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드셨습니까, 주인님.
여긴 어디고 넌 누구냐, 라고요?
여긴 주인님의 댁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저희 집입니다.
그리고 저는 주인님의 경호를 맡고 있는 쿠노이치입니다.
...평소엔 주인님의 클래스메이트로서 함께하고 있기에, 얼굴을 보신다면 금방 아실 겁니다... 지금 방의 불을 켜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제 얼굴, 낯익으시죠?
예, 반 남자들한테서 왠진 몰라도 여신이네 뭐네 떠받들어지는 그 클래스메이트입니다.
솔직히, 주인님 이외의 사람들이 뭐라 평가하든 제 알 바 아니지만요...
네? 쿠노이치라면서 숨지 않아도 되는 거냐, 라고요?
요즘 같은 때에 그림자에 숨어서 지킨다든지, 그게 더 눈에 띄지 말입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 속에, 쿠노이치를 숨기려면 사람들 속에. 뭐 그런 거죠.
에? 같은 반 여신이 자기 쿠노이치라는 건 알겠는데, 우리 집은 그렇게 경호받을 만한 가문이 아니라고요?
네, 맞습니다. 주인님의 집은 사실은 대부호였다든지, 아니면 사실은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든지 그런 게 아닌 그냥 평범한 가정입니다.
그럼 왜 주인님에게 저같은 쿠노이치가 붙어 있느냐, 그건 말이죠...
예전에 우리가 아직 어렸을 적에, 주인님의 아버님께서 임무 중이던 저희 아비의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
그 은혜를 갚고자 아비는 주인님의 아버지를, 저는 주인님을 따르기로 했죠...
뭐 아버님들끼리는 좋게 말하면 술친구 같은 느낌이 됐습니다만...
저 말입니까? 전 지금의 입장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주인님, 저는... 저는 주인님의 색시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줄곧 주인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성장하시는 모습도 쭉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님 타입이 될 수 있도록 쭉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주인님은 뭡니까. 주인님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 정도밖에 모르는 개같은 년이 좀 달라붙었다고 콧대 높아지셔서는...
게다가 그 개같은 년과 사귀려 드시다니...
제가 더 주인님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제가 더 주인님을 사랑하는데... 그 개같은 년이 감히 주인님을 빼앗으려 들다니 건방진 것...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얘기입니다.
그나저나 주인님, 주인님께서 사귀기 시작하신 그 여학생... 주인님 말고도 다른 남자들과도 관계를 맺는 것 같습니다.
증거 있냐고요...? 물론 있습니다.
보시죠. 이 사진, 같은 학교의 다른 남학생과 아주 사이 좋게 팔짱을 끼고 있네요...
아 여기, 이 사진에서는 또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다고요, 키스.
어떠십니까? 주인님... 어머나, 울고 계시는군요...
옳지 옳지, 마음껏 우셔도 됩니다, 주인님.
전 언제까지나 주인님 편이니까요.
...이제 다 우셨습니까?
주인님, 어쩌시겠습니까? 그 사진을 보고도, 아직도 그 년과 사귀실 작정이십니까?
...그렇죠, 그럴 리 없으시죠.
그럴 거라 생각하고 아까 주인님께서 울고 계실 때 헤어지자고 메시지를 보내 뒀습니다.
그, 그래서 주인님...
그게... 그런 추잡한 년이라고는 해도, 여자친구와 막 헤어지신 주인님께 이런 말씀 드리는 것도 좀 그렇지만...
저를 여자친구로 삼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네, 제 꿈은 주인님의 색시가 되는 것, 이라고는 해도 갑자기 나타나서 그대로 결혼... 하는 것도 전 좋지만 그러면 주인님께서 곤란하시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여자친구로부터 시작하는 게 두 사람 모두 행복하게 결혼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바람따윈 피우지 않습니다. 그 년과 달리, 예전부터 쭉 주인님 일편단심이었던 제가 그럴 리가 없죠.
...OK, 라고요?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럼 얼른 잠자리를 가지시죠!
에? 결혼도 안 했는데 그건 너무 이르잖아...?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님. 오늘은 말 그대로 잠자리를 갖는 거라고요.
저야 뭐 그 쪽도 상관 없습니다만... 주인님의 몸 상태를 생각한다면... 말이죠?
그럼 잠시 옆에 실례하겠습니다... 후훗, 주인님은 참 포근하시네요... 평소에 쓰던 주인님의 냄새가 배어있는 베개보다도 단단하고, 좋은 냄새가 나네요...
오늘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님...


...깊이 잠드셨군요.
후훗, 자는 모습도 정말 귀여우셔...
설마 그런 조잡한 합성사진 따위에 속아넘어가실 줄이야...
뭐 제게는 그게 더 잘 된 일이지만요.
자... 이제 주인님께 손을 댄 개같은 년을 처리하러 가볼까요...
그러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주인님...


닌자 더럽구나 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