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안맞으면 약간 불편할수도있음#




"피곤하다..."




집문이 열리고 그녀가 처음 꺼낸 말이었다. 그도그럴게 아침에 출근했을때에 비해 생기없이 건조해진 피부와 푸석푸석해진 머릿결,피곤에 찌든 얼굴이 직장생활에 찌든 사회인의 모습을 대변하고있는듯 했다. 




"언니, 왔어요?"




"언니 하이~"




방금 귀가한 여인과 비슷한 체격과 나이대의 여성과 비슷해보이는 여성한명과 아직은 민짜의 티를 벗어내지못한 그나이대의 발랄함이 어울리는 소녀 한명이 그녀를 맞이했다.




"너희들은 밥 먹었어?"




"저는 먹었어요."




"나도 먹었어!"




"너희들은 밥을 먹고도 치킨이 넘어가니?"




"헤헤..그거랑 그거랑 별개죠."




"완전 맛있어! 가비언니도 와서 먹어!"




"됐다..나도 밥먹으러 가야지. 지금까지 별일없었지?"




형식적으로 묻는 가비의 질문에 그녀들은 치킨을 빵빵히 볼에 채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놓으며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할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가비. 그런 그녀를 보며 재밌는듯이 질문을 한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 요즘엔 우리 강아지 덕분에 사는거지. 퇴근하고 걔 볼생각만하면 없던 기운이 솟아난다구."




"킥..하긴 좋을때죠. 바라보기만 해도 좋을때."




"소원이 너는 얼마나 같이 데리고 살았지?"




"고2부터요. 아마 올해로 5년쯤 된걸로 아는데, 그래서 같이 5주년 기념 파티도 했고. 근데 볼때마다 좋아. 질리지가 않아요. 근데 언니는 이제 한달됬으니 오죽하겠어요?"




"역시 나 이해해주는건 소원이 밖에 없다. . 배고프다. 열쇠 어딨니? 언니도 밥먹으러 가야겠다."




"가연아? 가비언니한테 열쇠드려."




"어? 나한테 있었네. 헤헤, 또 까먹었다."




"쓰면은 벽에 걸어두래도..참..."




가비는 소소한 핀잔을 끝으로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의 열쇠를 열었다. 조명이 있긴하지만 지하실 특유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를 바꿀순 없었다. 은은하게 코를 찔러오는 향긋한 피비린내가 가비를 자극하자 기분좋은 떨림이 그녀의 몸을 감싸온다. 적지않은 갯수의 계단을 모두 내려가고 왼쪽으로 돌면 마치 10평 남짓한 공간이 있고 그곳엔




"자기야~ 나왔어~"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 이 저택에 사는 인원수 만큼의 남자들이 이곳에 '보관'되어있었다.




 하나같이 재갈을 물고 수갑을 찼으며, 목줄과 족쇄는 벽에 단단히 연결되어있어 어느 한명도 탈주나 반격을 획책하기란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약간의 배려인것인지 개개인마다 조금의 생활반경은 보장해준것인지 나름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으며, 저마다의 밥그릇에는 먹다남은 사료와 물이 부어져있었다. 아마도 식사시간에는 관리하에 식사를 시키는듯했다.




가비는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미 겁을 먹을대로 먹어서 눈을 잔뜩 내리깔고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떠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같은 처지의 세남자들이 눈에 띄었다. 가비는 그런 모습마저 귀여웠는지 고운 손으로 볼을 한번쓰다듬어보았지만, 남자는 더욱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그의 주인이 싫어하는 행동임을 알고 억지로 미소를 띄우려 노력하자 굉장히 이질적인 웃음이 그의 얼굴에 드러났다. 가비는 그런 남자의 재갈을 벗겨주며 물었다.




"착하지 착해. 우리 강아지. 잘있었어요?"




"네..네.."




"끝?"




"네?"




"끝?"




"주..주인님..."




"그렇게 교육을 시켜도 아직도 꾸물거려서 되겠어요? 좀더 아프게 해줘?"




"아..아니요! 다..다시는 안그럴게요.주인님! 그러니 제발.."




"크크크...오구오구 우리강아지. 겁 좀 줬더니 무서웠어요? 크크..걱정마요. 우리 소중한 강아지를 왜 해쳐?"




"감사합니다.."




