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릿해진다.


내가 왜 이곳에 있었지?

이곳에 언제 부터 있었던 것일까?

나는 누구지?


흐릿한 시야와 함께 나에 대한 기억 또한 흐릿해져온다.


"기억해... 그 여자를 조심해... 그 여자는 내가 알던 여자가 아니야..."


나는 어지러움에 벽을 짚으며 어떻게든 이 빌어먹을 집에서 나가기 위해 걸었다.

그녀에게 갇혀있으면서 억지로 먹게된 음식들이 역류하는 느낌이다.


"마녀를 조심해... 마법사들을 조심해... 여기에서는 아무도 믿지마... 내 이름은 콜렌... 콜렌..."


'젠장... 이젠 내 이름조자 제데로 기억이 나질 않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녀를 조심하라는 것.

그녀가 나를 다시 보면 기억을 되살리려고 할 거야.

그리고 그것이 나의 마지막이겠지.


어쩌면 그녀와 만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시 되돌아 올 수도.


그러니 그 전까지 절대 잊어서는 안돼.


"마녀를 조심해라... 아무도 믿어서는 안돼... 그 여자는 내가 알던 여자가 아니야..."


혼탁해져 곧 끊어질 것 같은 정신과 뒤에서 나를 찾는 듯 돌 복도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반드시 외워야 할

말을 내뱉고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 여자는... 내가 사랑하던 여자가 아니야..."



******************



나는 온 몸에 느껴지는 고통과 덜컹거리는 느낌과 함께 눈이 뜨였다.

내가 있는 곳은 나무로 된 짐마차 안.

이 짐마차는 붉은 밧줄에 포박이 된 사람들을 태운체 흰 설산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가 도데체 어디지?'


나는 어째서 저 사람들처럼 묶여있으며, 또 누가 나를 묶었는지.

아니... 애초에 내가 어쩌다 잡혀오게 된 것인지를 지끈거리는 머리로 생각했다.


'난... 분명 용사로써 명을 받아... 마족의 군대를 이끄는 장군을 사살하라고...

그 뒤에 그 군대가 올 루트를 파악하고... 몇일 전에 미리 그 길목 근처의 마을에 도착을 했고...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윽...!!"


머리가 지끈거리며 그날의 기억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 뒤에서... 뒤에서 누군가 나의 머리를 내려치고... 주춤한 사이에

이상한 약물을...'


"이봐. 마침 깨어났군 그래."


그날의 기억을 더듬던 중 한 중후한 목소리의 남성이 나를 보며 말을 걸었다.

조용히 붉은 밧줄에 묶여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나를 보고는 드디어 말동무가 되어줄 사람을

찾은 듯한 분위기였다.


그는 덥수룩하고 목까지 기른 회색 머리카락에 며칠간 못 씻었는지, 먼지와 떄가 좀 끼어있었다.

하지만, 남자다운 그의 외모는 오히려 그런 모습과 잘 어울렸다.

그의 총명해 보이는 두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당신을 알고있소. 얼마전 우리 마을을 들렸다 간 용사님이시지?"


"...맞습니다."


"역시나! 내가 듣기로는 마족의 군대와 싸우러 가는 중이라고 하셨던데! 

캬하! 역시 용사라 불리는 사람은 다르긴 뭔가 다르구만! 군대와 싸우러가다니!

아직 젊다못해 어려보이기까지 하는데! 거 많이 힘들지않소?"


"... 아닙니다... 어차피 제 목표는 그 군대의 장군일 뿐인데요...

그보다... 당신은 어쩌다 잡히신 겁니까? 이곳에 있는 다른사람들은요?

이 마차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리고 이 밧줄..."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병걸린 병아리 마냥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 이 밧줄... 힘을 줘서 끊으려하면 오히려 힘이 더 빨려나가는 것이..."


"아아... 그거 무리해서 힘 쓰지마쇼.  그러면 당신만 힘들어질테니.

그건 마녀가 만든 밧줄이라오."


"마녀가 만든 밧줄?"


"그전에 한가지 먼저 대답을 해주자면... 우리는 지금 노예로써 팔려나가고 있는 거라오.

어디로 가느냐 하면, 마녀들이 사는 공간인 발푸르기스.

우리는 그곳 밤에 펼쳐지는 노예 경매쇼에 '상품'으로 팔려나가는 것이지."


"... 발푸르기스... 마녀...

상품으로 팔려나간다니...?"


"말 그대로라오. 노예면 노예, 촉매면 촉매. 인간이란 생물은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으니까.

그곳 마녀들 사이에서는 수요가 정말이지 많거든.

