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바다바람, 그리고 파도치는 소리.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다바람. 그리고, 그 바다바람과 함께 장 바르, 거기에 됭케르크는 도크 위에서 바람을 쐐고 있다. 


꽤나 즐거웠던 기억들이다.


아이리스 리브레, 메탈 블러드. 로열 네이비. 사르데냐.


그리고, 그 중에서- 메탈 블러드에 온 검은머리 동양인. 김해진 제독. 김해진 소령, 그리고 아이리스 리브레, 로열 네이비와 기술 협력을 하려고 했으나, 애초에 그들은 아무것도 아쉬울 것 없었다.


비록 이글 유니온의 세력에 들어가 있는 벽람항로의 대의에 따르는 국가였지만, 그들중 그 누구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필요없다는 말로 거절했다. 중앵? 애초에 레드 엑시즈고 국민 감정도 별로 좋지도 못하다.


그때는 관심도 없었지만, 지금에와서야 알게 된 것들.


그리고 수많은 중앵의 인물들이 그를 멸시하고, 업신여기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거긴 애초에 갈 곳이 못 되었다. 그리고-


그나마 최하책으로 그들이 택한 것은 [메탈 블러드].


그래, 자신들이 있는 그 메탈 블러드다. 그리고, 홀슈타인 항에서 시작된 작은 기적. 조금 [특이한 성정 큐브]를 통해서 만든 함대. 그리고 그 함대는 무척이나 불안정하기 그지 없었고, 그걸 조련한게 바로 김해진 소령.


언젠가 자유롭게 여행을 하기 위해, 바다에서 세이렌을 몰아내고자 했던 청년. 그 청년은- 군인이 되어 이렇게 자신들을 이끌고 있었다. 언젠가 아무 걱정없이 여행을 떠날 이들을 위해 군인이 되었고-


나라에서 그를 내버리고, 가족이 그를 버리고 매장하려 했음에도, 그는 끊임없이 투쟁하는 길을 선택한 끝에, 다시 한 번 메탈 블러드로 돌아와 전장으로 내던져졌다.


온갖 고초를 다 겪은 끝에 귀신과도 같은 얼굴을 하고 독기를 머금을대로 머금고, 홀슈타인 항 방어전투에서 기적적으로 한 척도 침몰시키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불패의 함대. 불침 함대의 시작. 


전설의 시작.


그리고, 동시에 그를 내친 대한민국의 몰락. 그리고, 그는 새롭게 찾은 자신의 조국에서, 이런 대규모 함대를 육성해내고, 키워낼 정도로 뛰어난 지휘관이었다. 그리고, 대국을 보며, 인류를 위해서 싸운 남자.


진영논리에 굴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인류의 적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 벽람항로를 도왔다. 그리고, 듣자하니 그것에 대해서 군사 재판까지 열렸고, 반역으로도 취급될 정도의 중죄로 몰렸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살아있는 걸 보면 그는 거기서 살아나왔다.


하기야, 그 성격에,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이 어디 흔하랴.


그리고 아이리스 리브레, 피에르 리바르가 얼마나 훼방을 놓던간에 그가 위기에 빠지면 찾아와서 함대를 구하곤 홀연히 사라졌고, 로열 네이비의 멍청이, 알렉세이가 깊이 들어가면 쫓아가서 꺼내오는 등.


이젠 다 추억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알고 있다. 그는, 무슨 짓을 해도 반환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


"생각보다, 우리 지휘관은.......정말로 멍청할 정도의 참견쟁이가 분명하다. 그렇지 않나, 됭케르크?"


"........"


"안타깝지만, 떠나는 건 결정된 사항이다. 그리고 이것을 번복할 그가 아니란 걸......."


".....나도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몸을 떤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마음을 모를리가 없다. 각오를 다졌다. 전우를 구하기 위해서,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처벌 받을 것을 각오하고, 됭케르크는 그를 찾아갔고, 그 결과로 장 바르와 알제리, 르말랭을 모두 구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도움을 받는 대가는 결코 싸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메탈 블러드. 레드 엑시즈의 수장인 그들.


그리고 그곳의 지휘관인 불패의 사신이 수전노라는 것. 그리고 그 돈을 받지 못하면 군함들도 뜯어낼거란 것도. 그리고 아름다운 조국, 고향에서 떠나게 되는 일이지만, 동료를 구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얄궂게도 그는 그 돈이 다 채워지면, 그는 다시 보낼거란 말. 리슐리외의 말대로였다.


......그래,


정말로 얄궂은 일이다.


왜, 이제와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이렇게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오는 걸까.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2개월에 달하는 시간동안,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 작전들-  


그의 지휘를 받고서, 그에게 잘했다는 말 한 마디를 들었을때, 마음속이 뭉클해지고, 채워지는 느낌, 그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거 같아서, 그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어졌다. 


눈부시게 빛이 났다. 전장 한복판에서 병사들을 이끌며 돌격하는 용장. 그리고 그의 지휘를 받아 돌격하는 병사들, 그리고 그녀도 그 뒤를 쫓았다. 꽃에 이끌리는 나비처럼, 그의 뒤를 쫓았다. 


한반도에서의 작전중에, 의장의 일부가 손상되었다. 외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기에 별일 아니라 생각했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의장과 연결된 신체가 아파온다. 그리고 점점 출정시간이 다가오는 모습. 그리고- 곧 이어 함대원을 살펴보던 그가 됭케르크를 호출했다. 이대로 가면 출정시간이 늦춰질터인데-


그는 그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출정 시간을 미련없이 늦추고 됭케르크의 상태를 점검했다.


-.....됭케르크, 잠시 보겠다.


-무, 무슨? 윽-!


그리고 여기저기, 의장의 포탑들을 확인해보고, 구동부와 조타장치등을 확인해본다. 아팠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의 손길에 서린 다정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살짝 눈매를 좁힌 이후, 됭케르크를 보며 말했다.


