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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8824528   - 4_1학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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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8983842   - 4_2학년의 쉼표






방학이 다가올수록 얀순에게는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 갔다.


곧 방학이 시작되면 스케줄이 빡빡해져 얀붕을 만날 시간이 많이 없어진다.


오늘은 가족 외식이 있는 날이다. 얀순은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도 계속 고민했다.




"음.. 이 집. 잘 하네. 그래 얀순아. 학교 안 옮겨도 된다고?"


"어. 다닐 만해. 옮길 필요가 없으면 안 옮겨야지. 빨리 적응해야 공부도 잘 될거고."


"우리 순이 날 닮아서 참 기특해. 맞아. 순아. 엄마랑 아빠 출장 가."


"또? 몇 달 동안?"


"한 석달쯤. 순이 이제 스케줄 관리 알아서 잘 하니까, 믿고 다녀올게?"


"힘든데에..... 한개만 줄여줘...."


기운빠진 목소리에 얀순의 아버지는 펄쩍 뛰었다.


"힘들면 줄여야지. 얀순이 힘들대. 두 개 줄이자."


"하여간에. 딸한테 너무 들러 붙지 마요. 밥이나 먹자."


"히히."


애교 섞인 미소 한 번에 얀순의 아버지는 껌뻑 죽었다.










"방학 때 집에 놀러 오라고?"


"이상한 생각 하지마. 죽인다 진짜."


"안했어어.... 근데, 나 알바 구했는데, 음...아니. 아니다. 몇 번 놀러 갈 정도는 당연히 되지."


"웬 알바?"


"그냥 편돌이. 알바는 여름방학때도 했어."


"할 시간 없을 텐데? 우리 집에 있으면?"


"얼마나 있다 가란 거야...? 하루 정도 놀러오라 그런 말 아냐?"


"방학 기간 내내 있는 거지."


"아니, 선생님, 어떻게 그래요.... 남의 집에;;;"


"그딴 체면을 아직도 세우는구나? 아무 의미 없는데."


"외간 여자네 집에서 산다고 부모님께 어케 말합니까."


"누가 외간 여자여? 죽고싶어? 그리고 우리 집에 사람 많아서 너 좋아할 일은 절대 없어."


"외간 여자 맞잖아.. 아니 절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전 순수합니다. 정말루요."


"ㅂ지? 미쳤구나? 니가 드디어?"


"너가 더 밝히는 것 같은데."


"좋아요. 매를 버시네요? 4번타자 나갑니다. 디지기 싫으면 오세요."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


얀순이 장난스럽게 매를 들었지만, 얀붕은 생각보다 완강했다.




"방학때엔 음악실이 문을 닫지만, 우리 집엔 피아노가 있지."


"그래도... 집에서 걱정하실거야. 자주 놀러 갈 테니까, 어쩌면 매일 갈 수도 있겠는데?"


얀순은 꼬불꼬불 꼬인 실을 푸는 짜증을 점차 느꼈다. 그래도 참았다.


"방학 때 나 많이 힘들 거야.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볼려고 그래. 설명은 내가 드릴 수도 있으니까..."


"그건... 음... 그래도... 좀... 그런데..."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이유조차 밝히지 않는다. 얀순의 스트레스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나름대로 올바르게 살아온 그녀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벌도 인정했고(전학에 그쳤지만),


자신이 베풀어 준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바랬다. 보상을 거부하는 얀붕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해? 나는 그냥 남친이 보고 싶은 거야. 내가 뭘 잘못했어? 뭐가 안돼는데."


"사실. 뭔가 좀 팔려가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제일 큰 것 같아."


팔려간다니. 얀순은 남친에게 집에 오라고 했을 뿐인데 노예상 취급을 받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날카로워진 신경은 얀붕의 말을 계속 한 번씩 더 꼬아서 전달했다.


'근데, 팔려가는게 어때서? 여태까지 니가 받아먹은 건 뭔데? 그렇게 무언가 청렴하고 싶어?'


얀순의 눈동자에 폭풍이 인다.


"어.... 화내지마.... 미안해...."


얀붕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안으려 다가갔다.


얀순에겐 잡고 있던 손이 내쳐졌다. 배신감에 휩싸인 그녀는 다가오는 그에게 이때까지 없던 수준의 폭력을 선사했다.


"당연하지. 넌 내 껀데. 우리 집에 두는 게 당연하잖아?"


얀붕은 기습적으로 배때지에 주먹이 꽃혀 뒹굴고 있었다. 그에겐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였다.


"컥... 무슨 말이야... 그게?"