물론, 마녀들뿐만 아니라 마녀와 연줄이 있는 귀족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던지... 악마도 가끔씩 참여하기도하고...

전혀 안 어울리지만 마법사들이나 가끔씩은... 천사같은 종족도 종종 참여하오."


"... 처... 천사? 그게 무슨... 아니 그보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걸 잘..."


"허허허! 그야 나도 마녀와 연줄이 있어 몇번인가 참여해 봤으니까 알지.

그때 팔려나가는 노예나 생물들을 보면서 나에게는 저런 일 일어나지 않겠지 했는데...

사람 일이란 게 참 모를 일이라니까?"


"... 마녀와의... 연줄..."


"음? 용사님은 아는 마녀라도 있수? 마법사들과는 달리 마녀 같은 인간들은 좀 더 사람같아서 친해지기 쉬우니까.

혹시 있다면 그 사람을 통해서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


"... 아뇨... 아주 오래 전이라... 몇년 전에 일이거든요. 그리고... 그 누나는 아직 견습이였고."


"누나? 허허!"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혹시... 서로 좋아하거나 그런거 아니오?"


그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요... 좋아했는데... 고백도 했어요... 하지만 어느센가 저한테 말없이 떠났더라구요...

세간에서 들었는데 수련 끝에 마법사가 된 사람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감정을 버린데요.

아마, 그 누나가 마녀가 된 이후 제 사랑이 사라져 떠나버린 거겠죠..."


그런 이야기를 하고나니 남자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는 헛기침 한번 하고, 나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말을 이었다.


"으이구... 이 양반... 마녀랑 아는 사람이라는데... 마녀에 대해서 잘 모르시네..."


"네?"


"마녀란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마법사와는 다르답니다.

애초에 마법사라는 것이 마법을 자유자제로 다루고, 영생을 살기 위해 수련을 거듭하다, 신의 반열에 발을 내딘 인간을뜻하는 것인데.


이 영생을 산다는 것이 우리 같은 100년도 채 안되는 삶을 사는 인간과는 전혀 맞질 않은 방식이라 말이죠.

그렇기에 다른 영생을 사는 생물들처럼... 


그래 이를테면 고위종족 중 하나인 드레곤을 예시를 들어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드래곤은 고집이 센 종족이다. 라고 말하죠. 하지만, 그건 전혀 아니라오.

오히려 영생을 사는 종족 중에는 가장 고집이 덜한 종족이지.


영생을 사는데 익숙한 생물은... 그 만큼 변화에도 무심한거라오.

무엇을 느껴도, 무엇을 보아도, 설령 무엇도 보이지 않든, 무엇도 느끼지 못해도 그들은 인간들과는 다르게 아무런 변화도 못 느끼지.

그렇기에 그런 긴 시간을 살기에 적합한 것이요.


반대로 강한 마음,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그 감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지.

그렇게 누군가와 한번 사랑을 하게 된다면 수백년은 당연한 것이고, 수천년동안 그 하나만 보며 사는 것이 그 이유라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남자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인간은 변화가 쉬운 동물이기에... 그런 고위 생물들의 삶의 방식과는 맞질 않죠.

그러니 일부러 감정을 버리는 것이라오.

느끼는 것이 적으면, 그만큼 변화 또한 적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겠지.


물론, 감정을 다 버릴 수는 없는지라. 강렬한 감정 몇개만 남은... 말 그대로 인간성을 버려버린 괴물이 되는 것이오.

오직 그 감정에 이끌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지.

그런 마법사의 모습들을 싫어하는 마법사들 또한 있는 법이고...


마녀들과 마남들이 그런 마법사가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마법사와 같은 반열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인 것이오.

하지만, 그들도 영생을 살게되면서 딱 필요한 정도의 변화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그닥 반대를 안하오.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지."


"처음... 그대로의 모습?"


"마녀로써 또는 마남으로써 그 경지에 도달한 순간 그 순간에 그 사람의 인격이 고정된다고 보면 된다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은 여러 경험을 하면서 변하게 되는 것이지만, 마녀나 마남은 그때 그 인격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해도, 아무리 달라지고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해도, 그 마녀의 내부에 있던 초심은 전혀 사라지지 않은체.

오히려 그때 느꼈던 감정, 상태는 그에 맞먹을 정도로 커지게 되는 거지.


마녀로써 태어난 그 상태로, 평생을 살아간다 보면 되는 것이오.

딱히... 마법사와 큰 차이가 없죠?


단지... 마법사와 마녀는 도달하는 방법의 차이일 뿐 사실상 괴물에 가깝다보니...

