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 예?"


"너의 아비가 네 애미와 바람이 나서 도망갔으니, 그 대가를 아들인 네놈이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


사막의 땅에서 온 여행자인 내가, 어쩌다가 저런 미친 여자한테 붙잡혀 있는지는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


어느 겨울 날. 동굴 속, 난 달빛이 드러나는 입구 쪽을 연기가 나갈 정도로만 막아놓고, 불을 피운 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왠 여자가 빛과 함께 나타나서는, 당황할 틈새도 없이 내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더니, 갑자기 애뜻한 목소리로 그이를 찾았다느니 뭐니 하며 우리 아버지 이름인 '리온'을 계속 말하며 날 안는게 아닌가?


내 어깨만큼 오는 키에,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몸임에도, 그녀는 허리에서 우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날 강하게 안았다. 


그리고 난 잠시 무서워 떨다가, 입을 더듬거리며 내 이름은 '알론'이며 당신이 말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고,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증거로 내 눈을 보라 했다. 우리 아버지는 눈과 머리카락이 다 검지만, 나는 어머니를 닮아 눈은 갈색이다.


그리고 내 말과 함께 눈을 확인한 그녀는 계속 '리온, 리온' 거리며 흐느끼다가, 갑자기 '나지마... 이 망할 년!!'이라고 우리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그 아름다운 모습에 안어울리는 끔찍한 괴성을 지르며 동굴의 사방팔방을 부수고 발광했다.


난 구석탱이에 쭈그려 앉아 경전의 온갖 말을 읊으며 제발 신에게 살려달라고 기면서 도망가다가, 돌가루가 코에 들어가 기침을 해 저 미친 여자에게 도망가는 게 들켜 멱살이 잡힌채 들어 올려진 신세가 됐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고백 아닌 고백을 듣고있다.


"가장영광스럽고전능하신월신이시어부디이이방땅의마귀를무찔러주시-"


"닥쳐라."


바닥에 무릎꿇은 나를, 위에서 노려보는 그 분노에 사무차 노란 눈에 난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온 나라를 뒤져도 리온을 못 찾았는지 알겠구나. 이 땅이 아닌 동쪽의 사막으로 가버렸으니...."


왜 서쪽 땅에서 오신 아버지가 왜 서쪽 땅에는, 특히 그 땅에서도 서부의 신성 제국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 하셨는지, 돌아가신 이후에야 알았다. 


저런 마귀들린 여자가 잡아 족치려 하니 도망갈 만 하셨지.


"이제는 상관 없지. 비록 그년을 닮은 눈이 맘에 안들지만, 넌 이제부터 나의 30년 동안 응어리진 이 마음을 달래줘야한다. 평생."


저 마귀가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저 여자는 왼손으로 내 멱살을 잡더니, 오른손으로 이상한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허공에 왠 빛과 함께 어떤 구멍이 나타났다.


"자, 가자. 이번에는 결코 빼앗기지 않을 터이니."


그러고는 나를 그 구멍으로 끌고가려 했다.


"예? 어? 잠깐! 잠깐만!!"


안 돼. 절대 안 된다! 두 달이나 걸려서 대륙 서부의 제국까지 왔는데 저런 마귀들린 년한테 평생? 아 제발, 힘으로도 안 된다. 뭔 주술이라도 써봐? 눈에 가루만 뿌리는 게 저런 거한테 통할까?


대충 뭐라고 이유라도 대는 게.... 아! 그거다!


"저... 마귀? 악마님? 청, 청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닥처라. 네놈이 나지마의 아들인 것만 생각하면 바로 죽이고 싶지만, 동시에 리온의 아들이란 생각으로 겨우 참고 있으니."


"제발, 저희 아버지와 관련된 겁니다! 잠깐 한 번만 들어주십쇼!"


그녀는 아버지라는 말에 멈춘 다음, 슬깃. 날 보고는, 이내 내 멱살을 놓은 다음 눈썹을 치켜들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말해라. 조금이라도 허튼 수를 부리면, 네 사지를 부러뜨리겠다."


"저... 저와 같이 다니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말을 하자 그 여자의 노란 눈이 조금 찡그리며 날 노려보고 눈초리를 보내며 의심을 표했다.


"네놈을 어떻게 믿고?"


