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ck or Treat!”

 

“네?”

 

내 앞에 있는 여성은 나에게 손을 내밀며 의미 모를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정장 입고 회사 다니는 멀쩡한 이웃집 사람 아니었나? 왜 이상한 마녀 복장을 입고...

 

“Trick or Treat!”

 

다시 한번 나에게 내뱉은 말. 

 

“....저...이웃 잘 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Trick or Treat!”

 

그녀가 문을 붙잡고 다시 한번.

 

“경...경찰 부를 거에요.”

 

나의 겁에 질린 말에 문을 살짝 놓으며 나를 눈도 하나 깜빡 안 하고 쳐다보았다.

 

“삼세번. 얀붕아. 내 입에서 삼세번 나오게 하지 마. 우리 얀붕이 멍청이 아니잖아?”

 

“제 이름은 어떻게. 그만 하세요. 술 마셨으면 집으로 얌전히 돌아가세요.”

 

“아! 역시! 옛날처럼 나를 걱정해주고 친절하구나!”

 

갑자기 본인의 뺨을 잡으면서 행복해라 하는 녹아내리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뭐지? 이 사람은 나를 아는 듯이 말하고 있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면 잊을 수가 없을 텐데.

 

“어쨌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면 빨리 과자 줘. 안 주면 장난칠 거야.”

 

“아...할로윈. 그런데...어린이들이 하는 행사 아닌가요. 나잇값 좀 하셔야 할 듯한 사람이.”

 

“빨리 과자 줘. 내 입에서 삼 세 번 나오도록 하지 말고.”

 

“정신병자에게 줄 과자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내쫓으려고 문을 닫으려고 하자 덥석! 닫으려는 문을 손으로 잡았다. 살짝 보이는 문틈으로 그녀의 눈은 광적으로 빛나 보였다.

 

“과자 없다고? 헤헤. 그러면 장난쳐도 되는 거네?”

 

문을 순식간에 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그녀는 현관문을 잠근 뒤 나의 입을 손으로 막고 뒤로 밀쳤다. 부드러운 침대에 내가 엎어지자 그녀는 내 위로 올라탄 뒤 귓가에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나는 잠에 빠ㅈ....ㅕ.....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릴 적의 나를 뒤쫓고 있었다. 시골 할아버지의 집은 숲이 울창한 곳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다람쥐를 관찰하고, 장수풍뎅이를 잡고, 맑은 호수에서 가재를 잡고.

 

“흑....흑....”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흐느끼는 소리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소리의 끝에는 한 여인이 울고 있었다. 

 

“저..누나?”

 

나의 말에 누나가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리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름다운 누나의 푸른 두 눈이 보였다. 누나의 검은 머리카락은 반들반들 빛이 났다. 누나의 하얀 피부는 마치 백사장의 모래와 같았다.

 

“내...내가 보여?”

 

나에게 다가오며 곧장 울 것 같은 얼굴로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누나가 나를 껴안고 으앙 하며 펑펑 울었다. 엄마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착하지 하며 누나가 진정할 때까지 쓰다듬었다.

 

“집도 잃었고, 빗자루도 잃었고, 마력도 잃었다고요?”

 

나의 말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울하게 땅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 네가 크면 나는 사라지겠지.”

 

“왜요?”

 

나의 호기심 있는 눈빛에 누나는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변했다.

 

“알게 될 거야.”

 

하지만 나는 이 누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싫어서 말을 내뱉었다.

 

“저는 누나를 끝까지 잊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누나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내가 용기 내서 누나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누나가 흠칫하며 나를 붉게 물든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런 걸 눈치챌 여유도 없이 말을 이었다.

 

“이러면 안 잊을 거예요. 내가 크면 누나랑 결혼할게요. 약속이에요. 그러니 사라지지 마세요.”

 

내가 자그마한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누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었다. 묘하게 새끼손가락에 실이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누나가 안심한다면 그걸로 다행이었다.

 

“그럼 약속이야? 잊었다고 거짓말하면 찢어.죽여.버릴.거야.”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진짜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저 공중에서 모든 것을 구경하고 있는 나에게.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다가 어린 나를 바라보고 말을 했다.

 

“나는 마력도 잃었고, 빗자루도 잃었고, 집도 잃었어. 좋아하는 3개를 잃는다는 게 그렇게 싫었어. 그러니....너도 3개를 잃어줘. 그러면 아픈 만큼 나와의 약속을 지키게 될 거야. 그런 뒤 내가 찾아갈게.”

 

자그마한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약 완료네?”

 

 

책이 덮어지듯 무언가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붕 떠올라 나 자신의 성장하는 모습을 고속비디오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점차 느려지더니 한 장면에서 멈췄다.