한쪽은 감정을 버리는 것으로... 또 한쪽은 버리지 않으면서도 처음의 그 상태에서 변하지 않는 것으로...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죠.


뭐 내가 느끼기에 가장 사람같은 마녀와 친구가 되기도 좋고, 말도 잘 통하기에 좋지만...

동시에... 그만큼 무서운 존재도 없죠.


당신이 아는 사람이 마녀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면, 내 예상컨데 그녀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 떠난 것이 분명하오."


"... 날 지킨다고요? 어째서?"


그가 이제부터가 가장 재밌는 이야기라는 듯 입꼬리를 씰룩씰룩 거리며 입을 때려던 그 순간이였다.


"이봐! 잡담들은 그만하고, 이만 내려!"


마부석에 앉아있던, 검은 로브를 입은체 후드를 푹 눌러쓴 남자가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쳇! 지금부터가 중요한 이야긴데..."


앞에 앉아있던 남자는 아쉽다는 듯이 그 마부를 보며 중얼거렸고,

마부와 그를 도우러 온 일꾼들은 짐마차의 문을 열어 차례차례 쓰러질 듯 해보이는 사람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 말을 명심하쇼. 인간성을 버리기 싫어 마녀라는 길을 선택했다고 해도...

그들도 결국 마법사의 한 분류일 뿐이니까."

하면서 그는 그를 끌고가려던 남자에게 뒷덜미를 잡힌채 마차를 내려 어딘가로 끌려갔다.


"마법사랑 사랑을 한다는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소리요!! 그리고! 아마 당신을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도 그 사람일 수 있어요!! 

어쩄든 행운을 빕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갔지만, 그는 큰 목소리로 나에게 소리쳤다.

왜 그는 노예로 팔려가는 상황인데도 저렇게 당당할까?

왜 아무런 일말의 불안감도 없이 쉴새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지?


속으로 그에 대한 강한 인상이 심겨진 체, 나도 노예 경매장 대기실을 향해 끌려가듯 발걸음을 옮겼다.



**********************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많은 참가자 여러분!!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대 앞쪽에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무대 뒤쪽인 이곳까지 울려퍼졌다.

발푸르기스의 경매장.

소문으로만 들어봤다.

마녀들의 세계에서 이뤄지는 경매장이며, 이 곳에서 거래되지 않는 물품은 거의 없다고 일컬어지는 거대한 경매장.

온갖 희귀한 것이며, 흔한 것까지, 가치가 있다 판단되는 모든 것이 이곳의 경매에 올라가게 되기에

수집가나 희귀한 재료 등을 사려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꿈의 낙원.

동시에 이 발푸르기스라는 차원틈은 오직 들어오는 것을 허락받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기에 꿈 속에 꿈과 같은 곳이다.


노예 경매 대기실에서 붉은 실에 묶인 체로, 쇠 철창살에 갇힌 나는 어두운 공간 안에서 그저 오두커니 앉아 시간을 보냈다.

대기실 안쪽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 불안에 떠는 소리, 그리고 누군지 대충 알 것 같은... 저 멀리서 쉴 새 없이 떠드는 소리가

이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나의 상태, 나의 임무, 나의 미래도.

딱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 딱히... 용사로써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고... 나 말고도 여럿 있으니까

나 하나 사라진다고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


애초에 나는 용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니까.

단 한명.

단 한명의 여자를, 그저 한쪽 구석에서 자신의 한계에 훌쩍이던 그 누나를 위해.

그 누나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지켜줄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였으니까.


"... 하아..."


어느날, 누나는 마녀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날의 누나의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나 기뻐하는 표정에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으니까.

하지만, 누나는 그런 나의 표정을 보고는 굳어지더니 나에게 말도없이

그저 편지 한봉투만 남긴체 떠나버렸다.


그 편지의 내용도 나는 마녀, 너는 용사의 길을 걸으니 함께 할 수 없다.

나는 마녀로써의 나의 삶이 있는 것이니, 너도 너의 길을 걸어라.


대충 이런 내용의 성의 따위는 보이지 않던 내용이였다.


주변에서는 누나를 욕하면서 나를 위로해주려고 했다.

이제 마녀니까. 마법사들은 감정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등등.


하지만, 오늘 한 남자의 말이 신경이 쓰였다.


[인간성을 버리기 싫어 마녀라는 길을 선택했다고 해도... 그들도 결국 마법사의 한 분류일 뿐이니까.]

[그녀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 떠난 것이 분명하오.]

[당신을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도 그 사람일 수 있어요!]


