지금 듣고 싶은 건 그런 사과가 아니라 내기하고 조건이었는데.. 잠깐만. 잘 생각해보니 그냥 이대로 얘 같이 끌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지금 방 밖으로 나와있는데.. 해볼까?

 

꺄아?! 얀붕아.. .. 안아주는거야..?”

 

아니. 이대로 도망갈 거다.”

 

내가 이렇게 마음이 흔들린다고 할지라도, 어차피 네 입장은 인질이거나 아니면 같이 동귀어진할 그런 사람이거든. 미안하지만 넌 나랑 같이 인질로서 가줘야겠어.

 

.. 안 돼! 지금 밖으로 나가면... 다칠 수 있단 말이야!”

 

그것쯤은 여기 오고 나서도 그렇게 생각했단 마..”


으으... 으아아아...!!! 어깨.. 쪽이... .. 으아아...!!

... 갑자기 등 뒤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져서... 으으윽....

 

얀붕아?! 얀붕아! 정신 차려봐! 얀붕아! .. 피가.. 엄청.. 으으.. 얀붕아! 얀붕아!”

 

시끄럽게.. 부르지.. .. 아파 죽겠는데.. 절대로.. 안 죽을 거야.. 뻔뻔하게라도 살아남아서.. 최소한 내 꿈을.. 이루고.. 죽을.. 거라고..

 

얀붕아... 눈 떠줘! 제발.. 얀붕아!!”

 

그렇게 얀붕이는 쓰러졌다. 얀순이는 얀붕이가 넘어질 때 자신의 팔로 보호해서 그나마 상처도 없이 넘어졌지만 얀붕이는 상태가 달랐다. 입고 있던 셔츠에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 사이로는 얀붕이의 피가 새빨갛게 흐르면서 나오고 있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그렇게 말을 하면서 정장 차림을 한, 그리고 한 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는 한 여자가 그녀를 향해서 다급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미 죽어버렸고, 얀붕이에게 그렇게 잘 보이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는 얀붕이에게 보여주었던 부끄러움 많고 울보인 그녀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이분 들고 치료하세요.”

 

.. 아가씨..”

 

총을 든 여자가 그렇게 말을 하자 완전히 죽어버린 눈으로 여자를 엄청나게 쏘아보는 그녀. 사태가 심각한 것을 알아챈 여자는 마른 침을 삼키고 수갑을 푼 후 바로 등에서 피가 나오는 얀붕이를 매고 어디론가로 재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얀붕이가 흘린 피를 보면서 손을 잡고 기도하는 그녀만이 남게 되었다.


***


YO! 얀붕이 친구들 안녕!

하루에 한편. 이라는 자기만의 약속은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연재는 열심히 할게.

재미있게 봐주었으면 정말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봐줬으면 좋겠어. 


아 그리고 치킨 주는 대회 참여 때문에 소설이 올라오는 텀이 조금 길어질 수 있으니

조금 늦게 올라온다고해서 너무 뭐라하지는 말아줘...


그래서 내 얀순이는 어디에..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