-역시나, 무리하고 있었군. 포탑, 그리고 구동부 계열이 망가져 있는거 같군.


-그걸 어떻.......으윽-!!!


-어떤 멍청이가 아픈거 숨기고서 훈련 받다가 크게 다칠뻔한 이후로 훈련이나, 작전 투입전에 하나하나씩 확인해본다. 아카시, 와서 수리하도록. 출발은 1시간 뒤로 하지.


나중에 알게된건, 그 멍청이가 오이겐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게되었을때 그 마음속에 생긴 질투심, 프린츠 오이겐에게 느낀 그 감정, 그건......틀림없는 질투였다.


왜?


어째서-


아........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를 독점하고 싶어했구나. 그리고- 그것에 더불어서 자신에게 집중된 그의 관심에 기쁘면서도, 자신은 병기라는 것. 그리고 병기임과 동시에 여자라는 걸 자각해버렸다.


-그, 그럴 필요 없어, 지휘관!! 나 하나때문에 작전 시간이........


-귀녀 하나가 비는 것으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나에겐 더 큰 손해다. 너는 이 함대의 수 많은 기둥중 하나다. 그것도, 하나라도 빠지면, 무너지는 기둥이고. 명령이다. 됭케르크- 얌전히 수리받도록.


-냥, 상당히 심각한 손상이다냥, 내부 의장의 부품들이 다 가루가 되었다냥. 추정되는건 충격으로 인해 노후되었던 부품이 한계 수명을 넘기고 부서졌다냥. 그냥 가버렸으면 기능고장을 일으켜서 낭패를 봤을거다 냥. 안심하라냥, 여긴 병원이다냥.


-대체 그런 대사는 어디서 배워온건가 아카시.


-지휘관의 형한테 배웠다냥!


-......내 언젠가 그 형을 잡아서 주리를 틀던가 해야지.


그랬던 기억. 그리고- 아카시와 아카시가 이끄는 양산형 공작함들의 집중 케어를 받고 나서 됭케르크의 의장은 겨우 제기능을 회복할 수 있었고, 그 이후 출발하기 전 그에게 물었다.


-지휘관- 어째서- 나같은 거한테 신경을 써주는거야, 작전 시간은.......중요하잖아. 나 하나때문에- 늦춰야 할 필요가 있었어?


-집단이라는 이름의 광기어린 폭력, 그리고 그 집단이 내미는 대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묻어버리는 건 싫을 뿐이야. 그리고.......나 역시 그 하나였었지. 솔직히 날 버려놓고서 다시 돌아오라니. 사람이 배알이 있지, 한 번 범죄자 낙인 찍고 메탈 블러드에서 기술 공유해주니까 좋다고 팔아재낀 놈들 밑에서 일하라니, 미친 새끼들.


욕설을 내뱉는다. 평소 모습답지 않게 욕설을 내뱉는걸 보면 정말로 한이 맺힌 모양이다. 하기야 그럴거다. 장 바르도 옆에서 그것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감히 날 세이렌에 팔아? 그 개자식을 더 족쳐야 했다고 이를 가는건 덤.


그리고 잠시 헛기침을 하고나서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 대의가, 대의가 아닌 개인의 영달과 일신의 안정을 위한 것이었기에 난 그게 더 싫을 뿐이야. 개인의 욕망, 야욕때문에 팔려가는 기분, 묵살되고, 버려지는 기분을 느끼는 건 나 하나면 족해. 나는 지휘관이고, 귀녀는 내 부하다. 


-뭐, 임시직이지만?


오이겐이 덧붙이지만, 그렇기에-


-그렇기에 오히려 더 신경쓰는거다. 나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내가 있을 장소도 없지. 기껏해봐야 내가 돌아간다 하더라도 난 선전용으로만 쓰일거고, 그 마저도 그것들의 꼭두각시마냥 움직이기만 할 뿐이야. 하지만 너희들은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 돌아갈 곳이 있고, 돌아와주기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오이겐이나 다른 함선들은 좋든 싫든 나와 전장에서 뼈를 묻을 때 까지 싸워야겠지만, 너희들은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다.


싫어,


싫어.......


그런 말 하지 말아줘. 왜 날 밀어내려고 하는거야. 난, 돌아갈 생각 같은거, 하나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제서야,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아- 나는, 이 남자에게 빠졌구나.


처음은 우호의 증명으로, 구해주고, 자신들을 살려준 보답으로 그에게 여러가지 맛있는 간식들도 전해주고, 그나마 잘 봐달라는 의미로 한 행동이었지만-


점차 그의 따뜻한 마음. 모항의 함대원 하나하나까지 신경써주는 그 세밀함. 노시로의 말로는 무다구치는 자기 함대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고, 이름은 안다고 쳐도 그녀들의 자세한 습관같은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르면 곧 바로 불러서 상담을 하거나, 그때처럼 아카시를 불러서 바로 수리, 유지보수를 진행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은 아닐거고. 허나, 죽으면 영원한 이별이다. 그러니 살아남아라. 그것만이 지금은 내가 너희들에게 내릴 수 있는 최우선 명령이다.


마지막까지 그는, 자신들을 떠나갈 사람으로 취급했었다. 그리고- 대의라는 이름의 폭력. 권력자들의 불합리한 폭거, 그리고 그로 인해 그는 북련 함대에게 납치당할뻔 했고, 거기에 동황에 자신의 동생들이 납치당했었다.


분노했지만, 냉철하기 짝이 없었던 그의 지휘는 철저하게 적을 박살내는데 집중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아군의 희생을 내지 않는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의 동생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끝난 이후-


그는 자신의 손으로 죽인, 그를 도왔다고 한, 사병의 인식표, 그리고 그 인식표와 함께- 그 사병의 어머니를 찾았지만, 그녀 역시 자식의 전사 소식에 목숨을 끊은지 오래였다. 여러모로 씁쓸해하고- 힘들어했던 그의 곁에서 뭐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


그리고- 그녀는 봐버렸다.


