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 얘기인데 나는 9살 때까지 도시라기엔 너무 후지고 아파트 하나 없고 시골이라기엔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곳에 살았어.


우리 얀붕이들은 개지랄 떨지 말라고 하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자인데 여자같단 소리도 듣고 하나 있는 예쁜 여동생보다도 예쁘단 소리 듣고 자랐었고 지금도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소리 많이 듣는다.


기생오라비처럼 이쁘장하니깐 주변에 여자애들도 많았고 걔네들한테 성추행도 많이 당해봤다. 그땐 존나 충격이었지만 여자들이 남자보다 성에 빨리 눈뜨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걔네 나름의 애정표현이었던 거 같다. 나는 병신같이 그걸 캐치 못하고 괜시리 수치심 느낀 거고..


여튼 날 때부터 소꿉친구였던 동갑내기 여자애들 두 명 있었거든?


이하 얀순이 얀진이


나랑 얀순이, 얀진이 이렇게 모여서 자주 놀고 그랬다.


얀순이 얀진이 둘 다 내 기억으론 이쁘장하긴 했는데 얀진이가 더 예뻤다. 그리고 집안도 서로 좀 차이났어. 나는 중산층에서 좀 밑에 있고 얀진이는 중산층에서 좀 위에 있는데 얀순이는 누가 봐도 하류층이였어 얀순이 집에 몇 번 놀러간 적 있는데 현관문은 그 창문있고 쇠로 된 문이었고 잘 고장났다. 방 2개에 침대도 없고 화장실은 찬바람 들어오고 그러니깐 얀순이도 친구들 초대하기 부끄러워했어.



얀순이 집은 사진 속 가운데 집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이었다. 그냥 달동네 집이야 내가 살던 동네는 이상하게 저런 집들이랑 주택, 부자가 살 거 같은 기왓집이 건너건너 섞여있었다.


그리고 이건 좀 나중에 커서 들은 건데 얀순이네 부모님이 서로 사이도 안 좋고 아빠라는 인간이 내연녀를 수시로 집안에 들이기도 하고 술 좋아하고 색마였다더라 얀순이 어머니는 결국엔 그 꼴 못 버티시고 얀순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이혼하시고 그래서 사실상 편부가정인 거지.


하지만 우리들은 어리니깐 그런 거 상관없이 잘 놀고 그랬다. 그리고 내가 8살이란 어린 나이에도 이성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예쁜 얀진이한테 마음을 좀 가지기 시작했어 얀진이도 눈치챈건지 서로 썸타는 거마냥 꽁냥됐고 그런데 그렇게 하니깐 은근히 얀순이가 소외됐어.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주말에 얀순이가 말도 없이 우리 집에 놀러온 거야 집에는 나랑 엄마뿐이었고 나는 친구니깐 반갑게 맞이하고 내 방에 데리고 가고 엄마도 과일 깍아주고 방에 두고 나가셨거든


근데 엄마가 나가니깐 얀순이가 내 방문을 잠그는 거야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얀순이랑 같이 바람의 나라 하려고 컴퓨터 켜고 있었다.


컴퓨터 부팅 기다리고 있었는데 얀순이가 웃으면서 갑자기 침대에 누우라는 거야


보통은 뭔 생뚱맞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말 잘 듣고 시키는대로 다 하는 순종적인 아이였어.


좀 의아하긴 했지만 걔가 시키는대로 침대에 누웠다?


근데 걔가 갑자기 여자들 기승위하는 거 마냥 내 배 위로 앉는 거야. 난 별로 놀라진 않았고 장난정도로 생각했다.


그때 난 야한행위라고는 키스밖에 몰랐었다. 영화에서 키스장면 나오면 엄마나 이모들이 못 보게 내 눈 가리곤 했었다.

나중에 어른되면 사랑하는 남녀끼리 하는 거라면서 절대 못 보게 하셨어.


그래서 걔가 뭐 하려는지도 모르고 눈만 깜빡거리면서 "뭐하는 거야?" 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근데 걔가 말도 없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내 눈만 쳐다보는 거야


걔가 유심히 내 눈만 쳐다보니깐 나는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돌렸거든


그랬더니 두 손으로 내 얼굴잡아서 계속 시선을 고정시켰어


그러곤 얼굴이 다가오는 거야 마치 키스하려는 듯이


그때쯤 되니깐 나도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내 베개로 재빨리 얼굴을 가렸다. 키스는 어른돼서 하는 거라고 교육 받았으니깐


그랬더니 걔가 말은 전혀 안하지만 베개를 계속 치우면서 집요하게 키스하려는 거야. 나는 계속 못하게 막고 첫키스를 지켜냈어.


결국 포기하더니 이제는 자기 음부를 내 물건에다 비비더라 옷 입은 상태였지만 그 마찰감이 어린 나이임에도 뭔가 이상야릇한 감각이 들게 하더라고 그렇게 서로 말도 없이 한 몇십초 정도 실랑이 했나


그렇게 실랑이하는 동안 서로 아무 소리도 안 냈는데 얀순이나 나나 이 상황을 엄마한테 들키면 큰일난다고 어린 나이임에도 어렴풋이 느껴서 그랬던 거 같다.


우리의 행위는 결국 엄마에 의해서 멈춰졌다. 애들이 놀고 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니깐 엄마가 이상하게 생각해서 방 안에 들어오려고 한 거야 근데 문이 잠겨있으니깐 엄마가 문 두들기면서 나랑 얀순이를 부르더라


결국 내가 일어나서 문 열어줬고 엄마가 왜 문 잠궜냐고 뭐했냐고 혼내셨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했고 얀순이도 변명거리를 생각못했는지 묵묵부답이었어. 결국 엄마가 얀순이 돌려보내셨는데 순순히 가더라고


그리고 엄마는 대충 상황을 눈치챘는지 걔랑 놀지도 말고 집에도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 난 엄마 말씀에 따라서 걔를 멀리했고 몇 달 안 돼서 걔네 아버지 술병으로 돌아가시고 말도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났어 부모님 얘기로는 친척집에 갔다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 게 8살인데도 나한테 키스며 기승위같은 거를 하려고 했는지 의문이었는데 위에서 걔네 아빠가 내연녀를 집에 들였다고 했잖아? 아무래도 걔네 아빠가 얀순이가 보든지 말든지 집안에서 그짓거리들을 했고 얀순이는 그걸 어깨너머로 배운 거 같더라 참 안쓰러운 아이야


그리고 얀진이도 몇 주 안돼서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나도 9살 되던 해에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 얀순이랑은 전혀 연락할 길이 없었고 얀진이랑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걔네 집에 놀러가고 목걸이도 선물하고 그랬는데 우리 둘 다 서로한테 마음은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맺어지지 못했음 결국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연락도 자연스럽게 끊기더라


가끔 그 소꿉친구 둘 생각나는데 뭐하고 사는지 궁금하네 특히 얀순이 걔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서 너무 안타깝고 꼭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