"어차피 제가 도망가면 금방 잡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리고 너의 애미는 날 그렇게 속이고, 리온을 훔쳐갔다. 말하는 게 그 년과 닮았군."


힘쌔고 난폭한 줄만 알았더니, 머리 돌아가는 것도 의외로 좋다. 그럼, 우리 아빠와 좋은 관계인 거 같으니 그거랑 좀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겠다.


"그... 혹시 마귀님은 저희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깟 것을 왜 하느냐. 나의 거처에 세상 모든 진귀한 것들이 다 있는데."


"아버지는 어머니와 3년 간 사막을 같이 여행했습니다."


"뭐라고...?"


그 여자의 노란 눈이 부릅 뜨며 날 보기 시작하자. 모닥불을 지펴도 얼음장같던 동굴의 공기가 은은한 봄처럼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릴 때 제게 '그 어떤 보물보다 진귀한 경험이었다'고 말하-"


"나지마... 나지마... 나지마!!! 이 버러지같은 년이!!"


아 맞다. 엄마 이야기.


하지만 후회하기도 전에, 동굴 안은 점차 개판이 되고 있었다.


그 야수같은 괴성이 작은 입이 분출됨과 동시에, 천장 위의 돌들이 우두둑 떨어지며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기 시작했다.


동굴에서는 호박만한 크기의 돌덩이들이 저 천장에서 떨어지며 수많은 파편과 가루들이 공기와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아아악!! 사람살려!!"


난 돌들을 피해 어떻게든 동굴 벽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몸을 피했다. 하지만 쩌저적 갈라지는 암석들이 우드득 거리는 소리와 유리창의 쪼개진 금들이 사방팔방에 난무하자, 내 정신은 저 여자의 심기를 달래야한다는 것에 집중됐다.


"당장 그 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


"그, 그만! 그만해주십쇼! 이러다 저도 죽습니다!"


"흐으.... 감히..!"


그녀는 이제 반쯤 야수에 가까운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여자의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카락 위에는 들소같은 뿔이 났고, 팔은 붉은 왕도마뱀의 다리 같았으며, 눈은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게 마치 뱀같았다.


그 기이하고 두려움이 사무치는 모습에도 여자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호, 혹시 진짜 악마이십니까?"


"내가... 잡귀새끼들과 똑같은 것들로 보이느냐?!" 난 드래곤이다!! 니 어미같은 자는 상종도 못할 존재다!!"


동굴이 붕괴되는 건 멈췄지만, 바깥에 뿜어지던 그녀의 분노는 여전히 온몸을 휘돌며 들끓고, 동굴 속을 화덕처럼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드래곤이라면 어릴 때, 엄마가 말해준 동화로 많이 들어봤다. 푸르른 숲과 들판, 산들로 가득한 서대륙에서, 거대한 날개로 하늘을 날며 불을 뿜는 괴물들. 


단순히 힘만 쌔고 불만 뿜을 뿐만 아니라, 지혜롭고 마법에도 능통해 인간으로 변신해 사람들을 조종하거나 할 수 있지만, 이놈이든 저놈이든 지 맘대로 사는 괴물들이라고, 엄마가 말해준 동화에서 들었다.


어머니, 왜 새벽날에 그 동화를 전해줄 때만 인상을 그리도 찌푸렸는지 20년이 지나고서야 드디어 이 불효자가 늦게나마 알았습니다.


"예, 동화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매우 오래살고, 지혜롭고, 그리고 강한 힘을 가지신...."


"그래! 난 매우 강하고, 세상의 온갖 진귀한 것들의 주인이다. 그런데... 그런데!!! 나지마, 이 개같은 년이!!! 내 사랑을, 내 남편을 훔쳐가서, 여행까지 다니고 애새끼까지 깠다는 게 도저히!! 도저히-"


그녀는 계속 분노하다가, 이내 날 보면서 고성을 멈추고. 오로지 인형처럼 눈 하나 깜빡하지도 않고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과 마주치자, 노란 눈동자 속 찢어진 동공 속에서 뭔가가 섬뜻 느껴졌다.


"좋다."


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한 마디.


"너와 함께 다녀주마."


"저, 정말이십니까?"


"그래, 네 아비와 네 애미가 몇 년이나 꽁냥댄 걸 나만 못한다는게 말이 안되지."


