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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뭐하려고?”

 

답지 않게 얼굴이 굳어진 채로 내 사지를 침대에 묶는 얀순이를 보며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날 감금 착정하려는 얀데레와 같이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심드렁한 목소리에 얀순이의 얼굴이 팍 찌푸려지는 게 느껴졌다.

아직 살기를 품은 정도는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이따가 적당히 맞춰주면 되겠지.

 

물론 내가 미친 거거나 무성욕자거나 하고 생각하면 오해다.

당장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그래,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가히 절세미인이라고 불리던 얀순이와 앞으로 평생 거의 엎어지면 닿을 거리에 있을 테니 행운이 아닐 리가 있을까?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런 여자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교합하고, 평생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을 테니 이게 어떻게 로또보다 더한 행복이 아닐 수 있을까?

 

그것도 첫 며칠 동안이나 즐거운 일이지,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래, 얀데레가 취향인 것도 맞았다.

그리고 내 얀데레가 얀순이인 것도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변했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애 시절ㅡ되짚어보니 1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ㅡ의 내가 떠올랐다.

 

처음 며칠 동안은 얀순이가 시키는 대로, 성심성의껏 따랐다.

그야 나도 좋았으니까.

얀순이 같은 여자가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오고, 자기 처녀를 가져가달라고 말하는데 그게 싫은 사람이 어디 있냐는 거다.

물론 안 그러면 다리 힘줄을 모조리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게 싫은 사람이야 거품을 물고 기절하겠지만.

 

그에 감동했는지 바로 혼인 서류를 들고 오더니만 지장을 찍자고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가족들도 내가 싫은 기색이 아닌 걸 눈치채고는 설득을 포기하고 알아서 살라고 얀순이한테 나를 건네주다시피 했고.

 

그렇게 감금착정 극한순애 해피해피 라이프~♡

...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얀순이의 태도가 점점 마음에 들지를 않았다.

감금에도 이유가 있어야 하고, 착정에도 계기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무슨 내가 얀순이에게 거슬릴 만한 짓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도 얀순이는 되도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나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게 문제가 있었다면 내 이상향을 깨뜨렸다는 거다.

얀순이는 소설에서 보던 것처럼 그렇게 치밀한 얀데레는 아니었다.

그냥 좋아하니까 혼자만 보고 싶고, 섹스하고 싶고, 나와 평생 맺어지고 싶고.

시도때도 없는 애정공세는 어느새 황홀하기보다는 일상이 되었고, 모든 일상이 그렇듯 얀순이는 내게 오늘 하루도 같이 있어야 할, 해야 할 일이 되었다.

 

그게 얀데레냐고.

피, 하고 불만스럽게 얀순이를 보자 이제는 거의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다만 부끄럽거나 상기된 게 아닌, 오랜만에 보는 얀순이의 분노였다.

아마 처음 봤던 게 초면에 어떻게 자기 마음을 모를 수 있냐며 전형적인 소꿉친구 얀데레 대사를 치고는 자기 방으로 끌고 가 결박했을 때였지?

경황은 없었지만, 횡재는 제대로 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늘 착정은 그래도 조금은 색다르겠거니 싶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얀순이는 그런 나를 잠시 마주 보더니 뭐라 쏘아붙이려는 듯 입술을 움찔했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마저 매듭을 지었다.

 

아니 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잘못한 게 1도 없었다.

 

저번에야 뭣도 모르고 여동생 얀진이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다.

그 대가로 사흘 밤낮을 내게는 여동생이 없다고 말하게 하며 죽기 직전까지 착정당했다.

 

그리고 그 지난번에는 실수로 중학교 동창회에 올 거냐고 중학교 때 잠깐 좋아했던 얀희한테 온 연락을 받았다가 말 그대로 죽을 뻔했다.

내 팔다리를 모두 자르겠다는 걸 겨우겨우 착정당하고 착정해가며 틀어막은 터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욱 이해가지 않을 수밖에는 없었다.

 

“아 왜 얀순아, 이번에는 다른 여자들하고 연락하지도 않았잖아, 응? 아니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듣고 착정이든 감금이든...”

 

“변했어.”

 

“...뭐?”

 

“변했다고, 얀붕이 너... 너무 많이 변해버렸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영문을 모를 말에 뭐라 말하기도 전, 더 이상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내게 안대까지 씌우고, 그제야 얀순이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울어?”

 

“그래!! 운다!!”

 

아니 왜 울어. 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찔리는 구석이 너무 많았다.

 

변했다고 했다.

그래, 변한 게 맞았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외모나 몸매에 반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며 알게 된 얀순이의 본모습에 반한 것도 아니니까.

 

근데 그러면 그게 내 탓인가, 조절도 못하는 초보 얀데레인 얀순이 탓이지.

