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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046392


위풍당당 威風堂々

풍채나 기세가 위엄 있고 떳떳함.





『군~고구마~』


『자, 오늘의 깜짝 이벤트는 모의 레이스입니다! 아니, 아니 하지만, 고작 모의 레이스라고 얕보지 마라!』


트레이닝 코스 밖까지 울려 퍼지는 두 가지 안내 방송.

조금 전까지 이벤트 홍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골드 쉽의 목소리는 뭐였는지 전혀 불분명하지만, 어느새 예의 특징적인 목소리로 군고구마를 외치는 트럭의 홍보 음성으로 대체되었고, 한편으로 몹시 친숙한 목소리가 이 이상한 분위기를 더욱 과열시켜 간다.


『갓~구우운~』


『황제 심볼리 루돌프와 제왕의 이름을 가진 신성, 황제의 후계자로 보이는 토카이 테이오의 계승전인가!? 라는 견해도 있는 본 레이스! 감사제 입장 티켓을 구하지 못한 전국의 트윙클 시리즈 팬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할 것 같은 이 일전, 도대체 어떤 레이스 전개가 될 것인가!』


무슨 일인 걸까.

방송까지 거침없이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이 목소리. 귀에 익은 목소리다.


『군~고구마~』


『실황은 저 아카사카가 보내드립니다!』


아카사카 씨, 정말 뭐 하시는 거예요 이런 데서.

그리고 누가 군고구마 홍보 좀 멈춰주면 안 될까.


무심코 루돌프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도, 손가락 끝은 공허하게 주머니 속의 옷감을 더듬을 뿐.

그러고 보니 뭔가가 뒤집어씌어졌을 때 몰수당한 걸까.


......어쨌든 오늘은 정보량이 너무 많다.

꾹꾹 조이는 것처럼 머리가 아프다.

아침에는 루돌프와 행동해 취재를 받고 낮에는 타마모 크로스와 노점 순례.

거기까지는 좋았다. 묘한 환각을 본 것 같기는 하지만.

그 후 상황도 모른 채 자루 같은 게 뒤집어쓰여져 납치됐다고 생각했더니, 시리우스 심볼리에게 안긴 채로 대중의 시선에 드러났고, 급기야 이 상황.

액일인가.


가득 들어온 정보량으로 머리가 내부에서 튀어 날아가지 않은 만큼, 아직은 괜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가능한 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결국 나는 뭐에 휘말렸는지 현재 뭐에 휘말리려고 하는지 아직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 트레이너! 무사했구나!」


갑자기 그런 소리가 들리고.

그다음 순간 등 뒤에서 허리에 덮친 가벼운 충격.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 순간 자세를 취할 뻔했지만, 다행히 목소리의 주인은 조절해준 것 같다.


「기다리게 했네, 테이오」


뒤돌아볼 것도 없다.

이름을 불러주니 팔 밑에서 빠져나오며 뒤에서 얼굴을 쑥 내미는 작은 초승달.

몹시 화가 난 건지 뺨을 부풀리고 있는 부분과 언행이 맞물려 소동물다움을 쓸데없이 강조해 온다.


「진짜-! 안 오네- 안 오네- 하고 있었는데 『납치당했다』는 말을 들어서 깜짝 놀랐다고!」


그건 그렇겠지.

담당 트레이너가 모의 레이스라고는 하지만, 직전에 납치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놀라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다.


「아-, 응. 늦어서 미안해」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테이오의 머리를 구깃구깃 쓰다듬는다.


「으응-」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대로 있는 테이오의 귀는 옆으로 누워 있어, 레이스 전에도 제대로 긴장이 풀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얻기 어려운 소질이다.


모의 레이스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중인환시 속에서 달린다는 걸 알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우마무스메는 적다.

그 루돌프조차 데뷔전 때는 약간의 긴장감을 가졌으니, 이건 천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테이오. 오늘 컨디션은?」


「좋아. 문제없어!」


가볍게 말을 거니 바로 반응을 보이며 기분 좋은 대답이 돌아온다.


「작전은 기억나?」


그녀의 투명한 하늘색 눈동자에는 방황의 그림자가 더 이상 없다.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루돌프와는 확연히 다른 그 색깔.


「응!」


간결하게 대답하고 웃는 토카이 테이오.


