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의 그녀는 거짓말쟁이였다.

그녀에게 있어 거짓말과 허영은 아이들고 친구가 되기위한 자신만의 수단이였지만 아무리 작고 어린 사회라고 해도 사회 내에선 거짓말이란 그리 길게 가지 못하는 법이다.

결국 그녀에게 다가간 아이들과 그녀가 다가간 아이들은 전부 사라지고 나 혼자만이 남아 그녀 곁에 남아 그녀를 도와줬었다.

내가 그녀 곁에 남은 이유가 뭐냐 묻는다면 별거 없다.

처음엔 그저 그녀가 옆집에 사는 아이였고, 복도에서 만날때마다 그녀와 인사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싶어서 그녀 옆에 남아주고 그녀의 고민을 들어 준것 뿐이였다.

하지만 점점 그녀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녀가 단순히 미숙하고 부족하며 자신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단을 잘못 선택한 여린 여자아이 라는걸 알게되고 그녀가 가끔식 나에게 하는 일들에서 진심을 느끼며 그녀에게 내가 학교를 다니게 하는 유일한 버팀목이란걸 알게 되었을때 즈음 나는 그녀의 문제에 함께 깊이 고민해주기 시작했었다.

그녀와 함께 그녀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상의하며 그녀의 문젯점과 친구 사귀는 법 같은걸 어떻게 어떻게 연구한 결과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거짓말쟁이인 그녀는 사라지고 내가 지적하며 함께 고친 단점들은 보이지 않기 시작했으며 통통했던 어릴적과 다르게 성장하는 그녀는 크고 아름답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두번 제대로 친구를 사귀어 나가면서 노하우를 알아 낸건지 아니면 이게 그녀의 본 실력이였던건지 그녀는 점점 남녀 구분없이 친구를 사귀고 아이들의 호감을 사기 시작했고 공부는 원래부터 잘했으니 그녀의 인기가 낮아지는 날은 없다고 봐도 될정도였다.

흔히 인기투표라 불리는 회장투표에서 압도적 투표수로 반 회장 자리를 간단히 차지한 그녀는 내게 이때쯤부터 과거의 그녀와 달리 찬란히 빛나며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처럼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함께 등교하고 하교하던 일은 물론 중학교 까지 갔지만 아이들이 가끔 나에게 그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고 저런 인싸가 왜 너 같은거랑 함께 지내냐고 진심으로 화내는 아이들도 있어서 난 점점 그녀가 어째서 내 곁에 있는가 생각하게 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넘어져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넘어진채로 서럽게 울던 그 아이가 더이상 아님을 뒤늦게...아니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온 몸으로 느끼며 그녀와 나와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 할려고 했었다.

이때쯤 부터는 나와 그녀와의 이질감 역시 알아챘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질감을 진심으로 그녀에게서 느끼기 시작하니 그녀와 늘 함께하던 일상들이 점점 어색해기 시작했고 남들의 시선을 참지 못하는 겁쟁이는 점점 그녀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내 짧디 짧은 인생의 한 축을 담당하며 둘이 이 세상의 조연으로서 늘 함께 걸어가던 그녀가 이 세상의 주인공 수준으로 클라스가 올라간걸로 내겐 보였으니 솔직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도 알긴 안다.

추하게 더럽게 도망치기만 한 끝에는 해피 엔딩 따위 없다는걸.

내 오랜 친구이자 첫사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를 그곳에 두고 간다는걸.

하지만 당시의 나에겐 내가 더이상 그녀에게 필요 없는 존재라 느껴졌나보다.

그녀는 누가 봐도 강인해 보였고 단단해 보였으며 내가 이끌어주던 손을 더이상 내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걸어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인기가 더더욱 높아질때 즈음 나는 초등학교때의 그녀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그녀에겐 애초부터 나 따위 필요 없었다고 생각하고 말아버렸다.

그렇게 도망쳤다.

이번엔 진심으로 도망쳐버렸다.

도망친 뒤 초창기에는 그녀도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그녀 주변엔 여느떄와 같이 사람이 많았으니 난 모든게 잘 되어가고 있고 역시 내가 사라져주는게 맞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거짓말쟁이였다.

나와의 등하교는 더이상 기대조차 할 수 없고 말을 걸려고만 하면 어느새 사라지는 날 보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그때도 여전히 내가 없어지면 불안해하는 초등학교때의 그녀와 완전히 같았던걸 왜 난 몰랐을까.

결국 나는 그녀에게 꼬리가 잡혀버렸고 그 날 나는 그녀의 진심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난 나름 조심조심 멀어진거였을텐데 여자의 감이란건 원래 이런것인걸까?