 

...입 밖으로 냈다가는 당장 한강 고수부지에서 사흘 뒤에 트렁크 시체로 발견되겠지만.

 

그래서 입을 따로 열지 않았다.

단지 언제쯤 시작해줄까... 하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점차 훌쩍이는 소리가 잦아들고, 약간은 목이 메인 목소리로 얀순이가 말했다.

 

“너... 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래, 했지.”

“왜 과거형이야악!!!”

 

즉시 비명을 지르는 얀순이에게 놀라 손목을 묶은 밧줄을 세게 부여잡았다.

지난번에 이러다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어서 일주일을 제대로 앉지도 못했던 게 기억이 났다.

오늘은 어디 하나 부러지겠구나 싶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나 이제 누굴 믿어야 해? 대체... 얀붕이 너가 날 사랑해주지 않으면 대체... 내가 누구를 믿고 사랑해야 하냐고...!!”

쿵, 하는 소리가 난 것이 아마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것 같았다.

평소보다는 조금 더 가네, 싶어 이번에는 살짝 달래주려 했다.

 

“무슨 소리야 얀순아, 당연히 사랑하지... 내가 얀순이 말고 누구를...”

“지랄하지 마, 김얀붕.”

“...어?”

 

뭔가 께름칙했다.

얀순이는 원래 욕을 하는 애가 아니었다.

물론 내가 스위치를 돌아가게 하면 온갖 천박한 욕들은 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화를 하는 와중에 욕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조금씩 불안해져가는 속마음을 가리고,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감추며 일부러 태연한 척 얀순이에게 말했다.

 

“얀순아, 잠깐만,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

 

그 순간, 나는 내가 남극에 있는 것 아닌가 싶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해라.

내가 생각해도 얀순이가 속아넘어갈 리 없는, 실체 없는 말일 뿐이었다.

 

“오해라고 했어 지금?”

“그래... 내가 너한테 표현을 소홀히 했던 것 같아서 그래, 내가 표현을 못했을 뿐이지 그렇다고 내가 널 향한 마음이...”

“닥쳐.”

 

물기어린,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에, 온몸이 답답하고 불안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손에 쥐어진 밧줄을 더 세게 잡을 뿐.

 

“...김얀붕, 내가 미안해.”

 

뭐?

 

“내가 네 이상형인 얀데레 짓거리. 그거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그렇게 네가 나한테 질려버리게 해서 다 미안해. 하지만...”

 

그녀가 잠시 숨을 멈추었다.

나도 따라 숨을 멈추었다.

 

아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 진짜로 너 사랑했어.”

 

뭐?

아니, 잠깐만.

얀순아, 잠깐 이것 좀 풀고 얘기하자.

 

“좋아했다고, 처음 널 멀찍이서 봤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었단 말이야.

 

그건 내가 할 말이잖아, 얀순아.

갑자기 왜 그래, 이런 건 한다고 한 적 없었잖아.

하하... 그래, 이러다가 다시 나 붙잡을 생각이지?

내가 그동안 소홀해서 복수하고 싶었던 거지?

그렇지? 얀순아??

 

“...미안해, 이렇게라도 안 하면 너하고 떨어져 있을 각오가 안 섰어.”

 

“네가 붙잡을까봐.

그 눈을 마주 보면, 다시 네 이상형이 되려고 몸부림치는 날 마주할까봐.”

 

“...미안해, 사랑해...”

 

“이얀순... 너 지금...”

 

“잘 있어.”

 

아니야, 얀순아.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 이상형이 되려 할 필요 없어.

내 옆에 있어주면 되잖아.

그런 거 다 신경쓰지 않으면 되잖아.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곧이어 옷을 걸치는 소리가 나고, 드르륵 트렁크 바퀴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진동이 바닥을 타고 팔다리에 전해졌다.

 

“야 이얀순!!!”

 

“...잘 있어. 가위는 여깄어. 세 시간 안에는 자를 수 있을 거야.”

 

내 손에 가위를 쥐어주는 얀순이의 부드러운 손이 느껴졌다.

가위를 내팽개치고, 얀순이의 손을 꽉 붙잡았다.

“얀순아, 잠깐만 우리 얘기하고...”

“그만해.”

 

탁 하고 내 손을 쳐냈다.

신경질적으로 뿌리쳤다.

그리고 툭, 가위가 손 옆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얀순아.”

너 이런 애 아니잖아.

그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집어삼켜졌다.

 

그럼 얀순이는 어떤 애인데?

...어떤 애지?

진짜 얀순이의 모습은...

어떤 애지?

 

띠리릭-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다시, 덜거덕거리는 트렁크 소리가 났다.

그러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얀순아!!!”

 

쾅.

문이 닫혔다.

처음 내 집에 들어왔던 얀순이처럼, 나를 떠나가는 얀순이도 문을 저렇게 거칠게 닫았다.

