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yandere/69747609



숨이 턱 막히고 정신이 어지러워져 시야가 좁아진다. 


다리는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목 끝까지 토가 쏠렸다.


나는 쏟아내지 않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지난 10년 동안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양아치들의 다양한 용 문신을 봐왔다.


그럴 때마다 어지러움증과 호흡곤란이 왔지만 지금처럼 구토까지 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그때의 그 용 문신, 단 한 번도 잊을 수 없었다.


흑색의 컬러로 어깨까지 뻗어있는 위압적인 용의 형상.


내 기억 속에 낙인처럼 찍힌 그 용의 형상은 아직도 내게 깊은 공포심을 자아냈다.


어째서? 왜? 저 애가? 저 문신을?


그때 그 놈들도 전부 저 문신을 하고 있었다. 


어느 조직의 상징같은 건가?


그러면 저 애도 그 놈들과 같은 사람인가?


"야..! 너 괜찮아?"


이소연은 아까까지의 틱틱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내가 걱정됐는지 등을 토닥여줬다.


그녀는 모른다. 내가 왜 이러는지에 대해서도 저 문신에 대해서도.


그저 문신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만 알 뿐, 그 이상은 모른다.


"어이.. 너 괜찮은 거야?"


용 문신을 한 소녀가 갑작스런 내 반응에 걱정되었는지 내게 다가왔다.


소녀의 손이 내 어깨에 닿으려 할 때, 순간 그때 사내가 내 머리 옆에 칼을 꽂는 순간이랑 곂쳐보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소녀의 친절을 쳐냈다.


"다.. 다가오지마!!"


내가 그녀의 손을 쳐내자 소녀는 당황해하는 듯 했다.


"뭐야! 기껏 사람이 친절을 베풀었건만! 너 나한테 뭔가 당했었냐?"


소녀의 질문에 난 대답할 수 없었다. 낙인된 공포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그저 그때처럼 고개만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미.. 우욱..!"


사과로 얼버무리려다 참아왔던 토가 넘쳐 나왔다.


"야!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반에는 토냄새가 진동을 했고 반아이들은 하나 둘씩 쑤근거렸다.


이윽고 교실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어머, 이게 뭔 냄새니?"


교실에서 풍귀는 악취에 주변을 살피던 선생님이 나를 보았다.


"뭐야? 왜 그래? 괜찮은 거야? 어디 아파?"


선생님은 곧바로 내게 다가와 등을 토닥여줬다.


"얘 왜 이러는 거야? 넌 꼬라지가 그게 뭐고?"


선생님은 내 상태가 왜이러는지 물어보면서 소녀에게 핀잔을 주었다.


소녀는 늘 그랬다는 듯이 가볍게 선생님 말을 무시했다.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저 복장불량인 미소녀를 보고 갑자기 토했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죄송합니다.. 제가 치우겠습니다.."


"치우긴 뭘 치워.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아무나 얘 좀 보건실에 데려가줘!"


"그럼. 제가.."


선생님의 말에 소녀가 또다시 내게 손을 내밀려 했다. 그 손에서 또다시 칼의 환영이 보였다. 


내가 다시 겁에 질리려 할 찰나, 이소연이 떨고 있는 내 손을 잡아줬다.


"제가 같이 갔다 올게요."


그녀는 나를 부축해주더니 소녀의 문신과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 시선이 불쾌했는 듯 소녀는 이소연을 째려보았다.


잠시동안 서로를 째려보더니 이윽고 이소연은 나를 부축해 뒷문으로 함께 나갔다.


이호주와 이소연이 교실을 나가자 선생님은 소녀에게 뒷정리를 시켰다.


"그럼 이건 니가 치워라."


"네? 제가 왜요?"


"복장불량이잖아."


"아 씨, 쯧, 알았어요."


"어허! 어른한테 말하는 뽄새하고는..!"


이호주는 이소연의 부축을 받아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입을 헹구면서 생각했다.


'아, 학기 초부터 이미지 ㅈ됐네..'


***


보건실에 도착한 우리는 휴식을 취하면 괜찮은 거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적당한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제 좀 괜찮아? 아까는 왜 그런 거야?"


나는 이소연의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꼬마는 어디가서 이 일 말하려 하지 말고. 알았지?'


이 ㅈ같은 기억이 아무리 말을 하고 싶어도 내 입을 막아버린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있으면 그녀의 걱정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다.


"근데 너, 반으로 안 돌아가냐? 수업 시작했을 텐데."


"너 핑계로 쨀건데?"


말은 저렇게 해도 분명 날 걱정해서겠지.. 근데..


"선생님 앞에서 그런 말해도 됨?"


"ㅇ?"


아까부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보건 선생님이 이소연 뒤에 불쑥 나타났다.


"고등학교 첫날 첫 시간부터 수업을 째면 안되요 학생~ 어서 돌아가세요."


선생님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이소연은 돌아가야만 했다.


"어쩔 수 없네.. 1교시 끝나면 데리러 올 테니까, 얌전히 있어. 괜히 딴 데 돌아다니지 말고."


"예이~ 예이~"


콰악!


