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이름은 이서현이라고 하고, 이제 막 신입생 딱지를 땠지요. 저에게는 친한 선배가 있습니다. 이름은 박서연인데, 저와 이름이 비슷해서 그것을 계기로 자주 어울렸습니다. 


그 선배에게는 군대에 간 남자친구가 있는데, 이름은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네. 여러분 모두가 예상하셨다 싶이, 저는 선배의 남자친구에게 반하고 말았습니다. 서연선배와 민준선배는 어렸을때부터 알고 지냈었었다고 들었습니다. 


달달하고 애절하기 보단 담백하고 포근한 사이었습니다. 전에 민준 선배에게 들이대고 싶어서 다소 무리하게 식사에 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서로 좋아하는 매뉴를 시키고 자연스럽게 서로 덜어주던 모습은 꽤나 인상깊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의 일상과 음식의 맛이었습니다. 스킨쉽이나 애정표현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대화가 한 템포 끝날때마다 저에게 말을 걸고 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습니다. 


마치 부모님 같았습니다. 서로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것 같았고, 둘이서 같이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있어서,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열등감을 느꼈습니다. 민준 선배에 대해 잘 모르는 스스로에 대한 짜증과, 서연 선배에게 느낀 부러움을 열등감이 아니면 뭐라고 표현을 할까요. 


저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열한 수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공간이 없다면, 억지로 벌려서라도, 두 사람의 사이를 잘라서라도 제가 민준 선배 옆에 있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발적이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고, 유도된 것입니다. 저는 두 사람이 헤어지게 했습니다. 


저는 과 남자들을 민준 선배를 제외하고 되는대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제 친구 몇몇과 서연 선배만을 불렀지요. 꽤나 규모가 커졌지만 과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는 아니라 복학생인 민준 선배가 아마 제안을 받았어도 거부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서연 선배가 참여한 것을 몰랐을테니까요. 그만큼 급조된 계획이었습니다. 민준 선배가 없는걸 안 서연 선배에게 제가 부르겠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물론 부르지 않았습니다. 


먼저 술게임으로 서연선배를 노려 인사불성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두 취기가 올랐을 무렵, 저는 서연 선배를 제외한 나머지 여자애들을 데리고 술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나머지는 남자들이 사고를 쳐주기를 바라면서. 저는 흥신소 직원을 이용해 미행을 시켰습니다. 돈은 꽤들어갔습니다. 등록금만큼 돈이 깨졌지만, 제 마음을 위한 투자인데 어떤가요. 그리고 아시는 대로 선배는 강간을 당했고 그대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죄책감은 있습니다. 슬픔도 있습니다. 선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미 선을 넘을 각오는 진작에 되어있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각오를 흔들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민준 선배를 위로하기 위해 더욱 가까워질 이유만을 줄 뿐이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불행으로 행복을 쟁취했습니다. 이제 저는 저의 죄를 씻어내기 위해 민준 선배에게 헌신하며, 서연 선배의 납골당을 주말마다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때문에 불행해진 두사람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용서받아도 되는거겠죠? 


"안그래? 서연아?" 


제 뱃속의 아이에게 저는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