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신을 대체 어떻게 쓰냐? 존나 급전개다..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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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찰칵.


잠금쇠를 푸는 것 같다. 하나, 둘.. 적어도 네개는 있는 것 같다.


즈르륵, 즈르륵..


내 몸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다. 뒤집은 손 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매끄러운 것을 봐서, 일단은 다행스럽게도 건물 안이다.


달칵.


문고리가 잠기는 소리다. 정신은 들었지만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방 안의 인기척을 찾는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나는 느릿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 씨이발, 여기가 어디야? "


옷장과 침대, 화장대와 작은 테이블, 여느 방 안이다. 오른쪽 벽이 있어야 할 곳은 거대한 유리로 덮여 한밤의 도시가 내려다보였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에 벙쪄 있는 와중에, 달빛에 비친 몸이 눈에 들어왔다.


" 이게, 무슨.. "


손목과 발목을 단단히 고정한 것은 분명히 케이블 타이인 것 같다. 빨갛게 쓸린 상처 덕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 퀸사이즈 침대에 대자로 벌리고 묶인 것이 오체분시를 당하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 막 정신이 오롯이 돌아온 참이었다.


" 어머, 벌써 일어난 거야? "


어두운 방 안에서 인영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건 분명한 선배의 목소리다. 울컥, 목울대를 찌르는 고통에 무어라 뱉으려던 말을 삼킨다. 그녀는 흰색 셔츠 하나만 걸친 몸으로 침대에 올라온다. 침대 옆 협탁의 스탠드를 켜고 보면, 물결진 흑색 장발에 여우같은 눈매를 한껏 휘어 웃은 채 홍조가 가득한 여자가 보인다. 아니, 성숙한 여자라기보단 갖고싶었던 장난감을 선물받은 아이같다.


" 해외에서 직구한 수면제가 도착한 날이 오늘 오후였거든! 너랑 저녁을 먹고 나서 느긋하게 타 줄 생각이었는데, 혹시 몰라서 음료수에도 섞어 놨었어, 그런데 네가 좋다고 들이키지 뭐야? "


..분명 음료를 마신 기억이 있다. 나는 잠자코 귀를 기울인다.


" 그냥 가겠다길래 조금 혼내주려 했는데, 곧장 드러누워서 숨을 쌕쌕 토하는 게.. 아, 생각하니까 또.. "


역겹다.


" 저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


" ..응? 정말 몰라서 물어? "


선배의 눈이 싸늘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느낀다.


" 그야 널 사랑하니까! 네가 성인도 되기 전부터 뒤를 따라 다니고, 군입대와 제대도 기다려 주고, 면회도 꼬박 갔었지, 아마? 정말 우리가 친한 선후배 사이라 이랬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세상에, 너 은근 쑥맥이었구나! "


그녀가 내게 가까이 붙는다. 내 몸 위에 바짝 엎드려서, 번들거리는 입술을 달싹인다.


" 수십,수백짜리 식사는 물론이고 옷가지부터 시계, 신발, 네가 쓰는 핸드폰까지! 이게 단순한 호의겠니? 하, 전혀! 내가 사랑하는 남자면 내 수준에 걸맞을 필요가 있으니까. 물론.. 넌 충분히 내게 어울리지만. "


그녀의 숨이 거칠다. 목소리에 점점 물기가 서린다. 셔츠 밑으로 비치는 새하얀 어깨가 보인다. 맨몸이다.


" 양쪽 부모님한테도 인사를 드려야겠지만, 까짓 애 하나 만들어서 가도 날 거절할 포부 큰 늙은이는 없을 걸? 아아,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


셔츠를 벗고, 내 하의를 풀어내린다. 어떠한 전희도 없이 이미 질척한 틈새에 물건을 비집어 넣는다. 반사적으로 허리가 들썩거렸다. 우습게도, 나 또한 여자같은 교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 아, 흐으, 선, 잠깐, 선배.. "


나즈막히 뱉는 이름은 방을 가득 채운 물소리와 신음에 파묻혀버렸다. 그것은 남녀의 사랑이라기보다 단순한 강간이고 욕구의 해소 장면이었다. 턱을 붙잡힌 채 반강제적으로 혀를 뒤섞는다. 막혀오는 호흡과 동시에 어느 한 곳도 그녀와 떨어진 곳이 없었다. 나는 눈을 까뒤집고 컥컥댈 뿐이다.


" 아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뇌리를 타고 오르는 사정감과 동시에 아랫배가 뜨거워진다. 쯔북거리는 소리가 한층 짙어진다.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나는 누구보다 상황 파악과 적응이 빨랐기 때문에--


" 아아.. 나도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