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2화 /3화 / 4화


===================================

한차례의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와 얀순이는 탁자 앞에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오빠, 이제 설명해주세요. 그 남자는 누구고 오빠와 어떤 관계인지."


"응, 그 녀석의 이름부터 말하자면......."


금태양, 이름과 비슷하게 금발 곱슬머리에 검게 그을린 피부와 양아치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남자다.


그리고 나와 똑같이 이세계로 오게된 전생자였다.


"이세계에서의 금태양에 대한 내 정보는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이전 세계의 금태양에 대한 걸 알려줄게."


그는 극도의 NTR 성향을 지닌 외도로, 내가 다니던 회사 후임이자 내 아내였던 얀진이를 뺏어간 장본인이었다.


"회사?"


"아! 이전 세계에 있는 길드라고 생각하면 돼."


이 세계에선 회사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녀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어느정도 비슷한 느낌으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금태양은 사장...이 아니라 길드 마스터의 아들로, 아버지의 힘을 빌려 내가 다니는 회사에 일을 하게 되었어."


갓 회사에 입사한 금태양은 나의 전속 후임으로 배정되어 초반에는 매우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다.


회사를 번성시킨 사장의 아들답게 그또한 머리가 비상하고 눈치가 빠르며 신입답지 않게 일처리가 완벽한 편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선임으로서 지켜보게 되면서 나는 그를 점점 신뢰하게 되었다.


외형은 좀 놀게 생겼어도 실상은 성실하고 듬직한 사람이였구나 생각하며 겉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고 내 자신을 질타하며 깊이 반성하였다.


그렇게 나는 금태양하고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술자리도 자주 같이 할 정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전부 금태양의 연극에 불과하였다.


회사의 어느 회식날.


전 아내인 얀진이에게 아무리 사랑을 쏟아봐도 돌아오는 것 하나 없는 현실에 지친 나는 고달픈 마음을 쓰디쓴 술로 달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금태양이 언제나처럼 내 곁에 와서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려 분위기를 띄웠고, 이에 나는 고마워하며 술을 계속 마시게 되었다.


결국 과음을 해버려서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가 된 나는 불안한 귀갓길에 오르게 되었지만, 이런 나를 금태양이 또 도와주었다.


내 몸을 부축해주면서 집까지 바래다주는 금태양, 나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인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고,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뻗어버리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의 필름은 끊기게 되었지만......


"아마 그 날 금태양이 홀로 남은 얀진이를 겁탈했을테고, 그때부터 금태양의 아내 뺏기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거야."


즉 나와 친해진 것도, 나와 술자리를 함께 한 것도, 나를 부축해주겠다며 집까지 바래다준 것도, 전부 금태양이 짠 시나리오 불과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남자가 오빠에게 있어서 만악의 근원이겠네요?"


"그렇긴 하지만 확답은 못할 것 같아. 왜냐하면 그 당시의 얀진이는 매일 내가 주는 사랑은 진부하다며 불만을 토로했거든, 그러니 내가 질려버린 얀진이 쪽에서 오히려 금태양을 유혹해왔을지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는요?"


"술 마신 다음날부터 얀진이는 꼬박꼬박 내 회사에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수차례의 방문이 있었음에도 나를 만나러 오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짜증만 부리던 아내가 어떤 심경 변화를 겪은 것인지 하루종일 미소짓더니 급기야 내 회사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아내는 나를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닌 그저 친한 지인을 만나기 위해 온 거라 하였다.


이에 그 당시의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러려니하며 넘어갔다.


혹여 아내가 찾아올 때마다 금태양도 사라진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졌다면 좀 더 일찍 깨닫고 해결책을 세웠을지도 몰랐을 텐데......


"고작 하룻밤 만에 금태양에게 빠져버렸다는 거니까, 아내에게 나를 향한 사랑따윈 처음부터 없었다고 생각해."