그녀는 순식간에 열 발짝의 거리를 순식간에 휙하고 왔다. 갑작스래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난 놀라서 본능적으로 더는 없는 뒤로 주춤거렸다.


하지만 여자는 내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딱딱한 갑피에 덮힌 손이 내 턱을 붙잡고, 자신의 주인과 얼굴을 마주치게 했다.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카락 아래서 빛나는 잡티없는 작은 얼굴. 그리고 뱀같이 찢어진 동공을 가진 노란 눈, 애처럼 작은 코와 입. 누군가 일부러 빚어내어 만든 조각 같았다.


"리온의 마음은 나의 과오로 인해 그년에게 빼앗겼지만, 너의 마음은 반드시 나에게 가게 해주마."


그 정신나간 듯이 날보는 눈과 다르게, 그녀는 텅 빈 밤하늘의 홀로 뜬 보름달처럼 아름다웠다.

모래 바람의 고향 속 화려한 무희복을 입은 여자들보다, 

이 푸르른 땅에서 본 어떤 미녀들보다 더.



**



그렇게 나와 이 도마뱀- 아니, 솔로메와 함께 이 땅을 돌아보며 여행을 다니게 됐다.  곧 네 반려가 될 자의 이름을 잘 외워두라는 당부와 함께. 


그렇게 일주일 째. 

나와 솔로메는 해가 뜬지 한참된 시간에 한 마을의 식당에서 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엇다. 그리 왁자지껄 하지는 않았지만, 슬슬 사람들이 안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알론, 왜 방금 저 여자와 말을 나누는 것이냐?"


솔로메가 거센 눈길을 나에게 보내며 추궁했다. 그 노란 눈이 정오의 햇빛을 받아 노랗게 반짝였다.


"저 아줌마가 가게 주인인데요."


"그렇다 해도 다음에는 내게 시켜라. 알겠느냐?"


당신이 주문을 제대로 할 수는 있나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리 말했다간 내 머리가 두 동강이 날 거 같기에 그냥 알았다고 대답했다. 


"넌 자신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줄 모르는구나. 그 작은 코하며, 입까지... 아, 물론 너의 아버지가 못 생겼다는 건 아니다. 오죽 하면 그때, 어.... 그때가 아마-"


난 말을 듣는 척 하면서 그냥 딴청을 피웠다. 대충 '그렇군요'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면 그녀도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내가 멋지다니. 여자들도 이곳 사람들에 비해 코나 눈이 좀 다르거나 말투에 억양이 좀 이상한 날 의심의 눈초리로 볼 지 언정, 사랑스럽게 보지는 않을 거다.


지금도 내 뒤를 은근히 돌아보면 저기 뭔 수녀 두 명이 날 계속 지켜보고 있다. 난 전도하러 온 것도 아니고, 물건을 팔러 온 것도 아니고, 걍 여행하러 온 거여도 별 수는 없나보다.


"알론."


정신을 차리고 솔로메를 보니, 뚫어저라 어딘가를 보고있었다. 그 기이한 노란 뱀 눈깔을 하면서, 하지만 그 대상은 달랐다.


"교황의 하수인들이 왜 최면 마법까지 쓰면서 널 신경쓰는 것이지?"


그녀의 말에 뭔 소리인가 싶으며 생각하던 차에, 그녀의 오른손에는 어떤 초록색의 기운이 잡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를 슬쩍 돌아보니 수녀들은 당황한 채로 우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양 손이 두 수녀의 목을 붙잡고 벽에 처박는 데에는, 찰나의 시간도 필요치 않았다.


그 속도와 소리에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이 수녀와 솔로메를 향했다.


"흐아악!"


"어째서 알론에게 그런 발칙한 수작질을 하려 한 건지, 이유를 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마, 말하겠습니다...!"


키가 큰 수녀가 그렇게 말하자, 솔로메는 팔의 힘을 풀었다. 수녀들은 바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러던 말던 솔로메는 그들이 앉던 자리에 앉았고, 곧 두명의 수녀들도 자리에 앉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몸에서 나오는 그 살기가 조금 두려웠다.


식당 안의 사람들은 잠시보다가 솔로메의 기세에 눌려 시선을 돌렸다.


거리가 좀 멀긴 했지만, 그들의 말소리는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준이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키가 더 큰 수녀였다.


