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바람소리를 제외하면 한동안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던 공간.

그 틈을 비집고 들려온 문 소리는 꽤 오랜만 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다는 변방. 주변에는 몬스터가 바글거렸기에 사람들이 꺼려하는 장소.

그곳이 내 집이다. 

그런 내 집에 손님이 올리는 전무한데 말이다.


문을 열어 바라본 광경은 꽤나 생소했다.

이런 곳에 여성이, 그것도 단 혼자서 오다니 말이 안된다고 느꼈으니까.

혹시나 도적떼는 아닐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뭐 그럴리가 없나. 


" …여긴 무슨 일로? "


" 재워줘. " 


" …… . "


말문이 막혔다. 다짜고짜 그런 소릴 하더라도 곤란했으니까.

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 탓에 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상상조차 가질 않았다.

한 차례 바람이 더 불어온다. 그녀의 옷가지가 펄럭였고, 그 모습에 나는 한숨과 함께 뒤로 걸음을 물렸다. 


" 들어와요. " 


아무 말 없이 실내로 들어서던 그녀. 

잠깐 흘겨보니 얖 옆으로 한바퀴 굴러오던 눈동자가 다시 내게 맞닿는다. 


" 그래서 어쩌다 여기까지? "


상당히 앳되어 보이는 얼굴. 생기하나 없는 눈동자.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 그리고 의상.

모험가와 전혀 매칭되지 않던 탓에, 내 추측은 어디로 방향을 짚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 …… . "


질문에도 아무런 답도 없이, 문 앞에 서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던 그 여성의 모습에 

금방이라도 한숨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 우선 앉아요. " 


손님을 예상치 못했던 집은 상당히 너저분 했으며, 테이블 위만 간단히 치워선 나는 부엌으로 걸었다. 

부엌이라 해도, 냉장고도 없었으며 단지 마도구가 몇 가지 있었을 뿐. 

납작한 구체에 손을 가져다 대어 영창을 불러 불꽃을 일으킨다. 

그 위에 자그마한 주전자를 올려두고, 나는 다시 그녀에게로 걸어간다. 


" 다짜고짜 재워 달라고 해도, 그렇게 가만히 있으시면 저도 곤란해요. "


바닥에 내리깔려 있던 시선을 올려 나를 바라본다. 

그 의미를 헤아리다, 마냥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갤 갸웃거리던 그녀는 자신의 외투를 벗었고, 

이내 등으로 손을 돌려선 잠시 꼼지락 대더니, 옷이 힘없이 아래로 내려가 버린다. 

속옷을 제외하곤 어떤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그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 …몸을 원해? " 


" 입기나 해요. 내가 짐승도 아니고. " 


조목조목 내뱉는 말과 상반되는 그 말의 의미에 혀를 내둘렀다. 

저 멀리 떨어진 도시에는 밤의 거리엔 창녀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애초에 나는 그런 서비스를 시키지도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시끄럽게 울려대던 주전자에 이때다 싶어 시선을 돌리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딱히 도시에서 귀족들이 즐길만한 찻잎은 내게 없었기에, 나는 집 앞에서 따온 영화초를 찻잎으로 썼다.

주전자를 손에 들고 생각해보니 혼자 사는 집에선 잔이 여러개가 있을리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녀의 잔만 들고선 테이블로 돌아왔고, 천천히 밀어두고 입을 떼었다. 


" 아무말도 해주기 싫은가 봐요? " 


빤히 내어진 찻잔을 바라보던 그녀는 조용히 잔을 들어올려 향을 음미하다 내뱉었다. 


" 이건 뭐야? " 


" … 이 근방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거에요. 독이라도 있을까봐요? "


잠시 나를 향해있던 그녀의 시선이 다시 찻잔으로 돌아가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차를 음미했다. 

나름 하이포션의 재료라고는 해도, 그 양이 과하면 사람을 망가뜨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찻잎으로 쓰는 정도는 괜찮았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안정감을 주는 것. 그게 전부니까.

입에 맞을지는 미지수였지만, 그 이후로 말도 없이 계속 찻잔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싫지만은 않은가보다. 

그나저나, 계속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내가 곤란한데. 


" 뭐하다 여기까지 왔어요? "


" … 산책. " 


내 두 눈동자만 연신 깜빡였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산책으로 무마할 수준의 장소가 아니었다. 

근방에는 이 근처를 수호하는 용도 있었으며, 마물의 수준이 낮은 편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여린 소녀 혼자서 산책이라 말하며 걸어왔다니, 말이 되질 않았다. 


" 농담하는거 아니에요. 당신 뭐에요? "


" …… 본체는 용인데. 보여줄까? "


머리를 쌔게 맞은 느낌이었다. 

근처에는 균형을 수호하는 용이 있다고 분명. 신화 속으로만 내려오는 그 이야기를 도대체 누가 믿겠는가. 

분명 거짓이겠거니, 조금 그럴싸한 답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그녀의 지금 이 행동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