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https://arca.live/b/yandere/6806001


얀순이는 자신의 방에서 스마트폰을 붙잡고선 떨리는 손길로 식은 땀을 흘려 가며 눈을 감고 ”결과 보기” 버튼을 눌렀어.


얀순이는 서화 고등학교에 입학 시험을 치룬 결과를 확인하기 직전이었지.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떠는 것도 긴장했을 테니 무리는 아니었을 거야.


“신이 있다면, 제발... 얀붕이랑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해 주세요. 대가로 무엇이든 바칠 테니 제발, 제발...”


혼자서 그 말을 중얼거리며 얀순이는 마침내 결과를 보기 위해 눈을 떴지.


’귀하는 20XX년도 화문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 합격하셨습니다.’


눈을 뜬 얀순이를 반긴 것은 그 문구 하나였어. 얀순이는 잠시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자신이 합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눈물을 흘렸지.


”됐어. 됐어.. 얀붕이랑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어. 앞으로도 계속 사귈 수 있어...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얀붕이와 같은 학교에 다녀 헤어지지 않기 위해 피가 토하도록 노력을 한 얀순이 자신이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얀붕이와 헤어지지 않고 같은 학교를 다니며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얀순이는 울기 시작했지. 그 날 기쁠 때도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얀순이는 처음으로 깨달았어.


”얀붕이는? 분명 합격했을 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얀순이는 눈물을 닦은 후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얀붕이에게 카톡을 보냈어.


’얀붕아, 결과는 잘 나왔어?’


물론 똑똑한 얀붕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얀순이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혹시 몰라 확인 차에서 미리 알아 두려고 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 옆의 1 표시가 사라지더니, 얀붕이에게서 답장이 도착했지.


’합격했어!’


얀붕이는 그 말과 함께 시험 결과가 나온 스크린샷을 첨부했어.그 스크린샷 안에는 얀순이와 본 것과 같은 합격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


’수고했어, 얀붕아.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너무 기뻐.’

‘항상 사랑하고 고마워.’


얀순이가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 가며 보낸 답장은 그 내용이었어. 그리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얀붕이에게서 답장이 왔지.


’얀순이도 수고했어. 나도 정말 기뻐! 정말 사랑해!’


얀순이는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겨우 참았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어. 나도 정말로 기뻐. 너무 사랑해, 얀붕아. 그 말을 중얼거리며 얀순이는 다시 눈물을 그치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얀순이와 얀붕이는 마침내 중학교에서 졸업하게 되었어. 춥고 눈이 내리는 2월의 겨울 날씨에 학생들은 교실에 모여 선생님께 졸업장을 받았지. 특히 얀순이와 얀붕이의 담임 선생님은 둘이 서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축하해 주며 둘의 실력을 칭찬했어.


마침내 교장 선생님의 축사가 전부 끝난 후, 졸업생들은 각자 교실과 운동장 같은 학교의 여러 곳으로 가 사진을 찍었어.


”얀순아, 너랑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따라와 줘.”

”응? 어디로 갈 거야?”


졸업장과 꽃다발을 든 채 둘은 학교 밖으로 나와 어딘가로 걸어 가기 시작했어. 얀순이는 입김을 뿜으며 볼이 붉어진 얀붕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저 따라갈 뿐이었지. 


“여기야. 얀순아, 기억 나?”


“여기는...”


얀붕이가 멈춰 선 곳은 학교 뒤쪽의 정원이었어. 봄에는 아름다운 벚꽃이, 여름에는 푸르른 잎이, 가을에는 쓸쓸한 단풍이, 겨울에는 하얀 눈이 쌓이는 나무 아래에 얀붕이와 얀순이는 서 있었어. 지금은 겨울이었기에 나무에는 눈이 가득 쌓여 있었지.


”얀붕이가 나한테 고백했던 곳이네?”


얀순이는 언제나 항상 얀붕이와 어디를 갔는지, 어느 버스를 탔는지와 어느 길을 걸어갔는지를 전부 기억해 두었기에 얀붕이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한 이곳을 잊어버릴 리가 없었어.


”응! 여기서 얀순이랑 사진 찍고 싶어.”

“좋아.”


그렇게 말하고선 얀붕이는 얀순이를 향해 밝게 웃어 보이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어. 얀순이는 얼굴을 살짝 붉혔지. 날씨가 추웠던 탓인지, 그 미소가 귀여웠기 때문인지는 얀순이 자신만이 알고 있을 테지.


“자, 찍을게. 하나 둘—“


얀붕이는 카메라 앱을 키고선 셀카로 얀붕이 자신과 얀순이의 얼굴을 담았어. 그러고선 얀순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리고 둘은 찍힌 사진의 모습을 확인했어.


”얀순이 얼굴 예쁘게 나와서 다행이다!”

”얀붕이 얼굴도 정말 예쁘게 나왔어.”


얀순이와 얀붕이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밝게 미소 지었지. 사진을 다시 찍어 보기도 하고, 보정이나 토끼 귀 같은 것들을 넣어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하면서.


