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윽.. 머리아파... 뭘하고 있던거지..?

 

“앗 얀붕아!일어났어?”

 

“... 흐앗!”

 

뭐야..? 내가 왜 얀순이에게 무릎베게를 받고있는거야?

 

“앗.. 갑자기 일어나도 괜찮아?”

 

“내가 왜 벤치에서 너한테 무릎베게받으며 누워있던거야..?”

 

“기억안나? 아까 롤러코스터를 타고난 이후로 어지럽다면서 쓰러졌잖아! 괜찮은거지..?”

 

롤러코스터..?

 

주변을 둘러보고나서야 알았다. 지금 있는곳이 놀이공원이라는 것을.

 

“하아... 지난주부터 같이 드림랜드에 오는거 기대했었는데...”

 

“... 너랑 나랑만.. 여기 왔던거야..?”

 

“..? 얀붕아 그게 무슨소리야.. 지난주부터 드림랜드로 데이트 가자고 말한건 너잖아?”

 

“데이트..? 그냥 소꿉친구인 너한테 내가 왜..?”

 

“...뭐?? 그게 무슨말이야!!”

 

“응..?”

 

“우리 사귄지 몇 년이나 됐잖아! 갑자기 왜그래?? 어디 아픈거 아니야??”

 

“으윽.. 아까부터 머리아프긴 한데..”

 

“빨리 병원부터 가자 얀붕아!! 머리다친거면 위험할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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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어떻게 나랑 사귀었던 기억만 싹 사라질수 있는건데...”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했지만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 아니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나랑 얀순이가 사귀었던 기억만 사라졌다는 것.

 

친구랑 부모님에게 문자로 물어보니 몇 년 전부터 사귀었던 것은 진짜였던 것 같다.

 

“... 얀붕아.. 진짜 하나도 기억이 안나?”

 

“응..”

 

“너가 나에게 고백했던것도?”

 

“응..”

 

내가 고백했었구나..

 

“너에게 직접 발렌타인 초콜릿 만들어줬던것도..?”

 

“응...”

 

“... 크리스마스에... 그렇게 격렬하게 했던것도..?”

 

“응..?”

 

거기까지 진도를 나갔던거야???

 

“... 나와 사귀었던 기억만 전부 사라지다니... 이건 혹시.. 내잘못일까..?”

“니 잘못 이라니? 이건 그냥 사고잖ㅇ”

 

“아까 의사선생님이 말했잖아.. 심리적인 이유로 뇌가 기억을 지운걸수도 있다고..”

 

아.. 분명 그런 말을 했던거 같기도..

 

“내가.. 얀붕이 너한테 너무 부담을 줘서.. 너를 힘들게해서 이런일이 생긴걸수도 있잖아.. 나 때문에...”

 

“얀순아..”

 

“엣..?”

 

내가 얀순이를 안아주자 얀순이는 당황한듯한 소리를 냈다.

 

“나는 너랑 사귀었던 기억은 없지만.. 너랑 같이 지냈던 평범한 기억들은 남아있어, 니가 어떤 아이인지 나는 잘알아..”

 

“...”

 

“네 탓이 아니야.. 너의 그 상냥함 만큼은 기억하지 못해도 느껴지니까..”

 

“고마워..”

 

얀순이는 웃으며 나를 안아줬다.

 

그렇게 서로를 안주고 위로해주는 시간이 끝나고..

 

“그러면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까 슬슬 집에 가야지.”

 

“얀붕아 오늘은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혹시 또 무슨일 생기면 안되잖아... 아 그러고보니 내일 학교는 어떡하지..?”

 

“기억만 조금 사라진건데 학교는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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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얀붕, 어제 얀순이랑 싸웠냐?”

 

“아니.”

 

“맨날 붙어다니더만 오늘은 딱히 붙어있지를 않잖아?”

 

“그런거 아니야..”

 

“뭐 싸울수도 있지~ 아 맞다 아까 어떤 1학년 여자애가 너한테 이거 전해주라던데.”

 

“뭐?”

 

친구는 나에게 한 편지를 건내줬다.

 

열어서 읽어보니 학교가 끝나면 지금은 안쓰는 건물에 있는 제3동아리실로 와달라는 글이었다.

 

“뭐야 얀붕, 프로포즈야? 설마 가려고?”

 

“편지를 받았는데 일단 가기는 해야지.. 거절하더라도 만나서 거절하는게 예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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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얀붕선배! 와주셨군요!”

 

“너야? 날 불렀다는거..”

 

“네!”

 

작은 체구의 그녀는 책상에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말했다.

 

“선배.. 최근에 얀순선배랑 사이 안좋아 진거 같던데...”

 

“.. 별일 아니야, 그거 얘기하려고 부른거야?”

 

“아뇨! 제가 그동안 계속 하고싶었던 말이 있어서요!”

“뭐야?”

 

“.. 저랑 사귀어 주세요!”

 

역시.. 하지만 나는 이미 얀순이랑.. 사귀는사이...였을테니까 거절해야지..

