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https://arca.live/b/yandere/6806001




“얀순아?”


“응?”


얀순이는 늦은 시간의 얀붕이와 자신, 둘밖에 없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마천루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디저트까지 다 먹은 뒤 그 말을 듣고 눈을 떴어.


“이제 우리가 사귄 지 13년인가?”


“응. 맞아. 고백한 걸 기준으로 하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27살이 된 지금까지 사귀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참 오래 사귀었구나. 얀순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명문대로 진학해서 같이 성공하게 되어 지금까지 사랑을 이어갈 거라고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는 상상도 못 했는데. 미소 지은 채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얀붕이를 바라보며 얀순이는 미소 지었어.


“그런데, 오늘은 일도 일찍 끝내고 이렇게 좋은 곳으로 데려와 주다니... 나한테 프로포즈라도 하려는 거야?”


후후, 하고 얀순이는 살짝 웃었지. 깔끔하고 세련된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채로, 여전히 어릴 때와 변함없이 긴 흑발을 살짝 매만지며 얀붕이를 바라보았어. 대기업에 입사해서 회사 경영이라는 요직을 맡으며 능력을 발휘하는 얀붕이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여전히 변함없이 자신만을 사랑해 주는 얀붕이에게 고마움을 느꼈지.


“그건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지금 당장은 못 말해 줘.”


키도 어렸을 때보다 훌쩍 커져서는, 여전히 살짝 부끄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얀붕이의 모습을 보고 얀순이는 정말로 귀엽다고 느끼며 미소 지었지. 나도 얀붕이처럼 저렇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얀순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어. 사실 얀순이도 대기업에 들어가 디자인의 총책임을 담당하는, 중요한 요직에 앉아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좋아. 프로포즈 안 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니까, 언젠가는 할 거라는 이야기겠네? 기대해도 되는 거야?”


얀순이는 여전히 웃으며 미소 지었어. 이제 밤에는 얀붕이에게 리드당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가끔씩 이렇게 자신이 끌어들이는 것도 기분 좋았으니까. 얀붕이는 여전히 얀순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지. 그리고 이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어. 평소와 같은 귀여운 미소가 아닌, 꽤나 진지해 보이는 표정을.


“있지, 얀순아.”


“응? 왜?”


“만약에 내가 지금 프로포즈를 한다면 어떨 것 같아?”


“으... 응?”


얀순이는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하며 살짝 얼굴을 붉혔지. 설마 지금 프로포즈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얀붕이 말로는 조금 더 뒤에, 레스토랑을 나간 다음에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이제 사귄 지 13년이 됐다고 했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랑 대학교까지 졸업하고... 우리 둘 다 성공한 지금까지. 정말 오랫동안 변함없이 날 사랑해 줘서 얀순이한테 언제나 고마웠어.”


얀붕이는 꽤나 진지한 어조로, 하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미성으로- 천천히 얀순이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얀순이는 온 몸에서 고양감을 느끼며,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를 생생히 듣고 있었어.


“정말 많이 기다렸잖아. 내가 얀순이에게 고백하게 될 때까지도, 얀순이랑 내가 처음으로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조금씩 진도를 나갈 때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사랑을 조금씩 키워 갔지만, 결혼이라는 건 시간이 많이 흘러야 비로소 그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얀순이는 지금까지 13년 동안, 얀붕이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그 소중한 기억들을 천천히 떠올려 갔어.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얀붕이를 사랑했고, 얀붕이 또한 변함 없이 얀순이만을 사랑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


“몇 번이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좋아한다고 말해도, 고맙다고 말해도... 도저히 내 사랑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어. 전하고 싶은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없었다는 게 조금 분하기도 하고 말이야.”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도, 좋아한다고 말해도- 얀순이가 알고 있는 모든 표현들을 동원해도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가지는 마음을 전부 표현할 길이 없었어. 얀순이는 지금 얀붕이와 같은 생각과, 같은 마음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며, 조금씩 더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어. 고양감을 더 생생하게 느껴 가며, 얀붕이의 말은 계속 이어졌지.


“얀순이는 나를 이렇게나 사랑해 주는데...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온전히 얀순이에게 전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언제나 항상 해 가면서 머리를 싸맸고, 지금에 와서야 그 해답을 깨달았어.”


얀붕이는 미소 지으며 얀순이를 바라보았어. 그리고 조용히 얀순이의 희고 고운 손을 탁자 위로 올린 뒤 부드럽게 그 손을 잡았지. 얀순이는 따뜻한 얀붕이의 온기를 느끼며, 사랑한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었지만 고양감과 감격이 섞인 신비로운 감각에 온 몸이 마비되어 입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얀붕이의 말을 듣고 있었어.


