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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 정돈하지 않아 멋대로 삐져나온 머리를 급하게 후드로 감추고 얼굴보다 커보이는 마스크를 끼고있었다.


"어서오세요."


역시 오늘도 아무 대꾸없이 그녀가 원래 고르던 담배를 가리켰다.

하지만 얀붕이는 다른걸 같이 주었다.


"전 이거 안살건데요..?"


"아 항상 담배 피우시니까.. 담배끊으시라구..."


"... 고마워요."


그녀가 여기와서 담배를 고른지도 몇일이 훌쩍 지났다.

그때마다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던 얀붕이는 그녀에게 담배와 츄파춥스 한개를 주었다.

자신도 담배를 끊을때 자주 사용했던 방법이였다.


"안녕히가세요."


역시 아무말도 없이 그녀가 문 너머로 사라졌다.

심심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도 오랜만에 달달한게 땡겨서 진열대의 츄파춥스를 하나 빼 먹었다.


"점장님이 이건 먹어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항상 잘 안까지던 포장이 오늘은 술술 잘 풀렸다.

사탕을 입 안으로 집어넣자, 시큼한 맛이 느껴졌다.


"그분한테는 무슨 맛으로 줬더라?"


*~**~*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손에 꼭 쥔 사탕을 보았다.

어릴때 한번밖에 먹어본적 없는 사탕이였다.

포장을 뜯으려했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


"... 왜 안열리지..?"


포장을 잡고 위로 올리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조금 짜증이난 그녀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갔다.

사탕을 다시 돌려주려고 돌아가다가 편의점 창문뒤로 그 알바생이 보였다.

뭘 하는지 보던 그녀는 그가 사탕 포장을 뜯고 사탕을 먹는걸 지켜봤다.


'저렇게 뜯는거구나.'


포장을 똑같이 따라 푸니, 정말 잘 까졌다.

두가지색이 섞여있는 사탕을 입안에 집어넣고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탕은 달콤하고 딱딱했다.

달달한 포도맛이 입안에 퍼졌다.

혀로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는동안 다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맛있다.."


다시 사탕을 입에서 꺼내자, 사탕이 조금 줄어들어있었다.

그 사탕을 보며 그 알바생이 생각났다.

알바생을 생각하며 그녀는 다시 사탕을 입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자신이 뜯었던 포장지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포장지에는 'chupa chups' 라고 적혀있었다.


"츄파춥스..?"


포장지를 소중하게 접어 한 상자에 넣었다.

그러고는 사탕을 마저 빨아먹었다.


뒷맛은 약간 씁쓸했지만, 충분히 달콤했다.


*~**~*




"어서오세요."


그녀는 오늘도 역시 똑같은 시간에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담배를 계산대위에 미리 올려두었다.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담배를 건내주려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챘다.


"우와 엄청 이쁘시네요..!"


"아.. 안녕하세요..."


"아 방금건 못들었던걸로 해주세요.. 그리고.. 안녕하세요!"


그녀가 원래 쓰고오던 후드를 입지않고 깔끔한색의 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머리는 잘 정돈되어 윤기가 났고 눈은 훨씬 맑아보였다.


"오늘 어디 다녀오셨나봐요?"


"아.. 아니에요.."


"아~ 그럼 어디 가실거구나~"


"......."


"아 제가 말이 좀 많았죠? 담배 이거로 사실거죠?"


"아뇨.. 그.. 어제 주셨던..."


"어제? 아 그 사탕이요?"


"네..."


"이제 담배는 끊으실거에요? 다행이다."


"네.. 그럴거같아요.."


"사탕은 몇개 드릴까요?"


"어.. 1개..?"


"아.. 1개면 100원만 주세요."


"네.. 여기요."


편의점에 와서 사탕 하나만 사는 행동에 당황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사탕 아무거나 집어가세요. 옆에 있어요."


"그.. 직접.. 골라주세요.."


"아 음.. 그럼.. 사과맛?"


"네 좋아요.."


