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자살기도를 하였다.

어느때와같이 직장에서 일하던 중, 어머니의 전화가 왔다.

울먹이며 말씀하시길, 동생이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하고 있었고, 집에 유언장을 쓰고 나갔다고, 빨리 찾아야한다고 그러셨다.


몰랐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이라 항상 조심해서 대했는데, 집에 오면 밝은 얼굴로 활기차던 동생이 그런걸 숨기고 있을줄이야.

일이 잡히지 않아, 반차를 내고 동생을 찾아다녔다.


학교, 학원, 노래방.. 그 외 얀순이가 다녔던 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터에서 얀순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뿐슴을 몰아내며, 그녀에게 다가가 한마디를 하려했지만, 서럽게 울며 그네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얀순아..."

"아, 오빠..."


얀순이는 나를 보자마자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눈가에 걸린 눈물은, 지고 있는 석양 너머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것만 같은 그녀의 모습에, 그녀에게 다가가 꽉 끌어앉았다.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돌아가자."


내 가슴에 두 손을 올린채 그녀는 하염없이 울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잠기게 할만큼. 그녀는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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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연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에는 이미 부모님 두분이 다 계셨다. 

둘은 그녀에게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였다.

생전 눈물을 보이질 않던 아버지가 슬퍼하자, 동생은 오히려 안절부절 못하다 방에서 쉬라는 말에 방으로 들어갔다.


"오빠,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그녀의 방에는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와본다.

아무래도 나이차가 12살이나 나니, 별로 들어올 일이 없던 그녀의 방은 너무나도 단초했다.

여자아이가 좋아할만한 인형도, 분위기도, 아무것도 없었다.

넓은 방에는 침대와 책상 뿐. 

책장에는 책이 꽃혀있지 않았고, 책상 밑에 있는 책가방은...

온통 찢어지거나, 낙서가 돼 있었다.


얀순이가 가방을 발로 가볍게 밀어 내 시야 밖으로 보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미안하다. 못들어줘서."

"으응, 괜찮아. 내 성격이 문제니깐."

"얀순이는 잘못한게 없어!"

"..."

"얀순아, 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 그러니 너무 비관하지마."

".. 고마워"


얀순이는 내가 항상 보던, 활기찬 아이가 아니였다.

"사실은.. 너무나도 힘들었는데, 그랬는데.. 가족한테 걱정 끼치기는 싫어서.. 차라리 죽어버릴까.."

흐느끼며 말하는 얀순이의 모습에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미안하다며 반복하는 수밖에.


"오빠가 왜 미안해하는거야.. 흐어엉"

우리는 서로를 걸싸안고 울었고, 나는 휴가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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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가 나서야겠어."

"하지마, 그냥 조용히 있는게 편해."

"그래도!"

"오빠."

"얀순아, 그냥 넘어가기엔"

"그냥 넘어가야 좋은거야. 나도 힘낼게. 대신 집에서 푸념음 하면 들어줘야해?"


가슴은 끊임없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에게 철퇴를 내리라 말했지만, 머릿속은 괜히 소란을 일으켜 얀순이에게 부가적인 피해를 줄거라며 반대하였다.

얀순이가 괜찮은 척 할수록 마음은 더욱 미어져왔다.


"오빠, 오늘은..."

"오빠, 내가 그랬는데, 걔가 말이야.."

"오빠, 새로운 취미를 찾았어. 같이 해줄래?"

오빠. 오빠. 오빠.

그녀는 다시 예전의 텐션을 보여주려 노력을 하지만, 깊게 뿌리박힌 상처는 나아지지 않았다.

단지, 내게 털어놓는것만으로도 눈에 띄게 안심을 하여서 그저 이 팽팽한 상황을 유지해갔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좋게 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나에게 너무 많은걸 의존하게 되었다.

옷을 고를때도, 밥을 먹을때도, 잠을 잘 시간까지.

그녀는 내가 없이는 주체적으로 생각을 하려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말리고 싶었지만, 아직도 큰 소리에 흠칫 흠칫 떠는 그녀를 나는 건드릴 수 없어, 속만 태우고 있었다.


무슨일을 하든 눈치를 보는건 좋은 일이 아니였다.