오이겐, 히퍼, 비스마르크, 페터......이 넷과 관계하는 지휘관의 모습을. 그리고 그 정사의 증거를 그대로 흘린체로 자신들에게 자랑하듯 말하는 오이겐에게, 얼마나 많은 굴욕감을 느꼈던가. 


그리고-


그에게는 거리감만 느껴지고 있었다. 이별을 준비하는 것 처럼-


".......그래도, 한번 만이라도- 다시, 다시 보고 싶어."


"......지금 온다고 하는데, 보러 가야지 않겠나."


"........"


그리고, 그것에 됭케르크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막상, 다시 본다고 하니- 다시 그 앞에 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장 바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제리가 속이 썩는것도 이해가 간다. 저래놓고 나중에 후회해서 돌아버리면 나중에 리슐리외를 볼 면목이 없다. 


"........"


알고 있다. 자신도 같은 기분이니까. 하지만, 장 바르는 자신의 자리, 의무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어차피 그가 할 이야기는- 하나 뿐일테니까.



 












샤를 앙리 디에골.


그의 목숨이 위험하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 


그건 간단하다. 평소에 하지 않은 행동. 리슐리외가 날 향해 보인 그 태도. 사무적으로 굴고 있고, 무례하게 나오고 있고, 까칠하게, 그리고 자신들의 자매들을 내놓을 것을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난 그녀의 행동에 위화감을 느꼈다.


피에르 놈이랑 이야기 하기 싫어서 피에르가 뭘 할 생각인지 그 기함인 리슐리외한테 자주 묻곤 했으니까. 그리고, 공동 전선이라고 해도 건방지기 짝이 없던 피에르놈하고 이야기 해 봐야 그 재수없는 놈은 시적인 표현들로 뭉뚱그려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 물어보느니만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병력들은 잘만 지휘하고 했던걸 보면 그냥 날 엿먹이고 싶어서 그런거다. 당연하게도 어차피 그놈하곤 상종 못할 놈이란 건 진작 알았기에 리슐리외한테 신세를 지곤 했다. 


-의외군요. 이건 보통, 지휘관들끼리 대화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텐데.


-내가 필요한건 전략전술가지 셰익스피어가 아니야. 거기다 그게 지가 하려는 행동이랑 맞으면 모를까. 전혀 반대의 내용으로만 지껄이니까.


-그걸 잘도 알아차리셨군요. 그는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요.


-그거 나도 마찬가지다. 누군 뭐 그 버터 자식이 마음에 드는 줄 아나? 그가 가려는 작전지가, 이곳이 맞나.


-완전히 반대방향이군요. 그쪽으로 간다면 아마 아무것도 못 보실거에요. 만약에 저희 자매들을 도와주시고 싶다면.......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렇게 해서 정보도 교환하고, 덕분에 고전하고 있던 아이리스 리브레의 함대도 돕곤 했었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아이리스 리브레 함대를 돕겠다면서 낑낑거리던 샤를도 알았고 말이지. 마침 거기에 세이렌 연결체 하나가 아이리스 리브레 함대를 향해서 벙커링을 시전해가면서 빼앗은 요새들을 다시 점령해나가고 있었고, 그 벙커링을 시전하고 후방에서 지원오는 병력들을 잘라먹어서 겨우 그 벙커링을 저지할 수 있었다.


거참, 그 사람도 더는 안 당하는 전술인데 그걸 계속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는군. 하기야 나처럼 돌격해서 다 박살내는 놈은 유직 내가 유일무이하다. 게다가 세이렌 연결체중 하나가 나온게 퓨리 파이어였다.


어쨌거나 그 정도로 리슐리외는 자기 지휘관이었던 피에르 리바르보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존재였고, 당연하게도 인류의 제해권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는 도중에도 내게 몇 없는 아군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말한 샤를의 전언.


.......그래, 그건 역 세로 드립. 즉, 맨 밑에서 부터 위로 읽어나가는 글자. 그리고 아이리스 리브레의 말로 적혀있었지만, 그 말의 뜻을 어떤 방식으로든 난 한국말로 해석해서 알아들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리슐리외가 내게 정보를 전하지 못할때, 샤를이 내게 대신 전해주곤 했었으니까.


그가 정말로 된 친구라는게 느꼈던 건, 세로드립과 역세로드립을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해석해서 읽고 그 앞 글자 음만으로도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아이리스 리브레 언어로 하면 이게 뭔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발음과 뜻이 일치하는 한국말 특성상 난 그 앞글자들가지고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걸 알고서 역세로드립으로 어디로 갈지를 알려줬었다.


그래.


이건 샤를이 보낸 편지였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가지고 아이리스 리브레의 숙소로 향한다. 됭케르크랑 알제리, 그리고 장 바르를 어떻게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하고 있는것도 예의는 아니다. 


.......계속 피해봐야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잠깐 생각하는 시간은 하루면 충분하다.



어째서인지 모르게, 내가 그곳에 도착할 때 쯤에는 론이 내 뒤에 따라붙어 있었다.




".......분명 론, 널 부른 적은 없었을텐데 말이지."


그리고 어느틈엔가 뒤에 달라붙은 론을 보면서 말했지만 론은 빙긋 웃고는 나에게 답했다.


"그야, 안 될 일이니까요. 다시 한 번 지휘관님을 상대로 그렇게 나온다면 저도 손을 쓸 명분이 생길테니까요. 그렇죠?"


"그런 문제를 일으킬 일도 없다. 그리고,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마라. 이번 일은 중요한 안건이니까."