한 번은 들어오고, 한 번은 나갔다.

 

그렇게 혼자 남겨졌다.

 

“으, 으으...!!!”

손을 필사적으로 더듬어 가위를 다시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밧줄을 자르려고, 하다못해 손 한 쪽이라도 풀고, 전화로라도 연락을 하려고 했다.

그러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그 꿈같던 나날들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얀순이한테 전화만 걸면...!

 

“...전화가.”

우뚝.

쉴새없이 가위질을 하던 손이 멈췄다.

 

전화?

전화번호?

“얀순이 전화번호가... 몇 번이었지?”

기억을 헤집고 더듬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얀순이가 내게 속삭여줬을 전화번호의 흔적을 찾아 헤멨다.

그리고 깨달았다.

 

얀순이는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다.

SNS? 그런 것도 없었다.

집 주소? 이미 정리해서 아무데도 없다고 했다.

가족?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손에서 스르륵, 알 수 없는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신기루처럼.

그에 섞여있는 사막의 보드라운 모래알처럼.

 

얀순이는 없었다.

오직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공기만이 얀순이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증빙했다.

 

“그래...!! 가족들한테라도 전화하면...!!”

아니?

가족들도 없었다.

얀순이가 내 전화번호를 가져가고 모든 전화번호부 목록을 리셋했다.

다른 누구도 우리 둘 사이에는 없어야 한다며.

그렇게 홀로 남겨졌다.

 

그러면 집 주소는?

기억나지를 않았다.

얀순이가 나 이외의 모든 것은 잊어버리라고, 몇 주 동안 나를 세뇌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백지가 되었다.

수십 번의 정사는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기 충분했다.

 

다른 친구들?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여자 지인들은...

살아있기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이게 연기라고?

아니잖아.

얀순아, 너 얀데레잖아.

그러면 얀데레답게 돌아와.

돌아와.

얀순아.

제발.

돌아와줘.

이 안대 좀 풀어줘.

다시 사랑한다고 말하게 해줘.

제발.

제발...!

 

“난 너밖에 없단 말이야!!!”

끝내, 울부짖듯이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너무 늦어버린 걸까.

아무 소리도 돌아오지 않는 집에서 홀로 흐느꼈다.

 

정말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얀순이뿐이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얀순이뿐이었다.

얀순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다.

 

자각하지도 못한 채, 지난 행복했던 시간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날 다시 태어나게 해줬다.

얀순이만을 위해 살아갈 수 있게 해줬다.

그 모든 걸 알려준 게 너잖아, 얀순아.

어딨어.

제발, 너만을 위해서 살게.

더는 투정부리지 않을게.

그냥, 그냥 정말 너만을 위해 살게.

그러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만을 위해 살게... 제발...”

힘없이 축 늘어져, 그렇게 흐느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로.

그렇게 힘없이.

울고 있었다.

 

 

 

“...정말이야?”

 

어?

 

목소리다.

목소리다.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 남아있었다.

 

“그 말, 진심이지?”

 

그리고 그 목소리는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들어온, 사랑스러운 목소리였다.

다시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도, 한동안을 얼어있었다.

 

잠시 침을 삼키고, 천천히 내 유일한 사랑을 불렀다.

 

“얀순아...?”

“응, 얀붕아.”

 

안대가 사라졌다.

잠시 눈이 부셔 눈을 돌렸지만, 곧 다시 눈을 부릅떴다.

 

확인하고 싶었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가장 반가운 얼굴이었다.

눈물자국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일말의 희망을 갖고 떨리는 미소를 짓는 얀순이의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사랑해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모든 감정을 사랑으로 바꾸어 얀순이에게 주고 싶었다.

그게 날 어떻게 만들더라도.

사랑만을 주고 싶었다.

 

“얀붕아...

“흐윽... 네에... 훌쩍, 으흐으으...”

 

따뜻한 그녀의 목소리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랫입술을 깨물어봐도, 신음소리는 새어나왔다.

칠칠맞아보일 텐데, 얀순이가 싫어하면 안 되는데.

그렇게 걱정하며 또 울었다.

 

“이제... 나만 바라봐줄 거지?”

“응!!! 너만 사랑할게!!! 너만 바라볼게 얀순아!!! 그러니까 제발...!!”

“하아...♡ 그거면 됐어♡”

 

얀순이가 내 볼을 어루만졌다.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주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불결한 생각으로 가득한 몸을 얀순이의 살결로 정화받고 싶었다.

그를 허락받고 싶었다.

 

“그래... 참 오래 걸렸네...♡ 주변 년들 싹 다 정리하고 쳐내는데 일 년씩이나 걸릴 줄은 몰랐지만... 이제 완벽해♡ 우리 얀붕이... 이제는 정말 평생 벗어날 수 없다?♡”

얀순이가 내게 속삭였지만,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들려도, 이해하지 않았다.

