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yandere/21187594

2화: https://arca.live/b/yandere/21285211?target=all&keyword=%EB%A0%88%EC%A6%88&p=1

3화: https://arca.live/b/yandere/21334637?target=all&keyword=%EB%A0%88%EC%A6%88&p=1

4화: https://arca.live/b/yandere/21542169?target=all&keyword=%EB%A0%88%EC%A6%88&p=1



그 후로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얀진이와 나는 그저 평범한 연인 관계를 이어나갔다. 학교에선 항상 같이 다녔고, 방과 후에는 여러 곳으로 데이트를 갔으며, 시간이 날 때는 모텔로 가는 것 뿐이었지만, 그녀는 그것 자체가 매우 즐거운 듯이 행동했다.


"으흐읏...!! 야, 얀붕아아아..... 너무....좋아.....하읏, 헤으으으.......♡"


그녀와의 성관계, 그러니까 섹스는.....그냥저냥 평이했다. 얀진이는 서양 야동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허리를 미친듯이 돌리고 헐떡거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그저 덤덤하게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대한 얀순이와 비교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역시 근본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내가 얀진이에 대해서 처음으로 실망감을 느꼈을 때는, 그녀가 음주와 흡연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밤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쪼그려 앉아있던 그녀는, 내가 다가오자 황급히 비명을 지르며 소주병과 담배를 숨기려 했지만 손이 느린 탓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만이라면 그냥 간단한 실망으로 끝났겠지만, 정말로 꺼림직하고 이상한 점은 따로 있었다.


내가 얀진이와 가는 모든 곳에는, 언제나 얀순이가 먼저 와 있었다.


쉬는 시간에 손을 잡고 다닐 때는 복도 모서리에 서서 나를 향해 미소지었고, SNS에 나온 유명한 카페로 갔을 때엔 어느새 근처의 좌석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얀진이와 함께 갔던 놀이공원에서 인형탈을 입고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누어주는 얀순이의 모습을 봤을 때, 나는 그녀의 행동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지? 어차피 레즈인 저 자식이 나를 좋아할 리가 없는데.'


나는 혼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지만, 스스로는 도저히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집에서 돌아다니는 얀순이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녀는 시치미를 때며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순진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기괴한 관심이, 밖이 아닌 집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 9월의 두번째 날 밤이었다.


----------------------------------------------


".......아직 해도 안 떴잖아?"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창문 밖을 내다보자 쓸데없이 큰 달빛이 눈을 부시게 만든다.

목이 마르다. 목구멍이 바짝바짝 말라서 쩍쩍 갈라진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부스스하게 뜬 머리를 더욱 헝클어뜨렸다.


옆에 있던 핸드폰의 전원을 키자, 새벽 두시라는 뚜렷한 두 글자가 보인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머릿속 한가운데에 엄습한다.


잠들기 전 분명히 닫아놓았던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너머로, 불이 꺼져 암청색으로 물든 음침한 색채의 거실이 비친다.


기괴한 그림을 보았을 때와 같이 생리적인 거부감과 껄끄러운 감정이 솟아오른다. 나는 애써 고개를 내저으며 그 감정을 떨쳐버린다.


어두운 거실로 걸어나간 나는, 정수기 근처에 처음 보는 오랜지 주스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마시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 나는 유리컵을 하나 들어 그 안에 오랜지 주스를 부어넣었다.


한 모금을 들이키자 뭔가 끈적끈적하고 기분나쁜 식감이 입 안에 퍼져나간다. 손발이 저릿저릿하고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때에야, 나는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때? 내 애완용 햄스터가 되어버린 기분이..."


어딘가 들떠 있는, 그러면서도 묘하게 긴장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퍼진다.


뒤를 돌아보자 섬뜩하고 이질적인 눈빛을 한 얀순이가, 입이 찢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비틀린 미소를 지은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질질 끄는 듯한 걸음걸이로 날 향해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축축한 감촉과 비릿한 쇠 냄새. 그녀의 손바닥에는, 막 아문 듯한 자해의 상처 몇 개가 드러나 있었다.


얀순이는 텅 빈 인형같은 시선으로 내 얼굴을 뚫어질 듯이 응시한다. 거칠고 따뜻한 날숨. 묘하게 색정적인 체취가 얼굴의 피부를 애태우는 듯이 간질인다. 그 기괴하면서도 퇴폐적인 모습에, 나는 저항할 힘도 마음도 잃은 채로 순식간에 돌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입술 위에 포개진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릿하고 달콤한 타액이 흘러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필사적으로 그녀의 혀를 나의 혀로 휘감는다. 얀순이는 달콤한 사탕이라도 되는 듯이, 나의 혀와 그녀의 혀를 집착적으로 얽고 타액을 게걸스럽게 탐했다.


공허하던 그녀의 눈이 녹아드는 듯한 열락과 만족감, 그리고 혐오감으로 채워진다. 그녀의 왼손은 내 가슴팍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지만, 동시에 셔츠 속에 집어넣어진 오른손의 손톱은 등의 살갗을 파고들어 상처를 낸다.


"정말로, 기분 나빠. 너같은 개자식과의 키스로 흥분하다니......."

그녀가 포개진 입술을 거두자, 양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는다. 늘어진 타액을 부드럽게 혀로 핥으며, 얀순이는 불쾌감과 향락이 동시에 섞인 미소를 지었다.


찌릿찌릿한 전류가 통하는 감각과 함께, 하반신이 뜨거워지며 아플 정도로 피가 쏠린다. 터질 것처럼 팽창한 바지의 윤곽을 본 얀순이의 얼굴에, 혐오와 갈망이 뒤섞인 표정이 떠오른다.


"얌전히 있어. 아저씨와 아주머니께는 수면제를 먹였으니까. 아마도 내가 네 목을 톱으로 썰어버려서 네가 돼지처럼 꽥꽥 소리지르다고 해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실 거야"


"이, 이 미친 또라이년....."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가학적인 웃음을 터뜨린다. 숨이 넘어갈 듯이 한참 동안 낄낄거린 후, 얀순이는 내 발목을 거칠게 붙잡고 나를 바닥에 질질 끌고다니기 시작한다. 문지방에 머리 뒤쪽이 부딪히자, 묵직한 통증이 뒷목 부근에 엄습한다.


"끄흑, 끄아아아아.....아, 아프잖아......."


"아파? 아픈 거야? 저, 정말로 미안해! 금방 침대까지 옮길 테니까, 괜찮지? 그런 거지? 그러면 되니까!!"


얀순이는 진심어린 걱정이 담긴 표정과, 가학적인 미소 사이를 순식간에 몇 번씩 오가며 아무 소리나 제멋대로 횡설수설거린다. 그 기괴한 광기에 압도당한 나는, 아무런 저항도 취하지 못한 채로 그녀의 가녀린 팔에 의해 내 방 침대까지 끌려간다.


날 침대 위에 내던진 얀순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검은색의 치마와 흰색의 속옷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속옷은 이미 젤리 속에 담갔다가 빼내기라도 한 듯이, 찐득찐득한 점액질의 액체로 흠뻑 젖어 있었다.


---------------------------------------------



요새 삶이 개판이라 중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글이 안나온다. 어거지로 써서 완전히 ㅆㅎㅌㅊ로 나오노.....

일단 다음 편 써서 완결은 낼 생각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