"아빠는 3일에 한번은 꼭 골프채를 들었어. 왜 그런지 이제 알겠네. 욕할 가치도 없는 놈아."


얀순의 진심이 담긴 폭력은 그녀의 작은 체구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억... 허억... 얀순아... 으윽....."


"기사님, 4층 음악실로 빨리 와주세요. 가져갈 게 있어서. 10분 드려요."


전화를 마친 그녀는 다시 구타를 시작했다.










얀붕은 적어도 묶여 있지는 않다. 근데 이 느낌은 뭘까.


밧줄 따위로 묶을 필요 없이, 얀순은 사용인들의 눈빛만으로 얀붕을 묶어 놓았다.


"그래. 잘 왔어. 아깐 좀 흥분해서... 미안. 이제 그럴 일 없을 거야."


얀붕은 이제 상황판단이 대강 되었다. 여긴 얀순의 집이다. 이렇게 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으...."


"아프냐? 아까 치료하던 새끼 앞에 나와. 이 씨발년이. 아니, 아니, 됐어. 다시 들어가."


여전히 불안정해 보인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지만, 얀붕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안 아파. 화 내지마. 선생님."


"그래. 제자야. 음.... 미안...."


"아니야... 내가 잘 몰라서 그랬어. 미안해...."


얀순이 얀붕을 안았다. 얀붕은 첫 공연 때보다도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안겼다.


얀붕에겐 이제 꼬이다 못해 제멋대로 묶여버린 실타래가 주어졌다. 힘을 줘서 끊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리라.


"천천히 다 나으시면 퇴원하세요."


얀순이 갑자기 장난을 친다. 특정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얀붕도 느꼈다.


요구가 섞인 이 장난도 안 받아주면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전화... 전화 좀 주세요."


"연락 해 놨어. 대입캠프 신청 해놨었는데, 까먹은 모양이라고. 그래도 니가 한 번 더 해. 너 폰을 놓고 와서 찾으러 갔다고 했거든?"


'무슨 대입 설명회 캠프를 1학년에 그것도 개월 단위로 가는거야..'


부모님께 어떻게 그런 걸 까먹냐는 핀잔이 돌아왔고, 그래도 좋은 데니까 한 번 잘 해보라고 했다. 어지간히도 잘 구워삶았나 보다.


"네... 죄송합니다."


생글생글 웃는 얀순의 앞에서 얀붕은 가족과의 통화를 마치고,


일 하기로 했던 편의점 점장과의 통화도 마쳤다. 












"난 과외 받으러 간다. 우리 집 구경 한 번 해."


"엉. 수고링."


"가기 싫어. 시발...."


험한 말을 뱉으면서 얀순이 사라졌다.


얀붕은 허락도 받았겠다 한 번 집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아직도 느껴지는 몸의 떨림을 숨긴 채, 구경을 빙자한 탈출로 수색을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탈출이란 게 가능하긴 할까? 그냥 나갈 수 있게 해 놨을 리가 없는데....'


'탈출을 시도하다 걸리면?'


잘 모르지만, 아주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행동이 무섭긴 해도, 아직까지 얀순은 사랑스러운 자신의 여자친구이다.


스트레스에 몸부림치는 연인을 두고 어딜 간단 말인가.


조금 잘못된 것이 있으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가르쳐 주면 된다.


얀붕은 그냥 집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방금까지 무섭게 맞았다만, 여전히 그녀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다.


'나도 솔직히 잘 한 건 없으니깐.'


얀붕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합리화를 했다.




정원을 돌아다니던 얀붕은 얀순이 어딨는지 찾아 놀래켜 주기로 했다.


'저기 있네.'


얀붕은 정원에서 건물을 보던 도중 2층 창문으로 창가에 앉아 있는 얀순을 발견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가정교사일 것이다.


손을 붕붕 흔들자 얀순이 반응했다. 


'풋. 콜록 콜록 헉...'


집중하고 있던 얀순이 갑자기 사레 들린 듯이 기침을 했다. 과외선생은 얀순의 몸 상태가 별로인 것이리라 짐작하고 나머지는 진도는 숙제로 넘겼다.


"오늘은 조금 쉬다가 이 부분 한 번 읽어만 봐. 읽고 내일 설명 들으면 이해가 쉽게 될 거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그럼 먼저 일어날게요."


"그래. 푹 쉬어."










"싫다더니만, 정작 와보니 무슨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네?"


"그렇게 심각한 건 줄 알았으면 그냥 알았다고 했을 거야. 근데 갑자기 맞았어...."


