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교사 뒤편, 얀붕이는 그곳에서 고개를 숙인 채 굳은 자세로 서있어. 그런 얀붕이의 앞에는 담배를 손에 들고 있는 얀순이가 있는거지.

얀순이는 소위 말하는 일진이었고 얀붕이는 그런 얀순이에게 어느 순간 찍혀 괴롭힘 받고있는 불쌍한 범생이야. 

 

점심시간이 되자 늘 그랬던 것처럼 얀순이는 얀붕이를 교사 뒤편으로 끌고 나왔고 오자마자 화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기 시작했어.

 얀붕이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그대로 서 있고 말이야. 

지금은 그로부터 십여분 정도가 흐른 상태인 거지.

 

그 시간 동안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일절 없었어.

 

얀순이는 그저 담배를 태우며 얀붕이를 지켜보고 있었고 얀붕이는 땅만 처다보며 얕게 떨고 있었지.

 이건 어느 정도 학습된 일이었어. 얀순이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한 얀붕이의 발악이었지.

 

지난날 얀붕이가 얀순이에게 무언가 질문을 하거나 행동을 취하면 얀순이는 곧장 얀붕이에게 폭력을 행사해 왔어.


교사 뒤편에 부른 이유을 물었을 때에도 그랬고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거냐고 물었을 때에도 그랬고 반항의 의미를 담아 얀순이를 노려보았을 때에도 그랬었지.


결국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든 폭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은 얀붕이는 얀순이를 만날 때면 그저 땅만 쳐다보게 되었어.

 

그게 그나마 가장 덜 맞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오늘도 얀붕이는 그렇게 눈을 깔며 최대한 덜 맞고 이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어.

 

하지만 오늘은 운이 좋지 않은 날이였나봐. 

얀순이가 갑자기 얀붕이에게 말을 건거야.

 

“야 너 요즘 눈도 안 마주친다?”

 

길고 긴 정적을 깬 얀순이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얀붕이는 당황해서 답을 하지 못하고 크게 흠짓하며 몸을 떨었어.

그리고 얀순이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한 얀붕이는 등골이 서늘해 졌어 얀순이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걸 가장 싫어했거든.

 

“어? 대답도 안한다 이거지? 이젠 그냥 날 아주 무시하겠다는 거야? 네가? 나를?”

 

“아... 그게 얀순아....”

 

“야 고개들어.”

 

얀순이는 타들어가는 담배를 손에 든 체 화단에서 일어났어. 그리고 곧장 얀붕이의 얼굴을 잡아끌었지. 

얀붕이는 윽!하는 옅은 신음소리와 함께 힘없이 얀순이에게 끌려갔어.

 

얀붕이와 얀순이의 거리는 거의 서로의 코가 맞닿을 거리까지 근접하게 되었지.

 

그렇게 얀붕이는 몇초간 강제적으로 얀순이와 눈을 맞추게 되지만 얀순이를 두려워하는 얀붕이는 본능적으로 얀순이의 눈동자로부터 눈을 돌리게 돼.


 그리고 그 행동은 얀순이의 심기를 건드는 짓이었지.

 

얀순이는 얀붕이가 눈을 돌리자마자 얀붕이의 빰에 따귀를 날렸어.

 

얀순이의 폭행은 결코 가볍지않았어. 지금의 따귀도 얀붕이의 얼굴이 곧바로 부르틀 정도로 힘이 실려있었어.


얀붕이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신이 순식간에 아득해졌어. 그리고 직감했지 아 시작 하겠구나...

 

“눈 마주쳐.”

 

얀순이는 따귀의 충격으로 주저앉은 얀붕이에게 차갑게 말했어. 그리고 곧이어 다시 따귀를 날렸어.

 

“눈 마주쳐.”

 

얀순이는 일전과 소름 돋게 똑같이 마치 기계처럼 그 말을 되풀이했어. 심지어 뒤이은 폭력 마저 똑같았지.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눈 마주쳐.”

 

그 폭력 속에서 얀붕이는 가까스로 얀순이와 눈을 마주치는데 성공해. 얀붕이의 얼굴은 이미 부르트다 못해 퉁퉁부어 오른 상태였지만 말이야.


얀붕이와 눈을 마주친 얀순이는 그제야 폭력을 멈추고 주저앉은 얀붕이에 맞춰 쭈그려 앉아 얀붕이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해.

