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오늘 좀 야하네요."

그녀가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자, 나는 미소를 짓는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다.

새 소리보다 곱고, 아름답게 울리는 목소리.

나는 그것에 기뻐하며 화답한다.

"응, 울 자기. 일어났어?"

[그만...]

그녀는 나의 몸을 부여잡으며 놓치지 않으려는듯 꼬옥 안겨든다.

나는 그녀를 안아주며 토닥여준다.

"나 어디 안가."

우리 둘은 일어났다. 물 한잔 마시고, 서로 웃고, 포옹을 해서 아침의 추위를 서로 몰아내준다.

우린.

이 집은.

우리의 세상이였다.

"사랑해요...사랑해..."

"응, 누나."

한마리의 잉꼬 부부처럼, 우린 서로 사랑을 지저귀며 살아간다.

서로의 손이 서로를 만지고 바라본다.

그리하면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도 만족하며,

서로 환희로 가득히 벅차오른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받지 못했으나.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받아 들여줬다.

나는 사랑을 바라지 아니하였건만, 그녀는 동화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바랬고.

그녀는 그걸 쟁취했다.

나는 그저 그녀의 과분한 사랑과 노력에 끝없이 보답해줘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복많은 사람이였다.

[으아악!!!!]

[진정좀 해요.]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숨이 가빠온다. 감정의 격동을 주체하기 힘들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입을 맞추며 진정시키길 원했다.

나의 어리광부리듯 요구하는 입맞춤에 응답하는 그녀.

나는 다시 포옹을 해주었다.

"좋아요?"

"응..."

"저도 좋아요."

나는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갔다. 왠지모르게 물 한모금이 유난히 달콤하다.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도 그렇지만.

"식사 준비나 할까요?"

"워!"

소리없이 다가와서 그런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내 반응에 우스워 한다.

"뭐이리 놀래요. 큭큭..."

나는 이 충격적일 정도로 매력적이고 순수한 미소에 매혹되어 몸이 순간 덜컹했지만, 가까스로 멈춰낸다.

"아 혹시..."

그녀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껴안고, 올려다 본다.

"제겐 다 보이는데...이 변태..."

그리곤 다시 웃는다.

"산책가요, 밥도 먹고. 섹스도 좋지만 그거도 하고싶어요."

나는 군말없이 따른다. 언제나 나를 자애롭게 지켜주는 가족을 위해서.

...

...

저벅저벅...

산책로에 날아다니는 형형색색의 새들, 동물들, 휴식터와 피어오른 꽃들. 그리고 커다랗고 아름답게 형성된 절벽.

신록의 계절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그 향취에 취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하며 그것을 맡아보고자 하였으나 그럴수가 없었다. 감각이 느껴지질 않는다.

"비염인가 보네. 냄새가 안느껴져."

"아쉽네요. 다음번엔 다시에요. 꼭!"

"억!"

뒷통수에 무언가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차가운 일격이였다.

'허억-'

그녀는 놀란듯 바라본다.

"괜찮아요?"

아으으..

옆에 큰 돌이 있었다. 돌이 절벽에서 떨어진 모양이였다.

"괜찮아. 누나. 이런거로 안죽어."

재수도 없지.

그냥 새나 그러한 동물이 절벽에 돌을 건드린 모양이였다.

"앞으로 여기 다니지 마요."

"응...누나..."

나는 그녀의 호들갑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어서 집가요. 이럴때는 운수가 안좋아서 집에 있어야 해."

"알았어! 누나!"

우린 서둘러 집에 갔다.

동시에 술래잡기도 했다.

오늘은 설거지 내기!

서로 봐주는것 없이 전력질주를 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잡기 전에 도착하고 말았다.

참...

언제나 한발 앞서나간다. 

아님 한발 늦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녀가 사랑스럽다.

식사 준비 해야...

해야...

...

...

현기증...

뭔가...

...

"...아요?"

"괜찮죠? 괜찮은거죠? 괜찮은거에요?"

그녀는 밑도끝도 없이 내가 대답할때까지 물어볼 기세로 질문했다. 

난 그녀를 서둘러 진정시켰다.

"괜찮아 누나."

나는 그녀를 향해 웃었다.

나는...

...

그녀를 사랑...

...

하지 않아.

"흠..."

...

"역시 약발이 떨어지긴 하네...이를 어쩌지?"

"그만...그만..."

"아 씨발 좆같네. 왜 자꾸 깨어나..."

청순한 그녀에게 걸쭉한 욕설이 튀어나온다.

"날 놔줘!!"

온몸에 감긴 엄청나게 두꺼운 사슬이 보였다. 그녀는 그걸 재주도 좋게 포박했다.

"안돼요."

"이상한짓 안한다며!!! 안할거라며!!!"

나는 배신감에 몸부림친다. 매우 살인적인 분노와 함께 온몸이 바들거린다.

사슬이 하나 둘 끊어진다. 그녀는 서둘러 주사를 준비한다.

"죽일거야!! 무조건 죽일거야!!"

"안돼요...그러면 당신도 경호원 때문에 죽어요..."

"둘이서 아주 죽자 씨발! 이런 약에 취하며 사느니 차라리 죽을거야! 너도 데려갈거고!"

"그래도 사랑해요. 진짜로."

텅!

사슬이 끊어진다. 제발 조금만. 

내가 자유가 된다면 그녀는 죽을것이다.

그녀는 날 육체적으로 포박하려고 들었다.

그런 다음, 사회적으로 포박하려고 들었다.

그게 둘다 실패하자, 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난 그녀를 믿었다. 그 개같은 미소와 함께.

"제발..."

"아예 산채로 오체를 분시 해버릴게."

"그래도 사랑해요!"

"이런다고 생각 안 변한다....끄으윽..."

그녀는 주사로 내 살거죽을 뚫지 못한다.

매우 예리한 칼을 가지고 내 살을 째버린 다음, 약을 넣을 작정이였다.

술래잡기가 시작된다.

제발 조금만 더...

포박이 점점 는슨해진다.

내 살갖도 거의 파여간다.

"시발! 시발!"

"끄으으으!!!"

징한년. 

진작에 도망가면 위험하지 않을텐데. 굳이 약을 넣겠다고 이러는 꼴이다.

사랑은 옳았지만, 그렇다 해서 옳은 쪽으로 가진 않았던 길이였다.

술래잡기는 결국...

그녀가 한발 더 앞섰다.

내가 한발 늦었거나.

...

씨바아아알...

...





철그럭!

난 침대에 묶여있었다. 

그녀가 보였다.

"너..."

"일주일 정도 이러고 계세요. 약이 다시 들으려면 그쯤 있어야 하겠네요."

"좋아...?"

"당신과 영원히 반복되는 꿈이라면야, 좋은거죠."

으으윽...

쇠사슬로 칭칭 감긴 침대.

나조차 풀어내긴 역부족이다.

"슬프네요. 당분간 이래야 한다니. 그래도 재밌는거 줄게요. 이거로 놀아요."

그녀는 노트북을 가져왔다. 그러곤 usb를 꽂았다.

그것이 연결되자, 수많은 영상이 나타났다.

나와 그녀의 모습이다.

알몸인 채로의 모습.

"미친년..."

내가 혐오스러운 눈길을 보냈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 오늘 좀 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