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예전에 쓴건데 오랜만에 옛날 작 뒤적이다 오타 있길래 수정하려다 실수로 지워버림 ㅜㅜ


재업 너무 죄송합니다… 







그녀의 배경은 어떻게 보면 매우 흔한 환경이었다.

 

술을 사랑하는 남자와 성을 사랑한 여자

 

그들이 어쩌다 눈이 맞아 만들어낸 그녀

 

어울려 산다기 보단 우연히 배치된 것에 가까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다.

 

한 달에 100병의 술을 마시기도 하는 남자와 한 달에 100번의 관계를 맺기도 하는 여자

 

그들은 한집에 살면서도 놀라울 만큼 접촉이 없었다.

 

남자는 저녁이 되면 집에 들어와 술과 마른안주들을 먹고 잠에 들었고

 

여자는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집에 있으면 많이 있는 수준이었다.

 

어쩌다 같은 시간대에 마주치면 그들은 어김없이 고성을 높이며 서로 쥐어뜯었고

 

때마침 그녀를 발견하게 되면 그들의 손가락은 그녀를 향했다.

 

개새끼야 이럴 거면 저건 왜 낳자 한 거냐 다 알아서 할 것처럼 굴더니

 

씨발년이 지가 발정 나서 앵겨붙어 놓고 이제 와 저 새끼 걱정은 지랄해라 썅년아

 

저거

 

저 새끼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물을 때 한 두 번 정도 잘못 대답할 만큼 익숙한 명칭이었다.

 

먹을건 남자가 먹다 남긴 마른 안주

 

입을건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가다가 만 낡은 아동복

 

잠잘곳은 술 냄새가 유일하게 미치지 않는 화장실 욕조

 

이런 배경에서 그녀는 어딘가에 의지할 생각을 품지 않았다.

 

아니, 품을 수 없었다.

 

태어날때부터 사랑을 경험 못 한 그녀에겐 타인을 아끼고 배려할 수 있다는 자각이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 자신이 이타적인 행위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없었다.

 

짧은 세월 속 그녀가 터득한 건 이 모든 것에 진지하게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것과

 

그렇다고 함부로 떠벌릴 만큼 가볍게 여기진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인생이 흘러간 지 5년이 된 무렵이었다.

 

병을 팔아 물 한 병으로 바꿔 마시고 온 날

 

쨍그랑 소리가 유난히 심했고 그 소리를 찢는 울부짖음이 현관 앞부터 들려왔다.

 

문을 열자 술병을 벽에 내던지며 욕지거릴 내뱉는 익숙한 남자와

 

불안정한 환경에 적응 못 하고 울음만 쏟아내는 낯선 아기가 있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마주치면 서로에게 욕만 하고 끝내면 다행인 둘에게서 또 자식이 생겨나다니

 

혹시나 밖에서 생긴 다른 아이란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듯

 

여자는 편지봉투에 친자가 맞는다는 증빙서류를 같이 넣어둔 상태였다.

 

쉴틈없이 들리는 고성 소리와 쨍그랑 소리

 

그리고 바로 옆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에서

 

그녀는 병을 팔지 못해 이번 주는 간식을 못 먹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의외라면 의외로,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아이의 등장이 극적인 변화를 끼치진 않았다.

 

남자는 여전히 술을 마셨고 자식들을 본채만 채 하며 이따금 외간 여자와 방 안에서 교성을 흘렸고

 

그녀 역시 동생이 생겼다 한들 남매간의 우애 같은 건 나누지도 못했다.

 

정확히는 나눌 생각조차 없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에게 동생은 자신의 잠자리를 쪼개가고 간식 살 돈을 잡아먹는 귀찮은 존재였기에

 

최소의 동정심에 동생이 굶어 죽지는 않도록 우유를 사 먹이는 호의를 베푸는 게 다였다.

 

이런 부분에선 뜻밖에도 남자가 아버지로서의 양심을 발휘하곤 했다.

 

이따금 술병 사이에 젖병과 분유를 같이 담아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역시 최소한의 양심만 가졌을 뿐이었기에 젖병에 분유를 담아놓는 것까지만 할 뿐이었고

 

그걸 먹이는 건 하교를 마친 그녀의 몫이었다.