심볼리 루돌프를 동경해, 그 발자취를 따르려던 모방자가 아니라 지금의 그녀는 제대로 「토카이 테이오」로서 이곳에 서 있다.


생글생글하면서도 어딘가 사나움이 도사린 웃는 얼굴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미팅을 한 보람이 있었다.


「아, 시리우스다」


「여어. 분실물 배달이다」


「.....10%는 안 줄 거야?」


「필요 없어. 귀찮을 테고」


본인을 앞에 두고 상당한 언사라고 생각하지만, 쓸데없는 참견을 해서 「그럼 10% 줄게」 같은 말을 들어도 곤란하기 때문에 꾹꾹 눌러두기로 했다.


인간의 10%라고 하면 어느 정도지 같은, 현실 도피에 들어가면서.









잠시 후.

테이오를 패덕으로 내보낸 우리는 관중석에 있었다.


「결국 황제님은 제시간에 맞춘 건가」


어디선가 조달해 온 닭꼬치를 먹으면서, 어딘가 지루하다는 듯이 시리우스 심볼리가 중얼거렸다.


「어디에 있는지는 끝까지 몰랐지만, 루돌프니까 늦지 않았을 거야」


그건 분명, 가까이서 자란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지? 하고 눈짓하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꼬치를 깨물었다.


「대단한 신뢰 관계로군」


「루돌프가 주는 신뢰에 비하면 별거 아니야」


너라면 하늘도 날 수 있겠지, 정도는 정색하고 단언할 수 있는 루돌프로부터의, 조금 상궤를 벗어난 듯한 수수께끼의 신뢰에 비하면 말이야.


「....잘 먹었다」


그런 걸 모르는 시리우스 심볼리는 당연하게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결국 루돌프와는 연락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테이오의 단말기를 빌려 루돌프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녀가 통화에 응답하지는 않았다.


아까 말한 대로 루돌프라면 제대로 레이스에 맞춰 오겠지만, 아마 내 일로 사후 처리에라도 쫓기고 있을 것이다.

레이스 전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폐를 끼쳐 버린 건 뼈아픈 일이다.


테이오는 제대로 패덕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루돌프와 함께한 이후 그녀의 레이스 전에는 반드시 동행했기 때문에 묘한 위화감만이 가슴을 차지한다.



이걸로 괜찮은 걸까.

난간에 기댄 채 초조하게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시리우스 심볼리는 필요 이상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후 관중석에 사람이 많아졌다.

패덕이 끝났다.


「경기장 입장이 시작된 모양이군」


그녀의 말대로 터프로 눈을 돌리면 우마무스메들이 한 명, 또 한 명 들어온다.


어딘가 우아함마저 느끼게 하는 발걸음으로 들어온 것은 메지로 맥퀸.

꽤 침착해 보인다.


「....그리고, 나리타 브라이언하고......」


루돌프의 기대로 부회장으로 발탁된 유망주에 이어, 골드 쉽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양이길래 뭔가 저지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얌전하다.

얌전하다고 할까, 왠지 선글라스를 쓰고 울타리를 뛰어넘고 나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느새 군고구마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유달리 몸집이 작은 테이오의 모습을 멀찍이 확인할 수 있었다.

힘차게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면서 관객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다.

관객들도 마음에 드는지 큰 환호성으로 맞이했다.


테이오 다음으로는 최근 특히 자주 만나게 된 밤색 털의 우마무스메.

아그네스 타키온의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재활에 전념해 사람들 앞에서 달리지 않았는데도 환호성이 자자하다.

가볍게 손을 들어 환호성에 화답하는 모습은 의외로 당당해 그럴싸하다.






마지막으로.

우와아, 하고 유난히 큰 함성이 귀를 때렸다.


「....제대로 제시간에 왔잖냐」


똑같이 난간에 체중을 맡기고 기분 나쁜 듯이 터프를 바라보던 시리우스 심볼리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한 걸음 한 걸음, 여유롭게.

하지만 확실한 걸음으로 잔디를 밟으며 걸어 나온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함성.



심볼리 루돌프


몇 번을 봐도 역시 그녀의 모습은 유달리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상황 때문일까.


『황제』라고 불릴 만한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끌렸다.


터프 너머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던 보라색 눈동자와 시선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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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는 애니에 나오는 초록 머리 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