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여러분들의 얀짱이는, 여기서 이만 들어가볼게~ 안녕~"


귀여운 인형과 화사한 인테리어로 된 방. 그 안에서 자신을 비추는 모니터를 향해 귀엽고 밝게 웃으면서, 마치 유치원 선생이 아이들을 대하듯이 말하면서, 두 손을 흔드는 한 여자.


하지만 그녀의 방송의 채팅창은 그녀가 떠나는 게 아쉬운 듯, 가지 말라는 글로 도배가 되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을 종료했다.


그 뒤, 방송이 종료된 걸 확인한 그녀는 방금까지 지었던, 특유의 귀엽고 아름다운 미소는 온데간데 사라진 채, 오로지 경멸만을 담아,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하여간, 발정난 변태 새끼들... 자기들보다 어린 여자애보고 돈까지 줘가면서 아양떠는게 그렇게들 좋을까? 쯧..."


나름 벌이가 짭짤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이름도 모르는, 어린 자신에게 관심 있어 하는 그들에게 억지로 웃으며 애교를 부려야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다. 이유인 즉슨, 벌이가 짭짤해 이 일이 다 망해가던 그녀의 집안을 먹여살리고 있었고, 그리고...


벌컥-


"얀순아."


얀순이 생각을 이어가려 할 때 쯤, 갑작스럽게 열린 그녀의 방문. 그 안에서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인, 그녀의 오빠, 얀붕이가 있었다.


"어, 오빠. 마침 잘왔어. 나 어깨가 아픈데, 어깨 좀 주물러 줘."


"......"


얀순의 말을 듣고 잠깐 머뭇거리던 얀붕은, 천천히 얀순이에게 다가오더니, 얀순이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저기... 얀순아, 할 말이 있는데..."


"거기 말고, 좀 더 옆에 뭉친 곳 있잖아."


얀순이의 어깨를 주무르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얀붕이였지만, 얀순은 그 말이 무엇일지 아는 듯, 얀붕이의 말을 자른 뒤 화제를 전환했다.


"어, 그래. 거기. 아~ 시원해~"


"......"


드디어 제대로 된 곳을 찾은듯, 얀순이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얀순의 어깨를 주무르던 얀붕은, 주무르던 움직임을 멈추고, 얀순이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얀순아. 내 말 좀 들어줘."


얀붕이의 말에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던 얀순이 역시, 점차 표정이 굳어지며, 고개를 뒤로 젖혀 얀붕이를 노려봤다.


"뭔데."


"너도 알겠지만, 지금 네가 하는 방송의 매니저랑, 편집은, 모두 내가 다 하고 있잖아?"


"그게 뭐."


아무렇지않게 말하는 얀순이의 모습에, 얀붕이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힘든 건 둘째 치더라도... 이 일 때문에, 학업 생활에 지장이 가고 있어.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할 거 아니야?"


"대학? 오빠 미쳤어?"


얀붕이의 말을 듣다 못한 얀순이는, 앉고 있던 의자를 돌려, 얀붕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인지 몰라?"


"알아. 아는데..."


"오빠가 대학 졸업하고 직장을 구해서 벌어들일 수익보다 훨씬 많아! 오빠가 뼈빠지게 일해도 못 버는 돈이란말이야!"


"얀순아... 오빠 말을 좀 끝까지..."


"난 학교도 그만두면서 까지 하기도 싫은 이 일을 억지로 하면서 다 망해가던 집안을 일으켰는데, 오빠는 그런 날 도와주지도 못할 망정, 하기 싫다고 불평이나 하고 있잖아!"


"......"


"오빠는 모르지? 내 매니저나 편집자로 오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두둑한 월급주면서 오빠를 고용했으면,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럼 다른 사람으로 구하면 될 거 아냐."


성을 내며 열변을 토하던 얀순이는, 얀붕이의 한마디에 그대로 굳은 채, 멍하니 얀붕이를 쳐다봤다.