"네~ 물론이죠. 저는 당연하게도 그렇게 하지 않는답니다? 지휘관님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제가 온 건 지휘관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그렇죠, 오이겐씨?"


"바보가 아니니 말하는건데, 굳이 시비 걸 생각은 하지 마. 이번 건 중요한 안건이니까. 네 개인적인 욕망으로 시비걸면 가만 안놔둘거야."


그리고 론이 오이겐에게 묻고, 오이겐 역시 론에게 그리 말한다. 당연하게도 하인리히랑 비슷하게 중순양함 중에서 가장 파괴력과 돌파력이 좋은 바다위의 탱크같은 존재.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인리히보다 머리가 나쁜것도 아니다.


은근 상황은 잘 보는 편이어서 전술적으로 볼티모어와 브레머튼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었고, 아마 거기서 더 시간이 지났다면 볼티모어랑 브레머튼은 쉴새없이 속사포로 쏘아대는 론의 포격에 격침당했을거다.


"우후후- 그렇군요. 싸움이군요. 그렇죠?"


싸움 냄새는 귀신같이 맡고 찾아온다. 하여간 이 전투광 새디스트 녀석. 당연하게도 그 용맹하기 짝이 없던 볼티모어랑 브레머튼이 질릴 정도로 새디스트 전투광인 론.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보내는 욕망어린 눈동자.


.......그리고 그것에 오이겐은 킥킥거리면서 웃기만 하며 상황을 즐기기만 할 뿐.


이미 여기서 반쯤 포기했다. 반쯤 포기했고 말고. 특히나 오이겐과 히퍼, 고참급 중순양함들에겐 깍듯하게 대하고 있고, 오이겐과 히퍼가 지시하는 것엔 두말없이 따르니까. 평소의 나긋나긋한 모습과 다르게 전투시에 돌변해 그 새디스트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것 외에는 명령에는 잘 따르니까. 선을 넘으면 비스마르크가 잡아가지만, 그녀는 여태까지 한 번도 잡혀간 적 없다. 그 정도로 그녀는 법규를 지키는데 모범적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아이리스 리브레의 숙소. 그리고, 그곳으로 가자마자 곧 바로 장 바르가 모습을 드러내며 내 앞으로 온다.


이미 연락은 해놨고, 아이리스 리브레 숙소, 그 정원에서 장 바르는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 이상으로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아쉽게도 장 바르, 네가 겪고 있는 문제 이상으로 더 큰 문제다."


"........."


짜증이 어린 모습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됭케르크는, 괜찮은가."


"그렇게 걱정되면 끝나고 나서 직접 찾아가보는 게 어떻겠나. 지휘관. 이젠- 지휘관이라고 부를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그것에 대해선 난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군."


"알고 있으니 그만 재방송하는게 어때. 안 그래도 그것에 스트레스 받는건 알제리나 됭케르크 뿐만이 아니니까. 르 말랭, 그 게을러 터진 녀석도 짱 박혀 있을 정도면 너무 무심한 거 아닌가?"


"........"


"하, 됐어. 너는 그런 녀석이었지. 그래서, 나를 부를 이유가 부디 합당한 이유라면, 좋을텐데 말이야."


"샤를 제독, 그가 변고를 당한거 같다."


"........"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던 장 바르가 침묵한다. 그야 그렇겠지. 장 바르한테도 샤를 제독은 인연이 깊은 대상이니까. 언니인 리슐리외의 남자. 그리고, 마찬가지로 피에르가 거의 내다버린 보급을 다 신경쓰고, 그녀들의 복지를 신경쓰고, 혹시나 있을 비상 사태를 대비해오던, 참모였으니까.


그리고- 그가 제독에 오른지도 2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것에 확신하는 이유는?"



"요사이 일들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아픈 일도 많이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세상이 너무 가혹하군요. 어째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리 가옥한지.


주님이 계시다면, 분명 당신을 꼭 안아주시며 위로해주실겁니다.


여성분들도 있고, 그녀들도 당신 곁에 있으니, 기운을 차리셨을거라 믿습니다.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일도 있으니, 부디- 다음에 만날때는, 다카르에서 뵙겠습니다....



......라고 하는군."


그리고, 곧 이어 나는 한글로 그 앞마디 한 글자씩을 쓰고, 그것을 역세로 방향으로 화살표를 그려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장 바르도,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드디어 알아차렸다.


"........누가 알려줬지?"


"리슐리외. 그리고 그녀도 지금 그 행동 자체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일거다."


".......그렇다면-"


"그렇기에 더욱 더 이 반환 절차는 진행되어야 한다."


".........끝까지 그렇게 나오는 건가?"


그리고 장 바르 역시 그것에 대해서 날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녀 역시 이곳을 떠나기 싫은걸까. 당연하게도 난 그것에 대해서 묻는다. 여기서 묻지 않고 넘어가기 보단, 적어도 한 번쯤은, 그녀들에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니까.


"이건 사실 내 쪽이 더 궁금했던 거다만, 장 바르, 너와 네 기사단들은........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게 아니었나."


"그랬었지."


"그랬었다는 말은,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더욱 더 신경질적으로 나온다. 내가 상관이라는 것도 잊은체, 자신의 본심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고, 마주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지만.


"하, 정말이지. 넌 정말로 여자를 열받게 하는 남자야. 그걸 여자의 입으로 말하게 하고 싶은건가? 넌......."


"말해도 좋다. 장 바르."


그리고, 거기에서 어떤 말이 나오건 간에, 피하지 않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린다.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조섞인 웃음으로, 장 바르는 날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하하......그래, 난 너와 헤어지기 싫다. 지휘관. 그리고, 너는- 그걸 알면서도 우리를 내보내려고 하는건가?"


장 바르의 뜨거운 시선이 나를 향한다. 당차지만, 애절하게 바라는 그 눈동자.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와 장 바르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고향을 그리워 한다는 것. 고향을 등졌다는 것과, 고향에서 묻어질 뻔 했던것, 그리고 고향에서 강제로 떠나와야 했다는 점들. 그리고 그것에 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했었고........