 

“미안하지만 난..”

 

“최근에 얀순선배랑 대화도 잘 안했잖아요! 오늘도 뭔가 관계가 서먹한거 같았고..”

 

“그건...”

 

...기억을 잃은걸 말해도 되는걸까..? 괜히 그걸로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지금 답해주시지 않아도 되요! 주말까지 고민해서 말해주세요~ 여기 제 연락처에요~”

 

“야 잠ㄲ”

 

... 이름도 모를 1학년은 이렇게 자기할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 그런데 그 아이.. 조금 내취향이었... 아니 난 얀순이가 있잖아!!!!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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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어제 약속있다고 먼저 가버렸잖아~”

 

“응? 응 얀순아, 그게 왜?”

 

“내가말이지~ 이런건 촉이 좋아서 따라가봤거든~”

 

.. 따라왔었다고..?

 

“그런데 말이지~ 들어버렸거든~”

 

얀순이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제 니가 다른 여자애한테 고백받는모습.”

 

“아..그... 난 받아들이지 않았..”

 

“거절도 안했잖아?”

 

“그.. 너무빨리 가버려서 못했어..”

 

“연락처는 받은거같은데, 전화로 거절했어?”

 

“아직....”

 

“하아..... 예전부터 이랬지.. 너는 너무 상냥해서 다른사람이 하는 부탁같은걸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거.”

 

얀순이가 나의 뺨을 어루어 만지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이건 좀 다른 문제잖아? 너는 고백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는데... 그렇지?”

 

“응...”

 

“... 전화로 거절 할거지?”

“응..”

 

“... 뭐 좋아!”

 

얀순이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얀순이가 화내는 모습은 처음봤어...

 

“아 그러고보니 집가서 찾아봤는데 기억상실증을 치료하는 방법중에는 과거에 가봤던곳에 다시 가보는 방법도 있다는데... 혹시 주말에 괜찮다면 드림랜드에 다시 가지 않을래?”

 

“... 뭐 주말에 할 것도 없는데 같이 가보자.”

 

“알았어~ 그러면 토요일 2시에 너네집으로 찾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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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대관람차는 오랜만에 타보네~”

 

“나도 대관람차는 어렸을 때 말고는 타본적 없는데, 오랜만이네~”

 

“... 저기.. 그런데... 혹시 뭐떠오른거는 없어..?”

 

“... 전혀없어...”

 

“흐아... 아쉽네...”

 

원래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리기위해 이곳에 온거였지만... 아무성과도 없었다.

 

“아 그런데말이야, 내가 물어보고싶은게 있어 얀붕아~”

 

“뭔데 얀순아?”

 

“... 그년이 너한테 고백한거 거절했어?”

 

얀순이의 얼굴이 또 그 웃음기없는 차가운 표정이 되었다.

 

“아.. 그 그게...”

 

“... 아직 못했어?”

 

“... 응....”

 

“뭐야, 나랑 사귀는 중이라서 거절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거잖아?”

 

“응..”

 

“... 내일은 꼭 거절하기야?”

“알았어..”

 

얀순이가 다시 원래 그 표정으로 돌아왔다.

 

뭔가 이중인격같아..

 

“...앗 여기서 너네집 보인다 얀붕아~”

 

“오~ 진짜ㄴ...”

 

잠깐....

 

여기서 내 집이 보일정도면... 내집에서도 이 놀이공원이 보였어야해..

 

아니 애초에 이런 놀이공원은 들어본적도 없어.. 드림랜드..? 이렇게 큰 규모의 놀이공원이 서울에 있는데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

 

잠깐만... 내가 언제 여기로 온거지..? 나는 분명... 얀순이랑 전화를 끝냈었는데..? 언제 주말이 된거야..?

 

어..? 아니야.. 난.. 여기에 와본적이 있어...

 

..기억났어.. 나는 얀순이랑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곳에 있었어..

 

기억을 잃고.. 고백을 받고... 다시 드림랜드에 왔었어...

 

“... 얀붕아?”

 

몇백번.. 아니 몇천번 같은 1주일이 반복되고있어.. 아니 1주일도 아니야.. 체감시간은 하루도 안지났어..

 

“얀붕..?”

 

“... 너 나한테 무슨짓을 하고있는거야 얀순...”

“... 떠올려버렸네?”

 

콰창-

 

어..?

 

내가 앉아있던 대관람차가 부서지며 나는 추락했다.

 

퍽-

 

“끄아아아악!”

 

바닥에 등쪽으로 부딫혔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 근육이 끊어지는 고통, 대관람차에서 떨어졌는데도 의식은 사라지지않고 몸이 박살나는 고통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어머~ 퍼레이드의 한가운데 떨어졌네~ 난 여기가 제일 좋더라~”

 

얀순이가 하늘에서 천천히.. 마치 날개가 달린것마냥 천천히 내려왔다.

 

“얀순... 이게.. 대체...”

 

“있지~ 나는말이야 너를 믿었었어~”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음악이 시작되었다.