"...뭐라고?"


"그렇게 네 매니저나 편집자로 오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고용하면 될 거 아냐. 분명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왜 날 쓰는거야?"


"지금... 말 다했어?"


"아니. 아직 남았어. 솔직하게 말하면, 그 누구도 너더러 이런 일을 하라고 한 적이 없어. 네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망해가던 집안을 세우지 않았더라도,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을거라고."


"......"


"여태껏 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이 일을 그만두라고 말했었지만, 넌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잖아. 오히려 넌 갑이 되어서, 날 계속 집에 가두고, 부려먹기만 했지."


"그... 그게 아니라..."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널 지금까지 도와줬던 건, 어디까지나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했던 네 말 때문이었어. 하지만... 넌 그저 자신이 편하게 부릴 수 있는, 만만한 노예를 원했던거였잖아."


얀붕이의 말을 듣고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던 얀순이는, 급기야 방금까지 보여줬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진 채,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으며 얀붕이에게 빌기 시작했다.


"오... 오해야. 오빠. 나, 난 그럴 마음 전혀 없었어. 난... 난 오빠를 제일 믿을 수 있으니까 오빠를 고용한거지, 절대 그럴 마음 없었다고..."


"......"


"호, 혹시 오빠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부족해서 그런거야? 그, 그럼 내 수익 더 나눠줄게! 몇 퍼센트 원해? 말만 해! 다 줄수도 있어!"


"......"


"아, 아니면 집안에만 계속 있으니까 답답해서 그런거야? 그, 그럼 출퇴근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새로 차리자! 무, 물론 내 곁에서만 안 떠난다면... 어디든 상관없어!"


"얀순아..."


"그것도 아니면... 내, 내가 갑인거 같아서 그래...? 그, 그럼... 오빠가 갑이면 되잖아... 오빠가 하라는 거... 다 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말을 이어가던 얀순이는 결국 두 눈가가 일렁이더니, 끝내.


"제발... 제발 그만 두지 마... 흐윽... 윽..."


그 눈가에서 반짝이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데... 오빠 마저 떠나버리면... 으윽... 흡..."


"널 떠난다는게 아니야. 난 그저,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을 뿐이야."


"대체 왜...? 학교를 왜 다니고 싶은건데...? 오빠는 충분히 내가 책임질 수 있다고..."


"언제까지 너한테 신세를 질 수는 없으니까. 나도 내 밥벌이는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럴 필요 없다니까... 오빠는 나한테 신세를 진 적이 없는데..."


이대로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거 같던 얀붕이는, 결국 얀순이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건넸다.


"어쨌든, 난 오늘부로 너의 매니저와 편집자를 그만둘거야. 그리고 앞으로, 너한테 절대 손 벌리지도 않을거고."


"......"


"만약 이 일을 여전히 계속 하고 싶다면, 내가 새로운 매니저랑 편집자를 구해줄게. 그리고... 구해야 할 시간도 있으니, 딱 이번 주까지만, 매니저랑 편집자 일을 해줄게. 다만, 스케줄 시간은 맞춰야 할 거야."


그렇게 처음으로, 항상 함께하며 의지하던 얀붕이와 얀순이는, 떨어졌다.


그 뒤, 얀붕이와 얀순이는, 서로 상반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얀순이에게서 떨어진 얀붕이는, 얀순이 때문에 결석을 하던 학교를 다시 나오게 되었고, 그의 친구들 역시 오랜만에 온 그를 환영해주었다.


반면 얀붕이와 떨어진 얀순이는, 점점 심연으로 걷기 시작했다. 날마다 활발하게 이어지던 그녀의 방송은 어느샌가 그 주기가 뜸해졌고, 그녀 자체와 함께, 방송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얀붕! 오랜만에 보는거 같다?"


그렇게 서로 상반되는 삶을 지속하던 어느 날, 학교에 나온 그에게 다가온, 한 여자.


