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미래의 아내를 구해줬더니 집착당한다 - 1 - 얀데레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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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강의실도 오랜만에 보니 괜스레 반갑다.

김현우는 이유모를 설렘을 느끼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순간 김현우에게로 학우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이미 이아영을 구하면서 칼에 찔렸다는 소문은 학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몸은 좀 괜찮냐?”

“어, 병실에 앉아있는 것도 지루하더라.”

 

김현우는 익숙하게 반겨주는 유현승의 옆 자리에 앉았다.

이아영을 구하면 일상이 핑크빛으로 물들 줄만 알았다.

 

멀리 보이는 이아영과 가볍게 손짓으로 인사를 나누고 책가방에서 전공서를 꺼냈다.

 

“그래서 이아영이랑 별 다른 일은 없었냐?”

“음...별로? 그냥 좀 친해진 것 말고는 없는데.”

 

생각외로 이아영이 병실에 자주 방문하면서 말문을 트고 몇 번 이야기를 나눈게 전부였다.

퇴원 전날에 같이 있었던게 좀 이상했던거고.

망상했던 핑크빛 기류라던가 그런건 일절 없었다.

 

“썰 좀 풀어봐. 나름 목숨걸고 구해준거잖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시민 영웅 그런건 줄 알았어.”

“그냥 우연히 구해준 것 뿐인데. 시민 영웅은 무슨.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일 없다.”

“쳇, 재미없게.”

 

애초부터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 두 사람이었다.

여기서 김현우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꿈에서는 결혼 1주년이라 그랬는데, 어떻게 결혼까지 한 거냐?’

 

그렇다. 병실에서도 계속해서 생각했던 고민이다.

적어도 김현우가 느끼기에 이아영은 죄책감 비스무리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한다.

 

-자, 오늘 수업은...

 

교수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사건이 있었던 당일 날 들었던 정치철학.

아무리 반가운 강의실이라지만, 이거는 듣기가 힘들다.

 

교수의 입에서 한 마디 말이 나올수록 동기들이 픽픽 쓰러진다.

그건 김현우도 마찬가지로 수업이 시작하고 10분 뒤 책상위에 고개를 박았다.

 

꿈을 꾸었다.

저번과 비슷한 감각이 김현우에게 덮친다.

몸을 움직이는 느낌, 미각과 후각 모든 게 현실과 흡사하다.

아니, 실제와 같다고 말해도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

 

‘또 인가?’

 

“그래서 정말 놀랐다니까. 이 사람은 어디서 사람들을 이렇게 구하나 싶더라.”

 

저번의 꿈에서 이어지는 장면이다.

이아영과 결혼 1주년을 기념해서 가지는 술 자리.

 

“사람들을 구한다고?”

“응. 내가 처음이었나? 다음은 연예인이었잖아.”

 

-그대 정말 사랑했다~~

 

때 마침 은은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

김현우의 애창곡 플레이리스트 1번에 있는 노래다.

 

“혹시 아직도 나 몰래 유시아랑 연락하는 거 아니지?”

 

이아영은 김현우의 손을 꽉 지면서 미소 지었다.

 

“그, 그럴 리가.”

“그치? 내가 괜한 걱정하는거지?”

“당연하지.”

 

김현우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근데 노래취향은 여전하네. 대학생 때도 이것만 들었잖아.”

 

노래는 어느 샌가 클라이막스를 지나고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며 끝나간다.

 

‘유시아가 부르는 노래는 이 부분이 좋지.’

 

지금 기준으로 한창 유행하기도 하는 노래는 유시아의 첫 번째 히트곡이기도 하다.

김현우는 그녀가 뜨기도 전부터 열성적인 팬이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들은 노래가 머리에 꽂혀서 항상 신곡을 낼 때마다 찾아서 들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녀가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원히트 원더도 많다는데 잘 됐을까?’

 

스마트폰을 들어서 유시아에 대해 검색을 했다.

대략적으로 훓어본 결과 그녀는 국민적인 여가수가 되었다.

스크롤을 내려서 여러 가지 기사 중에 김현우의 눈에 띈 한 기사가 있다.

 

-10년전의 아픔을 딛고 성공한 여가수.

 

기사를 읽어가던 김현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도 그럴게 믿을 수 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시아 자살 소동?”

“응? 설마, 그것도 기억안나?”

“그게...10년전이라 기억이 좀 흐릿하네.”

