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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김태환: “그래서, 뭘 알려줄거야?”

 

서가원: “흐음... 뭐가 궁금하세요?”

 

김태환: “내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서가원: “선생님이 좋아요.”

 

김태환: “보통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 지랄은 안 할 것 같은데.”

 

서가원: “하지만 저는 그 지랄을 했어요. 거짓말은 안 해요, 선생님.”

 

김태환: “미친년.”

 

서가원: “이왕이면 사랑에 미친년이라고 해주세요.”

 

김태환: “근데 너가 그런다고 내가 널 좋아할 것 같아?”

 

서가원: “저희 어제까지만 해도 모르던 사이였잖아요. 지금은 선생님이 제게 의존하고 있으니 훨씬 진전된 거 아니에요?”

 

김태환: “내가 뭘 의존해!”

 

당당한 척 소리치긴 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이미 무의식적으로는 빨리 다음 과제를 촉구하고 있을 것이다.

 

일이 없는 틈을 난 잘 못 견디기 때문이다.

 

아직은 너무 지쳐 눕자마자 잘 정도도 아니다.

 

서가원: “강한 부정은 긍정이에요, 선생님.”

 

김태환: “큭.”

 

서가원: “그렇게 당당하시면, 지금 그만둘까요?”

 

글렀다.

 

이 년은 내가 도저히 협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나의 약점을 철저히 쥐어서 흔들고 있다.

 

자신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서가원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난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김태환: “내가 졌다. 그래서 두 번째로 알려줄 것은 뭐지.”

 

서가원: “후후. 포기하실 줄 알았어요. 제가 없으면 안 되겠지요?”

김태환: “닥치고 빨리 알려주기나 해.”

 

서가원: “그런 반응도 귀여운걸요. 질문을 하세요.”

 

김태환: “날 왜 좋아하지?”

 

서가원: “이렇게 매력덩어리인 선생님을 어떻게 안 좋아해요?”

 

김태환: “니가 미친년이란 것만 다시 깨달았네.”

 

일말의 고민도 필요 없다.

 

이 년이 나를 어쩌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푹 빠진 미친년이다.

 

씨발.

 

서가원: “너무 감정적으로 질문 2개를 날리신 거 아니에요?”

 

김태환: “뭐, 그래도 니 의도는 파악했으니... 하... 미친년.”

 

서가원: “질문은 하나 남았어요. 뭘 물어볼지 기대가 되네요.”

 

김태환: “넌 나를 언제부터 추적했지?”

 

서가원: “예?”

 

김태환: “매우 중요한 질문이야. 너가 나를 1개월 전부터 추적했다면...넌 나의 1달간의 모습만을 본 거뿐이야. 그 전의 나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것만 알겠지.”

 

서가원: “선생님이 서울로 상경하고 따라다녔어요.”

 

김태환: “솔직하게 말해주다니 고맙네. 넌 아직 나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구나.”

 

서가원: “무슨...?”

 

김태환: “돌아갈게.”

서가원: “뭐에요? 다음 게임은..”

 

김태환: “나의 차례야. 어디 잘 막아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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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원

 

그렇게 선생님은 도전장을 던지고는 손을 흔들며 골목을 내려갔어.

 

뭐지.

 

내가 모르는게 있나.

 

아니, 난 선생님이 서울에 온 순간부터 계속 추적하고 감시했는데.

 

선생님이 다니시는 희얀대의 교수와 조교들을 포섭하고 CCTV까지 얻어내서 학교 생활을 쭉 추적하고,

 

자취방은 어딜 구하셨는지 알아내서 미리 도청 장치들을 설치하고,

 

근처의 모텔을 통째로 구매해서 꼭대기에 기지도 차렸는데...

 

고등학생 시절 무언가를 했었나.

 

신 선생님께 그냥 과고생이라고만 들었는데.

 

전공과목도 기공과라 별다른 생각 하지 않았는데...

 

조사를 해봐야겠어.

 

내가 선생님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알아내지...

 

일단 신 선생님께 연락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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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하루가 지났어.

 

일요일 오후 2시.

 

선생님은 별다른 이변이 없으셨다.

 

그대로 자취방에 들어가시고는 나오시지를 않았어.

 

뭘 하고 계신걸까.

 

모텔 최상층에서 하루종일 집을 보고 있었지만...

 

뭐야.

 

무언가 하실 것 같이 말씀하시더만...

 

실망인데...

 

선생님...

 

‘똑. 똑.’

 

난 문을 열었어.

 

신 선생님: “안녕, 가원아.”

 

서가원: “오셨어요?”

 

선생님께서는 모텔 안 쪽으로 들어오셨어.

 

신 선생님: “그래서, 태환이는 어때?”

 

서가원: “엄청 잘 가르쳐주시던 걸요?”