"저는 엘리아, 이쪽은 레베카, 신앙수호부 소속의 수녀입니다. 최근에 이교도들의 군세가 동 제국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저 이ㄱ- 이방인이 신성국의 한복판에 있는 게 수상하여-"


"그래서 알론를 첩자로 보고 너네 교단에서 금기시하는 마법까지 썻다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수녀는 두려움에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알론은 그저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 온 여행자일 뿐이다. 내가 보장하지. 그리고 나도 그저 알론을 지키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왓을 뿐, 큰 사고를 칠 생각은 없으니 걱정말라고 멜키아로에게 전해라."


키가 큰 수녀가 대답하려던 순간, 레베카라던 그 작은 수녀가 설명하려했다.


"그, 멜키아로 성하께서는 40년 ㅈ-으브브!"


하지만 키가 더 큰 엘리아라던 수녀가 그 작은 수녀의 입을 손으로 막으면서 설명은 끊켰다.


"아, 예예. 옙. 멜키아로 성하께 안부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키가 큰 수녀는 왼손에 어떤 기운을 머금은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어거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 키가 큰 수녀가 뭔 난리를 치던 간에, 솔로메는  다시 내가 있는 테이블의 옆자리에 턱하고 앉았다.


"훗, 이러니 내가 니 곁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빨간 머리카락을 손으로 오른손으로 휘날리며 기세를 뽐내며, 듬직한 웃음을 지었다.


"예, 고맙습니다. 음식 나왔으니까 드세요." 


나는 고맙다고 말하면서, 방금 온 따뜻한 흰색 양송이 스프에 빵을 찍어 먹기 시작했다.


"으음, 정말 맛있다!"


그리고 그녀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자리에 있는 돼지고기가 든 걸쭉한 죽을 먹는다. 


드래곤은 도마뱀이랑 비슷하다. 

도마뱀은 벌레를 잡아 먹는다.

벌레는 일종의 고기다.

그러니 드래곤도 고기를 먹는다.


라는 괴상한 논리에 의거해, 솔로메도 육식성일거 같아서 돈 더주고 고기있는 걸로 시켰다.


그녀는 스튜에 어우러진 고기와 소스가 섞인 걸죽한 죽을 입에 묻혀가면서 맛있게 먹었다.


솔로메의 볼은 빌 틈이 없었다. 머금자마자 삼키고, 다시 그 야금야금거리는 입에 넣고 삼키는 걸 수십 번이나 반복하면서 볼이 부풀었다 말았다 하는게 좀 귀엽긴 했다. 


과연 방금 전까지 죽일듯이 수녀들을 노려보던 그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다.


"너도 혹시 먹고 싶은 것이냐? 자, 먹어라."


너무 뚫어져라 처다봐서 그런가, 그녀는 어느새 나에게 스튜가 담긴 숟가락을 들이밀며 내게 내밀었다. 솔찍히 한 입 궁금하긴 했는데, 잘됐다.


"예이."


그리고 난 얼굴을 움직여 숟가락을 입에 넣은 후, 다시 입을 빼며 스튜를 마셨다. 고기의 진한 맛과 소스맛이 잘어우러저서 정말 맛있었다. 나도 이거 시킬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도 이거 시킬걸 그랬네요. 맛도 있고."


"그럼 더 먹어도 좋다! 이 음식의 값은 그대가 낸 것이니."


그러면서 솔로메는 노란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스튜를 건낸다. 오늘 낮은 왠지 모르게 배뿐만 아니라, 내 안도 뭔가로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타닥타닥, 불냄새가 어둠을 뚫고 사방으로 뻗어나가다가 하늘로 올라간다. 솔로메와 함께 한지 대략 1달 째, 난 처음으로 이역만리의 외지 밖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사막에서는 사방이 뚫려있었는데, 여기는 큰 나무에 막혀서 그런지 뭔가 좀 답답하고, 보이지 않는 수풀 속에 위험이 도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위험은 있다고 한들, 도저히 내게 올 수가 없을거다. 왜냐고? 


"후움, 냠냠. 으음~! 맛있어."


저기, 바로 내 오른쪽 옆에서, 내가 고향에서 가져온 과자를 맛있게 집어서 먹고 있는 여자, 솔로메가 있으니까.