"그러게. 오랜만이야."


얀진. 그의 소꿉친구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여자. 언제부터인가 학교를 나오지 않던 그가 걱정되던 얀진이는,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다시 학교에 나온 그에게, 할 말이 아주 많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잘 나오던 학교도 결석하고 연락도 안 받은거야? 걱정했잖아."


"미안. 그래도 이젠 결석 할 일 없을거야."


그가 다시 학교를 나온다니 안심하던 얀진이었지만, 얼마 안 가 얀진은 마음 한편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싹 틔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면 안돼?"


얀진이의 말을 들은 얀붕이는,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인 일이라서. 미안."


하지만 그런 얀붕이의 행동은, 오히려 얀진이의 호기심을 더 자극 할 뿐이었다.


평소에도 집요하다고 소문난 얀진이는, 자신의 이 성격을, 얀붕이에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둘도 없는 소꿉친구인 나한테도 숨길 정도로 개인적인 일이야?"


"어...?"


"옛날부터 우리 서로 말 못 할 비밀까지 서로 알려주면서 지냈잖아. 난 너한테 숨긴 비밀 같은 건 없는데 말이야."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약간 흔들리는듯한 얀붕이. 이에 얀진이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난 우리가 둘도 없는 소꿉친구인줄 알았는데... 그냥 내 착각일 뿐이었구나?"


"아, 알았어. 말해줄게.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그제서야 백기를 든 얀붕. 이에 얀진이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얀붕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사실... 여동생 때문에..."


"여동생? 얀순이 말이야?"


얀순. 얀붕이의 여동생. 아주 어릴 때 한번 본 적이 있는 얀진은, 마지막으로 봤던 얀순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꽤 앙칼진 아이였지.'


자신이 얀붕이에게 다가가려는걸 철저하게 막던, 고양이 같은 아이. 이후론 연락 할 일도 없고 볼 일도 없어서, 잊고 있었다.


"걔가 왜?"


"사실... 걔가..."


곧, 얀붕이의 말을 들은 얀진이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네 동생이 얀짱...!"


"쉿! 조용해!"


얀붕이의 말에 그제서야 자각하며 스스로 입을 가린 얀진. 하지만 곧 얀진이는 들뜬 목소리로 얀붕이에게 말했다.


"진짜 네 동생이 얀짱이라고?"


"그래... 걔 도와주느라 학교도 못나오고 있었던거야..."


이를 들은 얀진이는, 이제서야 모든것이 이해가 되었다. 얀짱의 열혈팬이었던 얀진이는 얀짱의 스케줄이 살인적인걸 알기에, 그만큼 그녀를 도와주는 얀붕이 역시 바빴을것이다.


얀붕이를 좋아하는 얀진이는, 그런 얀붕이를 가둬두고 일을 시킨 얀순이가 내심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얼마 안 가 얀순이를 원망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자신의 욕망만이 자리 잡을 뿐이었다.


"얀붕아, 그럼...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응...? 부탁?"


이후, 자리에 앉은 얀붕이와 눈높이를 맞춘 얀진이는, 얀붕이의 두 손을 잡으며, 애절하게 말했다.


"나, 사실 얀순이... 아니, 얀짱의 팬이거든?"


"그래...?"


의외인 사실에 얀붕이가 놀라던 것도 잠시, 얼마 안 가, 얀진이는 본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얀순이한테 말해서, 나랑 1:1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좀 마련해주면 안될까?"


"1:1로...?"


"매번 내가 채팅을 쳐도, 얀순이가 못 보고 그냥 지나치더라고. 그래서 딱 한번만, 얀순이가 내 채팅을 보고 대답해주는게 소원이었거든."


얀붕이에게 있어서 얀진이의 부탁은, 그리 어려운게 아니었다. 다만... 얀순이가 이걸 들어줄지 몰랐던 얀붕이는,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일단, 얀순이한텐 말해볼테니까..."