 

대략 5년간 그런 나아진 듯 아닌듯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11살 무렵 그녀는 부모가 자신에게 준 것이 아예 없진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우면 먼지가 코를 간지럽히는 곳에서 살았음에도 상하지 않은 튼튼한 피부와

 

꾀죄죄한 옷차림을 잊게 만들 만큼 돋보이는 미모

 

제대로 된 식사는 해본 적도 없음에도 또래와 별 다를 바 없는 성장상태 등

 

외적 매력으로 분류되는 장점에서 그녀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그 덕분에 서로 간의 서열이 나뉘기 시작한 초등학교 중고학년쯤 그녀의 서열은 꽤 높은 편이었다.

 

그녀 역시 이 사실을 깨달은 뒤론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 대형할인점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하며 청결을 유지하고

 

근처의 아동복 판매점의 옷들을 훔쳐 깔끔하게 입고 다니면서 신경을 썼다.

 

이 무렵 그녀는 나름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었다.

 

남자의 무관심은 지금의 그녀에겐 차라리 좋은 일이었고

 

동생은 자신에게 대드는 것 없이 순종적이고 말 잘 듣는 아이였다.

 

그리고 학교에 오면 아이들이 알아서 자신을 받들어준다.

 

어디에도 자신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없었고

 

어디에도 자신의 위치가 저열해지지 않았다.

 

난생 처음 느낀 지위를 통해 타인을 누르는 쾌감이 좋았다. 

 

이대로만 계속됐다면 그녀 입장에선 꽤 괜찮게 삶을 이어갔을테지만.

 

당연하게도 어른의 입장에선, 그녀는 괜찮지 않은 문제아였다.

 

허구헌날 듣던, 너무나 익숙해 박자마저 맞출 수 있을법한 쨍그랑 소리였지만

 

이날만큼은 시리도록 두려웠다.

 

머리통을 스치는 파편에 그녀는 고개를 숙였고

 

얼굴로 날아오는 발을 맞고 벌러덩 드러누웠다.

 

‘따님이 학교 내외로 불량한 행태를 보입니다’ 라 적힌 안내문을 받아든 남자는 미친 듯이 소리치며 그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개 같은 년이 실컷 먹이고 재웠더니 애비를 욕보여

 

죽어봐 씨발년아 확 뒈져버려

 

들어온 그 어떤 욕보다 서슬 퍼렇게 마음을 도려내는 살의

 

오들거리는 이빨은 발자국이 남겨질 때 마다 더 거세게 떨며 머리를 흔들었다.

 

남자의 폭력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말로 욕을 할지언정 직접 손을 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정한 선 위에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진 벽을 세워두었다.

 

그리고 10여 년에 걸쳐 지은 튼튼하리라 믿은 벽이 무너졌다.

 

사실 남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었다.

 

이보다 더 신경을 긁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고 내놓은 자식인 그녀의 가벼운 사고쯤은 평소처럼 무시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전조 없이 갑자기란 단어가 어울리는 충동이었다.

 

편지 내용을 본 순간 그는 살짝 피어난 분노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끌어올렸다.

 

체벌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살려주세요 다신 안 그럴게요 잘못했어요 도와주세요 때리지 마세요

 

하지만 어떠한 목소리도 어떠한 연기도 어떠한 행동도 상황을 바꾸진 못했다.

 

폭풍과 같은 타격음이 십여 분간 방을 휩쓸고 난 후

 

남자는 얼마 되지도 않는 가구를 걷어차며 밖으로 나갔고

 

그녀는 얼마 되지도 않는 평수에 눈물을 채우며 널브러져 있었다.

 

몸 끝에서 중앙으로 천천히 펴져 오는 통증이 걸레처럼 그녀를 쥐어짜면 울분이 새어나왔다.

 

맛있는걸 먹여준 적도, 편안한 곳에 자게 해준 적도, 하다못해 작은 미소조차 보여준 적 없는 존재가 폭력까지 휘두르다니

 

슬픔을 게워낸 감정엔 분노가 차올랐다.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치민 분노를 빨리 없애고 싶었다. 누구에게든 어떻게든 모조리 쏟아부어야 했다.

 

너무나 절묘한 순간이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든 순간 때마침 밖에서 돌아온 동생이 보인건

 

최적의 상대였다. 동생은 자신보다 작았고, 약했고, 여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누나에게 과자를 주러 온 동생은 손에 든 과자를 내려놓기도 전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이유 없는 폭력이 쏟아졌다. 이유 없는 폭행이 그녀를 조종했다. 쌓인 울분을 괴성으로 토해내고 치민 분노를 폭행으로 발산하는 광기가 집을 메웠다.

