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yandere/7622593

2화: https://arca.live/b/yandere/8048186

3화: https://arca.live/b/yandere/8050757




"누구지. 호텔 지배인인가?"

"내가 나가볼테니까 넌 조용히 하고 있어."

이리나는 묶여있는 나를 문에서 안보이는 사각지대로 옮겼다.

그리곤 권총의 슬라이드를 한 번 잡아당긴 후 문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팀장님 저 예구다입니다."

이리나가 문을 열자 까까머리를 한 남자가 들어왔다.

"팀장님. 상부의 지시로 지원 파견 나왔습니다."

"....."

"탈출 했다는 놈이 저 놈인가요?"

남자는 나를 가리키며 이리나에게 물었다.

"응, 저 자가 바실리 야로슬라비치 마토예프다."

"역시 팀장님이십니다. 일주일만에 놈을 추격해서 결국 잡으셨네요."

남자는 나를 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예구다..."

"네. 팀장님."

"내 위치는 어디서 확인하고 온거지?"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상부에서 여기로 가라고 알려줬죠."


"...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가 어디로 간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

"상부에도 말한 적 없었어. 어디서 듣고 온거..."


그 순간, 남자는 코트 안 쪽에 재빨리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코트 속의 총을 빼들기도 전에

이리나의 권총이 먼저 불을 내뿜었다.


타앙-!


남자는 가슴팍에 총을 맞고 고꾸라졌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그에게 이리나가 다가가 총을 겨눴다.

"말해! 어디서 듣고 온거야!"

남자는 피를 토해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쿨럭... 사실 상부에서... 최근에 팀장님을 주시했습니다..."

"뭐?"

"단독적인 일을 한다고... 의심 중이여서..."

"....."

"그래서 저에게 팀장님을 따라가라고... 죄송합니다... 커흑..."

"아니야. 넌 잘못한거 없어. 명령을 따랐을 뿐인데."

남자는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젠장... 이제 나까지 쫒기는 신세가 됐네..."

"그러게 누가 날 쫒아오랬나."

"넌 절대 포기 할 수 없어!"

"후우- 됐다... 일단 이거나 빨리 풀어봐."

단단히 묶인 포박을 이리나는 간단히 풀어냈다.

나는 남자의 코트를 뒤져 권총과 탄알집을 챙겼다.

"아, 여기 차키도 있네."

"연락이 없으면 본부에서 또 사람을 보낼거야."

"... 일단 여기서 빠져나간 다음에 얘기 하자..."


국경에 다다르니 일전에 있던 총격 때문에

수비대가 검문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리나의 위조 여권 덕분에 별탈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스웨덴으로 향하는 동안

이리나와 나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차 안은 고요한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동이 트기 전 영업 중인 시골 호텔을 찾아 체크인했다.

주변을 경계하면서 누가 미행하진 않는지 확인하며

우리는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야 -"

"왜?"

"아까 너한테 맞은 곳. 입 안이 찢어졌어."

"잠깐만 있어봐."

이리나는 가방 안을 뒤적거리다가

알코올과 소독용 솜, 핀셋을 꺼냈다.

마치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준비한듯.

"거기 앉아있어봐."

침대에 걸터 앉으니 이리나가 옆에 앉아

솜에 알코올을 적셔 상처난 곳을 드레싱했다.

"아, 아!"

"아파도 조금만 참아봐."

입 안을 보느라 이리나의 얼굴이 가까웠다.

나는 소독 받는 동안 이리나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금빛으로 똑떨어지는 단발 머리에

살짝 날카로운 느낌의 커다란 눈

오똑한 코

하얀 피부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

이리나는 예전이랑 다를 바가 없이 똑같군.



예전이랑 다를바가 없는 이 아이가...

그 순수하고 착하던 아이가...

나를 군대에서 빼내려고 가짜 혐의까지 씌우고...

묶어놓고 때리고...



짝!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나 이리나의 뺨을 쳤다.

갑자기 뺨을 맞은 이리나의 표정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곧 싸늘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 무슨 짓이야."

"갑자기 화가 치솟아서 말이야. 아까 맞은 것도 있고."

"까불지마!"

이리나가 또 다시 주먹을 날렸다.

근데 이번엔 나도 손이 자유롭거든.

얼굴로 향하는 주먹을 재빨리 잡아냈다.

"이거... 놔...!"

이리나가 훈련을 거듭해 힘을 단련시켰다지만,

이 쪽도 공수부대에서 훈련 받은 몸이다.

손을 꽉 쥐고 놓지않자 이리나는 빠져나오려고 안간 힘을 썼다.

"애초에 네가 안 떠났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 나쁜 새끼야!"

이리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놓으라고오!"

손을 놓으니 이리나의 손에 빨갛게 내 손자국이 남았다.

이리나는 꽤 아팠는지 손을 쥐며 날 흘겨보았다.

마치 떠나던 날 문틈으로 노려보던 그 눈빛 같군.

그 때가 생각나니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 물론 간첩으로 몰았던건 괘씸하지만.

뭐, 이미 같이 쫒기는 신세인 이상 지나간 일이겠지.

"....."

"... 뭘 그리 보고 있는건데..."

조용히 입을 닫고 이리나를 바라보다가 꼭 안아주었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허그에 이리나는 흠칫 놀란듯 하다.

"미안해.. 나 때문에 고생 많았지."

"....."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나도 미안..."

나와 이리나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리나의 눈가에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곧바로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인듯...

한참을 입을 맞춘 후 떼어내니 침이 실처럼 주윽 늘어났다.


"....."

"... 우리 샤워나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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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 좀 많이 읽어둘걸

글 쓰기 더럽게 힘드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