 

“산타클로스가 아빠였어! 거짓말! 거짓말! 으앙!”

 

순식간에 누군가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느낌과 함께 나는 혼절했다. 부모님은 깜짝 놀라 나를 붙잡고 흔들었다. 묘하게 내 새끼손가락은 불에 타듯 뜨거웠다. 다시 고속비디오. 

 

 

 

“그럼 내일 약속이야?”

 

아. 누군지 알 것 같다. 어릴 적 친구 얀희. 좋아해서 데이트 신청했고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나랑 헤어졌다. 그다음 날. 공원에 나타난 그녀는.

 

“봊나. 한남냄져가 나에게 데이트 신청하다니 놀랍노. 이기.”

 

살이 돼지처럼 뒤룩뒤룩 찌고 얼굴은 화장을 엉성하게 했음에도 여드름들이 보였다. 특히 그녀의 냄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녔다.

 

“빨리 가자노. 이기. 오늘 한남냄져 먹고 버리겠노. 영광으로 알아라 이기.”

 

나는 180도 변한 그녀의 모습에 도망쳤다. 좋아하는 사람을 잃었고 변질되었다는 결말에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머리도 아프고, 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아팠다. 특히 새끼손가락은 계속 쥐 나는 것처럼 아렸다.

 

 

 

“어라. 오빠. 저 마음에 들어요?”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얀의. 주변 사람들이 오~ 하면서 나는 그녀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오케이’라고 했다.

그날 저녁 아르바이트 처에 짐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갔다. 뒷문을 통해 들어가 짐을 빼려고 할 때 귓가에 무언가가 들려왔다. 

 

“뭐 열리는 소리 안 들렸어?”

 

“아 몰랑. 빨리. 빨리. 다 그냥 빨리 끝내줘.”

 

“야~ 얀붕이 이 새끼 불쌍하네.”

 

“고백하자마자 우리에게 와서 애원하다니 얀의 너도 아까까지 처녀였으면서 제정신 아닌 새끼구나?”

 

저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말들. 그리고 듣기 싫은 쾌락에 물든 어떤 소리. 머리가 미칠 듯이 아파 왔다. 저 대화들을 알기 싫었다. 빠르게 그 자리에서 벗어났지만 그런데도 쓰러질 정도로 몸이 아파 왔다. 온몸에 채찍질을 가하는 느낌이었다.

 

‘오빠. 데이트 약속 잊지 마세요.’ 

 

앓아누우면서 새벽에 온 그녀의 가증스러운 메신저를 보고 그냥 무시했다. 온몸이 무겁고 뜨겁고 특히 새끼손가락은 이전에 겪었던 것보다 더 강하게 나를 묶는 느낌이 들었다. 새끼손가락에서 손바닥으로 손바닥에서 팔로 팔에서 온몸으로 어떤 실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온몸이 가벼웠다. 땅바닥에 떨어진 핸드폰 메신저에는 내가 어떻게 남겼는지 몰라도 

 

‘미안. 잠깐 내가 너를 감정적으로 대했나 봐. 고백한 건 잊어줘.’

 

그 아래에 뭐냐고 장난이냐고 얀의로부터의 전화가 수 통이나 와 있었다.

 

 

 

얀진. 안 돼. 이 기억만큼은 안 돼. 보기 싫어. 마치 책의 마지막 챕터처럼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어떻게든 멀어지기 위해 발버둥을 쳤으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얀진아. 안녕?”

 

대학교 후배인 얀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얀진이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녀와는 썸을 타는 사이였다. 주변 선배들과 후배들이 CC라고 착각할 정도로 우리는 죽이 척척 맞았다.

 

그리고 오늘 그녀를 불러냈다. 이리저리 말을 하다가 참지 못하고 속마음을 말했다.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귈래?”

 

깜짝 놀란 얀진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언제 오빠가 고백할지. 계속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저 우리는 웃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관계는 순탄했다. 데이트하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항상 붙어 다니고. 그러다가 그 순간이 왔다.

 

“오빠. 여기 뒷좌석 비어있다.”

 

영화관에 급한 대로 도착하니 그녀와 나는 스위트박스에 앉게 되었다. 맨 뒷좌석에서 서먹서먹하게 영화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자 주변 커플들이 알콩달콩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스위트 박스의 천을 덮었다. 얀진의 오른쪽 커플도 역시 천을 덮었다. 순간 얀진이와 눈이 마주쳤다.

 

“오...빠.”

 

얀진이에게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서로의 숨결도 느끼는 순간 영화관이 떠나가라 벨 소리가 울렸다.

 

“앗. 엄마.”

 

주변 사람들의 불평을 들으며 얀진이는 사과를 연신 하며 상영관 밖으로 나갔다. 5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은 얀진이의 모습에 내가 상영관을 나가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얀진이가 보였다.

