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에리나

시엘

카리나


이브


2편 1편

ㅡㅡㅡ


"에반.... 몸은 좀 어때..? 괜찮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날 애처롭게 쳐다보지만, 그녀의 눈빛은 지금 상황과 전혀 안 맞는 것 같았다.


"날 이렇게 감금시키면서 물어볼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나는 꼼짝 없이 감금되어 있다, 등에선 푹신한 감촉이 느껴지는 걸 생각하면 침대 같기도 한데 문제는 각 가장자리에 내 손발이 모두 묶여 어떤데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몸부림을 쳐보기도 했지만 전부 헛수고였다 설령 어찌어찌 풀었다 하더라도 지금 난 얇디 얇은 내복만을 걸친 체 무기도 없어 그녀에게 쉽게 제압당할 것이다.


온전한 갑옷과 성검으로 상대해도 그녀가 진심이라면 생사를 넘나들게 되는데 무장 해제 상태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너무 불안한걸...? 이렇게 가둬놓지 않으면 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거잖아...?"


"왜 그렇게까지 한 거야..... 대체 왜...! 마왕이 돼버리면서까지 나를 원하는 건데?!"


"5년 전이었나...? 우리가 함께 해온 지 1년이 되던 때..."


그러자 그녀는 추억에 잠긴 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때.... 겨우겨우 승리를 쟁취했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사천왕 중 한 명이 등장했을 때 있잖아...."


벨둠 평원에서의 전투 말하는 것인가...


"목표도 달성했으니 모두가 일시적 후퇴를 말했을 땐 나는 억지를 부려서면서까지 싸우려 했었지...."


다시 그녀가 눈을 떴을 땐 여운의 괴로움이 남겨져 있었다.


"우리 부모를 죽인 사천왕이 나타났으니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난 아군들의 상태도 확인하지 않은 체 홀로 적들 무리에 뛰어들었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어.... 사천왕 주위로 몰려드는 거대한 마물들이 변태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을 땐 난 정말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겠고 싶었어.... 부모님의 원수도 갚지 못 한 체 몬스터의 노리개로 전락한다는 생각이 살면서 느껴보질 못한 공포가 내 몸을 얼게 만들었지...."


그녀는 인상을 쓰며 이를 갈았지만 이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때.... 눈부신 검격과 함께 네가 날아들어 왔어.... 최전방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싸웠기에 누구보다도 지쳤을 네가....."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 보인다.


"몬스터들 휩쓸면서 내게 지어진 활력 넘치는 미소는 내 가슴을 뛰게 했어, 이제 내가 맡을 테니 걱정 말라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았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며 말이야...."



나는 기본적으로 여신의 가호를 몸에 지니고 있다.


정신력이나 신체를 강화시켜주고 수면의 취하거나 음식을 먹지 않아도 남들 보다 오래 버틸 수 있으며 또 통각도 크게 경감 시켜줘서 남들보다 전투를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다.


다른건 몰라도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는 기능이 없었다면 전쟁과는 거리가 먼 생활 속에 살아온 나는 진작에 용사를 때려치고 전쟁이 두려워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이 베어도 심지어는 신체 부위가 심하게 손상되어도 그냥 어떤 느낌이 있다 정도지 크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아서 지금껏 최전방에 서서 아군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였다.


"정말 기적이였어.... 최소한의 병력으로 사천왕 한명과 배에 달하는 몬스터 대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으니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려 했던.... 최악이 될 줄로만 알았던 날은 부모의 원수도 갚고 부와 명예도 얻게 되는 최고의 날이 되버렸지....."


그녀가 내게 올라타 가슴 앞까지 얼굴을 내민다.


"너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몬스터의 아이나 낳는 번식 도구에 불과한 처지가 됐을 거야...."


"아직도 그때를 떠오르면 가슴이 두근거려.... 나보다 엉망인 몸인데도 나를 끌어 안으며 사람들의 환호 속에 미소짓는 너의 모습을...."


이것이.... 클레어가 나를 좋아하게된 동기인 건가....


"사랑해..... 너가 있기에 내가 있는거야....."


그녀의 눈빛이 동정심을 자극하게 된다.


"그렇기에 너가 없다면... 나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버려..."


"알았어 클레어..... 사정은 알았은이 일단 이 수갑 풀어주는거 어때...?"


"뭐...?"


그 순간 뭔가 잘못 됐음을 감지 하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노골적으로 자신이 분노했다는걸 알려준다.


