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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혹불해 (大惑不解)

크나큰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 매우 의심스러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뜻





「.....응?」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춘다.


목소리 방향으로 돌아보고 조금 시선을 내리니 팔짱을 낀 타마모 크로스가 서 있었다.


「들렸다」


진지한 표정에, 목소리.

그렇구나 얘기를 듣고 있었단 건가.


「....엿듣다니. 예의가 조금 없네」


동요해서 무심코 내뱉은 빈정거림.


「우마무스메 귀는 쏙쏙 들어오니까 아무래도 너무 들려 죽겠다 안카나. 그리고 시골에서 자란 놈에게 품위를 요구해도 곤란하데이」


그 빈정거림에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고 웃는다.

확실히 내 주변에 있는 우마무스메는 비교적 명가라고 불릴 만한 집안 출신이 많다.

테이오도 명가 출신이고 루돌프가 속한 심볼리 가문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성격인 아그네스 타키온조차도 그렇다.


그녀들은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도 교묘하게 속내를 감추고 만다.

그런데 타마모 크로스는.


「그래서? 니, 그걸로 괜찮은 기가?」


다시 나오는 말.

지극히 솔직하고 어디까지나 직구로.

섬세함이라는 게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그러나 직설적인 그녀의 말은 어디까지나 정직하게.

미소를 지운 그녀의 맑은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와 시선이 맞았다.

나의 방황을 꿰뚫어 보듯, 곧은 그 시선이 나를 몰아붙이려 한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알고 있다.

굳이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 필요도 없다.


「무슨 말일까나」


「정말 모르는 기가? 알고 있을 텐데, 스스로도」


「.....글쎄」


그녀의 말은 곧다. 일부러 빙 돌리는 표현으로 설복하게 하는 등의 배려와는 무관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임시방편도 되지 않는 말.

알고 있음에도 그런 말이 입을 비집고 나왔다.


무심코 시선을 돌린다.

이걸로 물러나지 않을까 하고 바라면서.


마치 부모님께 설교라도 듣는 듯한 심정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그녀의 눈이 나를 탓하는 것 같아서.


그런 내 태도에 타마모 크로스는 이런이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뭐. 니가 고민하는 것도 뭔지 알고는 있다」


어쩔 수 없네. 이 녀석, 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위험한 시선을 집어넣고, 한숨을 쉬면서.


「뭐가?」


「니 손을 보래이」


시키는 대로 손을 펼친다.

아까 하야카와 씨에게 지적받은 대로, 너무 세게 움켜쥐어 상처가 난 손바닥.

피가 흐르고 있다.


그 열전.

심볼리 루돌프의 승리. 그리고 토카이 테이오의 석패.

기쁨과 그리고 무엇보다 분한 나머지 생긴 상처다.


나도 모르게 손의 상처를 가만히 본다.

이 상처가 그 열전을 잊지 말라는 듯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래, 기쁘고 어쩔 수 없이 억울해서.

그런 감정을 처리하지 못하고 나타난 것이, 이 상처.

쓱 들어 올린 손바닥에서 흘러내려 손목을, 팔을 타고 가는 붉은 한줄기.


……그럴 것이다.

하지만, 상처는 조금 전보다 더 깊어졌다.


「담당에게 철저하게 다가가는 니 자세는, 정말 훌륭하데이. 오죽 억울했겠나」


하지만, 하고 그녀는 말을 끊었다.


구두 소리.

멱살을 잡히고, 잡아당겨진다.

키 차이와 우마무스메 특유의 근력으로 억지로 당겨져 허리가 굽혀진다.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 눈동자가 번쩍번쩍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분노일까. 아니면 어이가 없는 걸까.


「그런 핑계로, 니가 눈을 피하지 마라」


아픈 곳을 찔러 오지 말라고 생각했다.


「이건 니한테는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잡은 멱살이 풀리고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뚝, 뚝.

붉은 물방울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작게 튀었다.


「아프겠구마, 그거」


「그래도 네 말보다는 낫지」


「기가. 고민하고 있다면 내가 할 말은 없데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치료하래이」라며 손수건을 건넨 타마모 크로스는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인파 사이로 사라졌다.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닝 코스 병설 스탠드에서 관계자 출입구로.