암튼 아무말 말고 닥치고 우리가 자주 놀던 공원에 오라던 그녀의 카톡 하나에 나는 오늘이 그녀와 완전히 떨어질 날이 되겠구나 생각하며 옷을 주섬주섬 입고 도착한 그녀외에는 아무도 없는 그곳에는 무서운 표정의 그녀가 벤치에 앉아있었다.

찔릴 구석이 잔뜩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랫만에 만나 두근거버린걸까 내 가슴은 심각할정도로 뛰고 있었고 슬금 슬금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보냈었다.

살짝 쫄았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는 화내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고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해주었고 나에게 요즘 왜 이렇게 만나기 힘들어졌냐고 유명인이라도 된거냐고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어색해 보였다.

평소 보던 웃는 얼굴이였지만 중간중간 너무나도 슬퍼보였고 예전....아주 오래전 그녀가 거짓말을 할 때 자주 보여주던 그 느낌이 자꾸 느껴져 나는 원래 작전대로라면 절대로 말해선 안될 그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요즘....힘들지?"


당황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뒤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날 강하게 껴안고 왜 자꾸 나한테서 멀어질려고 하냐고 내가 싫어졌냐고 뭔진 몰라도 미안하다고 횡설수설 하기 시작할때, 나는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다 서로의 눈물로 서로의 등과 어깨를 다 적셨을 때 즈음 우린 진정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에게 다시 진지하게 사과를 하며 그녀에게 내가 왜 그랬는지를 최대한 당시의 내 생각에 맞춰 사과 했고 그녀는 어찌 저찌 이해해줬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그 옛날 처럼 고민상담을 시작하며 난 그녀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인싸 생활을 시작한건 처음엔 친구가 많아지면 좋겠어서 였지만 점점 그게 불순한 걸로 바뀌며 내 호감을 사기 위해 친구들을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점점 친구를 사귈수록 나는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이상한 놈들만 꼬이니 그녀로서는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그녀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생각해보니 애초에 그녀에게 친구를 사귀자고 한건 나였고 그녀를 그렇게 만든건 나였으니 끝까지 책임을 졌어야 하는건데 결국 도망쳤으니 참 쓰레기짓도 이런 쓰레기 짓이 없었다.

미안하다고 다시금 사과하며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하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영원히 나한테서 떨어지지마.평생 내 곁에 있어줘."


얼굴이 붉혀지고 손이 맞다으면서 덩치만 커질대로 커진 애새끼들인 두 남녀의 그림자는 겹쳐졌다.

서로의 영원한 행복을 서로에게 약속한 채로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행복하지만 현실이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 둘의 머리 속이 점점 커지고 넓어지며 성인이 되었을 때, 그녀는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집착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성인이 되자마자 나에게 동거를 하자고 반쯤 강요를 하기 시작했다.

막 성인이 된 우리에게 동거는 너무 간거 아니냐고 하는 나의 의견따위 묵살된채 우리둘은 동거를 하게 되었고 날 끌어안고 잔 그 첫날 이후론 내가 없으면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며 늘 내 옆에 누워있던 그녀와의 첫 해는 상당히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었다.

나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는 날 사랑 그 이상으로 사랑 했으니 서로에게 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늘 갑작스럽다고 느껴지지만 늘 언제나 숨겨져 있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걸로 시작되는 법이다.

급식때는 인기가 전혀 없던 내가 학식을 먹게 되면서 사람이 바뀐건지 인기가 점점 생겨가는게 문제의 발단이였다.

여자들이 점점 나에게 다가왔고 그로 인해 당연히 그녀의 집착도 점점 심해지며 나의 삶은 어이 없을 정도로 파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당시 그녀의 가방에는 늘 칼이 한 자루 들어가 있었으니 누구 한명 죽일거 아니면 내가 조심하는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이로 나의 인기가 줄어들길 바랬지만 신의 장난인지 내 인기는 내가 조심하고 이상한 짓을 하면 할 수록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의 집착과 대학 생활만으로 나는 점점 미쳐가버리고 있었고 결국 다시한번 도망치고 말았다.

오랫만에 둘이서 술을 마시고 기분 좋았을텐데 내게 갑작스럽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때의 그녀는 정말 무서웠다.

술병으로 내 대가리를 쳐 날 운좋게 기절만 시켰을 때에 나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일어났을 때 난 이미 나무의자에 묶여져 있었다.

사랑하는 그녀는 나를 보며 자신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고 있었고 나는 어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나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그녀와의 화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었다.

그리고 약속의 화해 야스를 위해 그녀가 준비한 콘돔을 끼고 밤새도록 한것 까진 기억한다.

기억하는데.

콘돔에 구멍이 났는지 어째서 난 확인하지 않았던 걸까.

그녀는 거짓말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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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쓰고보니까 이거 그냥 순애잖아.

어쩌지 시발

그래도 4천자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