"이 과자는 정말로-"


나한테 과자에 대한 감상을 알려주는 중에도 그녀는 과자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었다.


"-우음, 마씨꾸나!"


그리고 입에 넣은 채로 과자에 대한 단순한 평론을 하는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니였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과자들을 다 먹어치우고도, 손가락을 쪽쪽빨며 부스러기들도 필사적으로 먹었다.


"하아, 쓰읍. 그래, 나지마가 과자나 빵 하나는 참 맛있게 만들었는데. 이 과자처럼, 얇게 핀 반죽들 사이에 호두를 넣고 꿀을 바른 후 겹겹이 쌓아 구은 식으로...."


그리고 지금도 엄마의 이름이 오른 귀에 때 마다, 왠지 모를 오한이 날 스쳐갔다. 몸은 저절로 드는 한기에 모닥불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녀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진짜 어린아이다. 그것도 나라 하나를 멸할 힘과, 그 어떤 주술사와 마법사보다 더 지혜로운 수백 살 짜리 여자아이.


비록 지금은 앳된 처녀의 모습을 쓰고 있지만, 그녀가 지난 번처럼 분노한다면 살아는 있을 지를 생각하니, 사지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린다.


"하하. 하하하!!"


그렇게 떨고 있던 와중에, 옆에서는 솔로메가 날 보면서 숨이 넘어 갈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 미소에는 어떤 비웃음이나 그런 것들이 아닌, 환한 눈빛으로 전해지는 순수한 기쁨만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드래곤의 미소는 좋건, 나쁘건, 백 년에 한 번 볼까말까라는 말을 엄마가 말했다.


드래곤들은 너무 오래 살다보니, 감정이 마모되서 좋건 나쁘건 웃는 일이 잘 없다고. 그런데 이 상황은 지금 좋은 건가? 


뭐, 그런 얼렁뚱땅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솔로메는 웃음을 삼켜 넘기고 날 안심시키려 했다.


"하하하, 하아.... 무서우면 몸을 부르르 떠는 것도 리온과 똑같구나, 걱정말거라. 지난 번에는 좀, 화가 약간 나서 그런 것이다. 그런 일은 다시 없으리라 약조하지."


모닥불에 빛나는 노란 눈이 날 따스히 바라봤다. 내 옆에서 오는 그 따스하고 아름다운 눈길이 내 옆에서 반짝이고 있었음에도, 내 입은 그리 순탄케 움직이진 못했다.


"ㄴ, 네! 알았습니다."


"그런 고로, 과자를 하나 더 줬으면 하는구나."


하지만 솔로메는 무척이나 아이같았다. 

먹고싶은 건 먹고, 하고싶은 건 해야 하는게 진짜 어린애 같았다. 그렇다고 항상 그러는 건 아니고, 내가 잘 타이르면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사소한 투정을 해댔다.


"안 되요. 저 먹을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말고오.... 딱 하나, 딱 하나만!"


솔로메는 순박했다. 어린애처럼 내 오른팔을 잡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내게 빌어댔다. 


"제발, 딱 하나만 먹으면 안되겠나? 내 가슴이라도 만지게 해주겠네."


"ㅇ, 예?"


과자 하나 먹겠다고 그런 말을 하는 여자가 과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 강력하고 기이한 존재가 맞나 싶을 정도다.


"하아, 알겠습니다."


"오예!"


결국 난 그녀에게 과자를 주기로 했다. 혹시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 한테도 이렇게 생때를 부린건 아니겠지?


"대신 제가 솔로메님께 뭘 받아야 겠습니다."


하지만 공짜로 줄 생각은 아니다. 

자꾸 저런다고 계속주면 애한테 나쁜 버릇이 든다는 건 엄마 몰래 과자 사먹다가 결국에는 걸려 엄마한테 후려맞은 내가 안다. 

뭐, 내 앞의 애는 애라기에도 뭐하신 분이지만.


"뭐든지 말하게! 금을 달라면 저 산만큼, 아니. 이따아아아 만큼 주고!"


솔로메는 순식간에 허공에 뜬 채로 팔사이를 바짝 벌리며 말했다.


"영생과 힘을 원한다면 불사의 영약이라도 만들어 주겠네!"


분명 솔로메가 그럴 힘이 있는 존재라는 건 지난 날들의 경험으로 잘 알고있다. 