"......역시 그때 죽여버릴 걸 그랬네요."


"이래나저래나 내 추측에 불과하니까, 깊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줘. 진실은 다를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상당히 불쾌해요! 저였다면 오빠가 아닌 남자가 제 몸에 손 대려고하면 곧바로 죽여버렸을 텐데! 그런데 그 여자는 오빠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렸잖아요? 그것만 해도 충분히 유죄에요! 즉결처형시켜야 한다구요!"


"날 위해서 화내주는 건 고마워, 그래도 나는 네 손에 사람 피가 묻는 걸 원치 않아."


"그치만......!"


"나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러니 그렇게 심각한 표정은 짓지마."


"오빠......"


"자!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으로는......"


"잠시만요 오빠! 한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요."


"음? 뭔데?"


"오빠는 배신당했다는 현실에 절망해서 자살을 택하시고 이세계로 오신 거죠?"


"맞아."


"그렇다면 혹시 그 불결한 남자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아시는가요? 원래라면 오빠를 배신한 아내와 끼리끼리 이전 생에서 지내야 할텐데....."


날카로운 질문, 그에 대한 대답은 나의 목을 타고 올라오다가 도중에 막히게 되었다.


얀순이에게 솔직하게 말해야할 것인가, 하지만 그랬다간 그녀가 나를 경멸하게 될지도......


"말해주세요, 저는 오빠의 전부를 알고 싶어요."


생각해보면 그럴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의 말을 믿어주는 유일한 사람, 그러니 나도 그녀에게 믿음을 보여야 한다.


"금태양이 이 세계에 있는 이유... 그건 바로 내가 죽기 직전에 금태양을 살해했기 때문이야."


자살을 결심했을 당시의 내 머릿속에선 왜 나만 죽어야하지? 라는 발상이 맴돌고 있었다.


나는 그저 아내를 사랑하고 후임을 아꼈을 뿐인데 어째서 그들에게 빼앗기고 배신 당하며 자살을 결심할 때까지 내몰린 것일까?


결국 죽기 전에 극도의 분노에 휩싸인 나는 회사 옥상으로 금태양을 불렀다.


그렇게해서 불려온 금태양은 성실했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아내를 뺏은 양아치의 태도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태도를 보며 죽이길 꺼려했던 내 망설임마저 사라지게 되었고, 결국 나는 주머니에 숨겨두고 있었던 나이프로 금태양을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그 후엔 복수에 성공한 나는 허탈한 비웃음과 함께 그대로 나 자신을 죽음으로 밀어넣는 자살을 택하게 된 것이었다.


"이게 여태까지 숨겨왔던 나의 진실이야."


"그렇군요......"


"내가 살인자라서 실망했지? 미안해, 빨리 말해주지 못해서."


"아니에요! 저는 얀붕 오빠가 살인자이든 괴물이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오빠는 저를 구해준 영웅이자 매우 상냥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오빠를 좋아하지않게 되는 일은 없어요, 영원히!"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혹시 그게 신경쓰이시다면 저도 사람을 죽여서 같은 살인자가 될게요!"


"그러지는 마, 내 손은 이미 사람의 피로 더럽혀졌어도 네 손만큼은 깨끗하길 원해."


"그러면 약속해줘요."


"약속?"


"네, 제가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오빠가 평생 제 곁에서 머물며 막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저는 오빠를 버린 걸레 아줌마와 오물같은 남자를 죽이러갈 것 같으니까요."


얀순이의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말을 험악했지만 그 안에 있는 얀순이의 본심이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다.


핵심은 항상 곁에 있어달라는 것, 그녀 또한 불안해했던 거겠지.


타이밍 좋게 얀순이가 지켜준 덕에 얀진이의 정신 지배에서 풀려났을 수 있었지만, 그녀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나는 얀순이의 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얀순이와의 추억을 잃고, 얀순이에 대한 걸 모두 망각해버리게 되며, 끝내 거짓된 사랑까지 심어지게된 나는 얀순이를 거부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얀순이는 이전 생의 내가 겪었던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얀순이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일이겠지.