그녀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생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공허한 눈이 되버렸고 음산한 광기가 서려져 있었다.


"절대 안돼..... 나의 사정을 알았는데도..... 내 감정을 알았는데도.... 도망치고 싶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좀 풀고 제대로 대화를..."


푹!


"윽?!"


그녀의 주먹이 내 얼굴 옆을 스쳐 침대에 박힌다.... 그녀의 주먹을 받아낸 곳은 구멍이 뚫려 솜이 튀어 나온다....


"아니.... 절대 못풀어... 앞으로 영원히 넌 여기서 못나가....."


그러면서 이내 그녀는 얼굴을 붉히곤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클레어... 읍?!!"


쪽♡


내 입술이 강제로 그녀의 입술과 포개어진다.


"낼름...♡ 츄릅...♡ 츄..♡ 음...♡ 하...♡"


추잡한 물결 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하....♡ 기분 좋았어...? ♡"


입술을 땠을땐 끈적한 은색 실이 두 입술을 이어주고 있었다.


"콜록..! 콜록...! 너 대체...!"


"하아...♡ 이 냄새를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너의 체취 너무 좋아..♡"


그러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문대며 마음껏 음미하는 클레어.


"너가 없는 3년 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 넌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어, 그러니 이제 부터 충분히 보상 받을거야....♡"


여러 의미로 정말 위험 하다 어떻게든 수를 쓰지 않는다면 소중한것을 상실해 버릴것이다.


"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아깐 영원히라곤 말했지만 그래도 태어날 우리 아이한텐 좋은 모습 보여하니 그때는 당연히 풀어 줄거야. ♡"


그녀가 한겹 한겹.... 옷을 벗어 던진다....


"제발.... 멈춰...!"


"싫어.... 이제 날 막을 순 없어! 그러니 순순히 날 받아들여...♡"


그녀가 맨살을 보일려는 직전....


쾅!


뒷 쪽 출구로 보이는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가 떨어 진다.


"윽?!"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보이는 것보단 이 사태를 어느 정도 예상한 듯 혀를 차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당장 저한테 넘기세요...."


에리나....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싫어.... 절대 못 넘겨...."


"약속했지 않았나요? 그가 온다면 사이좋게 나눠 갖자고..."


나만 모르는 그녀들만의 이야기를 하며 둘 다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에리나 그녀도... 마족의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래도 안 돼! 이 이상 다가오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


노골적인 적의를 띄우며 메이스를에리나에게 향하게 한다.


"정말 막무가내 시네요.... 제가 아무리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도 안 되겠어요...!"


이젠 검게 물든 성녀의 지팡이 끝에 무언갈 모으기 시작한다.


"다치셔도 치료 안 해드릴 겁니다?!"


쾅!


그런 에리나의 말과 함께 이 좁은 공간과는 맞지 않는 큰 소음과 연기가 방을 휩쓴다.


"윽?! 무슨 마법을 썼는지 몰라도 나한텐 안 통해!"


그녀가 메이스를 바닥 내려찍어 시야를 가득 메우던 연기를 날려버린다.


"어...?!"


하지만 에리나 이 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에반?!"


불안해 하며 뒤를 돌아보자 원래 감금되어 있어야 할 에반은 온데간데없이 빈 침대 많이 있었다.


애초에 리나는 클레어에게 해를 가하려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바로 앞에 있다시피 한 좁은 거리에서 전사 계열과 전면전은 자살 행위였다.


"윽...!! 에라나!!!"


통곡에 찬 외침이 방안을 가득 메워진다, 한땐 소중한 동료이자 라이벌로 지내던 사이는 완전히 원수지간으로 틀어지고 말았다.



ㅡㅡㅡ



"......."


이걸로 몇번째 기절인지..... 연기가 시야를 가려버리고 얼마 안가 자연스럽게 잠들듯 의식을 잃어버린것 같았다.


아까와 다른 것이라면 몸이 자유롭고 넒은 방이라는 점일까....


"일어나셨나요? 에반씨...."


소리가 난쪽으로 돌아보자 그곳엔 에리나가 공손히 앉아 있었다.


"여긴...."


"여긴 제가 그녀를 피해 오게된 저택이에요 마왕성에 있을 순 없어 급하게 오게 되었습니다."


"에리나.... 너까지 마왕이 되버린거야....?"


경계 태세를 취하며 그녀를 위협하자 슬픈 표정으로 내게 적의가 없다는듯 손짓 한다.


