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는 소방관이야. 원래는 공대에 다니는 공돌이였지만 소방관 시험을 보고 당당히 합격해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지. 


“얀순아..”


그리고 지금 얀붕이는 얀챈시 소방서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액자 하나를 바라보고 있어. 액자 안에는 귀엽게 생긴 여성 한 명이 얀붕이의 마음도 몰라주며 활짝 웃고 있었지. 


그 여성의 이름은 얀순. 얀붕이의 벚꽃같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야. 


“OO골목거리서 교통사고 발생. 화재 우려 있으므로 당직 근무자 출동 요망.”


얀붕이가 얀순이와의 추억을 곱씹고 있던 도중 출동 명령이 떨어졌고 당직을 서고 있던 얀붕이와 동료들과 장비를 챙기고 소방차에 올랐어.


”얀순아 나 다녀올께..! 사랑해..!”


얀붕이는 출동하기 전 늘 얀순이의 사진이 담긴 액자에 입을 맞춰. 얀순이가 어디서든 자신을 지켜봐주고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지.






”으하~ 완전히 박살났네요..!”


“그래도 아무도 안 다친게 어디야.”


갓 소방사를 단 후배 얀진이가 가드레일에 파악 꼬라박아 종잇장 처럼 구겨진 벤쯔 S클레스를 보며 혀를 찼어. 하지만 얀붕이는 크게 감흥을 받지 못한 느낌이었지. 저 사건 때문에 운전자가 사망한 것도 아니고 다친 사람이 나온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다만 충격으로 인해 가솔린이 새어나와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어. 


그런데..


짜악!


”?!”


누군가 현장 지휘를 하고있는 얀붕이의 뺨을 후려쳤어. 얀붕이는 물론 현장에 있는 소방관, 경찰들 까지 모두 토끼눈이 되었지. 명품들을 치렁치렁 걸치고 있는 태닝한 피부의 남자였어. 


“야 이 새끼야..! 딸꾹.. 니가 사고냈지..! 이 씨발.. 딸꾹.. 저 차가 얼마짜린 줄 알아..?! 물어내!”


차주, 금태양은 이미 개가 된지 오래였지. 자기가 술퍼먹고 운전하다가 꼬라박은건 생각도 안하고 피해망상 회로만 가동되서 엄한 얀붕이만 잡았던거야.


”선생님, 이거 놔 주시죠. 엄연히 공무집행방해입니다.”


얀붕이는 이미 한 대 맞아 피해자였지만 최대한 젠틀하고 침착하게 금태양을 달래려했어. 하지만 그럴수록 금태양의 지랄 강도는 점점 심해졌지.


”이런 씨발! 이거 완전 돌아이잖아..! 딸꾹.. 경찰이 저렇게 떡하니 있는데 구라를 까?! 너 같은 건 콩밥을 처 먹어야 정신을 차리지..! 딸꾹..”


금태양은 얀붕이의 멱살을 잡고 패대기처벼렸어. 얀붕이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지.


”꺄악..! 얀붕 선배 괜찮으세요?!”


후배 얀진이가 달려와 쓰러진 얀붕이를 부축하고 손을 잡아주었어. 그 모습을 본 금태양은 코웃음을 치더니 대파된 자신의 차 보닛으로 휘청휘청 걸어가 턱 걸터 앉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이 새끼야.. 이 차가 얼마짜리인 줄 아냐고..?! 씨발! 무려 2억이야 2억!!”


“...”


얀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입술을 조용히 깨물고 모욕을 삭히고 있었어. 그런데 그 순간..!





콰앙!!!!!!!


금태양이 걸터 앉아있던 차에서 별안간 스파크가 튀더니 그대로 폭발해버렸어.


”어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고 말았어. 죄없는 얀붕이에게 모욕을 준 금태양이게 마치 하늘이 ’천벌’이라도 내렸다는 것 같았거든. 나중에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이 불을 진화하고 보니 금태양은 피부는 물론 근육과 뼈 일부도 불에 타 완전히 엉망인 모습으로 타죽은 채로 발견되었지.









며칠 뒤, 얀붕이는 소방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추모공원을 찾았어. 그곳에는 얀순이의 유골을 뿌린 금목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지. 얀붕이는 일주일에 한 번, 얀순이가 살아생전 좋아했던 마카롱을 사들고 가곤했지. 


“얀순아 나 왔어. 미안.. 내가 좀 더 일찍 와야했는데..“


얀붕이는 나무를 꼭 껴안았어. 그러자 만리향이라 불리는 금목서의 강한 향이 얀붕이의 코를 간지럽혔어. 그립고도 사무치게 보고싶은 향기였지.


”흐흑.. 얀순아.. 얀순아..”


얀붕이는 서럽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어. 나무를 꽉 붙잡고 정말 엉엉 울었지.


