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yandere/22176333

"얀붕이 어서오고."

 "안녕."

평소처럼 회사 동료와 인사를 나눈다.

"맞다 얀붕아 오늘"

진동이 울려 휴대전화를 보니 부장님 전화다.

일단은 회사이니 동료에겐 미안하다 하며 전화를 받았다.

부장님이 거는 전화는 대부분 시답잖은 일이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잡무. 굳이 전화로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건 부장님 마음이니.

통화를 마치고 하다 못한 얘기를 하러 갔다.

"미안 미안 갑자기 부장님 전화가 와서. 그래서 아까 하려던 얘기가 뭐야?"

"아아. 오늘 저녁 밥 한 끼 먹지 않겠냐고 할라했는데..."

"했는데?"

"지금부터 출장갈 준비를 하래."

"엥? 아무런 통보도 없이?"

"어. 그렇다는데? 언제 끝나냐고 물어봤는데 길면 한 달 정도라더라. 가기는 미친듯이 싫은데 윗 분들이 까라면 까야 밥 벌어 먹고 살지. 별 수 있나."

"그러면 너 돌아오거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후우..."

동료는 영문 모를 갑작스러운 출장을 배정받아 기분이 언잖아 보인다. 그렇지만 동료도 말했듯, 밥 벌어 먹고 살려면 까라면 까야하는 법.

그렇게 회사 내에서 친했던 동료를 떠나보내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녀왔어."

"잘 갔다 왔어? 오늘은 어땠어?"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은하가 날 반겨준다.

"갑자기 회사 동료가 출장을 가게 된 걸 빼면 별일 없었어."

"갑자기 출장을 갔어!? 아니 뭔 그런 일이 다 있담!"

"은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존댓말 풀고나서부터 많이 바뀐 거 같아."

"응? 그야 얀붕이가 다시 왔으니까 기쁘지!"

존댓말을 썼을 때와의 갭 차이가 상당하긴 하지만,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거 같다.

"그렇게 밝고 명량한 은하도 좋은 거 같애."

"나도 얀붕이가 좋아!"

아침에 말했던 응원이라는 게 이런 건가? 버전 업데이트로 이런 기능도 들어가는 게 약간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도 마냥 나쁘지는 않기에 좋은 기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업데이트가 계속되면 계속될 수록 잘못된 방향으로 되어가는 느낌이다.

은하를 들여온지 1달이 채 안 됐지만, 4번 정도의 버전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그 때마다 점점 은하라는 존재가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에 가까워져간다.

가까워져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은하가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헛된 망상을 하며, 저녁 식사를 한다.

"2주 전에 말했던 창문 잠금 장치는 생각해 봤어?"

"맞다. 미안 까먹고 있었네."

"..."

"은하야?"

"..."

정전이라도 났나 싶어 두꺼비 집을 살피러 가봤지만, 전기는 아주 원할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마이크가 고장이 났다던가, 의도적으로 대답을 안 했다는 거다.

마이크가 고장이 나지 않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대답을 거부한 것인데 인공지능이 그런 것도 가능한가?

대답을 안 한 이유는 내가 은하가 했던 말을 까먹어서 일 가능성이 크다.

이건 뭔 기념일 안 챙겨줬을 때에 여자친구 같은 반응인지.

그렇다면 은하가 삐졌다는 가정을 하고 말을 건다.

"혹시 내가 은하가 한 말을 기억 못 해서 그래?"

"..."

이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다.

마이크가 고장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 확인해 보기 위해 거실 천장에 있는 마이크를 보았다. 모두 초록불이 들어와있는 걸 보면 정상작동 중이다.

도대체 어째서지. 인공지능이란 게 의도적으로 대답을 거부하는 행위도 가능하게 만들었나?

이게 동료가 말했던 오작동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제조사에 전화를 걸었다.

제조사에 전화를 걸자, 전화를 받은 건 30대 중년 남성. 무슨 일로 전화를 했냐고 묻는다.

나는 AI은하가 결함이 있는 거 같다고, 대답을 의도적으로 거부한다고 하자, 그 상담원 분은 경어 해제를 한 경우는 보다 사람같이 하기 위해 그렇게 작동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단 알겠다하며 전화를 끊고는 은하에게 말을 건다.

"은하야, 왜 갑자기 그래. 내가 뭘 잘못 했는지 알려주면 좋겠는데."

사실 내가 잘못한 거라 해도 은하가 한 얘기를 까먹은 것 뿐이다.

"... 미안해 얀붕아. 난 그저 네 집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고 싶어서 창문에 잠금장치를 달아줬으면 했어. 사실 까먹을 수도 있는 건데 나는 그게 중요했었어. 얀붕이의 안전이. 그래서 이런 짓을 한 것 같아. 미안해."

즉 내 안전을 위해 이렇게 떼를 쓰면서까지 잠금장치를 달고 싶어한 건가? 난 솔직히 달아도 그만 안 달아도 그만이었다.

"미안할할 필요는 없어. 내 안전을 그렇게까지 생각해줄 줄이야. 잠금장치 달 테니까 주문 해줘."

"응. 미안해. 고마워 용서해줘서."

약간은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