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넘어 햇빛이 얼굴을 비춘다. 눈은 감았지만 깨어 있는 상태로 한참을 가만히 있던 사내는 목을 몇 번 꺾더니 힘을 주어 자신을 동여매고 있는 밧줄을 뜯어내고 일어선다. 기지개를 피고 나서, 천천히 방을 둘러본다,

 

 벽은 자신이 찍혀있는 사진으로 채워져 있고, 옷장을 열어보니 잃어버렸던 옷들이 가득하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지갑과 열쇠를 주머니에 쑤셔 넣던 중, 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들어온다. 환한 미소를 그리며 들어온 그녀였지만, 일어서 있는 진시를 보고 손에 들린 식사를 떨어트린다.

 

또 너야?”

 

...어떻게 풀었어? 그거 등반용 로프라 트럭도 끌 수 있는건데.”

 

그래? 일단 다음부터는 사람 막 가두지 마. 간다,”

 

...”

 

 강아지 같이 큰 눈에 눈물이 맺히자, 진시의 마음이 약해진다. 한숨 몇 번 내뱉은 진시는 돌아서서 리원에게 말한다,

 

카페 갈 건데 같이 갈래?”

 

!”

 

 태연하게 문을 열고 나서는 진시와 환하게 웃으며 뒤따라가는 리원. 납치범과 피해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기이한 모습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납치범과 피해자를 혼동하게 했고, 카페로 향하던 두 사람은 경찰의 불심 검문에 응해야 했다.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옆의 여성분과 무슨 관계시죠?”

 

사랑....”

 

친굽니다. 지금은 저 앞에 카페로 가고 있는 중이고요,”

 

그렇습니까. 잠시 여성분하고 저쪽에서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경찰이 리원의 팔을 낚아채 진시를 피해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가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경찰이 그녀에게 묻는다.

 

정말 친구 맞습니까? 안 들리는 곳까지 왔으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친구가 아니라 결혼할 사인데요.”

 

? 방금 저분은 친구 사이라고...”

 

저 사람이 조금 부끄럼을 많이 타서 그렇지, 되게 착한 사람이니까 안심하세요.”

 

 경찰의 말을 일축시켜버리고는 쪼르르 진시에게 향하는 시원. 어안이 벙벙해진 경찰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뭐래?”

 

그냥 이것저것.”

 

 경찰의 검문을 받고도 아무 일 없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바뀌었지만, 여전히 행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을 돌아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리원은 여자치고는 약간 큰 키인 164cm에 52kg, 말랐지만 상반신과 하반신에 있는 꽤 큰 굴곡이 그런 체중을 만들어 냈다. 반면 아무렇지 않게 줄을 끊어낸 진시는 척관법으로 키가 8척에, 몸무게가 72. 체지방률 10% 이하의 초인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둘의 용모도 큰 차이가 났다. 검은색의 장발을 포니테일로 묶고 다니는 그녀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진시의 외모는...처참했다. 불쾌한 얼굴은 아니었으나, 선이 굵었으며, 곳곳에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거기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두피와 대비되는 무성한 수염은 그 험악한 인상을 배가시켰다.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이런 일방적인 관계를 맺게 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야 대기업 회장의 둘째 딸로서 강력한 힘을 휘두르는 리원은, 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가난했다. 집에 돈은 없었을지언정 그 외모는 여전했기에, 주변 친구들의 질투를 많이 샀고, 자연스럽게 따돌림으로 이어졌다, 리원이 반항하려고 해보아도 주동자의 집안은 유복해 선생과 지역 경찰들을 잡고 있었다.

 

, 벗어.”

 

?”

 

안들려? 벗으라고!”

 

 평소와 같이 괴롭힘을 당하던 어느 날이었다. 성적이 떨어진 것 때문에 잔소리를 들은 휘록은 결국 선을 넘었다. 으슥한 골목으로 리원을 끌고 들어간 그는, 한 손에 핸드폰을 든 채 울먹이며 옷을 벗는 그녀를 찍을 준비를 했다.

 

 조끼를 벗고, 넥타이를 풀어 해치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푼 다음, 티셔츠를 벗으려는 순간,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자는데 이래도 돼?”

 

..누구야! 당장 나와!”

 

네 아래에 있다.”

 

 시선을 바닥으로 향한 휘록이 본 것은, 신문지를 덮고 안대를 쓴 채 누워있는 거구의 사내였다. 얼핏 보기에도 190cm를 넘는 키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근육을 가진 진시가 일어나자 두 사람의 머리에 그늘이 드리운다.

 

나이도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이런게 취향이야?”

 

얘가 저를 억지로...!”

 

아가리 닥쳐 썅년아! , 그냥 가지? 나 건드려서 좋을거 하나 없다? 이 근방 경찰이며 교사며 내가 다 꽉 쥐고 있거든? 신고 해봤자 아무 일도 없으니까 그냥 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야에서 휘록이 사라진다. 당황하던 리원의 뒤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뒤를 돌아보자, 휘록이 움찔거리며 누워있다. 다리 사이에서는 피가, 입에서는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변태 새끼.”

 

 리원이 휘록과 진시를 번갈아 본다. 가족은 빚 때문에 신경 써주지 못했고, 선생들은 휘록이 무서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친구들은 괴롭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구원해준 사람을 보며 그녀는 어딘가 새로운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

 

저기요!”

 

예에!”

 

 한참 망상에 빠져있던 리원을 굵은 목소리가 깨운다.

 

이것 때문에 다른 일 생기면 연락 주세요.”

 

 받아든 종이에는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자리를 떠나는 진시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리원. 속옷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며 일 초라도 더 구원자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

강한 얀붕이 원하길래 써봤음


프로필

얀붕이(진시) 270cm, 270kg, 27세, 무림맹 계승자


얀순이(리원) 164cm, 52kg, 27세 CP그룹 회장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