"미안. 아유 미안해. 학생....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누나가 사 갖고 올게."


"키높이 깔창이요. 지가 누나라고 하는 쪼만한 여친한테 선물 좀 하려고요."


"이런 시-발!"


얀붕은 도망쳤다. 그리고. 잡혔다.


"헉... 헉... 이 새끼... 기어코 용의 비늘을 건드리는구나. 넌 디졌다."


"또 때리려고...? 얀순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괜찮아...."


"개-색-"


얀붕이 몸을 일으켜 얀순을 기습적으로 안았다.


"기....."


두 사람은 말 없이 서로를 안고 있다.


"얀순. 많이 힘들어?"


"지금은 아니. 근데 이제 곧."


"그래. 자주 이렇게라도 놀자. 나 어디 안 가고 있을게. 힘들면 언제든 찾아와. 나도 힘들 때 찾아갈게."


"좀만한 집에 찾아오고 갈게 뭐가 있다고... 어디 갈 거야?"


"아니, 여긴 찾아오고 갈만큼 큰 것 같은데... 앗 따거."


"그래.. 오늘은 일단 푹 쉬자.. 미안..."









밤이 되었다.


'하느님 아버지 제발.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얀순은 기도하는 얀붕의 옆에 누워 있다. 더블 베드다.


때는 한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센세.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에요."


"제자야. 손만 잡고 잘 거야. 너 그런 애 아니라며? 왜 이리 예민하게 굴어?"


"그런 애가 아니라도 미래는 모르는 법이야. 아저씨 얘 좀 말려봐요."


사용인은 당신이 가만히 있으면 되는 일이라 단언했다. 그래. 손 대면 반으로 접겠다는 뜻인 것 같다.


얀붕은 얀순의 몸을 보고 사귀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생각했었지만, 이런 '기회'는 그가 바라던 방향이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라 얀붕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내가 달려들면 얘는 어떻게 되는 거지?'와 같은 생각을 하며, 얀순이 상처받게 될 것이라 걱정했다.


"대가리에 꽃이 가득하네. 개변태야. 진짜로 그냥 잘 건데 뭐가 그렇게 진지해? 너 평소에도 그런 상상 하지? 날 가지고?"


".....후회해도 난 몰라."


그 후에, 가드는 순찰을 돌러 방을 나섰다. 얀붕은 저 사람은 매정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고, 지금 얀붕은 기도를 마친 후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한 시간 동안 앉아서 무슨 생각 하냐? 너 진짜로 구제불능새끼였구나?"


"남자는 원래 구제불능이야. 내가 아니게 되면 아까처럼 날 밟아줘."


"어-예. 이번엔 골프채다!"


미안한 기색은 이제 없나보다. 하지만 얀붕은 지금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정신상태가 아니다.


'골프채고 뭐고 이미 뚫리고 나면 소용이 없어 얀순아. 제발 그냥 딴 데로 보내줘.'


이윽고 얀붕은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얀순은 껴안아 왔고, 좋은 향기가 났다.


얀붕은 그렇게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에겐 많이 힘들었던 하루였다.











얀순이 얀붕보다 먼저 깼다.


잘 때에는 옆으로 마주보고 껴안고 잤는데, 깰 때는 자신이 얀붕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둘은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얇은 재질의 잠옷 너머로 서로의 것이 맞닿아 있었다. 만약 얀붕이 먼저 깼다면 '자세'는 '체위'가 되었을 것이다.


이대로 잤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얀순의 얼굴이 벌개졌다.


'이건.. 거의 밤새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얀순은 슬며시 내려온 뒤, 맞닿았던 곳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깨면..... 어떡해...?'


깼다. 손가락이 닿은 지 1초도 채 지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냥 깼다.


"하암... 허ㅓ억!!! 별일 없었지?"


"놀랍게도 그렇단다. 내가 니 위에서 깼다는 것만 빼면."


얀붕은 기상과 동시에 무언가를 재빨리 숨겼고, 얀순도 일을 치르려던 사실을 숨기느라 눈치채지는 못했다.


뒤이어 무언가를 암시하는 얀순의 말에 얀붕은 더욱 힘찬 기운을 느꼈고, 더 확실하게 이불로 가려야만 했다.


"이렇게 스펙터클한 아침은 처음이야....."


"왜? 별일도 없었구만. 쫄보새끼덕에 오늘은 지켰다. 내일도 지켜 줄 거지?"


얀순은 자신이 일을 내려 했던 것은 잊은 채 도발을 계속했다.


"아뇨... 안 지켜드리려구요... 이제....."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