마찬가지로, 내가 대한민국 해군들에게 받았던 불합리한 처사에 가장 크게 분노한 것도 장 바르였다. 그녀도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여러모로 술도 나눴었고, 당연하게도 네 신세가 어떻니 저러니, 윗 대가리들 다 똑같다, 이런 이야기들.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그녀가 나에게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단것도, 나에게 마음을 쏟았다는 걸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다만, 근래 들어선 여러가지 치정문제, 그녀들의 반환 문제에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업었다는 게 문제였다는 거다.


"어머나, 그럼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자리로 반환한다는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거죠? 그리고 그걸로 당신이 지휘관님에게 막말을 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론이 장 바르에게 말한다. 당연하게도 장 바르의 시선이 론에게 향한다. 그리고 론은 내 옆에 들러붙고 있는다. 


티배깅을 하려는 거라면 상당히 초짜로군. 그리고 그걸 할 때도 못 잡고 있고. 함께 싸웠던 전우인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자마자 곧 바로 적의를 풀풀 풍기다니.


.......슈피겔 박사가 경계하는게 아마 이런거겠지.


내가 바라는 단합하고는 전혀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해야 할 행동은 하나다.


"난 너보고 입을 열라고 한 적이 없다. 론. 이것은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간의 대화다."


"어차피 떠나갈 존재라면, 깔끔하게 끝내는게 낫지 않을까요 지휘관?"


"미안하지만 난 그것에 대해서 너의 판단을 구한적이 없다. 자중하도록."


"그렇지만, 이렇게 끌고 가는것도-"


"론."


그리고 오이겐이 론을 부른다. 그리고 그제서야 론 역시 물러선다. 다만 표정에 짜증이 섞여 있는 것이, 론 입장에선 아이리스 리브레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특히나 알제리를 벼르고 있는 모양이고, 론 입장에선 날 귀찮게하는 존재들로 밖에 안 보일테니까.


그리고, 오이겐 역시 론을 노려보고 있다.


더 까불면 끌고가서 참교육을 시전할거다.


거듭 말하지만, 오이겐은 카탈로그 스펙만으로 증명할 수 없는 힘으로 자신의 힘만 믿고 까부는 이들을 몇번이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갔었고, 그걸 아는 론은 오이겐에게 반항할 의지도 없이 침묵했다는 점이다.


나에게 맡겨두라는 듯 윙크하는 오이겐을 뒤로하고,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장 바르, 나는 지금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래, 적어도 반환을 목표로 하고 있고, 샤를, 그를 구해야 한다. 아이리스 리브레가 살아남으려면 말이야."


"........샤를, 그가 더 중요하다는 건가. 너는-"


"그야 중요하지. 내가 더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건 무슨?"


아무래도 조금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당연하게도, 내가 샤를을 구하려는 이유는......어디까지나 내가 더 일하기 싫어서다. 막말로 내 몸은 하나인데, 내 함대 덩치만 더 커진다고, 그게 좋을리가 있나.

나만 죽어나가지.


".......이봐, 장 바르. 나도 사람이다. 유능한 지휘관들을 내가 왜 밀어주고, 내 전공도 던져주고 그러겠나. 로열 네이비의 알렉세이 제독만봐도 그 애송이가 살아남더니 어떤 전공을 세웠지? 당연하게도 그 와중에도 병력을 나누어서 날 도왔고, 그것 덕분에 나는 세이렌 요새에서 아비터를 격파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나?"


당연하게도 그것은 나에게 정말로 천운이었다. 알렉세이는 은혜를 아는 사람이었고, 그는 자신의 함대를 쪼개서 나에게 지원을 보냈다. 벽람항로건, 레드 엑시즈건, 서로 손을 잡아서 세이렌을 격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영 논리에 상관없이 전장에서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서로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리카르도도 날 재수없어 하면서도 내가 지원하는걸 반기고, 그 역시 지원해주는 걸 거리끼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샤를 제독, 그가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야 나 역시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변고를 당했고, 살려달라고 SOS신호를 보냈다.


여기서 샤를이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는다면- 아이리스 리브레의 함대는 붕뜨게 될것이다.


그리고, 그 배상금.


.......내가 부른 배상금은 분명 그렇게 빠르게 준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거기다가, 샤를 제독이 살려달라고 보낼 정도면, 그 서신 자체도 가짜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배상금 역시 미끼일 가능성이 크다.


세간에서 나를 부르는 또다른 이름.


수전노.


그래, 돈 밝히는 놈. 그리고, 내 함대, 장비를 강화시키는데 다 들어가는데, 그런 것쯤이야 영광스러운 칭호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그걸로 함대 강화를 위해서, 훈련을 위해 쓴 액수를 본다면 그걸로도 모자르다.


허나 그만큼 확실한 결과를 내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줄을 서는거다. 


구국의 영웅에게 자금을 지원한다고 기업 이미지 쇄신하려는 이들의 돈은 훌륭한 자금 조달원이다. 그리고, 이렇게 심심하면 다른 나라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거액의 보상금도 뜯어내는 편이고.


"어차피 세이렌은 계속해서 씨를 말려야 하고, 내가 늙어 죽을 때 까지도 계속 나올수도 있지. 그러니까 유능한 지휘관은 반드시 살려낸다. 그리고- 이 배상금을 준비했다는 말 역시 거짓일 가능성, 설령 돈을 준다 하더라도 미끼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나는 그를 구하기 위해서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되어줄 예정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네가, 미끼가 된다니. 그건-"


"포기해, 장 바르. 우리 지휘관, 이런 사람인거 알잖아? 게다가- 이미 조사한 바로는 그에게 [약혼녀]가 있었다는 거랑, 그 약혼녀가 정신나간 년이라는 것. 그것도 아주 끝내주게 미친년, 거기에........ 로즈마리 폰 카타리나. 그녀의 가문인 로즈마리 가문이 정계를 장악하고 있던데, 맞아?"