'그 남자의 말이 뭐라고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 난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간성을 버리기 싫어 마녀의 길을 걸었다.

누나는 나에게 마음이 식어 떠나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곁을 떠났다?

어째서?

무엇에게서...


그리고... 나를 납치하라고 시킨 것이 누나라고?


"... 그게 만일 사실이라면..."


나는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는 망상에 헛웃음을 지었다.


"사실이라면... 한번... 다시 한번 왜 떠났는지... 물어봐도 될까...?"


그렇게 깊게 생각이 빠져있을 때, 대기실을 가리던 암막 커튼이 열렸다.


노예 경매 시간이 된 것이다.



*************************



앞에 있는 노예들은 순식간에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름 엄선해서 납치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라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서 나와 대화했던 남자도 팔려나갔지만,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관객석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고,

그는 어느 한 마녀가 압도적인 금액을 제시하면서 순식간에 팔리게 되었다.


[자! 다음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소개합니다! 제니파 왕국의 용사 중 하나! 콜렌 D 패스폴리아!]


커튼이 열려지고, 나는 밝은 빛이 뿜어져나오는 밖을 향해 나아갔다.

어두운 곳에 있다 밝은 곳에 가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눈은 금새 익숙해졌다.


나의 옆에서는 이상한 쇠막대기를 든 광대가 나에 대해 요란하게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무대 뒤쪽 대기실에 있을 떄만 해도 그가 목청이 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저 막대기가 목소리를 몇배

증폭시키는 것 같았다.


나는 관객석을 고개를 돌려보았다.

혹시나 내가 아는 얼굴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찬찬히 찾아보았지만,

관객석에는 이미 수백, 아니 수천은 가볍게 넘어보이는 사람들이 마치 콜로세움과 같은 곳에 빼곡하게 둘러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


나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그냥 아무렇게나 되라는 식으로 바닥을 보았다.

바닥에는 피가 묻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앞서 어느 한 노예가 자신의 혀를 자신의 이로 배어물어 자살하려는 소동이 있었는데,

그 흔적이 채 다 지워지지 않았던 모양이였다.


'나도 언젠가 저런 흔적이 되겠지.'


[그럼!]


광대가 소개를 마치고 경매 시작의 신호를 준비하자 관객석에서는 묘한 흥분이 뿜어져나왔다.


[경매를! 시작!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팻말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관객들 중 한 여성의 목소리가 그 경매장에 크게 울려퍼졌다.


"20,000,000,000 골드!!"


그 목소리에 흥분에 가득찼던 경매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던 것이 97억 골드, 5대 마왕의 심장만을 억지로 되살려내놓은 촉매였다.

그런데 고작 한 왕국의 용사 한명을 사는데 그에 약 두배나 되는 가격을 제시한 것이였다.

나도 놀랐지만, 내 옆에 있는 온종일 밝게 웃으며 상품을 소개하던 광대 또한 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 이... 이백.... 이백억 골드가 나왔습니다!!! 이번 경매 역대 최대 금액!!! 다른 분!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할 분은 없으십니까?!

바로 카운트를 새겠습니다! 5! 4! 3! 2! 1!"


광대의 카운트 다운에도 그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금액이라면 다른 촉매들을 더 사거나, 이 경매의 마지막에 나올 하이라이트들을 사기위해 돈을 더 아껴야만 했다.

이런 노예 경매에서는 적당히 돈을 아끼는 것이 상식인 경매자들은 그 것보다 높은 가격을 부른다는 것은

커다란 손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낙찰되셨습니다!!! 9821번! 9821번 님께서 용사! 콜렌 D 패스폴리아를 낙찰하셨습니다!!

9821번 님께서는 무대 위로 올라와 상품을 확인해 주십시오! 이번 특별히! 절차를 최소화 하고!

바로 가져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광대는 나를 낙찰한 여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보니 직접 자신의 눈에 담고 싶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 여인이 로브를 깊게 눌러쓴 체로 관객석 사이로 계단을 내려가며 무대를 향했다.

그 여자는 그렇게 나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로브의 후드 부분을 뒤로 넘기며 나에게 얼굴을 들어냈다.


"..."


나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있다.


"누나...?"


"안녕? 콜렌."


나를 떠났던 나의 첫사랑이 나의 주인으로써 내 앞에 서있었다.



-------------------------------------------------------------------


못쓴다면 그냥 단편으로 계속 다양하게 많이 쓰는 수 밖에 없는거지?

그러면 언젠가는 잘 쓰게 되는거지? 그런거지?



ps) 첫 장면인 수다쟁이 아저씨와의 대화는 스카이림을 생각하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