"진짜? 고마워! 얀붕아!"


그러고선 얀붕이를 껴안는 얀진. 순간 얀붕이는 당황하며 얀진이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너무나도 기뻐하던 얀진이의 모습을 본 얀붕이는, 얼마 안 가 움직임을 멈춘 채, 얀진이의 포옹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집으로 온 얀붕이.


하지만 얀붕이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애원하던 얀순이와 떨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 얀순이에게 이런 부탁을 하려니, 얀붕이의 표정이 좋지 않은건 당연했다.


끼이-


그래도 둘도 없는 소꿉 친구의 부탁이기에, 얀순이의 방문을 살짝 열어본 얀붕.


"자~ 우리 얀짱의 팬 여러분들~ 오늘은 얀짱의 기분이, 매우 좋아~ 왜냐하면~"


웬일로 평소와 같이 웃으며 방송을 하고 있는 얀순. 그러다 내가 들어 온 걸 눈치챘는지, 얀순이는 빠르게 화면을 전환하고, 의자를 돌려 날 쳐다봤다.


"아, 오빠. 왔어?"


"어..."


순식간에 달라진 얀순이의 모습에 당황한건지, 얀붕이는 조심스럽게 얀순이에게 말했다.


"웬일로... 방송을 다 하고... 게다가 이렇게 일찍..."


"웬일이긴~ 내가 할 수 있는게 방송 밖에 없다는 거, 오빠도 잘 알잖아?"


이후, 싱글벙글 웃는 얀순이. 이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얀붕이는, 조심스럽게 얀순이에게 다가갔다.


"그... 방송 중에 미안하지만,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아니면, 끝나고 할까?"


"아, 괜찮아! 마침 나도 오빠한테 할 말 있었거든. 방송보다는, 가족이 우선 아니겠어?"


"어... 그래? 뭐... 그럼 나부터 말할게."


"응. 뭔데?"


기분 좋아 보이는 얀순이를 본 탓이었을까, 얀붕이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내뱉었다.


"혹시 이따가... 1:1로 네 팬 좀 만나줄 수 있어?"


"1:1?"


"어... 내 지인 중에 팬이 있는데..."


얀붕이가 말을 이어가던 도중, 아주 잠깐 안색에 어둠이 짙어지며 굳은 표정으로 얀붕이를 노려봤던 얀순이었지만, 얼마 안 가 재빠르게 미소를 지은 얀순이는 입을 열었다.


"지인? 그게 누굴까?"


"그... 얀진이라고..."


"그 년이 왜?"


얀붕이가 얀진이라는 이름을 말하자 반사적으로 말이 나온 얀순. 이에 얀붕이는 당황하며 말을 끊은 채, 얀순이를 쳐다보니, 얀순이도 다급하게 말을 바꿨다.


"그 언니 말이야. 그 언니. 그 언니가 왜?"


"얀진이가 네 팬이라고 해서, 무심결에 부탁을 받아버렸어."


"아~"


"일단, 사과부터 할게. 미안..."


"아니야~ 오빠 잘못이 어딨어~"


이후, 자리에 앉은 채 무릎을 꼰 얀순이는, 눈을 반쯤 감으며 말했다.


"잘됐네. 내가 오빠에게 부탁하려던 것도, 오빠가 나한테 부탁한거랑 관련이 있었거든."


"그래...? 뭔데?"


"오늘 끝내주는 컨텐츠를 할려고 하는데, 게스트가 필요하거든. 그 게스트가, 오빠가 되어줬으면 좋겠는데."


"게스트?"


"마침 얀진 언니가 날 보고 싶어 한다니까, 특별히 얀진 언니한테만 그 끝내주는 컨텐츠를 보여주면 되겠네. 괜찮지?"


너무나도 좋은 생각이었다. 얀순이와 사이가 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컨텐츠를 기회 삼아 다시 관계를 회복 할 수도 있을테고, 또 얀진이한텐 좋은 구경을 시켜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일석이조였다.