 

그녀가 쏟은 눈물이 동생의 눈에서 쏟아졌고 그녀가 흘렸던 피가 동생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나마 평화에 가깝던 날이 그렇게 깨졌다.

 

대체로 무관심, 심해야 폭언이 끝이던 남자의 행동엔 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갔고

 

그건 곧 그녀가 자신의 동생을 대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무관심하고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자신이기에

 

이렇게 사는 건, 이렇게 행동하는 건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다.

 

가벼운 일탈 정도를 넘어 위험한 범죄가 섞여들어갔고

 

조금 노는 애 정도의 취급은 상종 못할 양아치로 바뀌었다.

 

밖에서 저지른 일이 남자의 귀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그녀는 폭행을 당했고

 

저녁이 되면 그녀가 동생에게 폭행을 휘둘렀다.

 

처음엔 약간의 죄책감 정도는 가진 그녀였지만

 

사랑 받지 못한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이유가 없다는 합리화와 함께 죄책감이 다시 생기는 일은 없었다.

 

밖에선 몰려다니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물건을 훔치고, 누구를 괴롭히고

 

집에선 폭행당하고, 그 이상으로 폭행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교복을 입기 시작할 무렵 그녀의 외모는 더욱 돋보였고 자연히 받는 고백도 늘어났다.

 

하지만 사랑할 생각이 전혀 없는 그녀는 모든 고백을 거절했다.

 

그때마다 조롱하듯이 거절한 탓일까 그녀의 주변엔 점점 적이 늘어갔고

 

끝내 일이 터졌다. 그녀에게 차인 남학생 너덧 명이 납치 강간을 시도한 것이다.

 

끌려가는 내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도와달라 간청했다. 

 

하지만 골목길로 사라지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 행인 중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꼴 보기 좋다는 듯이 비웃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그녀는 혼자서 저항해야 했다.

 

이빨로 물어뜯고 집히는 것들을 집어던지며 발광에 가까운 저항을 했다.

 

그 기세에 질려버린 남학생들은 강간 대신 그녀를 단체로 폭행하는 걸로 그쳤고

 

아지트 밖으로 그녀를 집어 던지며 다시 눈에 띄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으로 마무리 지었다.

 

쿨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일어난 그녀는 벽을 짚어가며 겨우 걸음을 떼었다.

 

그렇게 후들거리는 몸으로 도착한 곳은 집이었다.

 

찢어진 옷을 고칠 돈도

 

부어오른 얼굴을 보며 걱정할 사람도

 

차게 식어버린 몸을 덥혀줄 보일러도 없는 집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내버려두던 집이었다.

 

그렇게 오기 싫었던, 떠나고 싶었던 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떠나려고 발버둥쳐도

 

마지막에 도착하게 된 건 집이었다.

 

털썩 소리와 함께 그녀는 주저앉았다.

 

피로가 몸을 살짝 건드리자 굴러떨어지듯이 쓰러졌다.

 

맞을때도 터지지 않던 울음이 그 순간 터져 장판을 적셨다.

 

속으로 인정했다. 자신은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동생을 사랑하고, 때로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며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어쩌면 그전부터 사랑은 자신을 버렸다.

 

결코 사랑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랑 없이 살아갈 수도 없었다.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돌아오는 곳은 어떠한 사랑도 스며든 적 없는 이곳

 

그 사실이 눅눅한 장판을 통해 일깨워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그녀가 눈을 떴다.

 

자면서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던 것인지 눈을 뜨자 눈꺼풀 위에 얹혀있던 굵은 물방울이 눈 안으로 굴러 왔다.

 

작게 욕설을 내뱉은 그녀는 세수하기 위해 일어났고

 

그 순간 그녀 옆에서 그림자 하나가 화들짝 놀라더니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발걸음을 멈춘 그녀는 우당탕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 넘어져 있던 자신의 동생을 보았다.

 

평소엔 그녀의 목소리만 들려도 가구 뒤에 숨던 동생이 자기 옆에 있던 것이다.

 

그것도 양손엔 반창고와 연고를 손에 꼭 쥔 채

 

그 순간 느껴진 이물감에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몸으로 옮겨졌고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온갖 상처로 뒤덮여 있던 팔다리엔 밴드와 연고가 덕지덕지 발려 있는 게 보였다.