하지만 붉은 머리에 노란 눈을 반짝이는 아리따운  처녀가 모닥불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니, 마치 잠을 자기 전 자신이 들은 동화를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아직은 그런 걸 원하지는 않는다. 지금 그녀에게 바라는 건 아주 사소하면서도 중대한 것이다.


"이야기 하나만 해주십쇼."


"이야기?"


"저희 부모님과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내 질문이 끝나자, 솔로메의 눈은 날보면서 휘동그래해졌고 얼굴은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그리고 하얀 빛깔의 오른손은 붉은 머리카락을 빙빙 돌리며 방황하고 있었다.


"알론, 다른 거는 안되나? 이세계의 마도서라든가, 아니면 고위 최면마법이나..."


"안 되요."


이후로 솔로메는 계속 다른 걸로 조건을 바꾸자고 청해왔다. 신성 제국 황실의 마법사가 쓰던 스테프, 5대 교황의 경전, 8대 마왕의 마검, 어디 국왕의 자리 등등.


물론 난 전부 거절했다. 

이유는 저렇게나 이야기를 안하려는 지가 궁금했고, 애걸복걸하면서 까지 안 말하려는 솔로메가 웃기기도 했다.


"정말, 정말 안되는가? 과자 하나 가지고 너무 비싼거 아닌가....?"


"그런 과자라도 얻고 싶으면 주는 사람이 원하는 대가를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그녀는 입을 잠시 오물 거리다가,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




눈을 뻐끔뻐끔 뜨니 회색빛의 하늘이 눈앞에 드러왔다.


푹신한 침낭 속에서 상반신만 꺼내서 옆을 보니 모닥불은 여전히 타닥타닥 거리며 온기를 뿜었고, 그 옆에는 장작더미가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자 잠에든 채 침낭 속에서 내게 들리지 않을 옅은 숨만 쉬이 내쉬고 있는 솔로메가 있었다.


분명 어제는 뭔 이야기를 한 후에 서로 술 한잔 때리고 잠들었던 건 기억하는데, 정확하게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기억이 안난다.


음... 내가 솔로메한테 뭐가 물어볼 게 있었나?


"아고고 머리야...."


한 잔 마셨는데도 머리가 깨질듯이 숙취가 심하다. 

걍 어제 일찍 잘 걸 그랬다. 

해도 안뜬 새벽이지만, 잠도 깨고 얼굴도 씻고 머리도 식힐 겸, 난 머리를 몇 번 두들긴 후 자리에서 일어나 강가쪽으로 갔다.


"물 좋네."


풀이 덜 난 곳을 따라서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한참을 걸어 가니, 내 허리까지 올 만큼 깊은 개울이 드러났다. 


난 바로 개울로 가서 얼굴을 물로 계속 씻었다. 물이 내 머리를 적시니 촉촉한 기운이 목 아래로 조금씩 흘렀다.


해도 안뜬 새벽에 머리가 젖으니 꽤 추웠지만, 추위때문에 정신이 확 깨니 기분이 좀 상쾌해지고 시야도 한결 맑아진 것 같았다. 


"에, 에취!"


그리고 그 맑아진 기분은 뒤에서 들려오는 기침에 흠찍거리자 싹 달아나 버렸다.


뒤를 돌아보자, 투박한 몽둥이부터 때묻은 석궁까지, 각양각색의 살벌한 무기를 든 다섯의 사람들이 수풀 속에 웅크려 있었다.


여러 번 쓴 흔적이 돋보이는 무기들, 그리고 다들 어딘가 어두컴컴 해보이는 눈빛들로 종합된 결론이 내 뇌리를 스쳤다.


난 바로 부리나케 도망가기 시작했다.


"뭐야! 저 새끼 잡아!"


뒤에서 다급하게 뭔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난 솔로메가 있는 방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내 발걸음에 맞춰서 자갈돌의 사박거리는 돌소리를 다급하게 타닥거렸다. 그리고 그 돌소리들은 내 뒤에서는 더욱더 크게 들려왔다. 


피슝!


뒤에서는 계속 살벌하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다리와 귀를 스치며 지나갔다. 항상 그 궤적을 따라서 눈이 향한 곳에는 항상 화살이 박힌 채로 꼿꼿히 서있었다.


"이런 개썅!"