"나야 좋지. 그럼 그 컨텐츠는 언제 할 거야?"


"음~ 늦은 밤이 좋겠어. 저녁 먹고. 그러니까 얀진 언니한테도 그렇게 전해."


"응. 알았어."


그 뒤 방을 나가는 얀붕. 그런 얀붕이를 보는 얀순이의 얼굴엔, 의미심장하고 소름 돋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또 하염없이 흐르고,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기기 직전인 시간. 얀진이의 방 안에선, 얀진이가 의자에 앉은 채 한 화면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얀짱과 1:1로 만나다니...'


귀엽고 예쁜 외모와 특유의 애교로 같은 여자인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얀짱. 하지만 최근 방송을 하지 않으며 그녀를 보지 못해 심란하던 얀진이었지만, 그 대가가 얀짱과의 1:1 만남이라는 것에 얀진이는, 현재 날아갈듯이 기뻤다.


'오늘 너무 운이 좋은거 같아... 얀붕이도 보고, 얀짱도 보고...'


어쩌면 지금 자신보다 운 좋은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던 얀진. 그렇게 얀짱과의 만남을 기다리던 중.


띠링-


드디어,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얀짱의 초대를 받은 얀진. 이를 본 얀진이는 고민 없이, 초대를 수락해, 얀짱이 있을 곳으로 향했다.


"...뭐지?"


하지만 그런 얀진의 눈에 보여진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소리 마저 들리지 않아 잘못 들어왔나 생각했지만.


"안녕~ 얀짱이야~"


곧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이에 얀진이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얀짱의 컨텐츠를 단독으로 보게 될 얀짱의 팬은, 엄청 운이 좋은거야! 이건 그 어디에도 볼 수 없을, 오로지 날 보고 있는 얀짱의 팬만을 위한, 특별한 컨텐츠거든!"


"트, 특별한 컨텐츠?"


특별한 컨텐츠. 그 말에 얀진이의 기대감은 최대치로 올라갔다.


'뭘 하려는걸까? 나만을 위한 파티? 아니면... 자신만의 특별한 비밀을 보여주려나?'


"자, 이제 불을 켜고, 얀짱의 팬을 위한, 특별한 컨텐츠를 보여줄게!"


딸깍-


이후, 불을 켜는 소리가 들리니, 어두웠던 화면이 순식간에 밝아졌고, 이후, 그 모습을 본 얀진은, 얼굴이 굳어졌다.


방송용 복장을 입고 앉은 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얀순. 그리고 그 뒤, 넓은 침대에 누워있는...


"...얀붕? 쟤가 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얀진이가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얀순이가 특유의 귀여운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얀짱이 준비한 특별한 콘텐츠는 바로~ [남의 남자를 탐내는 여우년, 참교육하기!]"


"어...?"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는걸 직감한 얀진.


"우리 얀짱의 팬이 좋아하는 얀짱과~ 우리 얀짱의 팬이 사랑하는 남자가 하나가 되는 걸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야~ 어때?"


"안돼..."


뒤늦게 얀진은 키보드를 두드려 보지만.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그것을 본 얀순이는 그저 비웃으며.


"얀짱은 얀짱껄 탐내는 사람을 정말 싫어해. 그러니까, 앞으로 못 건들게 얀짱꺼에, 얀짱꺼라는 마크를 남겨둘거야. 물론 얀짱에게도, 얀짱꺼의 마크를 남길거고."


[그만. 제발 그만. 제발 하지 마. 부탁이야.]


하지만, 얀진의 바람과는 다르게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얀순이의 카메라.


카메라는 곧, 누워서 잠들어있는 얀붕이와, 그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얀순이를 담았고, 그것을 본 얀진이는.


"아..."


그저 짧은 한 마디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고, 곧 이어진 충격적인 장면에 얀진이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그 장면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