“악플 때문에 유시아 자살하려던거 구해줬잖아.”

 

그 유시아가 자살?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는다.

고등학교에 입학무렵부터 알게 되었는데 그 동안 무명으로 있다가 겨우 떴는데 결말이 자살이라니.

 

김현우는 조금이라도 단서를 얻기 위해서 스마트폰 스크롤을 열심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서서히 눈 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꿈에서 깨기전의 전조구나.’

 

생각해보면 저번에도 그랬었다.

이런식으로 흐릿해지며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수업 벌써 끝났다.”

 

정작 핀잔을 주는 유현승도 숙면을 취했는지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고 있다.

 

“식당이나 가자.”

 

김현우는 책가방을 챙기고 유현승을 따라갔다.

 

‘단서가 너무 없는데?’

 

식당으로 가는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유시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대 정말 사랑했다~~

 

“이 노래 요즘 자주 나오네. 네가 자주 듣는다 그랬던가?”

 

밥을 받고서 김현우의 옆자리에 앉은 유현승이 말했다.

 

“응. 유시아 알고 있어?”

“저 노래 뜨고 나서 모르는 사람 없을걸?.”

“하, 예전에 나만 알던 작은 가수였는데.”

 

오랜 기간 유시아의 열성 팬이었던 김현우는 왠지 모를 허탈감이 느껴졌다.

성공한건 좋지만, 뭔가 묘한 기분.

 

“미친놈. 헛소리말고 밥이나 먹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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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김현우가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었다.

유시아의 SNS를 열심히 염탐하면서 어디에 있는 지 추측하는 거다.

 

스마트폰을 보던 김현우에게 메시지가 왔다.

 

-이번 주말에 어디 놀러갈래?

 

‘이아영?’

 

생각지도 못한 그녀로부터의 제안.

예전이였다면 덥석 받아들일 김현우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은 마음편히 어딘가에 놀러갈 때가 아니라 어떻게든 유시아의 자살을 막아야한다.

 

김현우는 유시아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활동해서 겨우 떳는지 알고 있다.

 

‘이제는 꽃길만 남았는데 고작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건 못 본다.’

 

김현우는 단호하게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 그 날 일이 있어서.

-그렇구나, 아쉽네.

 

더 이상 이아영으로부터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김현우는 손으로 머리를 집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맞는 건가.”

 

그도 잘알고 있었다. 이런 기회가 정말 흔치 않다는 걸.

 

‘아마 다신 없을 기회겠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토요일.

 

김현우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건의 징조를 발견한다.

 

-가수 유시아, 뮤직 차트 순위조작!

 

“이게 뭐야?”

 

인터넷엔 온통 유시아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그 탓인지 유시아의 SNS엔 참아 입에 담기도 힘든 악플들이 넘쳐났다.

 

댓글을 한참 내리던 김현우에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어 유시아의 SNS 계정 자체가 비활성화 됐다.

그녀가 최근에 올린 게시글은 10분 전 이었다.

 

시간은 이미 저녁 늦은 시간.

대충 추측하건데 S대 대학가 주변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자주 가던 가게였는데.’

 

대충 옷을 챙겨입고서 무작정 뛰었다.

 

“허억, 허억.”

 

가게에 도착한 김현우는 열심히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유시아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

 

“어? 김현우? 오늘 일 있다고 했지 않았어?”

“이아영?”

 

이아영의 주위에는 학과 동기들이 있었다.

 

“괜찮으면 너도 한 잔하러 가지 않을래?”

 

예상밖의 제안.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거절의 말을 내뱉었다.

 

“아쉽네. 다음엔 꼭 같이 마시자.”

“응.”

 

이아영과 헤어진 김현우는 높은 건물들을 둘러보면서 열심히 찾아다녔다.

사실상 이 넓은 도시의 숲에서 유시아를 발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사실을 김현우도 모르지 않는다.

 

‘오늘이 아닐 수도 있잖아.’

 

꼭 오늘 사건이 발생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내일일 수도, 혹은 일주일 뒤 일수도 있다.

 

김현우가 숨을 헐떡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순간이었다.

 

-철퍽!

 

듣기만해도 소름끼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꺄아아악!

-사, 사람이 떨어졌어!

-구급차! 119!

 

떨어진 사람은 못 알아볼래야 그럴 수 없었다.

예전부터 몇 년을 봐온 사람이었으니까.

 

‘인터넷 상이었지만.’