”이제 다른 곳에도 사진 찍으러 가자.”

”응, 어디로 갈까?”


그 이후로도 얀붕이와 얀순이는 교실, 운동장, 학교 벤치 등 학교 곳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어.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사진을 만족한 만큼 촬영하자 얀순이와 얀붕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지.



버스를 타고 얀붕이가 교통카드를 대는 순간,



"잔액이 부족합니다."



얀붕이는 당황했지. 실수로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것을 잊어버린 거야. 하필이면 현금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이었어. 걸어 가자니 거리가 조금 멀어서 늦을 것 같기도 했고. 얀붕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했지.



"청소년 두 명이요."



그 때 얀순이는 교통 카드를 꺼내 들고 자신 있게 말했어. 얀순이가 얀붕이의 몫까지 버스 요금을 지불해 주자 얀붕이는 위기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심하면서도 얀순이에게 고마워했지.



"고마워, 버스 못 탔으면 늦었을 텐데.."



"이 정도는 여자친구로서 해 줄 수 있어."



얀순이는 밝게 웃어 보이면서도 얀붕이에게 강한 집착을 느꼈지. 저렇게 완벽하고 귀여워 보이면서도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게 사랑스럽단 말이야. 잔뜩 사랑해 주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얀붕이와 같이 뒷좌석으로 갔어.



"얀붕이가 창가 쪽으로 앉는 게 좋겠다."



"응."



얀붕이는 얀순이의 부탁에 고분고분히 따라 창가 쪽 자리에 앉았어. 뒤따라서 얀순이는 버스 통로 쪽 자리에 앉았지. 얀붕이에게는 버스의 어느 좌석이든 얀순이가 곁에 있기만 한다면 상관 없었지만, 얀순이는 그렇지 않았어. 다른 여자들이 통로를 지나가며 자신의 남자친구를 쳐다보는 것이 끔찍이도 싫어서 얀붕이를 창가 쪽 자리에 앉혔던 거야. 다행히도 딱히 버스 안에는 얀붕이를 쳐다보는 여자들은 없었어.



"얀붕아, 머리카락 흐트러졌어."



"진짜? 어디가?"



"내가 정리해 줄게."



그리고 얀붕이의 모습을 한껏 감상할 수 있기도 했고. 얀순이는 희고 작은 손을 뻗어 얀붕이의 흐트러진 검은 머릿결을 정돈해 주었어. 



"고마워. 얀순이 손 따뜻하다.."



얀순이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얀붕이는 살짝 눈을 감았지.

그런 얀붕이를 보며 얀순이는 귀엽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수천 번이나 되새겼어. 지금 당장이라도 얀붕이와 키스를 하고 싶었지만 버스 안이고 사람들이 많으니 참고 있었지.



"이번 정류소는, 양하 구청, 양하 구청입니다."



그러던 중 어느새 버스는 얀붕이와 얀순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도착했어. 얀순이와 얀붕이는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했지.



"내리자, 얀붕아. 도착했어."



"응, 가자."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얀순이가 교통 카드를 찍고 하차 문이 열리자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까지 걸어 갔어.



"맞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였지?”



아파트로 걸어 가던 중, 얀붕이에게 그 말을 들은 얀순이는 뇌리에 그 말이 팍 하고 박혔지. 발렌타인 데이라면 2월 14일, 바로 오늘이었어. 사랑하는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아주 중요한 날인 만큼, 얀순이가 초콜릿을 준비해 두지 않았을 리 없었지.



”응, 오늘이 2월 14일이야.”



얀순이는 평소처럼 미소 지으며 답했어. 얀순이가 항상 깔끔히 정돈하는 흰 가방 안에는 붉은 하트 상자 안에 담긴, 얀붕이를 위해 직접 만들어 놓은 초콜릿이 담겨 있었고. 얀순이는 얀붕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얀붕이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려고 계획했던 거지.


“얀붕아, 나-“

”사실 나, 얀순이한테 줄 초콜릿 준비했어. 우리 집에 있는데 가서 먹을래?”


얀붕이는 부끄러운 듯이 살짝 머리를 긁적이며 얀순이에게 물었어. 얀순이는 선수를 빼앗겨 마음속으로 살짝 당황하기는 했지만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지.


”응, 좋아!”

”그럼 가자.”


얀붕이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선 바로 옆에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는 얀순이를 바라보았어. 얀순이는 평소처럼 얀붕이가 정말로 좋은 듯 한껏 미소 지은 채 걸어 가고 있었지.


고급 아파트의 로비에 카드 키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 28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어. 둘 다 이 아파트의 같은 동 같은 층에 살고 있었지. 다만 얀순이의 집은 2801호였고, 얀붕이의 집은 2805호였어.


“28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28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어. 얀순이와 얀붕이는 엘리베이터를 2805호를 향해 천천히 걸어 갔지. 고급 아파트 답게 깔끔한 대리석이 깔린 복도에는 생명력이 넘쳐 보이는 푸르른 관엽 식물이 심긴 화분이 놓여 있었어. 