난 계속 뛰었다. 계속. 점차 숨 쉬는 것 조차 힘들어지고 다리도 저려왔지만 잡히면 어떻게 될 지 몰라 계속 뛰었다. 


"하아, 하아."


악으로 버티며 계속가려해도,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질 못하겠다. 그 날빠른 움직임도 점차 닭의 날갯짓처럼 힘없이 파닥였다. 


휘이이잉!


뒤에서 또다시 공기를 가르는 화살 소리가 들려왔다. 


푸욱!


그리고 그 화살소리의 끝에는 살에 푹하고 꽂히는 소리와, 내 발목을 찢겨오는 고통이 찾아왔다.


"아아아악!!!"


힘도 빠진 상황에 발목에 화살이 박히자, 난 균형을 잃고 돌바닥에 처박혔다. 


발목을 부여잡으며 어떻게든 고통을 참으며 기어갔지만, 추격자들이 날 가만두지를 않았다.


"좀 가만히 있어, 새꺄!"


"야! 얼굴은 때리지마!"


그 추격자들은 날 발로 거칠게 밟기 시작했다. 머리를 제외한 사방팔방에서 발길질이 날라오니 온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그만 좀 패라. 인간 놈들아. 더 패면 값 떨어지는 거 모르느냐. 나 아니였으면 잡지도 못했을 텐데."


그리고 나긋나긋한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날 죽일듯이 차던 발길질은 멈췄다. 


"그래, 어디 보자."


숨을 껄덕이던 내 머리채가 위로 올려지자, 한 여자가 갈색의 눈으로 날 처다보고 있었다. 


짙은 눈썹 아래의 눈과 갸름한 턱선이 있는 갈색의 얼굴은 솔로메보다는 덜 아름다웠지만, 골반이 둥그런 탄탄하고 매끈한 다리가 있는 하반신은 더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슴이 크게 트인 옷 밖으로 드러난 흑요석같은 빛을 내며 깊은 골짜기를 만든 가슴은 더더욱.


하지만 그녀는 오른손에 든 석궁의 옆면으로 내 볼을 툭툭 찔러댔다.


"역시 남자 아니랄까봐. 가슴 쪽을 쳐보고 있구나."


그리고 여자의 귀는 매우 보통 인간보다 새끼손까락 길이 만큼 귀가 더 길쭉하게 나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정말 술이라도 한 번 마시자고 해봤을거다.


"에, 에, 프...?"


혀가 진흙탕 속에 처박힌 것 마냥 잘 움직이지 않는다.


"오, 그렇단다. 난 엘프란다."


엘프라면 숲속에 박혀서 자연과 어울려 산다는, 되도록이면 평화적인 종족이라고 들었는데?


"아? 왜 엘프가 도적질을 하냐는 눈빛이구나. 그야 난 그냥 엘프가 아닌, 다크 엘프라서 그렇단다."


다크 엘프고 나발이고, 도망가야 하는데. 가슴이 칼에 찔린 것마냥 따끔거려서 숨도 쉴 수가 없다.


"하, 의외로 요놈이 외모는 반반하고, 나랑 닮은 게 내 맘에-"


눈이 감긴다. 

죽을 것 같이 아파.


제발 누가... 나 좀 살려줘...


"뭐야... 도.....!"


갑자기 귀가 먹먹해진다. 아, 나 이제 죽는 건가?

근데 죽기 직전이면 태어날 때 부터 지금까지의 기억들이 보인다는데, 왜 난 다 빨갛게 보이지.


".....!"


먹먹한 귀에도 계속 북소리 같은게 둥둥 울린다. 만약 죽으면 이 땅의 천사가 올까? 아니면 고향의 천사가 올까? 참 궁금하다.


죽어가는 와중인데 왜 이딴 망상이 드는 거지.


시발, 먼 땅까지 와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엄마는 어떡하지? 황도간다고 거짓말치고 왔는데. 저 세상에서 아버지한테 왜 일찍 오냐고 혼날 거 같은데.


아, 맞다. 솔로메는 어쩌지?

나 없으면 진짜 밥도 못 먹고, 제대로 뭘 하지도 못 할텐데. 


그 밉고 얄궃은 얼굴이 갑자기 보고싶어 진다.


"ㅅ.... 로ㅁ..."


내가 하는 말인데도 들리지를 않네.