무거운 철문을 지나고 문을 닫으면 소란은 순식간에 먼 세상으로 밀려난다.

시설 자체는 손님을 예상한 구조는 아니지만, 감사제나 외부 시찰 같은 게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내부에는 이러한 관계자용 통로가 존재하고 있다.


평소에는 뭐 때문에 있는지 잘 몰랐지만, 오늘처럼 외부 관객이 있는 경우만큼은 그 존재에 감사하고 있다.

어쨌든 통로를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혼잡하니.


하는 수 없이 스르르 통용로에 들어선 나는 등에 문을 기대고 나도 모르게 주저앉고 말았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소란은 멀리.

등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레이스의 열광에서 조금 벗어나, 큰 한숨을 내쉰다.


....아아, 피곤하다.


레이스의 고양감. 망설임. 한심하고 답답하다.

그런 여러 가지 것이 겹쳐서 아무래도 부하가 걸려 있는 건 이해하고 있다.


그래도 가야지.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마침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통로를 혼자 걷는다.


뚜벅뚜벅, 자신의 발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반향한다.

반향하는 발소리와 마찬가지로, 조금 전 타마모 크로스로부터 들은 말이 머릿속에서 반향해 떠나지 않는다.


눈을 돌리지 말라고 그녀는 말했다.

머리와 위가 아프다.


엉뚱한 참견이지만, 그러나 이 이상 없을 핵심을 찌른 말이다.

저런 점이 그녀가 그녀다운 이유일 것이다.

아무에게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항한다.

그렇지만 이래저래 호인이니까.


「하아....」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바로 이런다.


통용로 출구.

또 큰 철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깊이 내쉰다.

몇 번이고 반복해, 마음을 가라앉혀 간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 가볼까.

뜻을 다잡고 문을 밀어 연다.




「……어머? 트레이너 씨?」


「라이트 헬로 씨인가요? 무슨 일인가요. 이런 데서」


문을 여니 루돌프들이 있어야 할 위너즈 서클 부근.

그리고, 바로 눈앞에 알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


라이트 헬로. 트레센 학원 OG 우마무스메. 옅은 갈색 털일까.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열의 있는 이벤트 프로듀서다.

그때는 앞으로 몇 년 걸리는 대프로젝트에 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솜씨가 좋다고는 들었지만, 평소 학원에 상주하지 않는 그녀를 일부러 이 라이브를 위해 불러들인 건가?


「오늘 라이브를 뜨겁게 해달라고 해서 초대받았어요!」


생글생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라이트 헬로 씨.

예전에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이 사람은 아무래도 사람이 너무 좋은 것 같은 인상이 있다.


「수고하세요. 제가 담당들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네! 트레이너 씨의 중대 발표 기대할게요!」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생각한 결과 발표라는, 싫을 수밖에 없는 무거운 이벤트가 생각나서 급격히 무거운 것을 짊어진 기분이 든다.


「.....네」


반짝반짝 즐거운 듯이 눈을 반짝이는 그녀에게 나는 공연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트 헬로 씨와 헤어지고, 바로 루돌프들에게.

이번에 일부 소수 언론의 취재와 함께 팬들의 취재 체험 같은 이벤트도 마련했는지 위너즈 서클 주변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파를 헤치고, 헤치고.

사람들의 울타리 끝에 그녀들의 모습이 있었다.


루돌프와 테이오가 취재에 대응하고 있었다.

아직 낯선 미데뷔 테이오를 루돌프가 보조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출주자는 출주자대로, 각각 다른 장소에서 팬과 취재라는 이름의 교류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열전으로 끌고 간 아그네스 타키온은, 하고 시선을 돌려 간다.

이번 레이스를 주재하고 이 이상한 기획에 빠뜨린 건 아마도 그녀일 것이다.

아카사카 씨에게 건네진 아나운스 대본도 그녀의 작전이라고 봐도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는 어디로, 하고 시선을 돌린 끝에.



「..............!」


아그네스 타키온이 터프 구석에서 다리를 누르고 웅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