얼굴이 살짝 붉어져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사탕을 건내주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포장을 뜯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

이번에는 조금 신맛과 단맛이 섞인 사탕이였다.

다시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포장지를 접어 같은 상자에 집어넣었다.


"친절해.."


스스로 그를 이렇게 평가하고 사탕을 입에서 꺼냈다.

사탕에서 그의 모습이 조금 보이는것 같았다.

이번에는 사탕을 자세히 들여다보다 다시 핥아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어느새 전부 사라져 쓸쓸한 뒷맛만 남았다.

옆에 비춘 거울에 아름다운 한 여인이 있었다.

그게 자신이라는걸 인지하자, 알수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




살면서 이런 호감을 느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그를 빼앗길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편의점으로 가는길에 그가 편의점 밖으로 나오는걸 보았다.

역시 자신만 그런게 아니였다며 그녀가 그쪽으로 가려고 하자 한 여인이 뒤에서 또 나타났다.


자신보다는 이쁘지 않고, 키도 작은 그녀였지만, 사탕을 주었던 그는 웃으며 그녀를 대하고있었다.

물론 그게 억지웃음인지는 그녀 스스로 구분하지 못했다.

다른이의 웃는모습을 본 적 없던 그녀였기도 했고, 순간의 질투가 그녀의 눈을 흐렸다.


"말도안돼..."


그대로 뒤로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는길에 눈물이 조금씩 흐르는게 느껴졌다.

문을닫고 혼자가 되니, 정말 혼자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수가있지...?"


사실 그녀는 이런 감정을 처음 느끼는 중이다.

처음으로 배신감이 들었고, 처음으로 가지고 싶다는 강한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던 그녀는 사탕 한개에 행복을 느끼고, 상실감을 느끼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것도 평범한 알바생한테 느끼는 감정이였는데.

사탕 한개에 별짓을 해도 잘 느껴지지 않던 행복이 느껴졌다.

모아둔 츄파춥스 포장지에서 상실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동안 한번도 느껴본적없는 여러 감정이 제멋대로 휘날렸다.

그녀 스스로도 제멋대로 그를 사랑하는건 알지 못했다.

사랑은 하고있는 사람만 알수있는 복잡한 감정이였으니까.


*~**~*




"하아.. 뭔 사람이 저럴까.."


그는 방금 왔다간 젊은 점장에게 혼나고 오는 길이다.

물론 별다른 이유없이 청소를 제대로 못했다고 혼이났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바닥 청소 중이였다.


물론 그 상황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질줄은 그는 몰랐다.


*~**~*




그녀가 오늘은 일찍 왔다.

생각보다 빠른 등장에 그가 놀랐다.


"오늘은 좀 빨리 오셨네요?"


"........"


예전처럼 다시 말이 없어진 그녀를 보며 이번에도 사탕을 건냈다.

이번에는 진한 초콜릿맛이였다.

개인적으로는 포도맛 다음으로 좋아하던 맛이였다.


"감사합니다."


"아 네.. 어디 안좋은일 있으세요..?"


"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 그렇구나.."


"오늘은 2개주세요."


"아 2개요..?"


여러색의 사탕들중 그녀에게 줄 사탕을 골랐다.

처음 줬던 포도맛을 줘야지 하며 포도맛을 꺼냈다.


"자 여기 초코랑 포도맛이요~"


"저기.. 그.. 저랑 같이 먹으실래요? 사탕.."


"아 그럴게요. 손님 오기 전까지만."


그렇게 편의점 의자에 앉아 그녀와 오손도손 사탕을 먹기 시작했다.

능숙하게 사탕을 여는걸 보고 사탕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저기.. 어떤맛을 좋아하세요.. 이거..."


"아 전 그.. 포도맛 제일 좋아해요."


"지금 드시고 계시는건 초콜릿 맛이잖아요..?"


"아 혹시 초콜릿 좋아하세요?"


"아뇨 그냥.."


그녀가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포도맛 사탕을 의식하며 말했다.