 

유시아의 샛노랗게 물들인 금발이 피투성이로 얼룩져있다.

그녀는 손에 유서처럼 보이는 종이를 꼭 껴안은채로 눈을 감고 있다.

그리고 주위엔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김현우는 허탈감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게나 열심히 찾아 다녔는데.’

 

그는 며 칠사이 유시아에게 SNS로 온갖 메시지를 보냈었다.

차마 떠올리지 못할 부끄러운 메시지도.

유시아를 살리기위한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고층 빌딩에서 떨어짐으로써.

 

‘S타운인가.’

 

정말이지 고개를 높게 들어올려야 꼭대기가 보일정도로 높다.

 

이번에도 김현우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간절히 바라는 방법 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의 기회를.’

 

그에게 모든 게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반쪽짜리 정보를 주고서 해결하라고 한다.

심지어 실패하면?

어김없이 그 결과를 눈 앞에서 실감나게 보여준다.

 

김현우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시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번에도 누군가 간절한 그의 바람을 들어준 걸까.

김현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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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아의 SNS가 비활성화 된 직후로 돌아왔다.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사건이 일어났던 S타운 앞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S타운 앞에서 유시아와 딱 만났다.

검은 색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작은 발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자, 잠깐만요!”

 

김현우는 급한대로 유시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누구?”

 

막상 말을 걸었지만, 머리에 바로 떠오르는 문장은 없었다.

 

‘자살 하지 말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팬이라고? 도대체 뭐라고 해야...’

 

“저 바빠서 그런대 놔주세요.”

“아, 그게 유시아 맞죠?”

“...아닙니다.”

 

유시아는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썻다.

 

“제가 정말 팬이거든요. 이번에 나온 노래도 잘 들었어요.”

“사람 잘못 봤습니다.”

“그럴리가요. 제가 오랫동안 봐온 사람인데 착각할 리가.”

“...네?”

 

김현우가 유시아의 후드를 벗기자 그녀의 아름다운 머릿결이 흩날린다.

커다란 눈망울, 오밀조밀 모여있는 이목구비는 누가봐도 유시아다.

 

“멋대로 뭐하는 거에요?”

“죄송합니다.”

 

황급히 후드를 다시 눌러쓰는 유시아.

 

“나 참. 별 이상한 사람을 다보네.”

 

등을 돌린 유시아에게 김현우가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자살하러 가는 거죠? 주머니 안에 유서 있는 거 다 알아요.”

 

-우뚝.

 

유시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그런거 없으니까 신경 끄세요.”

“그래요?”

 

김현우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다.

얄팍한 설득이 통할정도 였다면 뛰어내리는 장면을 보지 않았을거다.

 

‘꿈에서는 10년전에 자살 소동이 있었다고 그랬지.’

 

김현우는 만약에 본인이 자살 소동을 일으켰다면 왜 그랬는 지 알 것 같았다.

 

이미 답은 정답지에 써져있다.

자신은 그냥 그걸 따라하면 될 뿐이다.

쉽지 않은가?

 

김현우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입을 벌려 크게 소리쳤다.

 

“유시아 씨, 자살 하지 마세요! 안에 유서 있는 거 전부 알고 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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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쳤어요!?”

“그치만, 자살하려던 건 사실이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그쪽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참견이야?”

“상관이 있죠.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순간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S타운에서 한 바탕 자살소동이 끝나고 인근 술집.

 

김현우는 여전히 유시아를 설득 중이었다.

 

그러나 설득은 도저히 먹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시아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뭐, 나를 알아봤자 얼마나 안다고 그래?”

“나이는 24살. 데뷔는 2014년. 올해로 10년차 가수. 부모님은 평범한 직장인. 여동생 있음. 그 밖에도...”

 

김현우가 지금껏 모아왔던 정보들을 하나하나 풀어갔다.

그럴수록 유시아의 얼굴이 점점 벌개졌다.

 

“아, 아니!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예전에 예능 프로에서 이야기 했잖아요?”

 

10년차 가수 답게 몇 번인가 예능프로에도 출현했던 유시아다.

 

“괜찮아요. 중학생 돼서도 오줌을...”

“으아아아. 그만! 알겠어. 네가 내 스토커라는 걸.”

 

한참을 유시아와 떠들던 김현우는 점점 술에 취해갔다.

 

“어라? 김현우? 오늘 바쁘다더니 여자 만난다고 그런거야?”

 

이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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