“평생 동안 얀순이를 사랑하면 되겠다고. 하루 종일, 일 주일, 한 달, 1년이고, 언제나 항상 얀순이를 바라봐 주고 곁에 있어 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 해가 져도,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언제까지고 얀순이를 사랑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얀붕이는 이내 가방에서, 정확히 붉은 장미가 101개 - 사랑을 뜻하는 꽃이, 결혼해 달라는 숫자와 같은 의미의 숫자를 가진- 가 꽃힌 꽃다발을 꺼낸 후, 고급스러운 작은 흰색 상자 하나를 꺼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얀순이의 자리 옆으로 향했어. 얀순이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몸을 돌려 얀붕이를 바라보았어. 얀붕이는 미소 짓고선 꽃다발을 얀순이의 품에 안겨 준 뒤, 한쪽 무릎을 꿇고선 얀순이를 올려다 보며 말했어.


“정말 사랑해, 얀순아. 나랑 결혼해 줄래?”


마침내 얀붕이의 - 흰 상자를 열고, 작지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박힌 은색의 반지를 보여 주며 - 그 말을 듣자 얀순이는 감격에 차올라, 눈꺼풀을 내리깐 채 살짝 달싹이며 입가를 가리고 눈물을 흘렸어. 나도 정말로 사랑해. 얀붕아, 정말로 고마워. 방금 전에 말한 걸로 난 얀붕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완전히 깨달았지만, 난 도저히 나의 사랑을 너에게 전할 방법을 모르겠어. 얀붕아, 나도 널 평생 동안 사랑할게. 언제나 항상 곁에서 널 지켜 주고, 죽을 때까지 평생을 너와 함께,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서 살 수 있게 해 줄게. 얀순이는 또 다시, 사람은 기뻐도 눈물을 흘린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눈물을 닦고 여전히 미소 짓고 있는 얀붕이를 내려다 보았어. 얀순이는 마침내 얀붕이의 무한한 사랑에 대한 대답을, 울먹이면서도 잠긴 목소리로 고했어.


“응. 좋아- 나도 정말 사랑해, 얀붕아. 너만을 평생 동안 사랑할게...”


“정말 고마워. 사랑해, 얀순아.”


얀붕이는 얀순이의 왼손을 부드럽게 가져 와서는, 약지에 반지를 조심스레 끼웠어. 얀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꽃다발을 들고 얀붕이를 껴안았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 달콤한 향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눈물을 흘렸지. 정말로 사랑해. 사랑해- 그 말을,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반복한 그 말을 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느껴 왔지만 도저히 자신에게 배일 수 없었던 그 향기를, 언제나 항상 미소 지어 주는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밤이면 밤마다 오로지 자신 하나만을 사랑해 주는 몸을, 몇 번이고 느껴 왔던 이 따뜻한 온기를, 얀붕이의 모든 것을 사랑했어.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살아 가게 해 줄게.”


“고마워, 정말로...”


얀붕이는 얀순이를, 13년 전보다 훌쩍 커 버려서 이제는 모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결코 변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품에 안았어. 로맨틱한 둘만의 장소를 빛내는 레스토랑의 조명과,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은 둘을 축복하듯이 거리에서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의 불빛이 아름답고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어.





“신부, 입장합니다.”


얀순이는 붉은 장미가 가득히 꽃힌 부케를 들고, 순백색의 아름다운 웨딩 드레스와 고급스러운 면사포를 걸친 채로 꽃이 가득 피어난 정원처럼 디자인된 야외 결혼식장의 한가운데에 놓인 붉은 버진 로드를 걸어가고 있었어. 그 아름다운 모습에 의자에 앉은 하객들은, 얀순이를 넋 놓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지.


‘오늘따라 날씨가 정말 좋구나.’


화창한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예식장에 빛을 비추는 따뜻한 봄의 태양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마침내 완전히 서로의 사랑을 온전히 알게 된 얀붕이와 얀순이를 축복하는 듯한 날씨였어. 얀순이는 저 멀리, 꽃이 아치형으로 얽혀 피어난 단상에서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얀붕이의 모습을 보고선 미소 지었어.


‘나는 지금 정말로 행복해. 얀붕이도 분명 진심으로 행복해할 거야.’


이제 서로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었어.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버진 로드를 걸어가는 얀순이는 바람의 방향과, 봄 날씨의 따뜻함과- 얀붕이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어.


