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리고 아스라히 바스라지는 천국.

활활타오르는 청빛의 불꽃은 나로 하여금 황홀함을 느끼게했다.


" 하벨.. 이제는 방패를 내려놓아도 돼."


나의 귓가에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사막의 오아시스 마냥 달콤하고 시원스러웠으며 대리만족을 느끼게끔 해줬다.


한껏 뜨거워진 방패의 거치대는 나의 손목에 감겨진 아대를 뜨겁게 달궜고 그 고통은 나의 팔목에 여실치 전달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은 나에게 별반 큰 여운을 주지않았다.

그저, 내 앞의 그녀가 지쳐보일지라도 살아있어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내게는 위안이자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그간의 뭣같은 고통을 상회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용머리투구에서 흘러나온 은발이 격하게 찰랑거릴 정도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네가 살아서 정말 다행이야."


두터운 갑옷을 넘어서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가 내게 전달되어져온다.


두근, 두근 거리는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하나 하나 하나가 내게는 궁정악단의 어느 곡보다 아름다웠고 그것에 심취되었다.


"하...벨?"


나에게 의아한듯 묻는 그녀의 떨리는 어조와 보석같이 빛나는 두 눈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우리는.. 오늘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네."


그런 내 말에 그녀는 복숭아처럼 흰 볼에 홍조를 올린채 풋풋한 사과처럼 살풋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