 

연고는 어떤 곳엔 피부색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어떤 곳엔 바른 것인지도 모를 만큼 균형 없이 짜였고

 

얼기설기 찢어진 반창고는 구깃하게 붙여져 다 찢어진 그녀의 교복의 일부 같았다.

 

이렇게 엉망이었지만 단 한 가지는 완벽했다. 더는 그녀의 상처가 몸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의문이 온몸으로 번졌다. 몸이 벌벌 떨려왔고 눈동자는 흐릿해졌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생에겐 입과 손으로 수백 번의 증오를 퍼부었다. 

 

죽으라는 말과 함께 죽일 기세로 밟은 적도 있었다. 

 

낡은 장롱 안에 그를 가두고 온종일 내버려둔 적도 있었다. 

 

유치가 튀어나오도록 뺨을 때린 적도 있었다.

 

제발 그만 해달라고 비는 동생의 머리 위에 침을 뱉고 담배를 던진 적도 있었다.

 

벌벌 떨리는 입술을 혀로 몇 번이나 덧칠해 가다듬은 그녀가 물었다. 왜… 이런 거야?

 

그리고 웅크려 있던 그림자로부터 흘러나온 대답은 단순했다. 누나 아파 보여서… 아프지 말라고…

 

스르륵 주저앉는 순간 털썩하는 소리가 마음속에 울렸다.

 

자신에게, 못된 누나에게, 쓰레기 같은 가족에게 동생은 그녀가 상상한 적도 없는 행위를 저질렀다.

 

사랑받지 못한 자신은 사랑을 베풀 수 없다는 자위 질에 매달린 자신과는 달랐다.

 

똑같이 사랑받지 못한 동생은 사랑을 잃지 않았고 자신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절대 없을 거라 믿었던 사랑은 무엇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동안에도 동생은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혹시 누나…나 때문에 더 아파…? 미안해… 담부턴 안 그럴게

 

그렇게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나가려던 그의 뒤에 손길이 다가왔다.

 

그도, 그녀도 처음 느끼는 서로의 온기였다.

 

자신의 품에 다 차지도 않는 이 작고 여린 몸이 이토록 따뜻한 걸 모르고 살아왔다니

 

회한이 가슴을 쥐어짜며 눈물이 흘렀다.

 

어리둥절해 하는 그에 귀에 간신히 입을 댄 그녀가 토해내듯이 말했다.

 

아니야…가지마… 고마워… 정말… 정말로…미안해…

 

그렇게 그녀의 일상은 또 변했다.

 

술, 담배를 끊고 제 시간에 등하교 했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공부를 시도한 그녀였으나 초등학교부터 제대로 다닌 적 없는 그녀는 교과서 한 장 넘기기도 버거웠기에 어쩔 수 없이 운동으로 진로를 정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의 암 덩어리나 다름없던 그녀가 운동을 시작한다니 학생들은 물론 선생들마저 비웃었다.

 

며칠 내내 사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아주기야 했지만, 모두가 한 달도 못 넘기고 관두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부모에게 받은 건 외모뿐이 아니었다.

 

어릴때부터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술·담배에 찌든 몸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신체능력이 굉장했다.

 

거기다 이게 아니면 끝이란 심정으로 이 악물고 훈련을 견디고 노력한 덕에 날이 갈수록 실력이 곱절로 뛰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어 대회 입상을 했고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난 후엔 전국 대회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알아주던 불량학생이 지금은 학교 대표로 단상에 올라 상을 받은 것이다.

 

그 결과 전국에서 손꼽히는 체육 명문고에 진학해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었고

 

1인 기숙사실을 배정받아 그와 함께 남자를 떠나 살 수 있게 되었다.

 

원칙상으로 그의 거주는 불가능했지만 엄청난 재능을 지닌 그녀를 놓치기 싫은 학교 측에서 특별히 배려해준 덕이었다.

 

처음으로 기숙사로 온 날, 그의 손을 잡고 현관문 앞에 선 순간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사랑받고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걸로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었다니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누나 왜 울어? 혹시 또 아파?

 

애써 눈물을 참은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누나 하나도 안 아파. 너무 좋아

 

그러자 그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좋아, 뉴스에 나온 사람이 우리 누나라고 자랑했어, 나도 커서 누나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싶어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부드러운 손길에 기껏 참았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넌 이미 멋진 아이야

 

네가 준 사랑이 날 이렇게 바꿨어

 

이젠 내가 너에게 사랑을 줄게

 

속죄하고 보답할게

 

누나의 평생을 너에게 바칠게

 

사랑해

 

다짐을 마친 그녀는 그를 끌어안았다. 포근함을 잠시 즐기던 그도 누나에게 팔을 둘렀다.