”얀순아 보고싶어.. 제발 돌아와..! 난 너 없으면 죽을 것 같아..!!”


얀붕이는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오열했어. 얀붕이는 늘 얀순이에게 못해준 것, 못 먹여준 것, 못 가본 곳을 떠올리며 자기자신을 공격하고 몰아붙이고 있었지. 그럼 대체 왜 얀붕이는 이렇게 서럽게 얀순이를 부르고 있는걸까?






몇 년전, 얀챈역에서 대형화재가 났었어. 술 취한 취객이 지가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고 담배를 피다 꽁초를 잘못 버려 벌어진 참사였지. 


게다가 불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했을 때 양쪽 선로에서 열차가 진입했고 역에 있던 사람 뿐만 아니라 열차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 또한 상당수가 사망하고 말았지..


그리고 그 열차안에는 데이트를 하고 돌아가고 있던 얀붕이와 얀순이가 타고있었지. 


탈출해야한다는 기관사의 말과 함께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쫙쫙 탈출하기 시작했고 얀붕이와 얀순이 역시 차근차근 탈출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화마의 위력은 감히 인간들을 모두 살려보낼 수 없다고 소리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집어삼켰지. 


우지끈!!


얀붕이가 앞장서고 얀순이가 뒤에서 따라 계단을 오르던 도중 화마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한 계단이 붕괴하기 시작했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얀붕이의 앞에서 계단이 무너졌고 얀붕이와 얀순이는 지하로 떨어지고 말았지.


”얀.. 순아..! 어딨어..!“


”얀.. 붕아.. 나 여깄어..”


지하로 떨어진 얀붕이는 연기 속에서 필사적으로 얀순이를 불렀어. 얀순이는 얀붕이의 목소리를 듣고 얀붕이를 불렀지만 얀순이의 목소리는 천장이 붕괴하는 소리에 묻히고 말았지..


”저기 생존자다!! 어서 구해!”


그러다가 얀붕이는 생존자를 수색하기 위해 뛰어든 소방관들에게 발견되었지. 


“이제 괜찮습니다! 어서 나가시죠!!”


소방관들은 얀붕이를 진정시키며 지상으로 구조하기 위해 무전을 쳤지. 


하지만 얀붕이는 얀순이를 찾기 전까지는 안 나간다고 버티기 시작했어.


”아직 제 여자친구가 저기 있어요..!! 제발.. 제발 우리 얀순이 좀 구해주세요..!”


하지만 소방관들은 시야확보조차 되지 않는 곳에 함부로 발을 들일 수가 없었어. 게다가 천장은 점점 붕괴되고 있었지. 


“안 됩니다..! 지금 천장이 붕괴하고 있어서 어서 나가지 않으면 저희도 위험해집니다!”


그러자 얀붕이는 절망에 빠졌고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어.


”안 돼!! 나 혼자는 절대 못 나가!! 얀순이랑 못 나가면 나도 여기 남을거야!!”


얀붕이는 소방관들의 손을 뿌리치고 더 어두운 연기속으로 휘청휘청 걸어나갔어. 


그러자 소방관들이 기겁을 하더니 힘으로 얀붕이를 제압했어.


”위험합니다!! 야야, 어서 나가자고!”


얀붕이는 발버둥쳤지만 소방관들을 뿌리칠 수는 없었어.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구조되었지.





결국 얀순이는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이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상태로 얀붕이의 품에 돌아오게되었어.. 


”흐으윽.. 흐흑.. 얀순아.. 얀순아..!”


고아였던 얀순이의 장래식에는 소수의 사람만이 자리를 지켰어. 얀붕이는 얀순이의 장례를 정성껏 치뤄주고 한 가지 결심을 했어.



’나나 얀순이같은 사람이 더는 안 나왔으면 좋겠어.. 얀순아.. 나.. 소방관이 되서 사람들을 구할래..‘



다시는 자기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바램에 얀붕이는 소방관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결국 소방관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지.


그런데, 이제 얀붕이에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며칠 뒤,


”얀챈역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 발생, 예비 인력 제외 전 대원 출동할 것.”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몇년전 얀순이를 앗아갔던 화마가 다시 얀챈역을 삼키기 시작했지. 얀붕이는 결연한 각오를 다졌어.


“얀순아.. 무조건 다 구할게.. 내 곁에서 나 꼭 지켜줘야 돼..?”


왠일인지 얀붕이는 액자에서 얀순이의 사진을 빼고 방화복 앞 주머니 중 하나에 집어넣었어. 






“선배님.. 너무 세요..! 어느정도 외부에서 진압하고 들어가는 게 아니면..”


”너희는 진압작전을 서둘러. 나는 들어가서 사람들을 구한다..”