그저 날 사랑한다는 것만 내 귀에 계속 들어왔다.

 

“흐으... 으흐윽... 얀순아아...”

“얀붕이 우는 거 너무 예뻐♡ 애기 같아♡♡ 사랑스러워♡♡♡”

“응... 안아줘... 어르고 달래줘... 다시는 떠나지 못하게 따끔하게 혼내줘... 제발...”

“흐읏♡♡ 그런 말하면... 나 참을 수가...♡♡”

 

얀순이가 황홀하다는 표정을 했다.

허벅지를 비비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현을 해왔다.

나를 원하고 있었다.

온전히 나를 용서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확실히 얀순이를 붙잡아야만 했다.

그렇게 사죄해야만 했다.

그렇게 속죄해야만 했다.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켜, 얀순이의 품에 안겼다.

터질 것만 같은 가슴이 내 얼굴을 파묻었다.

가슴골 사이를 핥았다.

그리고 유두를 게걸스레 입에 집어넣었다.

 

“흐앗?! 얀붕아 갑자기 그러면♡ 나 미쳐

 

입안에 넣고 아기처럼 젖꼭지를 빨아댔다.

달콤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달콤했다.

얀순이의 살결을 더 맛보고 싶었다.

빙 두르듯이, 유륜의 경계를 따라 혀로 핥았다.

그러다 약하게 유두를 깨물고, 입술로 젖꼭지를 모두 뒤덮은 채 쭈욱쭈욱 얀순이를 빨았다.

 

새하얀 설산과도 같은 두 봉우리가 내 앞에서 아름답게 흔들렸다.

출렁거리지도 않고, 고고하게 탄력 있는 거대한 언덕만이. 내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았다.

가슴에 얼굴을 다시 파묻고 향기를 맡았다.

어서 나를 더 미치게 해달라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얀순이를 애무했다.

필사적으로 얀순이에게 사랑을 속삭였다.

 

“날 이용해줘, 만족할 때까지 날 이용해줘, 떠나지 말고... 날 사랑해줘...”

“아흣♡ 흐앗♡ 얀붕이 최고야앗♡ 흐아아앗♡♡"

 

그렇게 이성이 끊어졌다.

손목을 휘감은 밧줄이 끊어졌다.

그렇게 내 손이, 얀순이의 엉덩이를 꽉 부여잡았다.

 

아무런 옷도 우리 사이에 없었다.

얀순이의 옷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를 원하고 있었다.

 

잠깐.

옷이... 없어?

순간 모든 회로가 멈춰버렸다.

 

”...얀붕아?“

얀순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에,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나갔다가 돌아온 것 아니었나?

얀순이가 돌아와서 옷까지 벗을 시간이 됐나?

그보다, 다시 현관 열리는 소리가 났었나?

 

”...김얀붕?“

얀순이가 다시 나를 불렀다.

성까지 붙여서.

대체 왜 그러냐는, 최종 단계의 압박.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당당하게 내 마음속의 악마에게 말할 수 있었다.

 

입 닥쳐.

 

불경한 머릿속 잡생각을 짓이겼다.

다시는 그따위 생각을 할 수 없게 스스로 수십 번, 수백 번을 되뇌었다.

 

얀순이가 돌아왔잖아.

감히 사랑을 표현하는 데 소홀했던 쓰레기같은 나한테 다시 돌아와줬잖아.

나를 다시 안아줬잖아.

그러면 감사하라고.

얀순이에게 봉사할 생각만 하라고.

 

평생, 얀순이만 죽어라 사랑할 노력이나 하라고.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얀순아.“

그래서 그렇게 했다.

평생을 뒤따를 사랑의 맹세를 했다.

이제는 얀순이의 모든 것을 내 몸에 새기겠노라고.

반대로 내 모든 것을 얀순이의 몸에 새기겠노라고.

그렇게 맹세했다.

 

”후훗♡“

얀순이가, 나를 향해 웃었다.

승리자의 웃음이었다.

마침내 나를 다른 암캐년들로부터 쟁취해냈음을 확인한 포식자의 미소였다.

 

”그래... 넌 내 거야 얀붕아♡“

얀순이가, 내게 속삭여줬다.

 

 

그제야 머릿속이 맑아졌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너무 명확했다.

 

 

얀붕이는, 얀순이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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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상대 기강잡기 글 보고 이건 얀데레 가스라이팅각이다 해서 삘받아서 써봄

 

주제를 모르는 얀붕이는 철저히 망가뜨려줘야 해



 

모든 얀붕이들은, 얀순이만을 사랑했다.

 

빅 브라더는 개뿔, 얀순이만이 절대자시다.


얀순이 항상 최고야 짜릿해 너무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