"진정하세요...! 당신에게 절대 해를 끼치지 않을게요...! 마왕이 되었긴 하지만 에반씨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왕관을 파괴해버릴 테니까...!"


필사적으로 내게 적의가 없다는듯 설득할려는 그녀의 태도에 조금은 경계를 거두게 되었다.


"에반씨.... 이제 어떻게 할건가요...?"


"당연히 마왕이 되버린 너네들과 대적할거야...."


"전 그렇게 되지 않을거에요! 애초에 에반씨만 있다면 마왕의 힘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다른 파티원들은 몰라도 적어도 저만은 당신과 절대 대치하고 싶지 않아요! 뭣하면 이 힘으로 그녀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사용할게요!"


눈가를 적실 것만 같이 간절하면서도 애달프게 외쳐온다.


그녀는 진심인것 같았다....


"알았어..... 적어도 내 편이라는 거지...?"


"네! 그러니 경계를 거둬 주세요!"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그렇게 할게.... 단 확실히 도와줘야한다?"


에리나가 내게 안겨든다..... 그리곤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문댄다.


"감사해요..... 스읍.. 하.... 너무 보고 싶었어요...."


클레어와는 달리 광기 보다는 그리움이 많이 배어져 있었다.


"그나저나.... 만약.... 저희들에게서 마왕의 힘을 전부 빼낸다면... 이제 어떻게 할건가요...?"


"돌아가야지.... 내가 있을 곳으로..."


"네...?! 진심인가요?!"


그 순간 분위기가 역변되고 말았다.

 

그녀도 클레어 처럼 뭔지 모를 광기가 느껴지기 시작 했다.


"에리나...?!"


"아뇨 괜찮아요..! 좀 놀란것 뿐이니까...! 그건 그렇고..... 정말로 또 떠나버릴 건가요? 당신이 없다면 또 우리가 마왕이 되버릴지도 모르는데?!"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나는 가야할 세계가 있는거 알잖아..."


"역시..... 다른 파티원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네요...."


"뭐...?!"


"전 정말 에반씨에게 협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에반씨가 그러고 싶지 않다면...."


탁!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출현한 검은 쇠살이 내 몸을 휘감는다.


"으?! 에리나?!"


"거칠게 다뤄드릴게요...."


철컥!


마치 숨통을 조이는 뱀 처럼 쇠사슬이 내 몸을 압박해 온다.


윽...! 안돼...! 정신을 잃으면 또 무슨 짓을 당하지도 몰라....!


하지만.... 발버둥 치고 싶어도 온 몸이 구속되어 순순히 내 숨통이 막히는걸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계속 기절 시켜서 죄송하지만..... 또 잠시 눈을 감고계셔주세요...."


그 말과 함께 또 내 정신은 심연으로 가라 앉아 버렸다.





ㅡㅡㅡ




"......."


내 눈을 뜬 장소는 처음보는 곳이였다.


어둠..... 그저 그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 어떤 것도 없는 새까만 공간에 홀로 서있었다.


여긴 어딜까.... 애초에 이곳을 어떤 장소라 해야할지....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에 있는것만 같았다.


순백색의 빈 공간인 여신의 구역과는 달리 이 곳은 정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어둠의 공간이였다.


너무나도 어두워서 거리감 마저 상실할것 같은 미지의 공간..... 그런데.....


"여.. 용사.... 꼴을 보아하니 내 예상대로 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는가?"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 어?!"


뒤를 돌아보자 정말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


몸체 멀쩡하지만 양팔과 다리는 보이지 않을정도로 흰색의 쇠사슬이 빽빽하게 묶여져 있었다. 


"너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여신과 너의 계획으로 날 여기에 속박해놓고는 왜 그런 소리를 하는겐가?"


"뭐...?! 그렇다면 여긴 영계야?!"


"그렇다, 지금 정신이 없는 너를 일시적으로 불러내 온것인지."


믿을 수 없었다.... 다시 안만날줄로만 알았던.... 인물을 다시 만나고 말았다.


"음.... 생각해보니 우린 싸우느라 자기 소개도 못하지 않았던가? 그럼 알려주지...."


영원한 숙적,세상을 암흑기로 몰아놓으려는 만악의 근원....


"난 이브 헤르나비아.... 편하게 이브라고 불러주게나."


마왕..... 그녀가 내 앞에 있었다.....


"용사, 우리 거래 하나 하지 않겠는가?"


ㅡㅡㅡ


원래 어제중으로 하나 올릴려 했는데 세키로 엔딩 본다고 개지랄 떠느라 못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