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입니다.  드디어 형제의 나라 얀순 공화국과 얀붕 왕국은 한나라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얀붕 왕국의 모든 국민들은 이제 얀순 공화국 국민으로써의
혜택을 누릴수있게 됩니다. 여러분 정말 오래기다려왔습니다. 이제 동포가 된 가난한 형제들을 구원의 손길을 내밉시다..."


TV라는 물건에서 정갈하게 입은 남성이 속보를 전한다. 성 페트로뇰 광장에서, 혹은 신문에서, 혹은 낭독자가 직접 속보를 전하는 시대는 왕국이라는 구시대적유물과 함께 저멀리 날아가라는듯, 화면속 사람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하며 얀순서기관의 자애로운 판결(判決)에감사함의 눈물을 흘린다.


 왕국의 왕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감사함의 눈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슬픔의 눈물이었나? 그건 확실치 않았다. 몇몇 왕족은 죽음의 공포로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새로운시대에 자신들의 자리는 없다는것에 슬퍼하며 울었다. 몇몇은 수백년간 지켜왔던 조상의 땅을 내준것에 눈물을 흘렸다.

대부분은, 그저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울었다. 


그리고 여기 울지 않고 있는 사람이 높은건물위에서 술잔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보다 휘황찬란한 제복을 입있는 남자가 서있지만

교양이 있는 사람은 이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의자에 앉은 그녀라고 단박에 알아차릴것이다. 그리고 제복을 입은 젊은이는 어쩐지 불안해보였다.


얀순공화국과 얀붕왕국의 첫만남은 여타 식민지와 제국과는 달랐다. 얀순 공화국은 최신식 기관총과 폭격기, 거대한 대포로 "문명화되지 않은"

식민지를 교화시키곤 했다. 그들이 얀붕 왕국 대평원에 당도했을때도, 똑같은 생각을 가졌을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예상외의 광경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군대는 마치 400년전 얀순 공화국의 군대복식과 같았다. 얀붕왕국 병사들은 알록달록한 제복을 입은채군용샤코를 머리에 쓰고 구형머스킷을 손에 쥔채 엄숙히 그들을 쳐다보고있었지만, 사실상의 호기심을 내비친채 그들을 바라봤다. 지휘관들은 어떤가?

그들보다 더욱 휘황찬란한 제복을 입은채 이제는 영화속에서나 보던 삼각모를 쓰고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규모의 군대는 처음이라는듯이 그들의 지휘에는 어딘가 다급함이 숨겨져있었다. 요컨데, 이러한 무력충돌에 이골이난 지휘관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확히 대포사정거리에서 천막을 폈고, 곧 이어 식사준비를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떤 병사들은 대담하게도, 소총 사정거리까지 다가와

모자를 흔들곤 했다. 이것으로 얀순 공화국측 지휘관이 확신한건, 그들이 무력사용에 익숙하진 않지만, 적어도 지난 식민지보단 문명화되었다는 판단을

내릴수밖에 없다는것이었다.


곧이어 말을 탄 휘황찬란한 제복을 입은 젊은이가 하얀깃발을 든 하인한명과 천천히 다가왔다. 가장 휘황찬란한 제복을입은것을 보아 최고지휘관에 준하는

사람임에 분명해지자, 아무리 노련한 얀순 공화국의 지휘관도 당황스러움을 숨길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말에 내린뒤에 입을 연뒤에는 당혹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발음이 유려하면서도, 지독한 남부사투리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지휘관의 아름다운 외모를 칭찬하기 시작한것이다!


그는 명백한 호기심으로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여기까지 무슨연유로 왔는지, 그리고 산맥밖은 어떠한 삶을 살고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고,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숙영지를 제공할것이며 가능하다면 오늘밤 무도회에 병사전원을 초대할수있다는 의사표시를 명백히 했다.

지휘관은 경악을 가까스로 감추고 희미한 미소로 감사표시를 한뒤에 잠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자신을 황태자라 소개한 지휘관은 반걸음 뒤로 물러난채

모자를 벗고 경례를 함으로써 첫인상에 대한 관념을 확고히 했다.


