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안 잔지 2주째다. 아니 잠을 못잔지 2주라고 해야겠다. 이번에는 한번 잠이 들면 영원히 깨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거울을 보니 다크서클이 죽 늘어난 폐인이 보였다. 그녀는 잠이 들떄마다 나를 앗아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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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실제로 본건 스무 살 떄였다. 첫 만남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는데 우연히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었다. 길에서 넘어져있는 여성을 만났는데, 와중에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지갑은 근처 하수구 안에 떨어져있었다. 힘들게 주워서 건네주니 고맙다며 연락처를 주었다. 그때 우연히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
꿈에서 보았던 여자가 그대로 있었던거다. 얼굴이나 목소리, 분위기마저 보았던 그대로였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꿈의 내용이 그리 건전하지는 않아서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 한 뒤로 처음 몽정을 겪었는데, 너무 생생해서 깨고나면 주위를 둘러보아야했다. 꿈의 내용도 해괴하다. 안개 낀 숲을 걷고 있는데 왠 이상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뭔가 싶어서 돌아보면 어딘가로 끌려가서 강제로 거사를 치르게 되는거다. 배경은 그곳이 땅이든 물속이든 가리지를 않았고 언제는 구름 위에서 누워있었고, 또 언제는 우리 학교 교실이었다. 정말 길고 끈덕진 정사라서 온몸에 땀방울이 맺히고 그게 증발한뒤 소금기가 배어나왔다.
자고 일어나면 내가 입은 속옷과 이부자리는 그야말로 대범람이 지난 뒤에 난장판이었다. 나는 꿈의 내용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기에도 곤란한 일이다. 언젠가 학교에 있던 상담선생님이 모든 꿈에는 그 의미가 있다는 말을 했었다. 나는 물속에서의 섹스가 뭘 의미하는지 며칠간 고심했다. 다음 장소가 광화문 거리 한복판이었을떄 나는 생각을 포기했다.
어쩄든 그래서 혼란에 빠진 것이다. 꿈에서 본 변태아가씨가 그대로 현실에 나온 것이다. 나는 이미 그녀의 알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말았다. 그녀는 굳어버린 날 보고는 웃으면서 그곳을 떠났다.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엉덩이는 꿈에서 본것과 완벽히 일치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며칠 뒤 연락이 왔다. 보답으로 밥을 사주고 싶다고 한다. 나는 평소보다 길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현실의 그녀는 아주 사려깊고 귀티가 나는 여인이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다. 물론 성적인 욕구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종종 있었으나, 그떄마다 이건 현실이라는 말을 속으로 외쳤다. 그녀는 연상의 누님 같은 배려심이 있었다.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재주가 있었다. 나를 향한 질문 뒤에 언제나 눈을 반짝이며 내 눈과 입모양에 집중했다. 그녀는 마지막에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고, 마신 뒤에 몸을 비틀거렸다. 분명 잠깐 쉬었다 가자는 말을 들었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은 뒤 그녀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여지없이 꿈에서 섹스를 했다. 눈을 감은 뒤 부터 시작이었다. 맙소사, 직접 만난뒤라서 그런지 더 흥분되잖아. 나와 그녀는 또아리를 튼 뱀마냥 팔다리를 꼬은채로 땀을 흘렸다. 아. 이건 뭘까. 분명 나는 그녀를 데려다주고 왔는데, 결국 꿈에서는 섹스를 하니 이건 그녀에 대한 예의를 지킨것인가 아닌가. 이건 그녀와 진짜 섹스를 하고 싶다는 의미인걸까. 몸을 섞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는 깊은 통찰을 하고 있었다. 그떄 눈이 떠졌다. 오늘 만난 누님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일어났어 ? ”
“ 예 ? ”
나는 당황스러워 주변을 살펴본다. 여긴 우리방이었다. 아니 분명 어젯밤에 데려다주고 왔는데. 꿈이 아니였다는 말인가 ? 그녀는 쿡쿡 웃음소리를 내었다.
“ 얀붕이 초식남인척은 다 하더니, 결국에는 아니였구나 ”
“ 무슨 말씀이신가요 ”
어쩐지 죄책감이 들어 무릎을 꿇었다.
“ 너무 자책하지마 애, 오래전부터 본 사이인데 새삼스럽게 ”
“ 오래전…어제 처음 만나지 않으셨나요. 아니 근데 저희 집에는 어떻게 오셨죠 ? 죄송합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나서 물어보았다.