 

얀붕이의 눈은 얀순이에 대한 공포로 인해 본능적으로 얀순이를 피하려 했지만, 얀붕이는 필사적으로 본능을 억눌러가며 얀순이와 눈을 마주치려 애썼어.


얀순이는 그런 얀붕이를 보며 저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지.

 

“그래 잘하고 있어.”

 

얀붕이의 지옥 같은 점심 일과는 대체로 이렇게 흘러갔어. 운이 좋으며 그저 가볍게 툭 치는 정도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오늘같이 무언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몸에 남을 정도의 상처가 생기곤 했지.

 

그렇게 눈을 마주친지 오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얀붕이는 한가지 위화감을 느껴.

얀순이는 그 뒤로 미동도 하지 않은 체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 어디선가 계속 담배연기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던 거지.


얀붕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돌려 담배연기가 불어오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돼. 

연기의 진원지는 얀순이의 손이였어.

 

얀순이의 손에 들린 담배는 어느새 필터까지 타 들어가고 있었어.

하지만 얀순이는 이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어. 열로인해 손가락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오히려 얀순이는 다른 곳을 향한 얀붕이의 눈을 보며 인상을 구겼지.

 

“너 계속 눈..!”

 

“야.. 얀순아... 손에 담배...”

 

얀순이의 언성에 얀붕이는 다급히 담배에 대해 말했어. 


얀붕이의 말에 자신의 손을 본 얀순이는 그제야 깜짝 놀라며 자신이 들고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팽개쳤어.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던 얀순이는 담뱃재가 잔뜩 묻은 자신의 손을 멍하니 보더니 기묘한 미소를 지어.

 

“나를 걱정해 줬네?”

 

“어.. 응? 그게...”

 

“응 얀붕아. 응? 내가 화상 입을까봐 걱정해준거야?”

 

“그.. 담배연기가 계속... 나서.....”

 

얀순이는 다시 숙여지는 얀붕이의 얼굴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는 붉게 달아오른 자신의 손을 얀붕이의 눈 앞에 가져 대었어.

 

“그런데 봐 얀붕아 내 손, 붉어진 거 보여? 화상인 것 같지 그치?”

 

얀순이의 추궁에 가까운 물음에 얀붕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그리고 얀붕이의 대답에 얀순이는 환하게 미소지어.

 

“그럼 내 걱정을 해주는 얀붕이가 내 손을 식혀줘야겠네?”

 

“어...? 보건실에 가는게....”

 

얀붕이는 얀순이의 말에 의문을 품고 답하려 했지만 그 말을 끝맺지 못하게 돼. 얀순이가 담뱃재가 잔뜩 묻은 자신의 손가락을 얀붕이의 입에 쑤셔 넣었거든.

 

얀붕이는 당황해하면서 저항했지만 소용없었어. 


얀순이의 한 손은 얀붕이의 턱을 잡고 있었고 입안에 들어온 이물질을 반사적으로 밀어내려하는 얀붕이의 혀는 얀순이의 손가락을 밀어내기엔 힘이 부족했거든 


오히려 그 반사적인 행동은 얀순이의 손가락을 구석까지 핥게 되는 결과만 낳게 돼.

 

역겨운 담뱃재와 목 젓까지 휘저으려 하는 얀순이의 손가락에 얀붕이는 구토감을 느꼈지만 필사적으로 그것을 참았어.


만약 이 자리에서 구토를 한다면 얀순이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야.

 

그렇게 얀순이는 가학적인 희열에 찬 표정으로 얀붕이의 입속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휘저었고 얀붕이는 눈을 질끈 감으며 차오르는 구토감을 참아갔어.

 

윽! 웁! 같은 옅은 신음소리만 내가며 참던 얀붕이의 눈에서 눈물이 맺힐 때쯤 얀순이는 얀붕이의 입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빼내 그리곤 이렇게 말해.

 

“아...!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네.”

 

얀순이는 스트레스로 반쯤 탈진한 얀붕이를 향해 눈웃음을 치며 말해.

 

“치료 고마워 얀붕아~”

 

그 말을 남긴 후 얀순이는 떠났고, 교사 뒤편에는 폭행당해 얼굴이 부르트고 쓰러져서 교복이 더러워진 탈진한 얀붕이만 남아있게 되는거지.


@@@@@@@@@@@@@@@@@



선생들 이렇게 쓰면 되는겁니까?