이윽고, 참모부와 부사관들 장교들 모두가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면서도 알콜올 한병만 들어간다면 서로 죽일수도있다는듯이 으르렁거리면서 회의를 시작했다. 참모부는 함정일수도 있으니, "영웅적인" 희생을 할 참모 몇명만 "자원"해서 가겠다고 주장했고 (물론 자원한 참모가 전부임은 넘어가자)

장교들은 명백히 미혼이었고, 젊었으며, 금주한지 벌써 1년이 넘어간게 확실한 눈이 쾡한 장교들이 자신들이 가겠다며 우격다짐을 했고

부사관들은 자리엔 책임이 따르며 이러한 간계에 속아넘어가서 고급인력이 죽는다면 군대의 전력에 피해가 갈테니 자신들이 가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곧이어서 이 지루한 회의는 끝나게 되었는데 얀붕왕국의 병사들이 지휘관 허락하에 질좋은 와인병들을 들고 마찬가지로 남부사투리로 얀순 공화국 병사들에게 "한잔"하자고 신청하면서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회의장까지 퍼지게 된탓이었다.


그렇게 얀붕왕국은 전화를 피할수있었다. 얀순 공화국의 외교공관이 곧 세워졌고, 상인들이 산맥을 타고 넘어들어가 이 우호적이고 가난한 사촌형제같은 나라를 방문하게 된것이다. 얀붕 왕국의 국민들은  얀순 공화국의 물건에 눈을 동그렇게 뜨고 서로 가지고 싶어 안달이었다.

공화국에 와인과 술종류가 부족하며, 왕국의 특산품을 자신들이 상상하기 힘들만큼 비싼값에 사들인다는 소식에 눈이 돌아간 농부부터, 말 대신 소개받은

전동차를 탄 부유한 왕국의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왕국의 왕족들도 어느순간부터 그들의 문화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영화라는 새로운 문화는 그들을 열광케 했으며, 문학도, 자동차도, 라디오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그들의 문화를 홍보하는 잡지도!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들도 1분만에 300발을 발사하는 소총과 산맥너머로 포탄을 발사하는 대포등을 보고 기가 질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3km를

말을 쉬지않고 달려서야 겨우 적진이 당도할때동안 그들은 겨우 1초만에 포탄을 발사해 적진을 파괴하는걸 보고 검을 내려놓고, 새로운시대를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얀순공화국또한 얀붕왕국에 대해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평원과 광산에는 야금술이 발달되지 않아. 쓸모없다면서 버려진 온갖 귀금속과 전략자원들이

매장되어있다고, 외교관들이 보고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도 그들의 문화와 생활양식 그리고 식생활까지 그간 영화로만, 그리고 문학으로만 접했던

낭만적인 상류층생활과 유사했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은 무자비한 침략계획을 내던져버리고 이 가난한 사촌에게 동정심과 동경심을 동시에 품은채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역사라는건 역사학자들이 말하는것처럼 몇년 몇월 몇일 이시점부터 문화적 합병이 시작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조약이 성사된 그날이 기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역사라는건 천천히 흐른다. 그리고 얀순 공화국의 뛰어난 정치고문과 경제고문 외교고문 군사고문들도 그랬다. 처음부터 빛나는 성과를 기점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예언자처럼 "자애"를 내려주진 않은것이다.


어찌됐건 그간 공화국과 왕국의 관계는 진척되었다. 라고 볼수있을것이다. 곧 얀붕왕국의 모든 국민은 굶주리지 않게 되었고 공화국 제품을 썻고, 공화국 문화를 즐기며, 언제가 공화국에 갈수있으리라고 꿈을 꾸는 시대가 왔을때 합병은 자연스래 진행되었다.


분명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기 싫었던 왕족도 있었지만 일부 사건사고 끝에 다들 침묵하거나 혹은 영원히 침묵하게 된걸로 하자.

그리고 우리는 잠시 카메라를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두 사람으로 돌리도록 하자.


"소감이 어떠신가요?이제 무슨일을 하실거죠? 제 제안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요"


"죄송하지만 제 생각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


공화국의 총리인 그녀는 입술을 다문채 과거 황태자라 불렸던 얀붕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그는 처음 공화국과 왕국군대가 만났을때 있었으며

그때 그녀는 지휘관이었고 그또한 마찬가지였다. 얀붕은 훌륭한 체스플레이어처럼 얼마나 말을 많이 움직일수있건간에 패배가 확정되면 스스로 킹을 쓰러트리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그러한 그를 존경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얀붕 황태자님 그래서 이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그 문제에 관해서는 제가 별로 건네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제 부족한 식견이라도 필요하시다면야..."