"알았어, 약속할게."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해줘요."


"......그래."


얀순이의 작은 손가락과 나의 새끼 손가락이 맞닿는 순간, 나와 얀순이의 마음도 새끼 손가락처럼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과거의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대책을 세우자."   


"대책이요? 그냥 힘으로 찍어누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아마 힘들거야, 그 녀석도 전생자인 만큼 특수 능력이 있을테니까."


"특수 능력말인가요?"


그러고보니 이에 대해서도 그녀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방금 전에 얀진이를 만나 확신하게된 사실이 하나 있어, 바로 전생자들은 저마다 특수 능력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과 능력이 전생의 자신과 크게 연관되어있다는 점."


나같은 경우에는 이전 생에 아내를 빼앗긴 기억과 그 뺏어간 장본인을 죽였다는 기억으로 인해 생겨진 NTR 파괴자라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남의 사람을 빼앗은 자들에 한해서 20배의 힘을 낼 수 있다는 조건부 스킬.


내 분노의 대상을 죽이면 죽일 수록 더 강해지는 능력이다보니 여지껏 내가 NTR에 특화되어있는 고블린과 오크들만 잡고다닌 것도 이런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능력 자체가 네토라레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어있는 능력이였기에 평상 시에는 쓸모없고 하찮기 그지 없는 능력이었다.


"얀진이의 능력은 정신 지배, 그녀는 자신만 사랑받고 싶어하는 자기중심적 인물이었으니 남을 조종하는 능력이 생긴 거겠지."


"정말로 뼈 속까지 저급한 사람이였네요."


"그래도 너한테는 지배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당연하죠, 그딴 년에게 지배 당할 바에야 죽어버리는 게 나으니까요."


전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얀순이는 얀진이를 한해서 무지막지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금태양한테도 상당한 경멸과 분노을 보여주긴 하나 얀진이에 대한 분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렇게까지 얀진이가 싫었던 걸까?


"문제는 금태양이야, 그 녀석의 능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측해보자면 필시 남의 여자를 자기 것으로 하는 매료 능력이라 생각이 드는데......"


"아, 그러고보니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었네요."


"뭔데?"


"예전에 사룡을 퇴치했을 때, 공적을 치하받으러 국왕을 알현했었거든요, 근데 그때 알현실에 왕은 있었는데 왕비는 없었어요."


"으음? 그게 문제될 일이야?"


"그리 문제 삼을 일은 아니지만, 알현을 마치고 성 밖으로 나가는 와중에 만난 시녀들의 수다에서 왕비님이 매일 밤낮 가리지 않고 그 오물의 방으로 찾아간다고 하는 소문을 듣게 되었어요. 당시엔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굉장하네요."


"아......"


금태양, 이 미친 놈! 하다하다 이제 자신의 친아비인 왕에게서 친어머니인 왕비를 NTR 해버린 건가?!


그 녀석이 NTR에 미친 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미쳐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밖에도 그 녀석이 매일 왕도를 거닐면서 남의 여자를 꼬셔서 자신의 방으로 데려간다는 소문도 많더라구요."


"하아~ 정말 구제불능의 쓰레기구나, 그 녀석."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혹시나 전생을 하고나서 회개를 하거나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어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겠지만, 늘 한결같이 인간 쓰레기로 남아있었으니 맘편히 두들겨 팰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이로서 확실해졌네, 금태양에게는 남의 여자를 뺏는 능력이 있다는 걸."


"그렇다면 오빠의 능력이 적용되는 대상이겠네요."


"응, 그 녀석의 상대로 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1대1 상황의 일.


문제는 녀석이 가진 능력과 지위였다.


"금태양은 썩어도 왕의 아들, 그리고 그의 능력은 얀진이와 마찬가지로 정신 조작일 가능성이 크다보니 실질적으로 이기긴 어려워."