얀붕이는 후배 얀진이가 말릴 틈도 없이 얀챈 역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어어..?! 선배!! 얀붕 선배!!”





놀랍게도 얀붕이는 역에 있던 110명의 사람들을 거의 모두 구해냈어! 화재가 다행히 사람들이 집중된 곳까지 번지기 전에 신속하게 들어가 구조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얀붕이의 관록이 빛났지. 


그렇게 마지막 요구조자를 출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얀진에게 인도항 순간,






우지끈..!


또 얀붕이의 발밑의 계단이 붕괴하기 시작했어. 이번에도 붕괴는 신속했고, 얀붕이는 말 한 마디 못하고 화염속으로 휩쓸렸지..


’뜨거워.. 그래도.. 이제 얀순이 보러갈 수 있겠지..?’

 

얀붕이는 전신이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얀순이 생각뿐이었지. 이윽고 얀붕이의 눈이 감겼고, 얀챈역의 영웅 얀붕이는 세상을 등지게 되었어..



끝.





















인 줄 알았지?


얀붕이는 아득해져가는 눈을 감았어. 하지만,


”으음.. ..? 여긴..?”


얀붕이는 다시 눈을 떴지. 죽은 당시 입고 있던 방화복과 까만 그을음이 온 몸에 가득했지.


”침대..? 어..?! 저.. 저건 내가 얀순이란테 사다 준 마카롱..?”


얀붕이가 깨어난 곳은 어딘가의 침실의 침대 위였어. 붉은 빛의 이불과 베게가 마치 불꽃을 연상시켰지.


그리고 방 안의 테이블 위에는 분명 자신이 얀순이에게 사다주었던 마카롱 박스들이 한 가득이었지.


그리고 그 때..








”얀붕아!!!”


얀붕이의 고막에 그리도 그리워하고 사무치게 듣고 싶었던 소리가 들려왔어. 천상의 악기들 중에서도 명기만을 엄선한 듯한 소리였지.


얀붕이가 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눈 앞에는..!






”얀.. 순아..”


세상에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얀붕이의 여자친구, 얀순이가 불꽃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흐흑.. 흐흑.. 얀붕아..! 얀붕아..!!!”


얀순이는 갑자기 감정이 역류한 것인지 연신 얀붕이만 부르며 다가와 얀붕이를 꼭 끌어안았지.


”얀순아..! 얀순아..!”


얀붕이 역시 목이 매어와 얀순이를 부르는 것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한 동안 둘은 서로를 껴안고 있었어. 그러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지금껏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 


“뭐어?! 불을 관리하는 신이 되었다고?!”


얀순이는 불을 관리하는 불의 여신이 되어있었지. 억울하게 죽은 얀순이를 딱하게 여긴 옥황상제가 얀순이를 신으로 만들어주었고, 신을 권능을 받은 얀순이는 계속하여 얀붕이를 바라보고 있었지.


사실 얀붕이에게 모욕을 준 금태양 역시 얀붕이를 지켜보고 있던 얀순이가 권능을 사용해 자동차에 화재를 일으킨 것이었지.


얀순이는 얀붕이의 품에서 부비적대며 말했어.


”얀붕아, 네가 맨날 가져다 준 마카롱, 너무너무 맛있었어..! 날 위해 맨날 그렇게 찾아와주고..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아니야.. 난 얀순이 너를 구하지 못했어.. 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뭐가 있든 다 의미가 없는거야..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는..”


얀붕이그 매이는 목소리로 얀순이에게 속삭이던 그 때, 얀순이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어.


“잠깐.. 이게 무슨 냄새지..?”


”응..? 그게 무슨..”


얀순이의 붉은 눈동자에 하이라이트가 꺼졌어.


”누구야..? 이 역겨운 암컷 냄새는? 아아, 혹시 저번에 우리 얀붕이손을 잡은 얀진인가 뭔가하는 년인가..?”


얀순이의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을 본 얀붕이는 겁을 먹기 시작했어.  


“야.. 얀순아..?”


그러더니 갑자기 허공에서 달궈진 쇠사슬이 튀어나와 얀붕이의 사지를 붙잡았어.


”아악..! 야.. 얀순아 왜 그러는거야?!!”


얀붕이가 뜨거움에 고통을 받으며 얀순이를 불렀어. 하지만 얀순이는 더 이상 얀붕이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지. 




“얀붕아.. 다시는 떨어지면 안되니까 ’재교육’ 받자..? 그리고 아이도.. 한 30명이면 되려나~? 아니다! 그냥 무한대로 낳자!! 시간은 많으니까.. 얀붕아, 우리 천천히 즐기자아~?”



얀붕이는 그렇게 얀순이의 축구리그 생산 계획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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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토끼 이야기 써야되는데 동네 소방서 보고 회로 돌아서 급하게 써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