그리고 오이겐의 말대로다. 로즈마리 폰 카타리나. 로즈마리 폰 클라크의 딸. 그리고, 로즈마리 폰 클라크, 클라크는 아이리스 리브레의 실세. 그리고-


........그 밑에 있는 필리프 페탱 원수. 그가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탓에, 사실상 그의 일인 독재체제라고 봐도 모자를 정도다. 샤를의 가문, 샤를 일가 역시 그에 편승해 있는 상태고, 당연하게도-


그는 카타리나와의 결혼에서 도망쳤고, 그는 군인으로 종군했다. 뭐, 그런 이야기다. 오이겐이 히퍼를 통해서 원격으로 전달받은 자료들에 의하면, 로즈마리 폰 카타리나. 그녀는 심각한 집착으로 샤를을 질리게 했다는 것.


어느정도일까. 난 직접 안 봐서 모르겠지만, 그 샤를이 도망갈 정도면 진짜 미친년이란 건 확실하다.


그리고 오이겐이 말한 것을 듣고는 장 바르가 오이겐을 향해 말했다.


".......너, 대체 그걸 어디서 어떻게 알고 온거냐!?"


"말했잖아. 우린, 타국의 정보, 그런걸 다 수집하고 다닌다고. 로열 네이비의 홍차잎이랑 수저를 뭐 쓰는지도 아는데 그걸 모를까봐."


".....그렇다면 그만둬라. 샤를이 만약 그들한테 잡혔다면- 아이리스 리브레에서 손 쓸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아이리스 리브레라면 그렇겠지. 메탈 블러드는 별개고 말이야."


"지휘관!!"


콰앙!!


테이블을 내리친다. 그리고, 장 바르가 나의 멱살을 잡는다. 그리고-


".......너는 죽고 싶은거냐! 죽는단 말이다!! 그 미친놈들, 그 개자식들 손에 샤를이 잡혀갔다면-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단 말이다!!! 그걸, 그걸 구하겠다고 네가 그 위험속으로 들어가겠다는거냐!! 넌.......넌 대체, 왜 우리한테 그러는거냐. 왜....왜 자꾸 우리들의 마음을 이렇게 흔들고서- 우리들을 보내려고 하는거냔 말이다!!"


알고 있다. 로즈마리, 가문의 이름인 장미라기보단, 그것들은 식충식물이라고 봐야 할 놈들이다. 그야 그것들하고 관련되면 빠져나오는게 힘들 정도라고 하니까. 그들은 아이리스 리브레의 정계 거물 가문. 그리고, 샤를의 가문과 로즈마리 가문. 그 둘은 오래전부터 가까운 사이였고, 카타리나와 샤를 앙리 디에골, 그 둘을 이으려 했지만, 도망갔다.


추정되는 가장 강력한 유력한 범인은 그녀다.


그리고, 그녀를 두둔하는 로즈마리 가문, 샤를의 본가, 그리고-


필리프 페탱 원수. 그가 진두지휘하는 아이리스 리브레의 병력들까지.


다 망가져가는 대한민국과 다르게 그들은 엄연한 군사 강국이고, 당연하게도 이것에 내가 쉽게 끼어들 수 있는것도 아니다.


리슐리외 혼자서 할 수 있는것도 분명 한계가 있을거고, 내가 알기로 해군에서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놈들이 없다.


차라리 그의 자리를 인정해주면서, 그를 납치할 필요 없이 그냥 그 자리에 둔체 리슐리외를 인질로 삼는다면 그를 더 효과적으로 옭아맬 수 있을텐데. 왜 그를 납치하는 쓸데없는 짓을 저지른걸까.


그리고-


..........


난 여기서, 거대한 배신의 냄새를 느꼈다.


샤를은 아이리스 리브레에서 버려졌다는 것.


그리고 이건 용납할 수 없다.


"난 자기들 욕심 때문에 충성스러운 군인을 내던지는 새끼들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올라 미치는 놈이라서 말이지. 그리고....... 내 기억으로은 아직 아이리스 리브레는 그것을 제대로 지불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너희들의 반환대금은 아예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거다."


"그렇다면 어째서-"


상대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놈이다.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정말로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심리전을 걸고 있고, 이것은 샤를을 미끼로한-


날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함정이다.


거기다가 돈이 준비되었으니 반환하라는 말. 휘하 병력을 보내면, 그 병력이 붙잡혀서 돌아오지 못하게 될거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직접 가는게 맞다.


"열 받거든. 인간의 부정적인 면을 제대로 이용해서, 최전선에 있는 병력을 이딴식으로 다루게 하고, 함정을 파면서, 너희들은 그런 놈이야. 너희들은 쓰레기 새끼들이야- 하면서 인간을 분열시키는 개같은 수작질이 말이야."


그리고 뭘 제시했길래 그들이 그렇게 자기를 지켜주던 군인을 잡아 납치한건진 몰라도, 아마도 이 계획을 짠 놈들은 낄낄거리며 웃고 있을거다. 


그리고 그건 높은 확률로 세이렌일거고, 세이렌의 의도에 넘어가 아군을 팔아버린 놈들, 그리고 그 정부, 병력들까지-


모두를 상대해야하는 싸움이다.


쉽지 않다. 허나-


치킨 게임을 걸어왔다면, 번지수 잘못 찾았다는 걸 알려줄 시간이다.


"숨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온거다. 인간의 파도 뒤에 숨어서, 이 개같은 짓을 획책한 것들의 낮짝에 포탄을 박아주지 않으면 못 참겠거든."


".......넌, 두렵지 않은거냐."


