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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396962


풍전지등 風前之灯

바람 앞의 등잔불. 

신변의 위험이 눈앞에 닥친 채 목숨의 위기에 처해 있거나, 사람의 생명이나 사물이 덧없는 것의 비유.





과거에 있었던 아픈 사건.

그것도 처음 맡은 우마무스메면서도 무패의 7관마의 첫 라이브에 입회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자 타마모 크로스는 신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렇게는 안 되제」


「됐는데」


「아니 이상하잖.....으-응. 뭐 알긋다. 그럼 내는 간데이, 니 진짜 조심해라?」


투덜투덜하면서도 이유에 납득은 한 모양이다.

하지만 묘하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몇 번이고 뒤돌아보고 그녀는 떠났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막상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처지가 됐었으니 무엇 하나 항변할 수 없다.


바라건대 테이오는 봐주기를.

담당에게 치여 순직하는 건 정중히 거절하고 싶다.





타마모 크로스에게 설명하는 데 조금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이미 예의 라이브 송신도 끝난 것 같고, 방금 전부터 휴대전화에 간간이 착신이 오고 있다.


확인하는 게 무서워.

그러나 바로 얼마 전, 대량의 착신에 전원이 나가서 귀찮은 사태를 초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여기서 방치하는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상대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루돌프에게서였다.


「......네」


『트레이너 군, 지금 어디지?』


드물게 말을 끊어왔다.

얼마나 마음이 급한 건지, 흥분한 건지


「노점 구역 근처야」


『가까운 노점은?』


「그...사과 사탕 노점하고 요요」


『알았어. 거기서 움직이지 말아줘』


단적으로 필요한 것만 묻고 곧바로 통화가 끊겼다.

아무래도 데리러 오려는 것 같다는 것만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이 혼잡함 속에서 길을 가로막고 서 있을 수도 없으므로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구석으로 이동한다.

그런다 한들, 특별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없고 단지 사람의 흐름에서 벗어났을 뿐.

이럴 때는 대부분 구석에 붙어 있으면 루돌프가 찾아주므로 다소의 이동은 허락해 주길 바란다.




노점 구역은 학원 내 거리를 따라 전개되어 있다.

늘어서 있는 노점에 의해서 숨겨져 있지만, 어디까지나 학원 안이기 때문에 원래 설치되어 있는 벤치 같은 건 그대로다.

관람객들은 이런 학원에 원래 설치돼 있는 설비를 잘 모르는지 잘 이용하지 않는다.

뭐, 입장 시에도 지정 휴게소를 이용하도록 안내 방송이 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감사제 기간에는 간이로 책상과 의자가 즐비한 휴게 공간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으며, 기본적으로 그곳을 이용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의외로 이렇게 평소 사용하는 설비는 사람들로 북적거려도 비어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메고 있던 내충격 보호대를 옆으로 내려놓고 한숨을 내쉰다.

탄력성이 높은 프로텍터는 신뢰할 수 있다.....라며 평판이 자자한 기동대에 납품하는 소재가 듬뿍 사용된 제품인 것 같지만, 현재로서 활약한 적은 없다.

이 묘하게 묵직한 조끼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또 병원으로 보내져도 곤란하니 혹시나 해서 가져왔는데 어쨌든 이런 걸 짊어지고 있으면 어깨가 뻐근하다.


어깨 결림은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주물러봤자 결과는 뻔하다.

한숨 한 번.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펄럭펄럭 넘긴다.

빼곡히 매일의 트레이닝 메뉴나 알게 된 점이 휘갈겨진 수첩은 이미 절반가량이 쓰여 두께를 더하고 있었다.

휴대 단말로 웬만한 건 관리할 수 있으면서도 아직도 수첩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뭐 때문일까.


오늘 날짜에서 페이지를 넘기는 손가락을 멈췄다.

적힌 스케줄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따라간다.

상당히 예정 밖의 일도 많았지만, 일단 오전의 예정은 거의 소화가 되어 있었다.


한편, 크게 기재되어 있었을 『순회(데이트)』의 두 글자가 전혀 소화되지 않은 것이 현재의 문제로 무겁게 다가온다.

그 기자들에게 포착되기까지의 짧은 시간밖에 순회를 할 수 없었다.

트러블에 의해서 대응에 매달리게 되는 일은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사정도 다르다.


파란이 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대로라면 루돌프가 크게 토라져서 말을 안 들을 게 확실하지만, 이 뒤에 기다리고 있는 건 엑시비전 레이스다.

가서 바로 레이스를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휴대 단말의 화면을 힐끗 보면 표시된 시간은 12시 50분.

예상과 달리 다음 스케줄까지의 유예가 없다.

루돌프와 합류하면 곧바로 회장에 입성하게 될 것이다.

역시 GI 레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승부복 같은 준비는 없지만, 그래도 편자 확인과 위밍업 등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평소에 행해지는 병주나 모의 레이스와는 달리 오늘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적당히 할 수는 없다.


부르르, 단말기가 떨리면서 메시지 알림이 화면에 팝업됐다.


『회장에 도착했어! 트레이너는 어디야?』


테이오는 이미 도착한 것 같다.

루돌프와 합류한 뒤 향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다소 불복하는 반응이 뒤따랐다.

약간의 긴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특히 테이오에게 있어서는 「공개석상」에서의 첫 레이스가 된다.

그녀의 기질을 감안할 때 관객들에 주눅 들기는커녕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그래도 내가 맡은 이후 첫 레이스.

여기서의 승패가 그녀의 경력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은 당연히 없지만, 승리를 목표로 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충분한 케어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


할 수 있는 일은 해 두고 싶다.


『이번엔 누구 편인가』


타마모 크로스가 한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라면 당연히 답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당연하지만, 담당을 응원하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답이 막혔을까.


지금 생각해도 분명 답은 나오지 않는다.

머리를 흔들고 휴대 단말기에 꽂힌 데이터 시트를 다시 확인하려다.


자박.

모래를 밟는 듯한 소리가 왠지 등 뒤에서 들렸다.


루돌프치고는 꽤 빠르구나, 하고 되돌아보려다――






순간 시야가 캄캄해졌다.


「조용히 해라. 소리 내지 마라. 양손을 올려라」


「므긋...」


동시에 귓가에 속삭여진 경고의 목소리.

뭔가 씌워졌는지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린다.

그저 알 수 있는 건 젊은 여성의 목소리라는 것.


팔을 붙잡히고 그대로 뒤로 묶여 구속됐다.

테이프인가 뭔가가 감긴 것 같다.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허리 주변으로 팔이 둘러지고 그대로 몸이 쭉 당겨진다.

보이지 않는 상태라 무섭기 짝이 없지만,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들려진 것 같다.


위험한 것에 붙잡혔다는 것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정말 잘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