”들어와.”


얀붕이는 카드 키로 자신의 집 문을 열고 얀순이를 안내했어. 얀붕이의 집은 얀순이의 집처럼 흰색과 흑색으로 이루어진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구성된 집이었어. 집은 쓰레기 하나,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히 청소되어 있었고.


”부모님은 일 나가셨어?”

”응. 출장 나가셔서 아마 내일쯤에 들어오실 거야.”


얀붕이네 집도 나랑 다르지 않구나. 얀순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지. 항상 맞벌이로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얀붕이에게 동질감과, 평생 곁에서 보살펴 주고 싶다는 집착을 동시에 느꼈지.


”여기 앉아. 초콜릿 가지고 올게.“


거실 바닥에 깔려 있는 부드러운 매트와, 그 위에 놓인 테이블 사이에 얀붕이는 방석 두 개를 빼 놓고선 미소 지으며 주방으로 향했어. 


“얀붕이가 직접 만들어 줬다니 무슨 맛일지 궁금해.“


얀순이는 테이블 아래 방석에 앉은 채 주방으로 향하는 얀붕이를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지. 얀붕이가 나를 위해 만들어 준 초콜릿은 무슨 맛일까. 그 생각이 처음 얀붕이에게 들었을 때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 평범한 밀크 초콜릿일까? 아니면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 살짝 달콤하고 씁쓸한 다크 초콜릿도 나쁘지 않을 텐데. 사실 어떤 거라도 얀붕이가 만들어 주었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면서, 자신도 얀붕이에게 주기 위해 가져온 초콜릿이 담긴 가방을 열었어.


”여기, 얀순이에게 주는 초콜릿이야!”


얀붕이는 테이블에 앉아 미소 지어 보이고선 원 모양의 하얀 상자 하나를 놓았어. 상자는 검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리본으로 묶여 장식되어 있었지. 얀순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얀붕이에게 말했지.


”나도, 사실... 얀붕이에게 주려고 초콜릿 준비해 왔어. 여기.”


얀순이는 가방에서 초콜릿이 담긴 붉은 상자를 꺼내 자신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어. 얀붕이는 놀란 표정으로 얀순이를 바라거고선 말했지.


”정말로? 고마워! 얀순이가 만들어 온 초콜릿은 어떤 거일지 나 정말 기대돼.”

”나도 얀붕이가 만들어 온 초콜릿이 어떤 걸지 정말 궁금해. 같이 풀어 볼까?“


둘은 기대되는 마음으로 천천히 서로에게 선물받은 초콜릿의 포장을 풀어 보았어. 그리고 이내 둘 다 밝은 미소를 지었지.


”밀크 초콜릿이네! 내 얼굴이 있어!”


얀순이와 얀붕이는 같은 말이 동시에 튀어나왔지. 그래, 맞아. 둘은 같은 밀크 초콜릿을 만들어 왔어. 물론 맛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지.


둘은 서로의 초콜릿에 상대의 얼굴을 아이싱으로 그려 넣은 거야. 얀순이가 준 초콜릿에는 흰 아이싱으로 얀붕이의 왼쪽 얼굴을 그려 넣고, 밑에는 ‘happy valentaine day, 졸업 축하해.’ 라고 밑에 적어 놓았지.


얀붕이가 준 초콜릿에는 연한 핑크색 아이싱으로 얀순이의 오른쪽 얼굴을 그려 놓았어. 하지만 밑에 글씨는 아이싱으로 적혀 있지 않았고, 대신 상자 속 카드에 정성스럽게 쓴 티가 나는 글씨체로 ‘사랑해, 얀순아.’ 라고 적혀 있었지.


”얀붕아, 대체 어떻게 내 얼굴을 그려 놓은 거야? 퀄리티가 엄청 높잖아!’

”얀순이가 그려 놓은 게 더 퀄리티가 높은걸..”


얀순이는 놀라며 감격한 듯이 얼굴을 붉혔지. 


“이렇게나 날 위해서 세심하게 신경써 주다니. 정말 너무 고마워.. 너무 잘 만들어서 못 먹을 것 같아..”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걸?”


얀붕이도 붉어진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지. 고마운 것은 얀붕이 쪽인데 이렇게나 얀순이가 고마워하다니 조금 부끄러운 감정도 들었어.

.

“사랑해, 얀붕아. 정말로 널 만나서 다행이야..”


얀순이는 그대로 얀붕이의 품에 안긴 채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도 없는 긴 시간을 보냈어. 창 밖으로 내리는 눈 송이를 보며.


그리고 둘 다 서로에게 받은 초콜릿은 나중에 집에 가져가서 맛있게 먹었어. 달달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밀크 초콜릿의 향을 느끼며.


후속작 써왔는데 이번에도 잘 썼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 생각에 완결 다 나려면 5편은 넘을것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