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천장이다.... 아니, 벽이다.

 

여러분은 한적한 방에 남녀 단 둘이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설램? 긴장? 떨림?

 

나는 지금, 피곤하다.

 

자고 일어났지만 의자에 묶여 불편하게 잤기 때문인지 풀리지 않은 피로.

 

밧줄에 묶여있는 나의 몸, 방 한쪽 면에 빼곡이 장식되어있는 나의 사진들. 자뻑인 것 같긴 하지만 내가 봐도 잘생겼다.

 

“미안. 미안미안미안미안. 정말 미안해~~”

 

그리고 내 옆에서 엄청나게 사과를 하고 있는 내 소꿉친구, 

 

처음 겪는다면 누구에게나 매우 황당하고, 두려운 상황일 것이다. 그야, 날 묶었던 사람도 내 소꿉친구였기에. 날 납치해 밧줄로 묶어놓은 사람이 사과를 하며 날 풀어주고 있다면, 얼마나 두려울까.

 

그건 어디까지나 사정을 모를 때의 이야기. 3살 때 부터 대부분의 것들을 공유하며 같이 자라온 우리 3명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그래, 3명말이다. 내 소꿉친구는, 이중인격이다.

 

그녀 몸 안에는 D과 Y이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셋 모두 같이 놀았고, D양과 Y양도 머릿속에서 서로 얘기할 수 있어서 같이 겪어온 경험들은 같지만, 둘의 성격은 천지차이다.

 

“정말 미안해.... Y가 너만보면 갑자기 ‘각이다!!!!!’ 하면서 자기가 몸을 뺐어서 말야.... 뭔소리인지 모르겠다니까...”

 

D는 흔히 있는, 평범한 성격. 친절하고 착하고, 뭐 그런 성격이다.

 

문제는.....

 

“뭐?! 너도 좋았으니까 순순히 준거 아니냐~~~? 왜 그걸 내탓을 하는거지?”

 

Y다.

 

쾌활하고 거침없는 성격. 그 탓에 D가 학교생활을 하며 만들어놓은 ‘청순한 여고생’ 이미지를 완전 깨뜨려 놓는다.

 

“뭐ㅓㅜ머ㅝ머ㅓ머? 무, 무슨소리야! 오늘 학교 시험보니까 너 나올 생각하지 마라? 알겠어?”

 

둘의 사이는 좋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자주 다툰다. 둘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눈동자색 뿐.

 

D는 붉은색에 가깝치만, Y는 회색에 가깝다. 부러운가? 뭐 이중인격 여친이여서 두가지맛을 동시에 우효WWW 라는 생각이나 하고있나?

 

그럼 이번엔 다른 것을 물어보겠다. 이중인격인 사람이 내 앞에서 초단위로 인격이 바뀌며 싸우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경험을 근거로 정답을 말하자면......

 

“에휴.”

 

“어? 얀붕아! 학교 같이가!!”

 

엄청나게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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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어제 Y한테 납치당했다며? 또? 이번엔 진도 안나갔냐?”

 

어젯밤 납치당한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학교에 오자마자 나에게 들어오는 질문공세들.

 

“조용히 해라, 뒤지기 싫으면.... 에휴....”

 

주변에서는 이렇게 재미있게 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장본인은 죽을맛인데.

 

학교에는 다른 반이지만 별 의미가 없다. 그야 점심시간만 되면...

 

“얀붕아~~~~~~!”

 

이렇게 찾아오기 때문.

 

“쳇. D였다니.”

 

“엌ㅋㅋㅋㅋㅋ 뭔 Y야. D가 정배인거 모름?”

 

“역배충 컷!”

 

그것에 익숙해진 반 친구들은 또 저렇게 놀고 있다.

 

왜 매일 점심시간마다 오냐고?

 

“그치만.... Y가 뭐라 했는지 모두 나에게 다가오지도 않는다니까. 내가 가도 모두 Y 때문에 못놀겠다고 미안하다면서 피해....”

 

범인은 Y다.

 

“그치만, 얀붕이가 있으니까 괜찮은걸?”

 

“맞아. 하아.... 난 얀붕이만 있으면 상관 없어......”

 

“그래, 고맙네.”

 

여자에게서 받는 관심? 고맙다. 물론 고맙지.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그 양이 많다는 말이 아니라, 관심의 ‘정도’말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어딘가에 납치당한 적이 있나? 방에 있는 선물 받은 인형에 카메라가 심어져 있던 적은? (물론 Y가 선물했다.) 한 방에 갇쳐 3일동안 타의로 인해 나가지 못한적은?

 

난 전부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를 대하는 것이 이제는 힘들다. Y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그것은 D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D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면 그것을 보고 Y가 다시 나와 나를 납치하고, 도촬하고, 관찰한다.

 

그것의 악순환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것은 나에 대한 D의 미안함, Y의 관심(자신은 애정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내 몸에 생기는 자잘한 상처들과 흉터들이다.

 

나는 더 이상 힘들다. 그래서, 오늘은 이 인연을 마무리할 것이다.

 

“저기, 지금은 D지?”

