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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머리야.."


눈을 뜨자 처음 보는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나가보려 했지만, 손목과 발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어 침대 밖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얼마 안 가 기절하기 전 기억이 점점 기억나기 시작했다.


여동생한테서 도망치다가 잡혀서 기절했었지.


여동생한테 폭력을 휘두른다 생각해서 심리적으로 많이 불리했다 치더라도 여자한테 지다니.


쪽팔려 하다가 기절하기 직전 여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미안 오빠.. 내가 공격이라 힘들지? 이따가 침대로 가면 내가 수비할게♥'


아무리 들어도 섹드립이였다.


그 색기 어린 속삭임이 상기되자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다시 침착하게 상황파악을 했다.


생각해보니 여동생은 헤어지고 나서 재회했을 때부터 어딘가 이상했다.


수줍게 웃고 있었지만, 면회에서 봤을 때 보였던 웃음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은 다른 감정을 가리려는 듯했다.


처음에는 여동생이 오면 화 많이 났을 테니 잘 달래줘야겠다라는 마음이었지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대기업 취직에 성공한 뒤 좋은 집에 잘사는 것을 직접 보고 내 역할은 끝났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경제적 자립은 했지만, 심리적 자립은 아직 멀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여동생이 대화가 가능한 상태이기를 기도하며 침착하게 여동생을 기다렸다.





깨어난 지 체감상 30분 뒤 여동생이 들어왔다.


"일어났어. 오빠?"


여동생이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재회하고 나서 처음 보여준 미소와 똑같았다.


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미안해 오빠 많이 불편하지? 대화로 풀고 싶었는데 다시 도망칠까 봐 어쩔 수 없었어. 얘기 끝나면 바로 풀어줄게."


생각했던 것보다는 정상적인 모습에 긴장이 살짝 풀렸지만 안심하기엔 일렀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여동생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니까 자극하지 않도록 대답은 삼가면서 말을 들어주자.


"그래 알았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오빠. 왜 나를 두고 도망쳤어?"


두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거짓말로 여동생을 속여서 내가 어떤 미움을 받던 강제로 떨어지게 하기.


진심을 말해주고 잘 화해한 뒤 합의로 떨어지기.


2번은 내가 생각해낸 거긴 하지만 이미 감금까지 당한 이상 현실성이 매우 적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1번이 답인 것 같아 미움받을 각오를 하면서 개연성 있는 거짓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쭉 바라보고 있던 여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여동생의 동공은 불안한 듯 흔들리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뭔가 저지를 듯한 표정이었다.


여동생의 상태를 보고 결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억지로 자립시켜봤자 이미 감금까지 저질러 버린 만큼 심적으로 몰린 여동생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정을 바꿔서 진심을 말해주기로 했다.


"네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 대기업에 가서 성공했잖아? 그리고 난 살인자고. 가족이란 이유로 앞길이 창창한 너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


다행히 정답이었던 건지 대답을 들은 여동생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대답해줘서 고마워 오빠.. 정말 불안했어.. 내가 그때 아무것도 못 한 것 때문에 내가 싫어서 떠난 건가 했었어.."


"하지만 난 오빠랑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노력한거야.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오빠.."


말을 마치고 나서 하염없이 울다 눈물을 그치고 난 뒤 여동생은 갑자기 깊은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러다 뭔가 결심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있잖아. 오빠 내가 살면서 제일 설렜던 순간이 언제인 줄 알아?"


"면회 갔을 때 오빠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줬을 때야."


기억난다. 여동생이 늘 고맙다면서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도 웃으면서 사랑한다 해줬지.


여동생은 그때의 추억에 빠졌는지 면회 때 보여줬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계속했다.


"웃기지? 25살 여자가 가장 설렜다는 때가 친오빠한테 들은 사랑해라니."


"오빠한테 언제 처음 설렌 지는 이젠 모르겠어. 오빠와 같이 있던 시간은 늘 설렜으니까."


여동생은 천천히 내게 다가오더니 이내 슬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다? 오빠에게 그런 힘든 일을 겪게 해서 하염없이 미안했고, 무력했던 내가 너무나도 미웠거든. 미안함과 자책감이 사랑을 앞서나가서 마음이 흔들렸었어."


"그런데도 오빠는 나를 다독여줬어.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건 오빠인데 오빠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줬어."


"그때는 친오빠인 것도 있지만 정말 고마워서 내가 오빠에게 느끼는 감정이 고마움인지 사랑인지 헷갈렸었어."


"그래서 면회 갔을 때 사랑한다고 해봤어. 거절당할 게 두려워서 이성으로서라는 단어는 뺐지만."


여동생은 슬펐던 표정에서 서서히 표정이 밝게 변해갔다.


"오빠한테 사랑한다고 들었던 그 날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잠을 거의 못 잤어. 평소에 죄책감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렸었지만 그때랑은 느낌이 180도 달랐어."


"그때 확신할 수 있었어. 나는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사랑해 오빠..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남성으로서. 사랑해란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봤지만, 오빠의 사랑해가 유일하게 내 심장을 뛰게 해줬어. 오빠는 어때..?"





고백이 끝나고 여동생은 애타는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직접 말로 들으니 혼란스러웠다.


고백이 진심이고 나에게 느끼는 게 단순한 의존을 넘은 사랑이란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여동생의 미모에 혹해 뒤틀린 성욕이 생겼다가 죄책감에 금방 멈춘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은 여동생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까지만 곁에 있을 생각이었고 그 이상의 관계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을 정한 나는 마음속으로 심호흡하고 말했다.


"미안해. 그건 힘들 것 같아. 같이 지내 줄 순 있지만 난 살인자야. 너랑 사귈 순 없어."


고백을 거절하자 여동생은 단번에 울상이 되었다.


"오빠가 살인자인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오빠의 마음이야.. 오빠는 날 사랑해?"


".. 그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중요한 건 난 살인자야. 더 가까이했다간 너를 상처입힐 것 같아서 두려워."


인제 와서 여동생이 싫어졌다고 말하기엔 아까 폐가 될까 봐 도망친 거라고 말해버려서 살인자라서 안 된다고 계속 고백을 거절했다.


내가 확고하게 거절하자 여동생은 결국 거절을 받아들였다.


"그렇구나 오빠의 마음은 알겠어.. 약속한 대로 풀어줄게. 대신 다시 만난 기념으로 선물을 준비했거든? 그거만 주고 나서 풀어줄게."


"선물?"


이렇게 뜬금없이?


"응.. 선물♥ 잠깐만 기다려줘 오빠♥"


여동생은 한 번도 본적 없는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


여동생의 미소에 섬뜩했지만 선물이 뭘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까 분명 내가 살인자라 안된다고 거절했었지?






좆됐다.


나는 수갑을 풀기 위해 몸부림쳤다.


"야!!!!!!!!! 이거 당장 풀어 씨발!!!!!!!!!!!!!"


살면서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지만, 당연히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고백을 받아줄걸.


하지만 후회한들 이미 소용없었다.


죄책감에 시간감각을 잃은 채 힘없이 여동생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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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조지느라 힘들어서 늦었음. 자기 일하면서 소설쓰는 사람들은 대단한듯

부족한 글 봐줘서 고마워. 아마 다음편이 완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