 

“자기야?”

 

내가 다가가자 얀진이는 울었는지 눈 밑이 퉁퉁 부어있었다. 얀진이는 일어나서 나에게 등을 지고 말했다.

 

“미안해...오빠.”

 

그리고 그녀는 저 멀리 사라졌다. 그 뒤로 전화도 피했다. 문자도. 심지어 대학 동기들도 연락이 안 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녔다. 그렇게 걱정하며 한 예식장을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그 예식장에서 나오는 배가 부른 행복한 미소의 신부를 보고 미치는 줄 알았다. 아니, 온몸이 이전처럼 순식간에 달아오르더니 고통이 내 몸을 지배하겠다는 듯이 나를 기절시켰다. 신부의 깜짝 놀라는 표정이 여기서도 보였다.

 

 

“으...머리야...여기는 어디야.”

 

흐릿하게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한 가운 입고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한 의사 선생님이 계셨다.

 

“아. 병원이오. 안심하세요. 어...3일동안 기절해 있어서 응급치료를 좀 했어요. 환자분이 병원의 모든 링거를 가져가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네? 정말이에요?”

 

내가 말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농담이라는 듯이 말을 했다.

 

“야인시대 흉내 내봤어요. 어때요. 감쪽같았나요? 환자분이. 고자라니! 했으면 좋았을 텐데. 농담 따먹기는 그만하고. 하루 동안 고열로 병원에 있었어요. 검사 좀 하고 아무 이상 없으면 집으로 돌아갈 거에요.”

 

순식간에 드는 정신. 웨딩드레스를 입은 얀.....온 몸이 다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이제 새끼손가락은 절단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컸다. 침대에 누워서 차오르는 슬픔과 아픔을 뒤로하고 의사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있을게요. 너무 아파요.”

 

칼이 계속 내 마음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저 웅크리는 나의 모습에 의사 선생님은 팔을 한번 따듯하게 잡아주고 떠났다.

 

 

그 뒤로 나는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고 교재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일. 일. 비즈니스 관계로만 사람을 여겨왔고. 지금, 이 순간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눈을 뜨자 그녀가 있었다. 누나가 있었다.

 

“누나는....마녀.”

 

“...미안해.”

 

“나한테 저주를 내렸어.”

 

“....미안해.”

 

그녀의 복잡한 표정에 나는 말을 잃었다. 자포자기하듯이 그냥 눈을 감고 말했다.

 

“됐어. 이미 다 지나간 일이고. 어차피 다시 사귄다 한들 저주나 내리겠지.”

 

“아냐. 계약은 끝났어. 소중한 거 3개를 잃었잖아.”

 

“잃었다니...나에게 보여준 건 단순한 3명의 여성인데?”

 

“그래서 누나가 왔잖아. 너를 다시 만나서 정말 기뻐. 내가 언제 사라질지 너무 무서웠어.”

 

누나가 웃으면서 나를 쳐다봐주었다. 나의 손을 잡아주자 나의 손이 따듯해졌다. 손을 바라보니 누나와 나의 손에는 가느다란 빨간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내 손이 진짜로 만져지지? 네가 크면 나랑 결혼하겠다는 약속. 여전히 잘 지키고 있었잖아. 만약 네가 그 고통을 이겨내고 누군가와 결혼했으면 나는 너의 손도 못 잡아 보고 사라졌을 거야. 그리고 이건 내가 미안해서...가져갈게.” 

 

그 빨간 줄을 자세히 보니 내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때로는 불탔는지 그을리기도, 가위질당했는지 묶이기도, 새로운 줄들이 서로서로 묶여있었다. 그런 줄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모여서 리본처럼 묶였다.

 

순간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가슴을 쥐어 잡기도 머리를 쥐어 잡으며 고통을 잊고 싶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누...누나?”

 

내가 누나를 안아주었다. 내 품 안에서 놀랍게도 누나는 안정이 되더니 땀을 삐질 흐르며 내 눈을 마주쳤다.

 

“미안해....이런 아픔이었구나...정말. 미안해. 누나가 잘못했어. 단순한 계약인 줄 알았어.”

 

자그마한 누나가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유혹 그 자체였다. 나도 모르게 누나의 모자를 누가 보지 않음에도 창문 쪽을 향하게 하고 입을 부딪쳤다. 잠깐의 키스를 뒤로하고 내가 말했다.

 

“다시는 이런 고생 시키지 마세요. 누나 이름 듣고 싶어요.”

 

누나는 황홀하다는 듯이 울먹이며 말했다.

 

“내...내 이름은...얀순...얀순이야.”

