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진이외 얀붕이의 결혼식은 일사천리였어.

얀붕이와 얀순이의 관계는 주변인들에겐 비밀이었던 탓에 얀순이 입장에선 뭘 할 수도 없었지.

"...이런 축복 속에서 진행되는 결혼식의 주례를 맡게 된 저도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자리를 맡겨준 신부 김얀진 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제가 얘기를 하면 또 얼마나 좋은 말을 해드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 가슴에서 나오는 진심이 담긴 몇 마디를 신랑 김얀붕 군과 신부 김얀진 양에게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중략-

...주례자가 성혼 선언을 함으로서 이제 완전한 부부가 되었습니다.
두 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주례자의 성혼 선언까지 받은 얀붕이와 얀진이.

얀붕이는 이런 상황 속에서 생각했어.

'좆됐다'

분명히, 얀붕이 입장에선 좆됐다는 표현이 정확히 들어맞았어.

하지만 얀진이 입장에선 아니었지.

"얀붕아~ 이마에 키스해야지~
아니면 입술이 좋아?"

오늘은 얀진이에겐 평생 중 가장 행복한 날이었거든.

얀순이라는 걸레한테 빠진 얀붕이를 자신의 순수한 몸으로 완전히 정화된 날...

"으...응..."

하지만 부모님과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거절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얀진이의 이마에 키스한 얀붕이.

그리고 느껴지는 따가운, 아니 살벌한 시선.

***********

'아...'

"저... 씹..."

얀붕이가 얀진이의 이마에 키스하는 것을 보고선 눈을 까뒤집는 얀순이.

그렇다고 결혼식에서 깽판치기에는 얀붕이에게 미움받을 것 만 같아 아무것도 못했어.

'얀붕이가 그때 단호하게 거절했다면...?'

'내가 졸라도 얀붕이가 싫다고 했으면...?'

'얀붕이가 콘돔 확인만 잘 했으면...?'

'얀붕이가 질내사정하지 않았다면...?'

얀순이는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어.
자신의 잘못마저 얀붕이에게 돌려서
증오가 얀진이는 물론 얀붕이에게 향하게 되었지.

"우선... 그 씨발련하고 그년 아이를 죽이고... 얀붕이한텐 '벌'이 필요하겠네...?"

************

얀진이는 완벽히도 완벽했어.

백이면 백 돌아볼 예쁜 얼굴,

동양을 초월한 몸매,

한국에서 최고로 치는 K대학교 출신의,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그리고, 주변에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성격.

"내 말을 누가 믿어 주겠어..."

여친의 성벽을 맞춰 주려다가,
저런 완벽한 여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의도적으로 임신당해서,
결혼 '당했다'.

"씨발... 도둑놈은 내가 아니라 저년이라고!"

아니, 그럼 도둑놈이 아닌가. 어쨌든.

"얀순이는 또 미안해서 어떻게 봐..."

여자친구 였던, 얀순이.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어.

자신이 확인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얀붕이는 결심했어.

결국 자신이 얀순이의 집에 찾아가, 직접 담판을 짓겠다고.

*********

"얀순아... 미안해!"

"..."

"전부 내 잘못이야..."

사실 얀붕이만의 잘못이 아닌 것은 얀붕이도 알고, 얀순이도 알고 있다.

"그래...다 네 탓이야..."

"어?"

얀붕이는 순간 할 말을 잊었어.

자신이 말을 그렇게 하긴 했어도,
얀붕이도 얀순이가 그렇게 반응 할 줄은 몰랐던 거지

"왜 그때 거절 안했어?
왜 그때 콘돔을 확인 안했어?
싫으면 싫다고 했어야지!
왜 그때 그년 이마에 키스했어?
좋았어? 좋았지?
왜 무턱대고 질내사정했어?
기분 좋았어?
아무데나 세우고 다니는 걸레좆이야?
여자면 다 좋은거야?
넌 절조도 없어?"

"..."

"...알겠어...얀붕아... 용서해 줄게..."

"어?"

"그으럼...물론... '벌' 받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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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진이 엔딩이 더 많으면 둘 다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