마치 애정을 갈망하는 강아지같이 칭찬을 받기 위해 어떤것이든 하려 하였고, 혹여 내가 싫어할까봐 비슷한류의 행동은 죽어도 안하려하였다.


부모님께 상담을 드리려 생각도 해보았지만, 저번일 이후로 얀순이의 눈치를 보는 부모님이 혹여 더 큰 걱정이 생길까 가슴속에 묻어두었다.


"오빠, 오빠는 무슨 옷이 좋을꺼같아? 분홍색이랑, 초록색?"

등교거부에서 조금씩 다시 나가려는 시도를 보이는 동생은, 사실 내가 부탁해서 하는 척을 하고 있을뿐이라는것을 알고있다.

알고 있는데도, 그녀가 좀 더 사회에 나가길 자라는 마음에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다.


"아무거나 해. 스스로 결정할 줄 알아야지."

"오빠, 지금 화났어? 내가 신경을 긁을만한 말을 했나? 미안해. 화 좀 풀어. 이제 안물어볼게. 내가 고를게. 화 좀 풀어 응?"

"..."

방금까지 웃으며 두 손에 옷을 한 벌씩 들던 그녀는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비굴해지며 사과를 한다.

예전의 그녀의 모습과 겹쳐보여,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줘. 이제 다시는 귀찮게 안할게. 얀순이가 잘못했어. 오빠, 용서해 줘. 잘못했어."

생각에 빠져 잠시 대답을 안해도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니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를 달래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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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날이 반년간 계속되었다.

얀순이는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겉으로 보기엔 전으로 돌아왔다. 그래, 겉으로 보기에만.

그녀는 이제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에게 심한말이나 화를 못 내는걸 오히려 이용하려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불쌍함을 부각시켰다.

그녀는 아름다웠고, 그 미모를 살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곤 돈을 벌어 내게 바쳤다. 

한시코 거절을 하면,  또 울상을 짓기에,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내게 자신을 바리는걸 인생의 최우선이라 믿으며, 그녀는 점점 망가져갔다.


"오빠.. 이번달 월급이야, 받아줄거지?"

"얀순아, 이 돈으로 얀순이가 원하는거 사면 안될까?"

"나 오빠가 내가 준 돈 통장에 모아두는거 봤어.. 제발 써주면 안돼? 오빠가 내 돈을 막 쓰면 좋겠어."

"얀순아, 우리 대화를 좀 해야할거 같아. 이제는 위험해"

"오오오빠.. 자잘못했어.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나 어지러워. 숨 막히는거같아. 오빠 잘못했어.."

"얀순아, 얀순아!"


갑자스런 호흡곤란으로 기절한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


진단을 받고 베란다서 담배를 피는데, 뒤로 한 여성이 다가왔다.


"얀순이씨 보호자분 되시죠?"

"아, 죄송합니다. 이것만 끄고."

.....

"그렇게 해서 얀순이씨는 문제가 없는데, 의존증이 너무.."

"친절한 상담 감사드립니다. 저도 어찌해야할지.."

"역시, 조금씩 거리를 벌리는게 좋지 않을까요?"

"여러번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매주 얘기해봐요. 빨리 완치되면 좋겠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매주,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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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또 어디 가는거야?"

"잠깐 병원."

"그 간호사 언니 만나러...?"

"응.  잠깐 집 보고 있어"

"알겠어..."


얀순이는 내게 반박을 못한다.

내가 싫다거나 안된다는 말을 하는것을 극도로 무서워하기에.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눈치만 보며 아무말도 못한다.

하지만, 그런일이 있으면 구석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기에, 나는 그녀를 내버려둘 수 없다.


그리고 그 임계점은 내가 병원에 4번째 방문한날, 터져버렸다.


다시 얀순이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얀순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을땐, 상황이 끝나 날 보며 희미하게 웃는 얀순이 뿐만이 남아있었다.


"오빠... 돌아왔네?"


그녀를 보자 눈물이 나왔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돼버린걸까..


"나, 버리면 안돼? 오빠가 하라는거, 원하는것도 다 하고... 투정도 안부리고... 오빠한테 뭐라고 안할게.. 그러니깐 나, 버리지마?"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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