그에게는 별 의미없이 준 사탕이였지만 그녀에게는 이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제일 좋아하는걸 주는건 역시 그거겠지?'


라는 생각이였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저번에 왔던 그 점장이 들어왔다.


"야! 내가 청소하라고 한건 다 했어? 왜 놀고있어!!"


"아.. 그게 점장님 그.. 당연히 다했.."


"여자? 손님이랑 이젠 술도 마시겠다? 엉?"


점장은 앉아있던 그녀를 슥 내려본뒤, 다른날보다 심하게 욕설을 뱉었다.

물론 미안하다고 몇번 더 말하니, 풀리긴 했다.


"하아.. 한번만 더 이러면 그땐 뭣도 없어 알았어?"


"네 점장님."


억지로 웃고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하아.. 진짜.. 왜저러는거야.. 오늘따라.."


"... 저년은 뭐에요?"


"아.. 그 점장님이시죠.. 저렇게 보여도 돈은 제대로 많이 주니까.."


아무일 없었다는듯, 다시 계산대로 향한뒤, 먹던 사탕과 포장지를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별 말없이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




그녀는 속으로 매우 화가났다.

먼저, 그에게 그렇식으로 대한 그 점장에게 화가났고

아무말없이 웃기만하던 그에게 화가났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해결할 방법은 딱히 없었다.


"씨발..."


살면서 처음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동안 항상 하지않았던 욕이 나오자 그녀도 놀랐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상자를 열어 사탕 포장지를 안에 넣었다.


"좀 더 많이..."


*~**~*



그렇게 몇주동안 그녀는 사탕을 사기위해 단정히 꾸미고, 사탕을 산뒤, 상자에 넣는 짓을 반복했다.

그러자 상자가 충분히 포장지들로 넘쳐났다.

슬슬 사탕이 조금씩 질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사탕보다 더 달콤한걸 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껏 사탕을 받으며 느낀 감정보다 달콤한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던중,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탕보다 달콤한 것이 생각났다.


*~***~*




"어 조심히 들어가~ 요즘 내가 좀 심하게 다룬게 좀 미안해서 더 넣었어."


"아유 뭘 이런걸 다... 감사합니다 점장님.."


"어, 근데 츄파춥스가 갑자기 많이 비었다?"


"아.. 한 손님이 계속 사시더라고요.."


"누군진 몰라도 애기입맛이네."


"하하 그러게요.."

"근데 요즘 막 누가 너 따라다닌다며?"


"아.. 네 지난번에는 거의 잡을뻔 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 너랑 사탕먹던 여자손님 있지? 그분같아."


"네? 그렇게 이쁜사람이 왜.."


"왜, 그분이 사탕사러 안온날부터 누가 막 따라다닌다면서. 그럼 좀 아다리가 맞잖아?"


"아 그것도 그렇긴한데.."


"하긴, 이제 다른곳으로 이사간다했지?"


"네.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동안 미안했고,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줘."


"네~"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던 동네에서 떠난다는 생각에 주변을 좀더 눈에 담으며 길을 걷는 그의 뒤로 또 누군가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점점 걸음이 빨라지는게 느껴졌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마주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뒤를 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어? 손님..?"


"... 안녕하세요."


음산한 분위기에 뒤에 무언가를 감춘 그녀의 모습에 점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아.. 저 그.. 이제 가봐야 할거같네요.. 그동안 감사했.."


그녀가 상자를 꺼내 츄파춥스 포장지들을 쏟아내었다.

은근 많이 쌓여있었는지 바닥에 조금 쌓일정도로 떨어졌다.


그것들 모두 곱게 접힌 상태였다.


"뭐하시는...?"


"우리 추억이야."


"네? 그건 무슨..?"


"더 단맛이 필요해."


"아니 무슨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 으으르르으르으으윽!!"


지지직지지지지지 파지지지직 지지지직지직.. 지지직.. 직..지직..


그녀가 그를 챙겨 사라져버렸다.

츄파춥스 포장지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마 이렇게 녹아 사라진 사탕들보다 더 오랫동안 즐길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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