 

서로의 온기와 웃음을 나눈 그들이 문을 열었다.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도 그의 미소가 있으면,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의 온기를 품으면 모든 피로가 싹 사라졌다.

 

오늘도 그녀는 그를 씻겨주며 들려주는 얘기를 즐겁게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여자아이와 놀았다는 소리가 나오자 손이 멈칫했다.

 

갑자기 왜 그러냐는 그의 물음에 아무렇지 않은 척 둘러대고 계속 씻겨주었지만

 

여자아이와 컵볶이를 먹었다느니

 

문구점 게임기로 같이 놀았다느니

 

버스정류장 까지 같이 가서 얘기했다느니

 

그런 말들이 계속 나올 때 마다 손길은 뻣뻣해졌고 가슴은 답답해졌다.

 

객관적으로 그의 외모는 귀여웠고 성격은 착했다. 이성 친구가 생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귀여운 일상에 누나로서 같이 좋아해 주고 웃어줘야 정상일 텐데 그러기가 싫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그녀 스스로 놀랄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단지 그의 앞에서 감정을 표출할 순 없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억누를 뿐이었다.

 

날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엔 어제의 잔상이 가득했다.

 

쉬는시간에 걔랑 만나고 놀려나, 같이 문구점도 가고 그러겠지, 나에 대해선 말 하려나, 그걸 들은 걔는 뭐라 생각할까, 설마 내 앞에 있을 때보다 더 크게 웃지는 않겠지? 나한텐 말 못할 비밀 같은걸 나뉜 않겠지, 걔가 나보다 예쁜 걸까, 나보다 잘 챙겨주나, 내가 걔보다 못한 걸까, 난 왜 이런 거지, 왜 날 내버려두고 걜 만나는 거지, 그가 날 떠나려는 걸까, 나를? 우리가 살던 곳을 내버려두고? 걔랑? 어디로? 어떻게? 언제?

 

훈련 시간에도 그녀의 집중은 근육의 움직임이 아닌 머릿속 의문을 풀어내는 것에 쏠려있었고

 

결국 평소엔 몸풀기로 가볍게 하던 운동조차 못하고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단 한 번도 이런 적 없던 그녀가 갑자기 다치자 같이 운동하던 학생과 가르치던 선생 모두가 깜짝 놀랐고

 

갑자기 왜 이러냐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그녀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집중이 잘 안 된다는 핑계만 대었다.

 

다행히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억지로 더 훈련을 이어갔다가 더 크게 다칠걸 선생들은 염려했고

 

덕분에 그녀는 오늘 하루 쉬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치료를 받고 나온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스스로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이상한 생각에만 집중하다가 다치기나 하다니

 

그것도 말이야, 조그만 애한테 되지도 않는 질투를 해서는

 

어? 

 

질투?

 

무심코 떠오른 하나의 단어에 그녀의 발이 멈췄다.

 

작은 단어 하나는 깨끗한 물에 한 방울 떨어진 색소처럼 순식간에 머릿속을 채워갔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친하게 어울렸다는 그 여자애를 질투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상적인 남매라면 누나가 동생이 여자애와 친하게 지낸다면 그저 귀엽게 봐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 조각들은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점차 맞춰져갔다.

 

하지만 여자애 얘기가 나온 뒤부터 줄곧 이상한 생각이 든 건 맞잖아

 

만약 질투라면 왜 내가 걔를 질투하는 거지? 나보다 더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서?

 

가깝게 지내는 게 어때서? 내가 왜 화가 나는 거지?

 

뺏길까봐? 내가 사랑하는

 

머릿속 문장이 완성되기 직전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결론이 그래선 안 됐다. 누나가 동생을 이성으로써 사랑한다니, 그런 섬뜩한 게 정답일 리가 없었다.

 

아니야…

 

아닐거야…

 

아닌가…?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머리를 비워야 했다. 더러운 생각은 씻어야 했다. 차오른 감정을 식혀야 했다.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어가며 미친 듯이 달렸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 달이 중천일 때 그녀가 돌아왔다.