 

나는 누나를 안아 침대로 눕혔다. 누나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픈 만큼 잊지 않을게요. 얀순 누나. 약속이었잖아요.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그래 지쳤다. 젊을 때의 사랑을 하고 싶어도 못했다. 그런데 잊고 있던 누나가 약속과 함께 내 눈앞에 나타났다. 누나가 슬퍼하는 모습을 여전히 나는 보기 싫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녀를, 내 아내를 안았다.

 

.

.

.

.

.

 

“엄마! 아빠는 왜 마법을 못 써?”

 

“아빠는 사람이기에 못 써요.”

 

딸이 빗자루를 타고 날다가 나랑 부딪히더니 말했다. 저 멀리서 얀붕이가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와. 아빠 사람이었어? 그럼 나도 사람인 거야?”

 

“아뇨. 우리 사랑스러운 딸은 마녀의 딸입니다. 아빠를 사랑해주세요. 알았죠?”

 

어느새 다가온 남편이 나에게 미소지으면서 입을 맞추었다. 딸은 그 아래에서 ‘나도 뽀뽀.’ 이러고 있었다. 

 

나는 영향을 되찾았다. 그의 사랑으로 마법도, 빗자루도, 집도 되찾았다. 그만큼 나를 사랑하고 믿는다는 증거가 되겠지. 우리는 그 어떤 사람도 찾아올 수 없는 숲에 터전을 잡았다.

 

“여보. 딸이 뭐라 말한 줄 알아요?”

 

내가 살짝 몸을 밀착하며 물어보았다. 그는 볼이 붉어지며 답변을 회피하자 내가 말했다.

 

“동. 생. 만들어 달래요.”

 

 

킥.

 

킥킥...아...

 

웃겨라. 귀여워라. 사랑스러워라.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가. 사실 그이는 왜곡된 정보를 알고 있다. 마주친 건 맞다. 어릴 적에 그는 내가 사는 숲속에 들어왔고 고작 기초적인 계약 마법만 할 수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하핫. 한때 별거 아닌 사람들이...이제 마법의 존재를 안 믿으니. 나도 사라지는구나.’

 

“저....누나?”

 

어린아이. 내가 보인다. 산타도 믿고. 개미가 말을 한다고 잘 구슬려도 믿을 거 같은 소년. 그 자리에서 나는 생존 욕구와 번식 욕구에 사로잡혀 그 아이를 강간했다. 그래 맞다. 강간. 결혼 약속도 없었고 얀붕이의 귀여운 행동도 없었고 오로지 마녀의 표식을 남기고자 육체로 맺는 강제 계약을 이행했다.

 

“오늘 돌아가면 나를 잊게 될 거야. 너는 이제 다른 여성과는 육체적으로 접근도 불가능할 거야. 너는 나를 믿고, 나만을 사랑하고, 내 존재를 위해 탄생하는 나만의 결정체야. 너 눈에는 이제 호감 가는 이성들이 별 쓰레기 같은 인물로 뒤바뀔 거야. 너 눈에만 말이야!”

 

그리고 강제로 소년의 새끼손가락에 손을 걸었다. 붉은 실이 내 눈에도 보였다. 이제 어디를 간다고 한들 내가 이 소년의 뒤를 쫓아갈 수 있다. 이 붉은 실의 존재로 내 수명이 좀 더 연장되었다. 이 아이가 나를 배신한다면....다시는 배신을 못 하도록 고통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나만을 사랑해야 해. 오로지 나만. 나만. 나만. 무조건 나만!”

 

아니, 오히려 더한 고통을 줘서 다른 걸레 년들이 접근도 못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마음이 정리되면 내가 등장하는 거다. 유일하게 안을 수 있는 여성. 그의 유일한 여자. 그가 살아남길 원한다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 아....재밌어라.

 

그래서 소년의 눈에는 얀의라는 인물은 돼지처럼 보이고, 얀희는 세상에 둘도 없는 걸레, 얀진은 궁극의 배신자처럼 보이게 환상을 만들었다. 사실 이 세 사람은 여전히 그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음에도 갑자기 끊긴 그의 연락과 이별에 아리송하겠지만, 어쩌라고 그는 내 껀데.

 

 

그래도. 이 얀붕이라는 사람을 빼앗을 정도로, 고통을 줄 정도로 사랑한다는 것은 뒤바뀌지 않았다. 나를 향해 날려주던 그 어린아이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웠으니까. 그러니 그 눈빛은 나에게만 향해줘. 그 눈빛을 안 주면 장난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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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기념으로 빠르게 끄적였다. 

망상증 얀데레로 호러물 적을까 하다가 할로윈 생각하면 잭 오 랜턴보다 빗자루 탄 마녀가 생각나서 해당 글을 써봤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