 

신 선생님: “다행이네. 너가 워낙 이전 과외 해주는 애들 마음에 안 들어했잖아.”

 

서가원: “그래서 더더욱 만나보고 싶었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제일 잘 가르칠 제자라니.”

 

신 선생님: “근데 뭐가 부족하길래, 계속 과외 선생님을 구해온거야?”

 

서가원: “뭐... 제가 성실성이 부족해서요. 뭔가 옆에서 챙겨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신 선생님: “뭐, 그거야 너 맘대로하면 되는 거지. 그래서 내게는 무슨 볼일이 있어서 이 모텔로 부른거야?”

 

서가원: “모텔로 부른 건 죄송해요. 집이 청소 중이라.”

 

신 선생님: “뭐 그럴 수도 있지.”

 

서가원: “김태환 선생님, 고등학생 때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어요?”

 

신 선생님: “아니, 그런 건 갑자기 왜?”

 

서가원: “뭔가 추가적으로 김 선생님께 부탁하거나 물을려고 하는데 아직은 조금 불편해서요.”

 

서가원: “선생님께서 뭘 잘하시는지 잘 모르거든요.”

 

신 선생님: “기공과라 알려주었잖아.”

 

서가원: “물지 말고도요. 뭐 선생님께서 워낙 뛰어나셔서 따른 것도 꽤 잘하실 것 같은데...”

 

신 선생님: “그 녀석, 한때 인문학에 빠져서 좀 파기도 했었고...”

 

신 선생님: “수학 과학은 대체로 다들 적당히 할 거야.”

 

신 선생님: “그것 말고도... 컴퓨터도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딱히 뭐가 없는 데...

 

선생님이 나를 속인 건가.

 

시간을 벌려고?

 

신 선생님: “별다른 건 없다. 흠... 다음에는 전화로 해줘.”

 

서가원: “그것도 있지만...”

 

난 돈 봉투를 신 선생님께 건네 드렸어.

 

서가원: “계산은 확실히 해야지요?”

 

신 선생님: “아.. 그래. 그렇지.”

 

선생님께서는 봉투를 받으시고 방에서 나가셨어.

 

흠...

 

인문학 약간 공부함.

 

컴퓨터에 관심 있음.

 

뭘까.

 

선생님의 능력이 뭘까?

 

생각해보니 내가 좀 물렀던 것 같기도 해.

 

조사해보았을 때, 선생님의 정확한 능력들은 생각 못 했어.

 

그저 하루 일과나, 삶이나, 평소하는 말 같은 것만 조사했구나...

 

젠장.

 

철저했어야 했는데.

 

하루 종일 선생님을 살펴보는 것에만 빠져버렸어.

 

‘우웅.’

 

그때 폰에서 진동음이 울렸어.

 

김태환: [한 번 잘 읽어봐.]

 

그리고는 1개의 제목이 없는 한글파일이 날라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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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잠이 몰려온다.

 

서가원의 반응이 궁금하지만...

 

하루를 꼬박 새워 일을 끝냈다.

 

서가원.

 

나를 스토킹하고 도청이나 해대는 미친년이긴 하지만.

 

내게 큰 재미를 주기는 했어.

 

나에 대해 완전히 알고, 나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대학교 시절의 나만을 바라보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하.

 

재미있네, 오랜만에 이러는 건.

 

서가원의 반응이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잠이 너무나도 온다.

 

컴퓨터를 끄고 침대로 기어갔다.

 

난 이런 잠이 너무나도 좋다.

 

누우면 바로 잠에 들어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잠.

 

그렇게 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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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원

 

뭐야.

 

난 너무나 놀라서 폰을 떨어트렸어.

 

이름.

 

민증 번호.

 

학력.

 

나의 학번들.

 

생기부.

 

지문들.

 

각종 계정.

 

나의 개인 정보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 한글 파일.

 

선생님은...

 

쉬운 분이 아니었어.

 

그래야지.

 

내 안목이 맞았어.

 

그렇지.

 

이래야 재미있지.

 

내 계획을 많이 수정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신나는 걸?

 

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컴퓨터 약간이 이 정도였던 건가?

 

놀라워.

 

나의 개인 정보를 어떻게 다 턴 거지?

 

관공서의 서버를 턴건가?

 

내 컴퓨터?

 

휴대폰?

 

뭐든 상관없어.

 

선생님의 실력도 놀랍지만, 제일 신이 나는 것은 따로 있거든.

 

선생님도 이제 나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거야.

 

하악.

 

정말 짜릿하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해킹까지 하는 거!

 

아...

 

너무 사랑스러운 걸.

 

지금 당장 보고 싶어.

 

그렇지만.

 

지금은 집에 있고, 내가 또 찾아가면 화내거나 그러지 않을까?

 

난 기쁜 마음에 폰을 들었어.