발은 몇 번이나 헛디뎌 졌고 몇 걸음 걷고 나면 헛구역질로 도로 멈춰 서기 일쑤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 머릿속엔 아까와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머리끝까지 차오른 취기에 생각이 비집을 틈이 없었다.

 

그래도 만족했다. 이대로 한숨 자고 나면 낮에 했던 이상한 생각은 다신 안 떠오를 것 같았다.

 

난 누나로서 동생을 아낄 뿐인 정상적인 사람이니까

 

내가 받았던 가족의 사랑을 갚아주고 싶을 뿐이니까

 

중얼거리며 걸어오는 동안 발은 현관 앞에 멈춰 있었고 손은 문고리를 향해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를 들은 그는 미소를 띠며 현관으로 달려갔다.

 

늦은 시간까지 누나가 오지 않았다는 걱정은 뒤로한 채 반가이 맞이하러 나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이 달려나오면 똑같이 미소를 띤 채 자신을 끌어안고 잘 있었냐고 묻던 누나는

 

오늘은 자신이 오는 걸 멍하니 보더니 그대로 주저앉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잠시 후엔 눈물이 주르륵 터지더니 웃음소리가 아닌 흐느낌에 가까워졌다.

 

그 표정은 웃음이라기엔 지나치게 슬퍼 보였고 울음이라기엔 지나치게 즐거워 보였다.

 

혹시 예전처럼 또 아픈 걸까, 그의 눈에 눈물이 조금씩 괴였다.






 

분명 세상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나오며 본 모든 것들이 흐릿했고 주변 사물은 당장에라도 흩어질 듯이 일렁거렸다.

 

떠다니는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휘청거리는 현관에 선 바로 그 때

 

구겨진 시야를 뚫고 선명하게 달려왔다.

 

안개 낀 머릿속을 또렷한 목소리가 개었다.

 

성에 낀 가슴을 태양 같은 미소가 녹였다.

 

눈에 비친 건 동생이 아니었다.

 

취기 따위가 억누를 가벼운 감정이 아니었다.

 

남매간의 순수한 애정이 아니었다.

 

착각하고 외면했던 감정이 베일을 벗고 가슴을 채웠다.

 

아닌줄 알았는데, 아닐 거라 믿었는데, 아니었어야 하는데

 

정말로 동생으로 보고 있지 않았구나

 

눈물을 뚫고 선명히 보이는 얼굴에 손을 뻗은 그녀가 말했다. 너는 왜 울고 그래… 울지마…괜찮아…

 

작은 걱정을 건네는 자신이 미치도록 역겨웠다.

 

이 상황에서도 날 생각하는 착한 존재에게

 

동생으로써 누나를 아껴주는 순수한 존재에게

 

자신을 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짐작도 못 하는 존재에게

 

더러운 욕망을 품고 누나인 척 손을 대다니

 

벌레처럼 몸을 좀먹는 죄의식에 소름이 끼쳤다.

 

이젠 물러설 곳 없는 마지막 갈림길에 선 걸 인정해야 했다.

 

그를 사랑하는 건 그녀 자신만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감정을 다스려 마음 깊은 곳에 묻을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간 해온 대로 남매로서 관계를 매듭지을 수 있다.

 

하지만… 누나 울잖아… 예전처럼… 많이 힘들어 보여… 내가… 도와주고 싶어…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이 뻗은 손을 잡고 흐느끼는 걸, 간절한 목소리로 도움을 약속하는걸, 애타는 표정으로 진심을 전하는걸

 

왜 그래, 정말 왜 그래

 

난 널 동생으로 두고 싶은데

 

왜 자꾸 기회를 주는거야

 

내가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거야?

 

아니면

 

너도 날 누나로 보지 않는 거야?






 

자신이 말을 건넸음에도 누나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멍한 눈으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누나가 이 정도 까지 힘들어 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 얼마나 아픈 걸까,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한참이 지난 후에 누나가 입을 열었다. 확실해…? 나…도와줄 수 있어…?

 

그는 소매로 눈을 즉 훔쳤다. 의지가 되어야 할 자신이 눈물범벅이면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지, 내가 도와줄게.

 

주먹을 꼭 쥔 채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야 누나가 자신을 믿을 테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통할테니까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누나의 눈에선 이제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있던 누나는 조용히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누나… 갑자기 뭐…하는 거야…?

 

질문을 듣지 못한 것인지 누나는 말없이 그를 바닥에 눕혔다. 그는 당황하면서도 의심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순진하게 믿었다.