갑자기 얼굴이 위로 뜬다. 그리고 빨개진 시야가 커튼처럼 좌우로 열리면서 기다란 빨간 머리를 빨갛게 적신 한 여자가 보인다.


"아...ㄹ..! 정ㅅ....!"


신이시어,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으...!"


전신이 쑤신다. 팔다리는 뭐에 결린 거 마냥 움직이질 않고, 몸은 감각이 없는 것마냥 움직이질 않는다. 눈꺼풀도 쇳덩이를 올려놓았는지 한 층 더 무겁게 느껴진다.


"으아..."


힘겹게 눈꺼풀을 올리며 앞을 보았다. 내 위에는, 화려한 금빛의 태두리가 위아래가 뾰족한 네모 모양의 모서리를 이루는 천장이었다. 


저거 모양을 따로 지칭하는 말이 있었는데. 마르... 였나? 암튼간에.


오른쪽을 보니 좀 오래되보이지만 손톱크기의 보석으로 문양을 놓은 옷장과 서랍이 보였고, 왼쪽을 보니 매끄러운 생김새의 식탁과 책들이 틈없이 꼽혀진 참나무 높이의 도금된 책장이 있었다.


내가 눕고있는 침대하며, 저 의자까지 다 화려하고 반짝이고 광이나는 것들이 천지였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방이었다.


땡그렁.


그런데 왜 다리에서 쇠소리가 나는 거지. 


발목에 뭔가가 감겨있는 느낌이 들어서 몸을 일으키며 다리를 보니, 흰 족쇄가 발목에 감겨있는 게 보였다.


하얗고 아름다운 광택이 나기는 하지만, 은보다 더 차가운 느낌의 회색빛에 이게 은으로 만든건 아니라는 건 잘 알겠다.


그리고 족쇄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7개의 원이 있었다. 각 원 안에있는 문양 7개는 전부 똑같이 마법진을 연상시켰다. 


답답하지는 않지만, 누가 왜 내 발목에 족쇄를 채운거지?


콰광!


갑자기 문이 거세게 열리며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알론!!!!"


그 누군가는 빨간 머리칼을 휘날리며 내가 있는 침대로 즉각 뛰어들었다.


"아악!"


"보고 싶었다! 알론! 괜찮은 것이냐?"


내 품에 달려든 뭔가에 난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얼얼한 내 품속에는 솔로메가 빨간 머리를 헝클어 뜨린 채, 노란 눈을 글렁이며 내 허리를 꽉 껴안은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는, 다시는 널 홀로 두지 않겠다."


계속 허리를 조여드는 팔에, 불길한 우드득거리는 고기와 뼈가 뜯어지는 소리가 허리에서 들려왔다.


이러다가 반병신 되게.... 생긴게 아니라 진짜 뒤질거 같다! 바윗돌도 바스라지겠다!


"알론...! 알론..!"


"솔로메님... 저 이러다가 평생 못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만 좀 해주십쇼."


"그럼 걷지 말거라."


예? 이게 뭔 말인가?

그 청아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아무런 열기도 없는 차갑게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갑자기 방 전체의 온도가 차갑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리온과 니 애미처럼, 너도 나에게서 도망가려는 것이냐?"


그리고 다시 본 솔로메의 눈에는 차갑고 질척질척하지만, 들끓는 유황같은 노란 빛이 날 보고 있었다. 


"다시는 널 혼자 두지 않겠다. 그 누구도 무엇도 널 절대 해하지 못할 것이야. 네게 화살을 쏜 그년은 살아있는걸 후회하게될것이야.... 절대로절대로...."


그녀는 정상이 아니었다. 분명 다른 드래곤들도, 약빤 약쟁이도 이 정도로 미치진 않을거다.


"자그마치 십만 년을 홀로 지냈단 말이다. 어떻게 얻은 짝인데, 다시는 못 잃는단 말이다. 다시는 못 잃어. 못잃어못잃는다고. 그래, 다시는 널 다시는 잃지 않을거다. 다른 드래곤놈들은 내가 너무 오래살아서 미치고 멍청해졌다고 하지만 다개소리다그래개소리개소리개소리!"


어머니, 아버지. 십만 년을 산 노망난 드래곤의 품에서 어떻게 벗어나셨나요.



다음 편은 이번 주 안으로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