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였을 때의 감각은 잊을 수 없다.


겨우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지만, 그저 총알이 멀리 떨어진 목표를 맞추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어리숙한 소년병의 이마를 관통했을 때는 잊을 수 없었다.



나는 군인 시절에는 그럭저럭 재능이 있었던 데다가 총 깨나 쏘는 사냥꾼 출신이었기에 금세 전공을 쌓았다.


그때도 고전이 장땡이라며 기계식 조준경 하나에 의지하는 멍청이였지만, 나는 딱 한 발 쏘면 한 명을 맞출 수 있다고 자부했고, 단순한 거짓말은 아님을 증명해왔다.


하지만 소년병을 죽인 뒤로 나는 더 웃을 수 없었다. 나는 살인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잠시나마 잊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나는 두 번 다시 총을 쥘 수가 없었다. 방아쇠를 당기기는커녕 손이 벌벌 떨려 조준도 힘들었고, 겨우 조준을 마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동료들은 총을 못 쏘는 날 비웃다가도 곧 사연을 듣고는 안쓰러워하며 위로해주었고, 나를 몹시 아끼던 장교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채 전역을 허락해주었다.


난 그들을 실망시킨 것 같아서 더더욱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일개 병졸로서 총을 다룰 수 없는 몸이 되었고, 장교의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정신이 매우 궁핍한 상태였다.


나는 결국 포기했다. 평화로운 곳에서 가만히 머무르는 것도 싫어하는 주제에, 사람에게 총을 쏘는 것도 혐오하게 된 내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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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크루거에 입사한 뒤로 지휘관은 꽤 다사다난한 삶을 보냈다.


세상에. 철혈공조는 또 무엇이고, 정규군 특수작전사령부는 또 무엇이길래. 지옥에서 한 발자국 나온 줄 알았더니 또 다른 지옥일 줄이야.



하지만 지휘관은 이곳 특유의 화기애애한 업무 환경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로봇 주제에 엔간한 사람보다 예쁜 미소녀가 근처에 수두룩하고, 카리나는 돈을 지나치게 밝히는 점만 빼면 나름대로 괜찮은 직원이니까.


게다가 더 좋았던 점은 이곳에 온 뒤로 악몽을 꾸는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건 주인님이 잠을 안 자서 그런 것 아닙니까?"


"씁. 그런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자."

부담스럽게 태클을 거는 이 금발의 여자아이는 G36. 몹시 성실한 메이드다.



"과로로 인한 수면 부족은 주인님의 건강 상태에 심각한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을 편안하게 자지 못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그 피해가 누적되고 또 누적되면 곧이어 돌연사, 뇌졸증, 심근경색 등의 질병……. 주인님?"



그저 매우 성실할 뿐…….



"아아아아아안녕, 엠포?"


"지휘관님!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데, 오늘 수면을 안 취하셨나요?"


"티 많이 나니?"


"지휘관님의 건강이 곧 제 생명과 직결하는 문제니까요. 지휘관님이 편찮으시면 저도 집중할 수 없습니다. 지휘관님? 제 말 듣고 계시나요?"


"아, 알았다."

M4A1은 은근히 유약한 성격이지만, 눈을 치켜뜰 때만큼은 차마 평범하게 대하기 무서워진다.


페르시카는 꽤 평범한 애정 표현이라고 쉽게쉽게 설명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지휘관."


"오, 흥국아. 무슨 일이니?"

HK416은 화려한 별명을 듣자마자 은근히 가운뎃손가락을 움찔거리다가 말았다.



"불명의 신호가 감지됐어. 철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확실하지가 않아."


"확인이 필요하겠네. 흥국아, 준비해주겠니?"


"그놈의 흥국 씨바……."


"HK416. 무의미한 욕설은 그만하세요."


"입 닥쳐, 엠포."



둘 사이에 껴서 괜히 괴로워진 지휘관은 가까스로 둘을 진정시킨 다음 신호를 포착한 장소로 이동했다.


밀밭 사이에 외롭게 서 있는 빈 건물이었다. 소련 시절에 건설한 저택처럼 보였는데, 신호를 감지한 것만 제외하면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언제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았다는 것만 빼면?



"여기서 신호가 나왔다고?"


"분명해, 지휘관. 여기야."


"으흥 ↗ ♫ 흥국? 혹시 착각한 거 아니야?"


"뒤지기 싫으면 입 닥치고 꺼져라."

저택에 진입하면서 또다시 충돌하는 AR소대와 404소대를 멀리서 지켜보던 지휘관은 예기치 못한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귀신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그 느낌, 지휘관은 차에서 나왔다.



"DSR-50! 지금……!"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 지휘관은 그대로 어디론가 추락했고, 누군가의 비명을 들으면서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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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이거 놔! 좆같은. 이 씨발, 지, 지휘관이 저기 있다고 ─ !"


"닥쳐! 네가 이런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 같아!"


"지휘관. 지휘관이 ─ ! 지휘관!"


"버러지같은 철혈 새끼들이 ─── !"



지휘관이 실종된 이 혼란한 상황에서 M4A1은 어떻게든 붕괴된 지휘계통을 회복하려고 시도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은 M4A1이었기 때문이다.



"지휘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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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묶였다는 것은 의식을 되찾자마자 알 수 있었다.


새하얀 천장이 보이는 상황에서, 지휘관은 흐릿한 시야에 의존해 의사로 보이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가, 어디오?"


"안녕, 지휘관. 하, 조마조마했어. 설마 지휘관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모할 줄은 몰랐거든. 위험한 전선까지 따라오는 지휘관이라니."


"팔다리가 묶였는데, 어떻게 된 일이오?"


"말투가 이상하군. 한 대는 맞아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가?"


"네 욕구 채우는 데에 이 인간을 쓰지 마, 알케미스트. 이 사람은 우리 철혈에게 꼭 필요하다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럼, 잠시 대화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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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챈에 온 주제에 얀데레는 쓰지도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