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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8824528   - 4_1학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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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도 같은 반에 심지어 옆자리다.


공부도 잘 안 하고 붙어 있는 학생 커플을 좋게 봐줄 선생은 드물다만,


어쩔 수 없다. 저 여학생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것은 없다.


그리고 얀순은 고등교육과정을 굳이 학교에서 더 배울 필요가 없다.




그래도 얀순은 남들 다 보는 데서 껴안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갑자기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것일까.


얀붕이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이 종례가 끝났다. 게다가 개학 첫 날은 더 일찍 마친다.


특활은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별 수 없이 둘은 집으로 향했다.


"이제 2학년 시작이구나. 근데 너 경제학 같은거 배우고 한다며? 왜 이과로 왔어?"


얀붕은 진로에 대해 넌지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을 떠올렸다.


"왤까? 잘 생각해 봐봐. 멍-청아."


'그래, 얘는 수능을 지금 쳐도 된댔지.'


"그렇구나. 모처럼 일찍 마쳤는데, 오늘은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있어도 너한텐 안 맡긴다.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일로 와 봐 개새야."


얀붕은 눈치 빠르게 도망쳤다.


앞으론 빙수 같은 것은 함부로 먹으러 가자고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둘의 집은 같은 방향이지만, 얀붕의 집이 더 멀어서 보통은 버스를 타고 간다.


얀붕은 얀순의 집을 지나치면 그만 쫓아 올 것이라 예상했다.


당연히 그의 예상은 맞아 떨어지는 법이 없다.


얀붕은 체구에 맞지 않게 연약하고, 얀순은 체구에 맞지 않게 강인하다.


근처 놀이터에서 체력이 빠져 잡혔다.


"헉... 헉.... 넌 뭐가 이렇게 체력이 좋아...."


"니가 운동부족이지.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새끼가. 누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서 키 얘기를 또 하면 어떻게 될까. 안 하는게 좋겠다고 얀붕은 생각했다.


"흐어.... 힘드러..... 허억....."


얀순은 두 사람이 며칠 전 아침까지 했던 그 자세를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대중적인 장소에서. 땀범벅인 채로. 서로 헐떡이며. 이런 미친.


"으! 시발!"


얀순은 빠르게 떨어졌다.


다행히도 그 광경을 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개학 첫 날부터 질주를 한 두 사람은 서로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준 뒤, 그네에 앉아 쉬기로 했다.




두 사람은 말이 없다.


얀순은 얼굴이 빨개져 있다.


방학 때 했던 자신의 언행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평소같았으면 얀붕은 얀순의 표정을 눈치 챘겠지만, 그도 딴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를 앞으로 어떻게 지켜주어야 할까.


얀순의 표정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또 왜 저래... 방금 그것 때문인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몸에서 떨어진 얀순이 떠올랐다.


'자기 집에서는 잘만 붙어 있더니만. 섹드립도 했으면서.'


이제 두 사람은 한 사건에 대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뭔 생각하는지 다 티나."


얀순의 얼굴이 푹 익는다. 또 다른 반응이다.


언제는 더한 수위로 맞받아 쳤다가. 언제는 화를 냈다가. 지금은 부끄러워한다.


'음... 귀여우니 된거긴 한데...'


그렇다곤 해도, 얀붕은 답답함을 느꼈다.


처음 그녀의 집에 갔을 때 주어졌던 실타래. 아직 그것의 끝부분도 찾지 못한 것 같다.


답답한 마음에 얀붕은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얀순은 얀붕의 돌발행동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어어 뭐하냐? 야! 뭐해!"


얀붕은 어느새 그네를 높이높이 타고 있다.


"야!! 무슨 생각 하냐고!! 빨리 안 내려와??"


'대체 뭐야 저 반응은.'


"탓."


"갑자기 왜 그래? 그냥 그네 타는 건데."


"너야말로 왜 그러는데?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이게 무슨 소릴까. 그네 타면 죽고 싶은 건가.


"그네 안 타봤어?"


"?"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바꿔 말하면, 안 타봤다는 표정이다.


얀붕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지어진다.