그녀가 아주 약간의 문화차이로 곤란하던차에 도움을 주던건 분명 그였다.

무도회장에서 익숙치 않은 예절로 인해 비웃음을 당할뻔한차에도, 그녀의 실수를 덮어주던건 그였다.

그녀의 정적이 그녀를 곤란하게 하기 위해 근위병 한명을 매수하여 암살계획을 꾸밀때에도 그녀의 무죄를 입증한건 그였다.

돌이켜 보면, 언젠가 얀붕왕국은 흡수당하겠지만, 그럼에도 그 주역이 자신이 되게 할수있게끔 도움을 준건 반드시 그였다.


"제게 속삭이던 사랑의 말은 다 어찌된거죠? 분명 제가 힘들어했을때도 위로의 말을 건네준건 당신이었습니다. 앞으로 합병계획을 같이 의논한것도 당신
이었고요. 심지어 다른 사람이 더 좋은 조건을 걸었을때도 당신은 저를 믿고 따라와줬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건 뭐하자는 예절인지 모르겠네요. 얀붕"


"그건....."


얀붕황태자 이제는 그저 얀붕이라 불리게된 그는 잠시 고민하듯이 우물거렸다가 힘들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듣고있어요."


"저희가 졌다는건 이미 저희가 처음 만날때부터 기정사실화된 일이었죠. 그렇다면 저희가 할일은 최대한 승자에게 잘보이는것뿐입니다. 그래도 동정심이 있는 승자에게 잘보이는것이 제격이지요...그저...그뿐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빠직!


고급스러운 의자받침이 그녀의 악력에 의해 으스러지는 소리때문에 그는 깜짝놀란티를 감출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어느새 살짝 불타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 국가가 조금이라도 좋은 합병기회를 잡기위해서 저를 이용한거란 말씀이신가요?"


"....."


얀붕 황태자는 눈을 감았다. 거짓말을 해야하는가? 그는 단한번도 거짓말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는 돌려서 말할지언정 단한번도 입에 거짓을 달고다니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작성이었다.


"예. 모든건 제 조국을 위해서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가 눈을 뜨자. 정확히는 뜰려했으나 그는 어느새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입안에는 피가 터져 입술로 새어져나오고있다고만 말해두자.

그녀는 폭력에 문외한이 아니었고, 얀붕은 단한번도 운동같은걸 제대로 해본 사람이 없는 유약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알아두자.


"야"


"김얀붕"


"........"


"네가 그랬잖아. 승자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그런데 이제와서 내 마음을 짓밞아? 이창놈새끼가....."


그녀는 어느새 얀붕의 목깃을 우왁스럽게 잡아들고 얼굴을 가까이들이대고 있었는데 이제 그녀의 눈동자는 타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업화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녀는 비웃듯이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다리정도는 벌려줄수있겠네?"


"그만하시오! 얀순 총..."


"한번만 더 입을 열면"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마치 맹수처럼


"합병조약이고 뭐고 바로 식민지행이야. 네 국민들은 노예취급받으면서 하루에 딱 죽지 않을 만큼 일하고, 죽지 않을만큼만 먹게해줄거야. 내가 맹세할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간에 반드시 네가 사랑하는 모든걸 짓밞아줄수있어"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말아줘. 승자라면 뭐든지 가져도 된다고 네입으로 그랬잖아? 오히려 네가 네 조국을 사랑하면 이정도 수모는 아무것도 아닐거아니야.

인정할게 너는 나한테 많은걸 해줬어. 하지만 아직도 부족해. 딱 하나만 더 가지게 해달라고 할수있지?"


"너를 줘. 황태자인 너와 총리인 나 서로 결혼한다면 정말로 다른사람들도 우리두 국가가 하나됐다고 알수있을거야. 반박할수있으면 해봐.

그 말한마디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지 너 스스로 알것아니야?"


곧 그의 상의는 다 벗겨졌고 그녀는 입맛을 다시면서 그의 몸을 품평했다.

얀붕은 눈물을 억지로 흘리지 않을려는 작은 신음소리만 낼뿐이었다.


"말이 없네...? 그러면.....얀붕 폐하꼐서도 이 조약에 동의하시는걸로 알아도 되겠지요...?"


그렇게 그녀는 얀붕을 감싸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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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치킨왔음 치킨먹으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