"두렵지. 하지만, 두려워해도, 공포에 떨진 않겠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팔아넘기고, 집단을 위해서 소수를 잘라내버리고, 묻어버리는 광기를 목도하면서도, 나는 그것에 도망치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탁하겠다. 장 바르. 너희들이 힘이 필요하다."


"........우린, 거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믿겠다는거냐."


그럴거다. 그녀들은 아이리스 리브레 소속. 자신들의 조국을 상대로 그 포구를 겨눌 수 없을거다. 그렇게 되는걸 원하지도 않을거고. 그리고, 그렇게 되어선 안 된다. 


......그런 비극은,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선 안 돼는 일이다.


"당연히 믿는다. 그리고, 너희들이 조국을 상대로 포구를 겨누지 않을 거란 것도 믿고."


".......넌-"


"그래 맞아. 날 버렸던 조국이었지만, 난 내 조국이었던 것에 포구를 겨눴고, 충성스러운 군인들, 시민, 그리고......날 도왔던 병사조차도 죽여버린 놈이다. 너희들이 그런 길을 가지 않길 바라."


그리고, 그것으로 그녀들이 아무것도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선 감수할거다. 그녀들의 도움을 배제한체로, 나는 이 작전에 임할 생각이니까.


"........난, 우리들은-"


"그리고, 너희들은 이번 작전엔- 아무런 관계가 없는거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난 내가 더 일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다."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해봐야 누가 믿을거라 생각하나?"


진짜인데.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죽을 각오 하면서 왜 돕겠나. 결국 하나의 손실을 방관하다보면, 그리고 그걸 계속해서 손놓고 지켜보다보면.......


나 혼자만 남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렇기 때문에 리카르도도, 알렉세이도 살려두었던거고, 무다구치는.......


넘어가자.


그 병신은 약에도 못쓴다.


후일 중앵에서 아카기나 아마기, 그 둘이 이끈다면, 틀림없이 무다구치따위랑은 전혀 다른, 별개의 전투력을 보여줄거다.


"........그리고, 망설이고 있지 않나? 너희들은, 나처럼 조국이었던 걸, 그렇게 조각내고, 박살낼 수 있겠나?"


나는 과거의 조국 보다 지금의 내 옆에서 나와 동고동락했던 부하들을 택했기에 그런 선택을 주저없이 했지만, 그녀들을 그럴 수 없다.


그래, 


정말로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고서야- 절대로 못할 짓이니까.


"......그렇게 말하면, 비겁하잖아. 지휘관."


그리고, 됭케르크도 모습을 드러냈다. 초췌한 모습의 됭케르크. 병약미마저 느껴질 정도로 초췌한걸 보면, 그걸로 마음고생을 단단히 한 모양이다. 그리고 결국 참다못해 나온 모양이고, 그것에 대해서 됭케르크를 향해서 내가 말했다.


"그런 선택을 강요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됭케르크. 그리고, 너희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하지도 않을거고, 강요하지도 않을거다. 그리고, 돈이 확실하게 들어온다면 넘길거고, 그렇지 않다면 난 계속 데리고 있을거다."


그리고, 이 약속을 지켜지기 위해서는, 샤를 제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때도 난 대리인이 직접 나오지 못하게 못 박아놨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돈이 들어와도 난 그녀들을 놓아줄 생각 없다.


대역?


........뭐,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허나-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미 전달할 건 다 전달했다. 됭케르크는 나의 말에 침묵했고, 장 바르 역시 마찬가지. 


하기야- 자기들 조국 전체하고 싸워야 할 상황인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저 명령에 따를 뿐인 무고한 병력들을 상대로 포구를 돌릴 수 있을까? 결국 그런거다.


나는 그녀들에게 그걸 강요하지 않을거고, 하게 두지도 않는다.


나는 내 병력들, 부하들이 소중했기에 이미 과거의 산물이었던 조국을 박살낸거고, 그녀들은- 자매들, 전우들이 남아있다. 오매불망 돌아오길 바라는 전우들이. 그리고 나는 그녀들에게 고향으로 다시 돌려보내준다는 약속을 했고, 그걸 지킬 뿐이다.


그리고, 너희들의 마음에 답해주지 못하는 날 용서해라.

















".........너무하잖아."


조국을 상대로 포구를 겨눌 수 있냐는 그 말. 그리고, 그가 그 선택을 하고서 얼마나 후회했던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던가. 자신의 명령으로 초토화된 민간인 구역, 군인들, 명령에 따르기만 했던, 세상 그 어떤 군대보다도 충성스러웠던 군인들을 죽여버렸다며 자책하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생각하면- 조국 전체가 적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외교적인 것, 수단도 상당히 제한될 것이고, 메탈 블러드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적을거다.


그리고-


그녀들을 반환하기 위해 대면을 택했다는 것. 샤를이 나타나지 않을거다.


대역이 나타나도, 분명, 그는 알아볼거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시작할거다. 메탈 블러드와 아이리스 리브레. 그리고, 자신들의 '지휘관'을 팔아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다.


이것이, 불패의 사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라는 것.


함정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에 응하는 사랑하는 그의 모습. 장 바르 역시 리슐리외에게 소리없는 분노만을 삭히고 있었다. 그녀에겐 어찌 할 수 없는 선택일거다. 그는 리슐리외를 탓하지 않을거고, 당연히 그녀가 해야할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이야기 할거다.


어느틈엔가, 장 바르는 물론이고 됭케르크는 자신들에게 더 소중한 것이 아이리스 리브레가 아니라.........


김해진.


단 한 명의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하고 싶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조국도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그 슬픈 눈동자. 자신의 조국을 날려버렸다는 그 책임감, 너희들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는, 그 간절함이 담긴 눈이 그녀들을 주저하게 했다. 그리고 오이겐만이 남아서 그녀들을 향해 다가온다.