얀붕은 얀순의 뒤로 다가갔다.


"조오아요. 센세. 얀순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뭔 개소리야?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빨리 말해. 10초 준다."


"그냥 노는 거야. 한 번도 안 타봤으면 내가 태워줄게."


"놀기는 무슨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아아아아!!!"


세게 밀지도 않았는데 얀순이 소리를 높인다.


"꺄아아아악! 그만! 그만해애!!"


얀순은 한쪽에 기댄 채 두 손으로 한쪽 그네 줄을 꽉 잡고 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악!!"


혹시 위험할지도 몰라 얀붕은 얀순의 몸을 잡아서 그네를 멈췄다.


"많이 무서워?"


"아니? 개-쩌는데! 시-발! 한 번 더!"


그럼 그렇지. 이렇게 겁 없는 애가 당연히 그네 따위를 무서워할 리는 없다.


"에이... 재미없게. 한쪽으로만 잡으면 위험하니까 한 손에 한 줄씩 잡아."


"오케오케오케. 기장님 고고!"




"그렇게 재밌어?"


"와아아아아앙- 휘이이이이잉-"


입으로 효과음까지 낸다. 어지간히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몇 번 태워주고 나니 만족했는지 얀순은 히 웃는다. 무언가 개운한 표정이다.


귀엽다. 얀붕도 아빠미소를 짓는다.


바람에 날려 머리카락이 엉망진창 꼬질이가 된 얀순을 집에 데려다 주고, 얀붕은 집에 돌아왔다. 저녁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얀순의 말이면 닫힌 음악실을 열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음악실이 닫힌 일주일 동안 두 사람의 방과 후 목적지는 놀이터였다.


주로 얀붕이 어린 시절 어떻게 놀았는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얀순은 가만히 얀붕의 얼굴을 주시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뭔 생각을 하는지 얀붕의 말을 안 듣는 것 같지만,


'뭐 어때?'


어찌 됐든 좋은 얀붕이었다.


얀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꿈에도 모른 채 얀붕은 열심히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얀붕은 집에 돌아오면 얀순이 왜 돌발행동을 하는지 짐작하고자 인터넷으로 몇 번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 소설 같은 곳에 주로 등장하는 얀데레인지 뭔지 하는 것과 비슷한 증상이었다. 실제 사례도 적지 않게 있었다.


급작스러운 심리 변화와 폭력행사는 해당. 스토킹과 광적인 집착은 해당사항 없음.


집착이라. 그녀가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혹시 그냥 내가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 발현되지 않은 증상일수도 있고.'


내 여친이 이상한 집착녀라니,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마치 인격이 바뀌는 것 같은, 같은 상황에서의 다른 반응. 이것은 찾아봐도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정도는 너무 애매한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한결같을 수는 없는 법이고, 생각이란건 바뀌기 마련이다.




우선 얀데레에 대한 해결방법이 어떤 건지는 찾아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어떠한 병이라고 정해진 게 아니라 갖가지 이유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다.


해법 비스무리한 것이 있다면, 주로 통원 치료를 통해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증상들은 기본적으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일반적으로는 여자의 곁에 남자가 항상 머무르면 별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병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같이 있어주는 건 당연히 가능한 거고. 그냥 요구하는 걸 받아주기만 해도 자연스레 없어지려나?'


정확히 얀순에게 겪었던 일과 비슷한 사례는 인터넷에도 없다. 소설에는 많긴 하다.


충동적으로 사람을 기절할 때까지 쥐어 팬 다음에 납치한다는 건....


당연히 실제 사례가 드물 수 밖에.


얀붕도 그렇게 난데없이 맞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역이용한 걸까.


얀붕의 머릿속이 복잡해져만 간다.


얀붕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지만, 얀순이 순간의 감정에 북받쳐, 사건을 일으키는 상황이 오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아직은 정보가 없기도 하고, 피곤해진 얀붕은 하던대로 열심히 사랑해주며 케어해주면 점점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수학여행 가면 장기자랑같은 거 할 텐데 우리도 하나 준비 해볼래?"