다시 말해, 국왕인 아비의 힘을 빌려 나라의 군사를 이용한다거나 혹은 매료를 통해 꼬신 여자들을 이용해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정신 지배 능력을 사용하는 얀진이까지 있다.


얀순이가 워낙에 규격 외라서 통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통할지도 모르는 정신 지배.


그 어떤 사람이라도 조종해버린다는 그 역겨운 조합을 어떻게해서든 파훼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얀순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금태양와는 가까워지마."


금태양의 능력이 얀순이에게 적용되어선 안되었다.


"걱정마세요!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빠 외에는 마음을 주지 않을 거니까요!"


"하지만 금태양의 능력이 너에게 통할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금태양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쳐줘. 너마저 뺏긴다면 나는......."


떨기 시작하는 나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는 얀순이, 그대로 나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갖다대었다.


"오빠는 너무 걱정이 많아서 탈이에요."


"이미 한번 당했으니까,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거야."


"그 여자와 저는 다르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무서운거야, 너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가."


"그런 미래는 오지 않아요."


"하지만......!"


"좀 더 저를 믿어주세요, 제가 기필코 그런 미래가 오지않도록 만들테니까."


 "믿고 싶어, 나도 정말로 널 믿어주고 싶어! 그래도 내 머리는 계속 끔찍한 상상을 하게 돼! 너마저 금태양에게 빼앗기며 모든 행복이 부서지고마는 상상이 날 고통스럽게 만든단 말이야.....!"


"바보 오빠, 그럴 때 좋은 방법이 바로 눈 앞에 있잖아요."


얀순이는 뺨에 갖다댄 나의 손을 천천히 끌어당기더니 이내 봉긋하게 올라온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게 만들었다.


"제 몸을 사용해주세요♡ 안좋은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즐기면 되는 거에요!"


"아아......"


"그리고 오빠의 것으로 잔뜩 마킹해주셔야 해요? 제가 오빠 꺼라는 걸 잊지못하도록 자~안뜩♡"


귓가에 직접 속삭여 오는 것 같은 얀순이의 끈적한 목소리에 나는 미칠듯이 흥분하고 말았다.


얀순이와의 속궁합이 더할나위없이 최고라는 걸 알고있는 상태에서 얀순이의 유혹까지 들어오니, 내 몸은 반사적으로 준비태세를 마쳐놓았으며 당장이라도 얀순이와 하나가 되고싶다는 충동이 머리를 지배해가고 있었다.


이는 아까 전에 맞았던 얀진이의 정신 지배 보다도 효과가 강력하였기에, 나는 결국 얀순이의 몸을 침대로 밀어넣고 말았다.


"꺄핫♡"


내게 밀쳐졌음에도 이를 기쁘게 받아들인 얀순이는 음탕한 미소를 지은 채로 가랑이를 벌려 더욱이 나를 도발해왔다.


"저를 빼앗기고 싶지 않으시다면 잔뜩 사랑해주세요, 오빠가 원하시는 만큼♡"


그 날밤은 그 어떤 때보다도 격렬한 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쉬지도 않고 몸을 섞었으니까.


끝나고 난 뒤의 방 안에는 뜨거운 열기와 서로의 체액 냄새로 가득하였으며 침대 위에는 나와 얀순이가 부둥켜 껴안은 채로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오빠, 이제 다른 생각은 안드시죠?"


"덕분에 말이지."


"헤헤♡"


나는 사랑스럽게 웃고있는 얀순이를 몸을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


나를 낳아주신 엄머를 제외하면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여성의 따뜻함. 


술 마신 것처럼 따뜻함에 취해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았으나......


"......벌써 와버렸네."


"그러네요, 조금 더 오빠랑 이렇게 있고 싶었는데......"


우리의 보금자리를 향해 다가오는 수많은 발걸음 소리들.


