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라이트" 이것이 내가 사는 마을 안에 한 명밖에 없는 대장장이의 아들인 나의 이름이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아르젠 실비르"라는 아름다운 은빛의 머리카락과 새벽의 달처럼 푸른 눈을 가진 미인의 소꿉친구 아니 약혼녀가 있다. 뜬금없이 그녀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3년 전 그녀는 여신에게 성녀로 선택받아 용사와 함께 마왕을 퇴치하라는 명을 따라 수도로 떠났는데 오늘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드디어 용사파티가 마왕을 물리쳤다는 소식과 3일 후 그녀가 이 마을에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그녀의 3년 전 모습을 회상하면서 지금은 더 아름다워졌겠지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나는 그녀가 돌아오는 날 저녁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에게 청혼을 할 생각이다. 매일 지옥 같았던 성녀인 그녀를 지키기 위한 검술훈련 그리고 우리 집의 가업을 물려받은 나의 모습을 본다면 그녀도 놀라겠지. 결혼반지또한 이제 정식 대장장이인 내가 직접 만든 반지이니깐 울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어울리는 은과 금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금이 너무 비싸 금만 비슷한 황철로 만든 이 반지는 내가 보아도 걸작이었다. 언젠가는 꼭 금과 은으로 만들어 줄 거니깐 그녀도 이해하겠지. 


그렇게 3일이 지나 그녀를 마중하러 나온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곳에서는 그녀와 용사 "아우론 골디"가 서로 입을 맞추고 손을 마주 잡고 있었는데 그 손에는 금빛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들은 내가 근처에 온 걸 눈치를 못 챘는지 계속 키스를 하다가 점점 격해지다가....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아니 이마을 떠났다. 그들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나보다 훨씬 빛나고 찬란해 보였다. 나는 그 빛을 볼 수 없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로? 북쪽으로? 아니 남쪽으로?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날 이후 한 자루의 황철 검을 가진 사내는 마을에서 사라졌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