건성으로 대답했다가 이소연에게 꿀밤을 맞았다.


이소연은 통쾌한 미소를 지으며 보건실을 나갔다.


***


드르륵!


보건실에서 돌아온 이소연이 교실문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중 문신을 한 소녀만이 관심이 없는 듯 책상 위에 누워 있었다.


"어, 그 친구는 괜찮다니?"


"보건쌤이 조금만 쉬면 괜찮을 거래요."


"그래, 알겠다. 어여 앉아라."


이소연이 자신의 자리에 가면서 둘러보니 아마도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소연이 자리에 앉자 선생님은 다시 자기소개를 하라고 지시했다.


어느정도 진행미 됐었는지 앞에서 4번째로 앉아 있는 애가 활기차게 일어났다.


"나는 □□이고. 취미는 □□이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쓸데없이 활기찬 자기소개. 그리고 넘치는 듯하게 보이려는 자신감.


보통 저런 애들은 첫 학기에 반장이 되거나 반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이어지는 자기소개들은 고만고만했다.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거나 재미를 주거나 오히려 실패해 갑분싸를 만들거나.


그러던 중 문신을 한 소녀의 차례가 다가왔다.


소녀는 자신의 차례가 다가온 것도 모르고 누워 자고 있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마지못해 앞자리 애가 소녀를 깨웠다.


"아 씨. 뭔데?"


소녀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앞자리 애는 잔뜩 쫄아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소개.. 해야 돼.."


기어가는 목소리를 들은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


"한수아. 취미는 운동, MMA"


짧은 자기소개 후 한수아는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한수아의 짧은 자기소개에 반에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녀의 위압감이 한순간 반을 지배했던 것이었다.


'MMA? 어쩐지 그 용 문신, 어디선가 본 것 같았더니.'


오직 한 사람만을 빼고 말이다.


"크흠. 그 다음 옆자리. 자기소개 해라."


선생님께서 정적을 깨고 자기소개를 이었갔다.


한수아의 옆자리에는 공교롭게도 이소연이었다.


이소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이름은 이소연. 강아지를 좋아하고 취미는 각종 무술, 운동! 잘 부탁해."


이소연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종이 울리기 전까지 모두 자기소개를 끝 맞췄다.


***


하.. 이거 어색해서 어떻게 들어가냐..


1교시가 끝나고 나는 보건실에서 기다리라는 이소연의 말을 무시하고 반으로 갔다.


나는 반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서성이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실례를 했는데 애들이 날 좋게 볼 리가 없다. 


그런 시선이 익숙하기는 하지만..


하아.. 이번에도 친구 사귀귀는 글렀네..


교실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문뜩 교실문이 열렸다.


"너 뭐하냐?"


교실문을 연 것은 애석하게도 용 문신을 한 소녀였다.


나는 또다시 공포감이 밀려왔다.


"아.. 아니야!"


온몸이 굳기 전에 곧바로 화장실로 도망갔다. 


가뜩이나 학기 초부터 토해갔고 실추된 이미지인데, 또 반 친구들에게 결례를 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세면대에 물을 틀고 세수를 했다.


정신차리자. 어차피 그런 시선과 친구 없는 건 익숙하니까.


적어도 양아버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내 선에서 최대한 잘 지내야지.


손을 털고 얼굴을 닦기 위해 휴지를 뽑으려 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휴지통엔 휴지가 없었다.


옷으로 닦기는 좀 그런데..


손으로 얼굴에 묻어 있는 물기를 닦아 털었다.


그럼에도 남아 있는 물기는 그냥 운명인가보다 하고 닦는 것을 포기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거기 휴지 없냐? 얼굴이 다 젖어 있네."


음? 누구지 이소연인가?


나에게 말을 건넨 쪽을 돌아보려다가 그만 눈에 물이 들어가 버렸다.


"어. 휴지가 없더라."


물방울이 눈을 찌르는 고통에 나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정신이 없네..


"그럼 이거 써라."


내게 말을 건넨 사람이 수건을 건넸다.


"어, 고마워."


맨날 운동만하니까 준비성이 좋네. 이런 것도 준비하고.


나는 건네받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땡큐 이소연. 덕분에 살았다."


나는 눈을 비비면서 수건을 돌려주었다.


"뭐? 나 이소연 아닌데?"


"ㅇ?"


그러고 보니 이소연의 목소리가 원래 이랬나?


시선을 그 쪽으로 돌리자 수건을 건네준 건 이소연이 아닌 팔에 용 문신을 한 소녀였다.


"이소연이 아니라 한수아. 그게 내 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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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여주들 취미가 남자같긴 한데.. 음.. 필력이 딸리는 걸 용서해주라. 지금은 호감도 쌓는 과정이라 좀 지루할 수 있어. 


솔직히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첫눈에 반했어요! 그러니 넌 내거야!"하는 식의 얀데레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개연성을 위한 호감도작을 하느라 얀데레가 아직 안나와서 좀 지루할 수 있어.


솔직히 이거 묻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봐줬더라. 정말 고마워.


읽어줘서 고맙고 이제 난 자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