그 중에서는 말발굽 소리도 들려왔다.


"왕명이다! 사룡을 퇴치한 모험가 카니얀 순라나여! 당장 나와 왕명을 받들여라!"


아쉽지만 여운을 즐기는 시간은 여기까지.


이제 전생부터 시작된 모든 악연들을 정리해야할 시간인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린 옷과 장비들을 모두 갖춘 뒤에 집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나오셨군."


나오는데 꽤 시간이 걸렸던 것이 불만이었던 걸까? 


왕국의 장군은 눈살을 잔뜩 찌뿌린 채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눈 안깔아? 연인끼리 다정다감하게 지내고 있는데 불쑥 찾아온 불청객 놈들이!"


"언행을 조심해라, 카니얀! 왕명이라는 숭고한 뜻으로 찾아온 우리를 비하하는 건 국왕 폐하를 욕하는 것이다!"


"아, 그래? 그런데 어쩌지? 나는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마저 내쳐버린 왕국이 무지 싫어. 그러니까 니네가 물고빠는 국왕따위 나에게 있어 노망난 노친네에 불과하거든?"


"이놈!!"


얀순이의 독설에 화가 잔뜩 오른 왕국의 장군은 검을 빼내들며 기세좋게 얀순이에게 달려들었지만 우습게도 소녀의 손 하나로 제압당해버리고 말았다.


"끄아악!"


"아직도 모르는 거 같은데, 난 너 같은 새끼가 10000명 있어도 못잡는 사룡을 혼자서 잡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오래 살고 싶으면 분수를 깨닫고 행동해."


꺾여 부러질 것만 같았던 장군의 팔은 얀순이의 자비로 인해 무사할 수 있었다.


"크윽, 이런 괴물같은 년...!"


"빨리 노친네가 말한 명령이 뭔지나 말하고 꺼져."


"폐하께선 너만 왕궁까지 데리고 오라는 명을 내리셨다."


"내가 왜? 볼일이 있으면 노친네보고 직접 오라고 해."


"이건 왕명이다! 네가 왕국의 땅에 머물고있는 이상, 폐하의 명은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


"그러면 한가지만 물어보자, 내가 왕국 밖으로 나가는 게 빠를 거 같아? 아니면 내가 왕국을 멸망 시키는 게 빠를 거 같아?"


"크윽! 기어코 왕국에 싸움을 걸겠다는 것인가!!"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생각이 달라졌어. 특별히 이번만 명령에 따라줄게."


갑작스레 왕성에 향하기로 한 얀순이의 결심에 놀란 나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얀순아!"


"제가 걱정되시는 거죠?"


"그거야 당연하잖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오빠 대신에 모든 것들을 끝매듭 짓고 올게요. 그러니 오빠는 안전하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안돼! 그건 너무 위험해, 얀순아!"


"믿어주세요, 저를."


"얀순아!"


"제발 부탁드려요, 오빠."


".......어떻게 말리더라도 갈 거지?"


"네."


그녀를 혼자 보내기 싫다, 아니 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얀순이는 어떻게해서든 갈 생각이었고 그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보였다.


완전히까지는 아니지만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 어느정도 나또한 깨닫게 되었으니......


".......알았어, 널 믿을게. 그 대신 꼭 무사히 돌아와줘."


"네♡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오빠!"


내 입술 위에 짧은 키스를 남긴 얀순이.


그녀는 곧 성으로 돌아가는 병사들의 행렬을 따라가기 시작했으며,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한가지 소원을 마음 속 깊이 염원하고 있었다.


부디 얀순이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


.


.


.


그러나..... 


그 후로 이틀이 지났음에도 얀순이는 왕성에서 돌아오지않았다.


==========================================================



재차 말하지만 본 글쓴이는 NTR를 매우 혐오합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얀붕이가 얀순이를 가게 둔 이유도 제대로 후술될 예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