"아직도 부원에 목마른 중생아. 여기 다른 중생들은 가망이 없느니라. 포기하거라."


"아니 그냥... 너랑 같이 하려고."


"다른 여자애 후리고 다니려고? 그런 소름돋는 멘트 뱉으면서?"


얀순은 부끄러운 기색을 감추며 한편으론 얀붕을 추궁한다.


"음. 이런 말은... 너한테만 처음 해본 거야. 준비한 건 아니지만, 멘트는 이게 다입니다. 받아 주실 거죠? 센세?"


"해줄테니까 저리 꺼져....."


부끄러워한다. 이렇게 여러 반응을 보여줘서 오히려 더욱 사랑스러운 점도 있다.


얀붕은 얀순의 귀여운 표정을 감상하고 있다. 눈을 피하던 얀순이 천천히 얀붕과 눈을 맞춘다.


얀순이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얀붕에게 선뜻 다가갔다.


눈빛이 낯뜨겁다. 자신이 눈치가 빠른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는 얀붕도 캐치할 수 있다.


갑자기 이런 분위기가 된 것에 대해 얀붕은 당황했다.


당연히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이미 그녀가 생각 정리를 마쳤단 것을.


"어... 엉? 얀순아. 갑자기 왜 그래?"


순수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그의 목소리. 얀순은 더욱 위험한 생각을 한다.


"말했잖아. 해준다고."


더욱 더 빠르게 다가갔다. 상대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얀붕은 어느새 구석까지 몰렸다.


얀순은 까치발을 들고, 어리둥절해하는 얀붕에게 빠르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얀붕의 자세가 무너져 엉거주춤하게 벽에 기대게 되었다.


이제 키가 맞아 까치발을 들 필요는 없다. 동시에 그의 입술을 놓치지 않는다.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아직은 서로 서툴렀던 같은 이불에서의 첫키스.


두 사람이 서로 욕망에 휩싸인 채로, 얀붕이 얀순에게 쏟아내는, 마치 섹스를 하는 듯 그녀를 탐했던 두번째 키스.


세번째 키스는 얀순이 전에 없던 기세로 얀붕을 탐해 왔다.


그대로 얀붕을 껴안고는 그를 탐한다.


얀순은 입속 뿐만이 아닌, 자신의 가슴으로 얀붕의 가슴팍을 탐한다.


자신의 다리 사이로 얀붕의 허벅지를 탐한다.


십여 분간이나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고, 얀순의 허리를 잡았지만, 더 이상 얀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몸을 얀순에게 내어주었다.










잠시 떨어진 얀순은 황홀해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조금 돌려 뒤를 보면서 블라우스 안으로 자신의 등에 손을 집어 넣는다. 그대로 브래지어를 끌렀다.


가느다란 그녀의 목이 보인다. 옷이 밀려 올라가 그녀의 뽀얀 살이 훤히 보인다.


아담한 그녀의 가슴이 속옷과 떨어지는 순간, 약간 출렁인다.


얀붕은 그녀가 계속해서 긍정의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혼란스러웠다. 이대로 괜찮은 게 맞는 것인지.


주저하던 얀붕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얀순은 피식 웃더니 브래지어를 꺼내고 있던 손을 놓아 손만 꺼내고, 얀붕에게 간단히 입을 맞춘 뒤, 피아노 의자로 돌아갔다.


"헉... 허억..."


얀붕은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직도 혼란스럽다. 전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야. 이거 잠궈줘."


허나, 신은 얀붕에게 또다른 시련을 안기나니.


옷을 올리고, 새하얀 등을 보여준 채로 얀순이 얀붕에게 속옷을 채워 달라 하고 있다.


"응....."


어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별 것 없다.




아주 어려웠다. 미칠 듯이.


힘겹게 채워주니 얀순은 옷을 내렸다.


얀순의 표정에 꽤나 많은 감정들이 나타나 있다.


"괜찮아?"


"괜찮지."


"미안. 내가 확신이 안 들어서..."


"그래. 다음엔 안 봐준다."


얀붕은 우유부단한 자신을 탓했다. 적어도 이때만큼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