남자는 진심으로 안도한듯했다. 아마 단순히 손찌검이 날아오지않는다는것 하나만으로도 남자는 깊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진지금 가비의 무한한 애정아래, 추위를 막기위한 온갖 따뜻한것을 입고있는 남자였지만 옷 아래에는 그동안의 학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그 단적인 예로 오랜시간 수갑에 묶여있는 손목의 흉터자국과 아직 손찌검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은듯한 생기없이 부르튼 입술과 볼의 멍자국이 그러했다.




"정말...오늘도 너무 힘든 하루였어요. 부장님이고 과장님이고..애인이 있는 사람한테 왜이렇게 찝쩍대는건지...정말 배만 불룩 튀어나와서 예의라곤 찾아볼수 없는 족속들이 저를 정말 불쾌하게 만들었다구요. 맘같아선 그자리에서 다 찢어발기고 싶지만...그랬다가는 당신을 못보게 될수도 있잖아요? 저는 이렇게 항상 당신만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은 오늘 어땠어요? 옆에 있는 친구분들이랑은 잘 사귀고있죠?"




"네..그..저..저는 잘..네! 잘지내고 있어요..."




가비는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남자의 얼굴을 뻔히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말을 더듬어요. 아직도 추워요? 저번에도 춥다고 그래서 내가 옷까지 따뜻하게 입혀줬는데. 설마, 아직도 제가 무서운건가요? 저를 사랑하지 않는거에요? 나 당신에게 실망하면 정말로 무슨짓을 할지 몰라. 진짜 뒤져."




아주 잠깐 여유를 되찾은듯 보였던 남자는 가비의 낮게깔리는 중저음의 협박에 다시 제대로 겁을 먹고 패닉에 빠져 횡설수설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길 시작한다. 가비는 '풋'하고 웃더니 검지손가락을 남자의 입술에 가져다놓고 남자의 말을 막았다.




"그럼 우리 강아지가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면 오늘도 나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줄수있나요?"




남자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고민했다. 잠깐 동안 피가 역류하며 몸을 빠져나가는 느낌은 절대 기분좋은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완력을 한참은 초월한 그의 주인의 심기를 거슬러 끔찍한 학대를 당하느니 주인의 심기를 맞춰주고 더이상 아픈일을 당하지 않는것이 남자에겐 더 중요한 일이었다. 남자는 말없이 그의 목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럼 잘먹겠습니다~"




튀어나온 송곳니,창백해진 얼굴,세로로 길게 째진 붉은색의 눈동자와 몸 곳곳으로 돌출된 약간 흉측해 보이기도하는 혈관들. 이미 그녀는 남자의 피를 빨 준비를 마쳤고, 목줄을 벗겨 탐스러운 목덜미에 미련없이 그 송곳니를 꽂아넣고 피를 빨기 시작한다. 남자는 차가운 송곳니의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차분히 주인이 피를 다 마실때까지 기다린다. 3분가량의 짧은 식사시간이 끝나자, 다시 원래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결 생기넘치는 얼굴과 한껏 고양된 기분이 그녀의 식사가 만족스러웠음을 나타낸다.




"머..먹어주셔서 감사합니다..주인님.."




"우리 강아지 덕분에 오늘도 잘먹었어요~ 힘이 쑥쑥 나네! 씻고 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맛있는거 해올테니까. 그리고 오랜만에 같이 스트레스도 좀 풀고."




"네..? 스트레스라함은..."




"어휴, 이제와서 순진한척 하기는~ 다알면서. 기대하고 있어요. 아 맞다."




가비는 벗겨놓았던 재갈을 다시 남자의 입에 물려두었다. 무리없이 재갈이 입속으로 쑥들어가자 기분나쁜 답답함이 남자의 입안을 채웠다.




"미안해요. 애들하고 세운 규칙이있다보니깐. 나도 우리 강아지한테 이런 힘든걸 시켜놓으면 마음이아파."




가비는 그말을 끝으로 남자를 뒤로하고 거대한 철문을 굳게 잠그고 철쇄를 감아 문을 완전히 봉하고나서야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한달만에 손찌검 당하지 않고 끝난 저녁식사. 남자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릴뻔했다. 그날로 남자는 이곳에 납치된지 한달을 채웠고, 누군가는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5년을 넘게 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