 

카톡을 키고, 하나뿐인 대화창을 열면.

 

서가원: [지금 찾아갈게요.]

 

됐어!

 

보냈으니 가도 되겠지.

 

옷은...

 

그래도 선생님의 집에 방문하는 건데.

 

잘 입고 가야 하지 않을까?

 

옷장을 열었어.

 

수많은 옷들이 있지만...

 

이 옷, 저 옷을 내 몸위에 대며 거울을 보았지만...

 

저런 선생님 옆에서 입을거라 생각하니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냥 간단하게 입고 가는 게 좋겠지...

 

뭔가 계획이고 뭐고 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너무 꼴려...

 

선생님을 봐야겠어...

 

원래 기다려서 완전히 자기 꺼로 만들꺼라고 안 했냐고?

 

아니, 근데 저렇게 나를 조사하는 모습을 봐.

 

저건...

 

저건 선생님도 내게 관심이 있다는 거겠지.

 

아니면...

 

그런 건 가서 생각하자.

 

난 문을 박차고 바로 달렸어.

 

기다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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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뭐야.

 

몇 시간을 자고 나니 집 안에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찼다.

 

어머니라도 오신걸까?

 

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그곳에는 서가원이 서있었다.

 

김태환: “씨발, 니가 왜 여기 있냐?”

 

서가원: “일어나셨어요?”

 

김태환: “왜 여기 있냐고?”

서가원: “앉으세요. 저녁 준비 다 되었어요?”

 

김태환: “마지막으로 묻는다. 왜 왔어?”

 

서가원: “질문 3개는 다 쓰셨잖아요? 계약한대로 앉아요. 게임이니까.”

 

김태환: “씨발.”

 

서가원: “얌전히 앉으세요.”

 

김태환: “능구렁이 같은 년.”

 

서가원: “그런 말 들으면 슬퍼요.”

 

김태환: “씨발년이.”

 

서가원: “아... 이제는 흥분할란가?”

 

김태환: “미쳤군. 미쳤어.”

 

서가원은 식탁 위에 2인상을 깔끔하게 차려두었다.

 

나와 서가원은 앉아서 먹기 시작한다.

 

김태환: “의외로 맛있네. 부잣집 따님이라 이런 거 모를 줄 알았는데.”

 

서가원: “선생님께 드리려고 올해 초부터 연습했어요.”

 

김태환: “대단하네. 차-암 고맙다.”

 

서가원: “맛있죠?”

 

김태환: “음...”

 

아무리 저 스토커가 싫다 해도...

 

저런 얼굴로.

 

저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 내가 대답 할 건 하나로 정해져 있잖아.

 

김태환: “맛있네, 씨발.”

 

서가원: “예이, 마지막 말은 빼주시지.”

 

그러고보니...

 

내가 동경해오던 삶 아닐까?

 

이 삶 말이다.

 

나를 이해해주고, 나만을 바라봐주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주는 것.

 

감정이 복잡하다.

 

정녕 이게 내게 행복이란 말인가.

 

얘는 정말로 나를 좋아할까?

 

서가원: “선생님도 제가 좋지요?”

 

김태환: “뭐?”

 

서가원: “되게 고민하던 눈치인데? 전 선생님만 바라볼 자신 있어요.”

 

서가원: “선생님만 저를 바라봐주신다면. 저도 선생님 옆에 있어드릴게요.”

 

서가원: “무척 외롭지 않으셨어요?”

 

서가원은 일어서서 내게 다가온다.

 

몸을 베베 꼬면서, 무척이나 황홀한 표정을 지은 체로.

 

서가원: “제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서가원: “원래는 선생님을 제게 길들이려 했는데...”

 

서가원: “오늘 저에 대해 이렇게나 조사를 해주신 거 보고는 너무 기뻐서 달려왔어요.”

 

서가원: “선생님께서 쓰러져 자고 계신 걸 보니 슬펐지만...”

 

서가원: “평소에 무척이나 외로워하시던 선생님을 생각하니 제가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그랬듯이 서가원은 손을 뻗어 내 볼을 쓰다듬었다.

 

서가원: “무척이나 아름다워요, 이 볼. 이 눈. 이 얼굴. 이 몸.”

 

그러고는 내 위에 올라타 앉았다.

 

서가원: “곁에 있어드릴게요.”

 

내 목에 팔을 두르고는 허리를 조금씩 움직였다.

 

나의 등을 쓰다듬으며 요염한 눈으로 계속 나를 응시했다.

 

아름답다.

 

무척이나.

 

그녀가 내게 했던 일들을 모두 잊을 만큼.


맞다.


난 무척이나 외롭다.

 

김태환: “외로웠어.”

 

그 한마디에 내 입술에는 뜨겁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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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빠른 전개!


나도 좋고 독자도 좋고!


속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