“ 저를 아시나요 ? ”
“ 방금 자면서도 만났잖아 ”
그녀가 얄궂은 웃음을 지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녀는 내 속옷을 가르키며 말했다.
“ 일단 좀 갈아입지 ? ”
“ 아…넵 ”
나는 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렸다. 그녀가 웃더니 나한테로 다가왔다.
“ 이리 내놔 ”
그녀는 나를 툭 밀쳤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인지 나는 썩은고목마냥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내 속옷을 벗겼다.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 됬네, 이제 가서 씻어 ”
그녀가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등을 탕 치며 욕실로 밀어넣었다. 나는 어버버거리면서 순종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다. 혹시 지금도 꿈 안에 들어와있는거 아닐까. 욕실에서 씻고 나오자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속옷도 같이 사라졌다.
몽마라는 존재는 며칠뒤에 알았다. 원래는 인터넷에 글을 쓰려했는데 미친놈이라고 욕만 먹을까봐 그만두었다. 그러다 연관검색어에 나와있는 몽마라는 존재를 알아챈 것이다. 꿈에 나타나서 정기를 빨아들이는 악마라니, 말만 들어도 사타구니가 오싹했다. 밤마다 하는 섹스의 절정이 생각났다. 나는 컴퓨터를 끄고 드러누웠다. 어쩌면 축복일수도 있어. 여자랑 만날일도 없는데 이렇게라도 몸을 섞는게 어디야. 나는 자기위로인 듯 아닌 듯 이상한 합리화를 했다. 사실 따져보면 지금껏 여자랑 만날 생각조차 안한 것 같다. 잠만 자면 섹스를 할 수 있는데 몸이 달아오를 리가 없는거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또 다시 잠이 들었다.
“ 이제 내가 누군지 아나보네 ”
그녀는 내 몸 위에 올라탄채로 말했다.
“ 알고나니까 어떄 ? 신기한가 ? ”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할수도 없이 쥐어짜이는 중이였다.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날 보더니 압박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 저기, 전처럼 만나는건 안되나요. 꼭 꿈에서만 이럴 필요 없는 것 같은데 ”
“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야. 그리고 이게 훨씬 편하잖아 ? ”
“ 아뇨, 그런것보다는 그떄 직접 만났을떄가 더 좋았는데요 ”
잠자는 8시간 내내 기를 빨리는게 부담되는것도 있고.
“ 나도 만나고싶어 ”
그녀는 조금 침울하게 말했다.
“ 근데 힘들단말이야, 그러니까 맨날 좀 자고 그래봐. 그래야 자주 만날거 아니야 ”
나는 대답을 안했다.
“ 나랑 만나는게 싫어 ? ”
그녀가 몸에 힘을 주었다.
“ 아 아뇨 그런건 아니에요 ”
“ 그럼 뭔데 ”
그러니까. 그녀랑 몸으로만 통하는 사이가 아닌, 진짜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말이었다. 어디까지나 섹스만으로는 풀 수 없는 외로움이 존재하니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압박을 세게 조였다.
“ 아. 잠깐만요 누나 ”
“ 됐어, 매일 밤마다 만나러와. 꿈이어도 해달라는건 다 해줄 테니까. 여자친구 사귈 필요도 없고 좋잖아 ? 아니 그냥 만나지 말라고, 알지 ? ”
그녀는 허리를 앞 뒤로 움직였다. 밑에서부터 찌르르한 감각이 올라오고있었다. 온몸에 털이 곤두서더니 입 밖으로 신음이 나왔다. 한번의 정사가 끝나자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 어쩄든, 내가 다 풀어줄거니까 누구 만나지는 말라고. 알겠지 ? ”
나는 한쪽 팔을 눈 위로 올린채 가렸다. 머리가 몽롱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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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소재 관련 글로 욕 먹었는데 결국 이것저것 끼적이다가 뇌에서 떠오르는대로 뿌직뿌직 싼 글
단편으로 쓸 생각인데 이것조차 반으로 쪼개서 올리게 되었다. 아마 2~3편 내지에서 끝날거임.
제목도 대충 지었다. 아. 원래 쓰던 글도 이어서 써야 하는데 엄한곳에나 손을 대고 있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