 

“어? 어. 왜?”

 

“Y도 듣고 있는거지?”

 

“응! 당연하지. 우리ㄴ..”

 

“우리는 한몸이니까!”

 

그래. 나는 더 이상 못 할 것 같다.

 

“우리, 여기까지 하자.”

 

내 말을 분명히 들었을테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미안..... 근데 난, 난 더 못하겠어. 너랑 이렇게 같이 있는거.”

 

“어.....어? 오,왜. 왜그래 갑자기. 장난이지?”

 

“거짓말 아냐.”

 

-투툭.

 

들고있던 도시락을 놓칠정도로 충격이 큰가. 그러나 나의 결심은 확고하다.

 

“여기 머리에 상처 보여? 부모님에게는 뛰다가 찧여서 다쳤다고 말해두긴 했는데... 저번에 Y가 납치할 때 생긴거야.”

 

“아....아....”

 

“그리고, 병원에서 그러더라. 마취약에 대한 내성이 어느정도 있다고. 너희 부모님 약사잖아.”

 

.....

 

“미안해 D. 잘못을 한건 Y인 것을 알지만, 너와 함께 다니면 이런일은 앞으로 계속 일어날 거야.”

 

“그... 그래도. 그래도 얼굴은 볼 수 있는거지? 그거라도 하게 해줘. 응?”

 

눈동자 색이..... 한쪽은 붉은색이지만 다른쪽은 회색이다. 이건 처음보는거지만, 저 눈동자가 바뀌는 것은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

 

“미안...아버지에게 말씀드려 유학을 갈 생각이야. 난, 이젠 힘들어.”

 

“아... 아.......”

 

그녀는 단지 울 뿐이였다. 뭐, D는 확실히 날 좋아했으니 저러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것도 아니다. 

 

“알겠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다면 받아 들여야죠.”

 

“..... 미안해.”

 

다시 붉은색 눈동자로 돌아왔다. Y는..... 아마 나오기 싫은거 아닐까. 원인이 자신이니까.

 

“아. 점심시간 끝났네. 그럼, 가볼게.”

 

“네. 저는, 조금 있다가 가야겠어요. 그럼, 안녕히.”

 

해버렸다. D에게는 미안하지만, 해버렸다. 이제 나와 그녀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거다.

 

‘나 없으면.... 친구도 없을텐데....’

 

그런데 어쩌겠는가. 여러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Y가, 너무나 밉고, 싫은 것을.

 

호신술을 배워서 납치를 막는다? D는 모르겠지만, Y는 이미 호신술을 마스터했다. 그 말은, 호신술을 반대로 상대하는 법도 안다는 것.

 

폭력을 쓴다? Y에겐 이길 수 없을뿐더러, 그 몸은 Y의 것이면서 D의 것이기도 하다. D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그런 잡생각으로 가득차 수업을 흐지부지 보낸 후, 하교시간.

 

“얀붕아... 그래도, 오늘까지는 같이 하교해도 돼?”

 

불안하다. 그렇지만 마지막일텐데 이거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 그래. 그치만, 눈동자 바뀌면 바로 도망갈 거야?”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D는 앞은 보지 않고 내 얼굴만 바라보며 간다.

 

어쩌지. 이러면 점점 미안해지는데.

 

“저기, 일단은 유학가는거긴 한데 좀 괜찮아지면 돌아 올테니까. 너무 상심하지는 말아. 그래봤자 성인 된 후이긴 할테지만.”

 

-푹

 

“어..........어?”

 

갑자기 목에 꽂힌 주사기. 그녀의 눈동자는 계속 보고 있었다. Y는 나온적이 없다. 그럼 D가? 왜? 나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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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으허!”

 

또다시 그 벽이다. 내 사진이 잔뜩 붙여있는, D의 방.

 

“어이. D. 빨리 풀어주지? 이제 재미 없어.”

 

“얀붕아..... 생각해봤거든?”

 

어? 눈동자가.... 붉은색과 회색이 각각 들어있다.

 

“처음에는 Y가, 내가 그렇게 하는게 이해가 안갔어. 그런데, 얀붕이는 자꾸 내게서 멀어질려 하잖아?”

 

무언가 잘못됐다.

 

“오늘은... 아예 떠난다고 하고? 그러면..... 내가 정답이였던거 아닐까?”

 

“아냐아냐. 지금 풀어줘? 그럼 유학 안간다고 약속할게? 알겠지? D는 착하잖아?”

 

Y는 희망이 없다. 당연히 D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도망칠 가능성이 높다.

 

“응? 무슨소리야. 이제, D랑 Y는 없어. 우리는.... 나는 둘이 아니야...”

 

아?

 

“더이상.... 우리는 없어?”

 

“그니까... 더 이상 D랑 Y로 구분지으면 안돼?”

  

“우리는..... 하나니까.”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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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인격이 꼴린다 - 얀데레 채널 (arca.live) 


이거 썼던 놈인데 꼴려서 써왔슴돠. 재미있게 읽어주세여.


그리고 아쉬운거 있으면 댓글로 써줘잉.


감사함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