 

그 믿음은 누나가 자신의 옷을 벗긴 후 누나도 옷을 전부 벗어 알몸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혹시…목욕하면서 말해주려는 거야..?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그저 아까보다도 멍해진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누나의 볼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입에서 새어나온 거친 숨이 얼굴에 뿌려졌다.

 

그제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쳤으나 때는 늦었다.

 

3cm도 채 못 움직인 그를 억센 두 팔이 내려와 붙들었다. 손은 평소와 달리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손목을 감싼다기보단 쥐어짜는 것에 가까운 악력에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누…누나…나 아파아…

 

누나는 놔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손아귀에 힘이 점점 더 강하게 들어왔다. 손목이 끊어질 것 같았고 계속된 아픔에 눈물이 찔끔 흘렀다.

 

눈물 사이로 누나의 눈이 선명히 보였다. 자신 위에 엎드린 모습이 된 누나와의 거리는 불과 10cm도 되지 않았다. 그 눈빛에 대고 빌었다. 누나…놔줘…나 너무 아파…

 

하지만 누나는 답이 없었다. 아까보다 더욱 가까이서 숨을 내뿜는 누나는 이따금 혀로 입술을 핥았다. 


누나의 동공엔 자신이 한점 흔들림 없이 비쳤다. 느낌이 이상했다. 몇 번이나 봐온 누나의 알몸인데도, 몇 번이나 가까이서 본 누나의 얼굴인데도 너무나 낯설었다. 

 

누나.. 뭐…뭐하는 거야앗…

 

다리사이에 저릿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자 누나가 아예 몸 위로 올라탄게 보였다. 


그러고는 한 곳에 집중적으로 다리를 비벼댔다. 그곳에 살이 스칠 때마다 머리를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는 다시 뒤로 젖혀졌고 천장만이 보였다. 잠시 후 다리 사이를 무언가가 콱 조였다. 


아니, 조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울퉁불퉁한 것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계속 긁어댔다. 그때마다 철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카로운 비명이 입에서 쏟아졌다. 그가 발을 움직여 뿌리치려 한순간 누나의 다리가 발을 휘감아버렸다. 


꼼짝없이 갇힌 그에게서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비…켜줘…누…누나…

 

괜찮아…괜찮아…

 

아니야 나 전혀 안괜찮아, 하지만 목소리는 거친 신음으로 바뀌어 입에서 대신 나왔다. 


몸은 뜨거웠고 오들오들 떨렸다. 힘이 다리 사이에 전부 쏠린 건지 손가락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힘을 쥐어짠 끝에 겨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누나가 없었다. 


그림자만 있었다. 


일방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그림자였다. 


내 표정을 보지 않기 위한 것인지 눈이 없었고 내 목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것인지 귀가 없었다.

 

두려웠다. 피하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철벅 철벅 하는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머릿속엔 어릴 적 기억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누나가 내 머리를 밟던 일, 누나가 내 뺨을 때리던 일, 누나가 내 머리에 침을 뱉던 일, 누나가 날 가둬놓던 일…

 

진한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닿은 순간, 그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누나…나…오줌…마려워…


그녀는 무너지려는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 눈의 초점은 흐릿했지만, 주변은 훤히 보였다. 널브러진 옷가지, 겹친 그림자, 파들거리는 몸

 

이 모든 게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을 때, 다리 사이로 진득한 액체가 배어 나왔다.

 

피부를 적시는 그 촉촉함이 정신을 깨웠다. 이건 현실이다. 자신이 선택하고 고른 미래다.

 

기어코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는 죄악과 자기혐오가 몸을 뒤덮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된 지금이 미치도록 후회스러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누…누나…누나아….”


가슴이 들은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파르르 떨고 있는 작은 손, 자신을 향하는 애타는 눈빛, 날 향해 짓는 손짓과 표정이 너무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후회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돌이킬 수 없게 돼서 다행이다.

 

내가 짐승만도 못해서 다행이다. 

 

피식, 마른 웃음이 새어나왔다. 


끝까지 변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감탄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었다

 

조용히 그에게 다가간 그녀는 작은 손을 꼭 붙잡고 옆에 누웠다. 


볼을 비벼대는 동안 그녀의 눈은 초점을 되찾았고


반짝이는 동공은 오로지 한 모습만을 비추고 있었다.

 

사랑해

 

사랑할거야


사랑해줘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