 

“초등학생때 부터 아는사이고~ 고3때까지 잘 사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1학년의 여우년이 너를 유혹하더니, 나는 질렸다면서 버렸잖아?”

 

그녀가 말하는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너만 믿었는데, 정말 너무하지 않아? 너만을 사랑했었는데, 질렸다고 버리다니...”

 

아아.. 내가.. 내가 그랬을 리가 없어...

 

아니야.. 내가.. 했던일들이.. 전부 떠올랐어...

 

“이제 기억나? 너한테 버려진 내가 했던일.”

 

분명... 얀순 너는...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그녀가 나의 입에서 피를 닦아주며 말했다.

 

“자살했어.”

 

“끄으으.. 그런데.. 어떻..게....”

 

“자세히 말해도 너는 모르겠지, 그냥 쉽게말해줄게~ 신님이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줬어~”

 

“두번째..기회..?”

 

“죽은자들을 위한 세계를 만드는 일, 죽은자들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일~”

 

“...그렇다는건.. 여기는...”

“맞아! 이른바 사후세계! 영원한 꿈의 세계 드림랜드~ 정말 아름다운 세계야~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완벽해~”

 

“하아...하아.., 그런데.. 왜 내가 여기있는거야..”

 

“신님이 일을 잘한다고 소원을 들어주셨거든~ 너랑 영원히 있을수 있는 기회를~ 그래서 너를 영원히 잠들게 한거야~”

 

“영원히.. 잠들어...?”

 

“응! 정확하게는 식물인간같은 상태인거야~ 그리고 이제 조금씩~ 조금씩~ 기억을 지워가며 반복해서 조교할거야~ 니가 그년의 고백을 바로 거절할때가 올때까지 반복해서 기억을 조금씩 지우고, 나의 말에 완전히 복종하게 될 때까지!”

 

“미친...년...”

 

“...”

 

콰창-

 

퍽-

 

“끄으으아아아악!!!”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대관람차 내부로 바뀌더니 방금전과같이 대관람차 바깥으로 추락했다.

 

콰창-

 

퍽-

 

“끄으으윽...”

 

콰창-

 

퍽-

 

“끄아...”

 

“얀붕아, 한번더 나한테 그런말하면 5번 더 떨어뜨려줄게.”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졌으며 말하는것조차 힘들지만, 죽을수가 없었다, 정신을 잃는것조차 불가능했다.

 

“있지~ 왜 너가 그렇게 힘들어하는거야? 너가 먼저 나를 아프게했잖아? 너가 먼저 나를 죽게했잖아?”

 

“끄...으....으으...”

 

“왜 그렇게 반항하는거야? 왜 내 말을 안듣는거야? 왜? 여기선 모두가 행복할수 있어! 꿈과같은 세계야!”

 

살려줘.. 싫어... 무서워.. 제발... 꿈이라면서..꿈이면 제발 깨어나.. 깨어나라고...

 

“내 허락이 있을때까지 못깨어나~”

 

...내 생각을 읽는거야..?

 

“응!”

 

... 이제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쩌긴~ 이제 너를 고문하는것도 가여우니까 다시 고쳐줄게~”

 

얀순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나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헤헤~ 이제 다시 기억을 지워야...”

 

 

“앗 얀붕아!!!”

 

도망쳐야해도망쳐야해도망쳐야해도망쳐야해도망쳐야해도망쳐야해

 

잡히면 다시 기억을 잃을거야, 또 장난감처럼 다뤄질거야, 도망쳐야해

 

나는 눈앞에 보이는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갔다.

 

미로처럼 보이는 이 건물에 들어오니 수많은 문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얀순이가 오기전에 닫혀있는 문중 하나를 열어서 들어갔다.

 

방 내부는 아주 좁아 사람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숨은지 1분이 지나자 얀순이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얀붕아~ 여기 숨은거 알아~ 숨바꼭질 하고싶은거야~? 헤헤~”

 

쾅-

 

“하나~”

 

얀순이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쾅-

 

“둘~”

 

쾅-

 

“세엣”

 

.

.

.

.

 

쾅-

 

“일곱~”

 

쾅-

 

“여덟~”

 

쾅-

 

“아홉~”

 

바로옆에서 소리가났어 씨발씨발 살려줘 제발..

 

쾅-

 

“열~”

 

아...아.... 안돼...

 

“찾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원초적인 공포, 포식자앞에서의 피식자의 마음이 이런것일까.

 

“흐응~ 안죽어~ 아니, 못죽으니까 걱정마~”

 

그녀가 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제발 살려줘 무서워 제발제발제ㅂ”

 

뚝-

 

무언가 끊어지는 감각과 함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이제 몸은 편안해질거야~ 조금씩 기억도 사라지고~ 언젠가 그년의 고백을 바로 거절할수 있을때까지 반복해줄게~”

 

아..아... 싫...어... 차라...리... 죽..여...줘...

 

“괜찮아 얀붕아, 나는 너를 버리지 않으니까~”


싫..어...아....아으...아....


"무릎베게 해줄테니까 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