‘얀붕아,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예정인 너를, 죽을 때까지- 이 목숨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사랑할게.’


마침내 버진 로드를 전부 걸은 후 단상에 오른 얀순이와 얀붕이는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어. 오늘따라 더욱 빛나 보이는 얀붕이의 매력적인 모습에 정신을 잃어 버릴 듯한 감각이 들었지만, 아주 중요한 결혼식인 오늘을 망칠 수는 없었기에 얀순이는 애써 참아 냈어.


‘아... 예쁘다.’


얀붕이는 얀순이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후, 그 생각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어. 흰 웨딩 드레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얀순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한다는 말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뇌었지.


“먼저, 이 결혼에 반대하는 분이 계십니까?”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주례사는 결혼식장의 청중에게 말했어. 간단하고 형식적인 의례였고, 이렇게나 경사스러운 결혼식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무도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얀붕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고, 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얀붕이 하나 뿐인걸.’


얀순이는 미소 지었어.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었고,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드디어 진정하고도 완전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성취감에 얀순이는 마음속으로 감격했지.


“신랑 ———은 신부 ———을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주례사는 얀붕이와 얀순이의 이름이 들어간, 혼인 서약서에 동의하는지 얀붕이에게 물었어. 얀붕이는 미소 지으며 당당한 목소리로, 얀순이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했어.


“맹세합니다.”


평소와 다름 없이 평정하지만, 어딘가 기뻐 보이는 듯한 그 목소리에 얀순이는 미소 지었어. 사랑해, 얀붕아.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몰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부 ———은 신랑 ———을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나는 앞으로도 얀붕이를 계속 사랑할 거야. 전부터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말이야. 정말로 사랑해.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줄게. 얀순이는 속으로 생각하며, 맑고 투명하며, 높은 어조의 기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얀붕이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했어.


“20XX년 4월 6일, 신랑 ———과 신부 ———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주례사는 마침내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이내 하객들의 두 사람을 축하하는 박수 소리가 회장에 울려 퍼졌어. 얀순이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며 얀붕이를 바라보았어.


“고마워.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 줄게.”


얀붕이는 미소 지은 채로 조용히 속삭였어. 얀순이는 정말로 기뻐 보이는 미소를 한 채로 조용히 대답을 속삭였어.


“나도. 얀붕이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줄게.”


그 말을 주고 받은 뒤로, 결혼식은 탈 없이 예정대로, 행복한 분위기로 진행되었어. 주례사를 듣고, 축가를 듣고, 서로의 부모에게 인사를 올리고, 내빈들에게 인사를 올린 후, 마지막 이벤트가 시작되었어.


“신랑 신부, 퇴장하겠습니다.”


얀붕이와 얀순이는 그 말을 듣고, 서로의 손을 잡은 채 버진 로드를 걸어 갔어.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을 들으며 둘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어.


“부케는 누가 받을까?”


그 말을 하고 얀순이는 결혼식의 끝을 알리기 위해, 부케를 던졌어. 장미 꽃잎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며, 누군가가 부케를 받는 소리가 났지. 하지만 얀순이는 누가 받았는지 딱히 신경쓰지 않았어. 지금은 얀붕이에게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나 정말 행복해, 얀순아. 우리가 드디어 결혼한 게 너무 기뻐.”


얀붕이는 미소 지으며 얀순이를 내려다 보았어. 얀순이는 거짓 없이 밝게 웃어 보이며, 얀붕이에게 말했어.


“나도 너무 행복하고 기뻐. 얀붕이랑 앞으로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아.”


둘은 이제 버진 로드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어. 마침내 양 옆에서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꽃잎이 하늘 위로 날아올라, 두 명을 축복하듯이 휘날리며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 냈어.


“얀순아. 이 결혼식에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어.” 


얀붕이는 얀순이의 입가에 떨어진 꽃잎을 조심스레 치우고선, 얀순이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어.


“으응, 뭐야?”


얀순이는 조용히 얀붕이의 말을 듣고 미소 지었어. 어떤 말을 해 줄까- 정말로 기대되었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마침내 얀붕이는 결혼식장에서 마지막으로 할 말을 전했어.


“사랑해.”


”나도.”


얀순이와 얀붕이는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어. 이제 서로의 온기와 따뜻한 감촉,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채로 얀순이는 눈을 감았어.




일제 얀데레 쓰다가 순애물 방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둘이 서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해피 엔딩으로 완결 내 봤어. 지금까지 봐 준 사람들한테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