"우리- 이야기좀 할까?"


그리고-


그녀의 말은, 악마의 유혹, 악마의 속삼임처럼 그녀들을 잠식해들어오기 시작했다.













-6월 28일 PM 9 : 30 작전 회의실-


밤 늦도록 작전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 참석자는 나를 포함해서 비스마르크, 프리데, 아카기와 아마기- 그리고 미카사.




그리고 미카사는 날 보면서 흠흠, 하면서 목을 풀고는 말했다.


"그나저나, 지휘관 공이 나를 부르다니. 이거 참, 의외인 일이로군. 이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나의 경험이 필요한건가?"


"......적어도 한 나라의 외교, 그리고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일이다. 니콜라이 각하에게도 보고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나에게 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그리고- 들어온 정보대로라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그리고 그 요원들이 아이리스 리브레에 그 거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목표는, 분명 지휘관 공- 자네의 암살이겠군."


"그렇다면, 더욱 더 가면 안......."


"그렇기에 가야한다. 이런 개같은 짓을 멀쩡하게 저지르고, 사회를 좀먹는 쓰레기들을 뽑아내고, 인류의 적에게 그 틈을 만드는 이적 행위나 마찬가지고, 나는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 거기에- 이번에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아이리스 리브레, 그녀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그녀들이 마음놓고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오, 아가야- 그럴거라면 차라리 그 아이들을 안고서, 너의 여자로 만들어 버리는 게 어떨까?"


프리데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애초에 그녀들에게 손을 안 덴것도, 그녀들의 어프로치에 대답해주지 못하는 것도, 그녀들을 다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에 논외인거다. 


"기각이다. 애초에 돌려보내야 한다니까 무슨 소릴 하는건가 프리데."


"후후후- 아쉽네. 그 아이들도, 널 정말로 사랑하는데-"


"프리데."


그리고 비스마르크가 제지하고, 이어서 미카사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보통 문제가 아니긴 하다. 정부에서, 유력자들이 작정하고 한 사람을 묻으려고, 날 엿먹이려고 계획을 짠거라면, 여기에 높은 확률로 세이렌이 끼어있다면?


여기에 내가 가는 것을 참모들은 결사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됄 말입니다. 지휘관님이 그곳으로 가시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이렌이 끼어있는게 맞다면, 그들은 이미 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면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전면전을 해서 누가 득을 보겠나. 당연하게도, 그 병력들 만큼은 살려야 한다."


"전면전의 의견엔 나도 찬성한다. 지휘관을 내보낼 순 없다. 이건 지휘관의 의견과 별개로, 참모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비스마르크도, 아마기도- 내가 가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아카기 역시 그것에 동조하고 있고, 차라리 전면전을 준비하는게 나을거라고 하는걸 보면 정말로 답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끼이이익-




"실례합니다. 지휘관님, 일러스트리어스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여기에 너희를 부른적은 없을텐데."


그리고 비스마르크가 일러스트리어스에게 말한다. 당연하게도, 그 뒤에는 벨파스트와 함께 셰필드도 와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한 가지 생각.


그리고 일러스트리어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이리스 리브레 분들 관련해서, 한 가지 건의가 있어서 왔어요.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멋대로 찾아와서 죄송하지만, 이건 필요한 의견이라고 생각해서 왔어요."


"말해보도록."


".......로열 네이비에, 요청을 하는 겁니다."


"........"


그래,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하나 있었지. 당연하게도 상부의 배신의 의심되고, 옛 메탈 블러드의 전신인 나치들 때문에 생긴, 비슷한 일.


그리고, 로열 네이비에 요청.


"로열 네이비를 입회시키고, 그녀들을 인계하는걸 건의드립니다. 적어도 그들은 이미 피에르 리바르 제독이 세이렌에게 이적한 행적이 있으며, 이건 정부도 의심해봐야 할 상황이라는 명분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걸 메탈 블러드인 지휘관님이 의견을 제시한다면, 그들은 불쾌하게 여길겁니다."


"로열 네이비라면 가능하다는 말이군."


......그래, 그런거였나.


돌파구가 보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것. 그리고 미카사 역시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서, 일러스트리어스에게 말했다.


"호오, 일러스트리어스라고 했나. 귀녀의 제안은 참으로 훌륭하군. 헌데, 그것에 대해서, 누가 요청을 하러 갈 생각이지?"


"저와 셰피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벨파스트와 셰필드가 자청해서 알렉세이 제독에게 요청을 한다는 건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미카사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내 고민한다.


"흐으음-"


"왜 그러지."


"그러고보니, 로열 네이비의 그 여왕이 허락할지가 문제겠군. 알렉세이 제독이라면 지휘관 공, 자네가 이야기 한다면 들어줄테지만, 그 제멋대로인 여왕이......이거 실례. 로열의 레이디들 앞에서 실례인 말을 해버렸군."


"개의치 않습니다. 가끔, 기분대로 행동하시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는 주인님의 친서가 있다면, 분명 여왕폐하도 허락해주실겁니다."


"........회의가 끝나는대로 준비하도록 하겠다."


그래,


아마도 그들이 세이렌과 결탁했다면, 분명-


아이리스 리브레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일거다. 과거, 그리고 지금에 다시 한 번- 그 병력들을 살려내야 한다. 이번에는 그 주체가 전혀 다르지만- 분명, 내가 하는 행동은 심각한 내정간섭으로 분쟁에 휘말릴수도 있지만-


........싸워야 한다.


더는 싸울 수 없게 된다면, 인류는 세이렌에게 완벽하게 패배한다.



그래-


다시 한번, 이 지구에 '캐터펄트 작전'을 실시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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됭케르크 철수작전, 캐터펄트작전이랑 좀 관련이 많을듯.


다음주 파스타 눈나들 찌찌 만질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론도 히로인중 하나야 갱생각 잡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